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타오른다.


나부의 하늘은 마치 허상이었다는 듯 불꽃의 색에 물들어 푸름을 잃어버렸고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찼던 건축물은 무너졌으며 

하늘을 수놓던 별뗏목은 침몰해버렸다.


곳곳에서 울리는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귀로 들어와 듣는 이로 하여금 미쳐버리게 할 지경이었지만

소년은 검 한 자루에 의지하며 시체가 널려있어, 더 이상 길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것 같은 길을 걸어간다.


운기군의 소상 아가씨

같이 좋은 검을 휘둘러 대련하던 누님은 검과 함께 부러져 버렸다.


행상단의 정운 아가씨

자신을 찾아와 검기에 관련된 문구를 적어가고 귀여워해주던 누님은 목이 꺽인 채 절명하였다.


조타수 어공님

백발백중의 궁술로 자신을 감탄하게 했던 여인은 마지막 순간, 다시 한번 비행했고, 추락하였다.


태복사의 부 태복

태복으로서 병력을 이끌고 최후까지 항전하던 그녀는 장군으로서 최후를 맞이하였다.


죽은 눈으로 떠나간 이들을 바라보던 연경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옮겨 유일하게 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경원

나부의 장군이자 운기군의 대장

그리고 마각화되어 이성을 잃고 폭주 중인 자신의 스승


길을 걸어오면서도, 쓰러진 이들을 눈에 담으면서도, 이미 이성이 알려주고 있음에도,

연경은 이 모든 게 거짓이기를 바랐지만, 눈앞의 상황은 잔혹한 칼날로서 그를 난도질할 뿐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검을 뽑고, 마각화된 스승을 베어낸다.


과거 자신의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연경의 검은 뽑히지 않는다.

겨우 가질 수 있었던 가족을 처단해야 한다는 운명이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절망감은 저주인 마냥 온몸을 굳게 만들고 소년을 좌절감으로 익사시키려 든다.


"연경..."


이윽고, 자신의 기척을 눈치챈 듯 이성을 잃은 장군은 자신에게로 다가온다.

아마 여기서 죽겠지, 차라리 이게 나은 결말일까?


"연경"


미친 듯이 두렵다. 절망스럽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연경!"


구슬프다.



***



"연경!"


"!"


깜짝 놀라며 감긴 눈을 뜬 연경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핀다.


"좋은 수를 생각하겠다면서 눈을 감더니, 깜빡 졸기라도 한 것이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레 묻는 경원의 모습에

이내 연경은 이곳이 장군의 거처이며 자신이 경원과 장기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죄송합니다. 장군"


"뭘 죄송할 거까지야, 아무래도 집중을 못하는 거 같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느냐?"


"...네"


연경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 문고리를 잡으려던 순간, 들어오던 부현이 고뇌로 가득 차 있던 소년과 부딪혀 버린다.


"윽,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다니세요. 둘 다 다칠 뻔 했잖아요!"


부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가, 이내 악우와 앙숙 사이에 놓인 소년의 으르렁거리는 대꾸를 받아칠 준비를 하지만 연경은 그저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


"...연경?"


"...죄송합니다. 부 태복"


너무나도 순순히 그리고 힘없이 사과한 채 떠나가는 연경의 모습에 당황한 부현은 멍하니 소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만다.


"...저 아이가 저리 힘없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건가요 장군?"


"흠, 글쎄 맞춰보겠나?"


질문에 능글맞게 대답하는 경원의 모습에 개구지다면서 투덜거리는 부현을 보던 경원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이 연경에게 전해주었던, 잔인하지만 그렇기에 부탁해야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고 만다.



***



밤의 인연경은 어느 바다와 다를 바 없이 뼈가 시릴듯한 차가운 바람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런 밤바다의 바람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니 신경 쓸 상황이 아니라는 듯 연경은 조용히 밤의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이란 파도에 휩쓸린다.


무명객들과 함께 절멸대군과의 결전을 치르고 귀환한 경원은 그날 밤 자신을 불러들여 과거의 일을 말해주었다.


"내게 검술을 가르쳐 줬지만, 좀처럼 가까워질 수는 없었지… 하지만 끝없는 밤하늘에 밝은 달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어딨겠느냐?"


"그분은 자신에게 마각의 순간이 오면, 자신을 단호히 베라고 말했단다. 결국, 난 그에 응해야 했고"


"너도 이쯤되면 짐작했겠지만 너에게 같은 일을 부탁하고 싶구나. 무척이나 잔혹한 부탁이지만... 그렇기에 너말고는 부탁할 수가 없구나."


연경은 미친 듯이 떨려오는 감정을 숨기고 마치 의무라는 듯 당차게 대답했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스승의 부탁에 매몰되고 있었다.

부탁을 받아들인 날부터 잠에 들기만 하면 꾸게 되는 악몽은 자신의 동요와 나약함을 비웃으며 까발렸고 너무나도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마치 예지인 양 보여주며 연경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가족..."


