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먼저 글쓰는 놈은 3막 내용을 좀 까먹어서 글이 좀 어설플 수 있겠음. 댓글로 의견 내 주면 열린 자세로 바로 수용하겠음 ㅇㅇ





3막이 풀린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킹-갓 스토리에 대해 말 많은 글이 올라왔음. 이미 물고뜯고씹고빨렸지만, 오늘 누가 쓴 선데이 분석글을 보고 입이 근질거려서 몇 자 적어봄.






1. 선데이의 논리


본론에 들어가기 전 선데이식 사상을 전제와 결론으로 똑 쪼개면 아래와 같음




전제1 : 인간 본성과 사회 자체의 특성상, 초월적인 누군가의 개입 없이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절대 오지 않는다.




전제2 : 인간 본성과 사회 자체의 특성상, 약자는 당연한 권리를 추구하는 것조차 대가가 따른다.




결론 : 단 한 명의 강자(선데이)가 좋은꿈이라는 절대적인 질서와, 본인의 무한한 희생으로 나머지 약자 모두가 행복한 세계를 만든다.


라고 보면 되겠음. 나혼자만 개고생 + 나머지는 꿈속에서 주0일제인 것임


비유를 보면 감이 오듯 선데이의 무한 츠쿠요미는 결과적으로 정말 이타적이고, 지상락원에 가까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이 들었을 거임, “현실적으론 존나 설득력있는데?“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선데이의 사상은 현실을 생각하면 정말로 매력적으로 다가옴. 


그래서 “개척자 일행이 마지막에 이겼기에 와! 인간찬가! 희망!으로 끝날 수 있던 거 아니냐? 좀 불편하다.“라는 감상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봄.


이런 뭔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냥 욕하기도 뭣한 이 무한 츠쿠요미에 대해선 각자의 답이 있겠지만, 개척자들의 답은 이러했음. 


”적어도 그 방식은 옳지 못하다“ 라는 것임.


왜 그런 답을 내렸을까? 그 답은 맞는 답이었을까?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ㅇㅇ








2. 개척의 의지와 선데이의 사상 비교


일단 큰 틀부터 뜯어보겠음. 선데이는 개척자 일행을 설득하고자 자기 낙원이 완벽한 것처럼 말했지만, 반디 말대로 사실 그렇지 않았다. 



물론 선데이 본인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임. 하지만 이 극단적인 계획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초딩 망상급인 ‘이세상 모두의 행복(선데이피셜)‘을 정말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선데이는 이걸 무시했고




그 결과가 이게 되시겠다



윤리적 고찰 이런 것보단 주제 의식인 ‘개척’과 작품 해석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선데이의 사상은 현실적 한계는 둘째치고서도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약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해석임




반디의 “강자를 누가 정의할 건가?“라는 질문을 보자. 여기서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는 게 문제라기보단 약자가 겪는 ’고통‘과 관련된 부분이 문제라는 건데, 





반디는 시한부 환자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남은 생을 내가 내 힘으로 보내고자 노력하는 사람임


이런 사람에게 있어서 선데이의 낙원은 필요가 없음


물론 현실과 동일하고 항상 행복할 수 있음에도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겠지만,





자신의 결말을 자신이 정하는 개척의 의지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져서, 선데이의 꿈은 올바른 방식의 ‘꿈’이 아니게 됨.


비록 선데이의 꿈 속에서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순 있어도, 앞서 말했듯이 이 행복은 행복을 향해 가는 과정을 남이 정해놓은 거짓 행복에 불과함


그렇기 때문에 선데이의 계획은 개척의 의지에 정반대되는 입장이 되는 것임. 반디가 스텔라론 헌터지만 저기에 서있는 이유도 개척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도된 연출이라고 봄



또한 선데이는 이런 질문을 개척자 일행에게 던짐



“생명은 왜 깊은 잠에 빠지나?”


선데이는 이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함. 왜일까?


지금까지 본 선데이의 계획은 행복만 챙기면 장땡인 매우 결과중심적인 계획이었음. 


그 이유는 선데이에게 있어 꿈은 그저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더 나은, 항상 현실보다 더 나은 무언가이기 때문임. 페나코니에선 현실과 달리 모두가 평등하고 각자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처럼


그래서 현실에서 벗어나서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선, 현실과 동일할 정도로 정교한 꿈에 넣기만 하면 됨.


그럼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든, 에나의 꿈에선 고난을 겪는다 해도 결말만큼은 어찌저찌 행복을 향해 가서 결국 행복해지게 되니 선데이 입장에선 과정 따윈 자연스레 알빠노가 되는 것.


이렇다 보니 내 개인적인 감상으론 선데이에게 있어서 “왜 잠에 빠지는가?”는 좀 더 깊이 들어가서 행위 자체에 대해 묻는 것처럼 보였음(개인적인 생각임)


그래서 애초에 잠에 빠지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라고 봤음. 


