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회색 휴면 캡슐은 고요히 은하를 떠돌았다. 균열에서 듬성듬성한 반딧불이 흩어지더니 이내 끝없는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어떻게 죽었지?」
더 머나먼 우주, 별빛이 아득히 먼 눈처럼 냉담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

꿈은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그녀는 끝없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의식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머릿속에서는 남은 기억만 계속해서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하늘을 가린 벌레가 전선을 뚫었다. 그녀는 화염에 휩싸여 곤충 떼를 향해 날아갔다. 곤충 떼의 재는 눈처럼 흩날리고, 아래에는 새까만 기사들의 잔해가 가득했다.
그녀는 희생된 철기군에게 일일이 꽃다발을 바칠 새도 없었다. 그들의 생명은 순식간에 피어났다가 이내 꺼졌다. 마치 숫자만 있을 뿐, 자신의 이름은 가져본 적이 없는 유전자 코드 같았다.

 「어떻게 살지?」
죽음과도 같은 적막 속, 그녀의 귓가에는 운석의 미립자가 휴면 캡슐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왔다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녀는 눈을 떴다——
 「우리 『운명의 노예』와 함께하자. 네가 원하는 답을 찾고…너의 『꿈』을 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