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개노답 개노딜팟)



1주일 전에 복귀해서 허겁지겁 스토리 다 받아먹었다. 

정돈되지 않은 상념들이 머리속에서 떠돌고 있는데

쉽게 요약할 상태는 아니지만 딱 잘라 말하자면 많이 아쉬웠음.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선 각자의 기준이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렇게 소위 '빌드업' , '복선' , '배경 및 설정' 을 마구 흩뿌려놓고

결말에서 '회수'하면서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매조 지으며 

뽕을 차게 만드는 방식은 좋게 평가하지 않음. 


저런 스토리텔링이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하지만 많은 작품들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장치를 작중에 파편적으로 많이 뿌려놓은 뒤에 

회수하는 방식을 소위 '치밀한 설계' '섬세한 디테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음.


게다가 스타레일은 그 특유의 현학적이고 설정딸을 치는 분위기 때문에

저 방식을 (특히 이번 페나코니에서) 많이 남발 해서 

스토리 이해는 물론이고 더불어서 흥미가 가기 이전에 지치게 되더라.


(스토리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집중'을 요하고 배경 지식을 많이 요하잖아?)


스토리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사건에서 빚어지는 행동과 감정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캐릭터들끼리 대화하는 장면 또는 회상 장면이 대다수임.

엘리오의 각본처럼 캐릭터들이 이미 정해진 플롯에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지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아님.


(이 과정에서 폼 잡다가 정작 하는 일은 별로 없는 캐릭터가 반디 - 아케론 같은 애들임)


그나마 생명력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어벤츄린인 것도 거의 유일하게 

위기 상황에 부닥쳐서 그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몸부림 치기 때문임. 

(어벤츄린의 과거사를 그리 자세하게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함)


그리고 스토리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묵혀뒀던 설정을 끄집어내는 방식도 좀 그랬고.

(선데이와 꿈의 주인이 질서의 하수인이었다는 설정이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었을까?)


사실 이런 점들은 가챠겜 스토리의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

너무 박하게 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붕스는 그 특유의

설정에 집착하는 면 때문에 저런 문제점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나 싶음.



그래도 좋았던 점을 말하라면 


1. 페나코니라는 도시와 던전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음.

1-2. 음악도 괜찮았음. 


2. 스토리 방향성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함. 스토리텔링이 문제였지.


3. 2의 연장선상에서 느끼는 점인데 미호요의 최대 장점은 컷씬 연출에서 

    오타쿠들의 뽕을 뽑을 줄 아는 점임. 최종 보스전은 오글거리지만 동시에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연출하는 법을 알았음 (그런 면에서 아케론의 공허 공간도 

   괜찮았음. 아케론이 무게만 덜 잡았으면 오히려 더 공간의 무게가 살았을텐데)



여튼... 페나코니 스토리는 붕스 특유의 테이스트가 여러 의미에서 강하게 표출되었다고 생각함.

좋아할 사람은 아주 좋아할테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일거임.

다만 다음 스토리부턴 캐릭터들 대사에서 시도때도 없는 은유는 좀 쳐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