20분 동안 고민하며 쓴 장문 메시지가 전송 실패했다고 뜨는 걸 보고

자신을 차단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은랑한테 도와달라며 핸드폰을 건네는 반디

건네 받자마자 차단 당한 걸 알아보고는 입을 열려다 발견한 익숙한 수신인

행여 상처 받을까 일시적인 오류인 거 같다는 적당한 핑계를 듣고 돌아가는 반디의 뒷모습은 흡사 비 맞은 중형견 같았다

시스템 시간 칠십이 시간 후 대수롭지 않게 차단을 풀자 마자 걸려오는 외행성 전화

무사해서 다행이야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에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내 심술에

의심할 줄 모르는 네 순수에

마치 이게 어떠한 종류의 속죄라도 되는 듯이 함께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