무슨 소리냐면 선데이는 그 계획처럼 ’꿈이 주는 행복한 결과‘만 중심으로 생각하는 미친 행복 오타쿠이기 때문에, ’잠‘을 통해 꿈으로 향하는 과정이 갖는 의미를 모를 수밖에 없는 것임. 잠 없이 누우면 바로 꿈으로 슝하고 날아가면 좋을 텐데… 하고 보는 거지


아무튼 위는 왜 답을 못 내렸나에 관한 내 개인적인 추측임. 결론만 놓고 보면 선데이는 본인의 답을 명확히 내리진 못했음.


반면 개척자 일행과 시계공의 대답은 어땠을까? 이 부분은 작품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강조됨




개척자의 의지를 잇는 사람들은 “꿈에서 깨기 위해서“ 잠에 빠진다고 말함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시계공조차 삶은 공허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 보았음. 그러나 비록 결과가 정해져 있더라도 내가 주체적으로 그 과정을 바꾸려한다면, 결과가 처음과 같더라도 ’나만의 결과이자 나만의 삶‘이라고 보았음.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이 자신만의 결과 또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꿈에 빠진다는 것임. 꿈을 위해 과정을 스킵하는 선데이의 사상과 완전히 반대임.


잠을 넘어서 ‘꿈’조차 결과가 아님. 꿈 또한  ’내가 정한 결과‘를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임.


이 결과는 꿈세계일 수도 있고, 진짜 현실세계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결국 꿈을 통해 내가 정한 결과로 나아가고자 하는 존재다‘라는 인간찬가와 희망적인 답을 비유를 통해 보여줌







3. 그렇다면 누가 옳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나코니에 한해, 개척자가 옳았다


이유는 바로 페나코니의 시민들이 개척의 의지에 설득되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자체임. 이걸로 많은 것이 설명 가능함






꿈을 부수기 위해 개척자 일행의 여러 노력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에나의 꿈은 붕괴됐음. 이건 꿈에서 깨기를 원했던 건 바로 페나코니 시민 자신들이었다는 의미가 됨


페나코니인들은 날다가 죽게 된다 해도 날아보기를 선택해 개고생도 해보고, 후회하고 힘들지라도 에나의 꿈이 아니라 좋은꿈을 꾸다 꿈에서 깨 자신만의 결과를 살아갈 거라는 대답을 한 것임





선데이가 대답을 듣고 얼굴 망가진 것도 이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대답이 페나코니 전체의 대답이랑 같았기 때문에 이렇게 개정색을 하게 된 것


마무리하자면 작품 속에선 페나코니인 본인들이 공감해 에나의 꿈에서 깨기로 했기 때문에, 개척자가 선역이고 선데이가 악역이 된다고 정리할 수 있겠음.




4. 요약


<선데이의 계획 진행 과정>


[목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1) 약자에게 현실은 고통일 수 있다

2) 그래서 목표를 현실에서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3) 그렇다면 행복만 존재하는 꿈을 만든다

4) 그리고 모든 약자를 꿈에 넣는다

[결과] 모두가 행복한 세상 완성


-> 자신의 길을 자신이 정할 ‘개척의 의지’와 정반대. 개척자 일행들 페나코니인들 설득.

-> 페나코니인들 공감, 꿈에서 깨고 각자 나아가기로 함

-> 자기가 오지랖 부렸다는 걸 안 선데이의 패배


5. 마치며(안 봐도 됨)


페나코니는 다른 행성과는 달리 현대적인 면이 많아 몰입하기 쉽다고 생각함. 그래서 배경을 페나코니에서 우리의 현실로 옮긴다면? 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건 솔까 몰입해 놓으라고 만든 이상 당연하기 때문에 각자 스토리를 밀며 여러 가지 감상을 떠올랐을 거임


예를 들어 선데이의 사상은 대충 넘어간 윤리적 문제부터 극단성이 더 두드러질 거임. 개척자의 사상은 약자에 대한 지금 당장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당장의 약자들에겐 거칠게 말해 “방관에 가까운 태도 아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음


누구의 사상이 옳은지에 대해선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거고, 개척자의 행동이 맞는지에 대한 시시비비도 각자의 감상이 분명 존재할 거임.  그래서 선데이가 매력적인 악역이다 소리를 듣지 않나 함.


이 글에선 작품 해석을 중심으로 잡고 쓰기도 했고 뭣보다 이런 철학적 문제를 담기엔 내 글재주가 매우  딸리기 때문에, 최대한 해석 외의 부분은 중립적으로 두되 결론 부분만 척자 위주로 조명하게 되었음


그래서 “결국 각자의 개척자 일행들이 옳았다는 건 너무 결과론적이지 않음?”이라는 질문엔 “작품 내에서는 그런 식으로 흘러가긴 했다, 현실에선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정도로 간추리고 싶음


내 생각은 이 정도임. 들어가는 글에 쓴 것처엄 출시부터 지금까지 채널에서 선데이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바빠서 읽진 못하다 요번에 3막뽕 되새김질 할 겸 한 번에 몰아보니까 역시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느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