천애고아인 자신을 거두어준 가족을 언젠가 베어내야 한다는 운명은 마음을 여는 것을 무척이나 어려워하고, 그렇기에 한번 마음을 연 이에게 너무나도 헌신적이게 되는 연경에게 있어 괴롭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일 테니


눈을 질끈 감은 채, 밤바람이 아닌 감정 때문에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새어 나오는 절망에 삼켜지고 있던 연경은 밤의 바다에서 느낄 수 없는 기시감을 느낀다.


"...?"


의문과 함께 기시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는 이내 밤의 달빛을 등불 삼아 검을 단련하는 여인을 목격한다.

그리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경류

과거 5전사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전장을 누볐으나 중죄를 저지르고 추방된 위험한 여인

그리고 경원이 베어냈다는 마각화 된, 경원 본인의 스승


그녀의 위험성은 정체도 모른 채 멋모르고 덤볐다가 경류가 날린 검기에 굴복해야 했던 자신부터가 잘 알고 있던 만큼

연경은 짙은 공포를 느끼며 또다시 몸을 떨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안대를 벗어 빼어난 용모를 그대로 들어낸 경류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밤의 달은 그녀의 검술에 축복을 내려주려는 듯 달빛을 더해주었고

이에 현혹된 연경은 어느새 공포를 누른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잘 담고자 자기도 모른 채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기에 나뭇가지를 밟아 작은 소음을 내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노릇


-부스럭


당황한 연경이 순간적으로 밑을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경류는 사라진 채 달만이 떠있는 상태였다.


"! 그 짧은 순간에?"


"오랜만이네, 꼬마 친구"


이내 뒤에서 들려오는 경류의 목소리와 어깨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칼날

나지막이 고개를 뒤로 돌리니 보이는 것은 어느새 안대를 쓰고 자신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경류의 모습이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리 금방일 줄은 몰랐네? 보아하니 너도 피차일반인 거 같긴 하다만..."


경류도 염탐꾼의 정체가 조금은 뜻밖이었는지 곧 칼날을 거두었고

굳은 몸을 겨우 움직이게 된 연경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애써 떨림을 감추고자 하며 입을 열었다.


"...경류님을 뵙습니다."


"경원에게 들은 건가?"


연경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경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연다.


"검술도 제대로 안 가르쳐준 사람한테 스승 대접을 받을 생각은 없어. 그러니 그리 예의 차릴 필요도 없고."


"그러면..."


"?"


무언가를 말하려다 잠깐 망설이는 연경,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다시 입을 연다.


"검을 다시 한번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



바다를 배경 삼고 달빛을 벗 삼아 각자의 검을 꺼내든 소년과 여인

아무 상황도 모르는 제삼자가 본다면 마치 한 폭의 그림이라 찬사를 뱉었을 것이다.


"..."


"..."


정작 그 명화의 두 주인공은 긴장했거나 무미건조하게 서 있을 뿐이었지만


평생 같던 찰나가 흘러가고, 아무런 신호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 침묵이 바로 신호였다는 듯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둘


칼날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투박한 듯하면서도 귀를 뗄 수 없는 화음을 만들어냈고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그런 화음에 선율을 더해주었다.


몇 번의 합을 주고받은 뒤, 뒤로 물러난 연경은 이윽고 이기어검들을 소환한 뒤 여인을 향해 날려 보내기 시작한다.

보검들은 마치 천궁의 사명(수렵의 란)이 쏜 화살처럼 매섭게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정작 경류는 무심하게 검기를 날려 보검의 절반을 쳐내고 남은 절반은 직접 검을 휘둘러 모두 막아낸다.


하지만 애당초 보검은 함정에 불과했다는 듯, 연경은 도약한 뒤 하늘에서 거대한 검신을 떨어뜨리는, 바로 지난날 목도한 경류의 검술을 바탕으로 한 은하폭포(연경 본인은 그리 불렀다)를 사용하였다.


이내 굉음과 함께 거대한 검신은 얼음 조각들을 뿌려대며 경류가 있던 자리를 덮쳤지만

연경 본인의, 검술사의 본능이 그녀가 타격을 받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때 다시 한번 기시감을 느끼고 고개를 하늘로 치켜세우자 보이는 것은 마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듯 안대를 벗고 허공에 자연스럽게 떠올라 있는 경류

물론 연경 본인도 어느 정도 떠올라 있을 수는 있었지만, 저 정도 높이까지는 아니었던 만큼 내심 경악하고 만다.

소년이 실력 차에서 오는 압도감과 여인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동안, 경류는 몸을 젖히며 검기를 날리는, 지난날 보았던 그 기술을 다시 한번 사용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격을, 비검들을 끌어모아 막아내려던 연경이었지만

찰나의 순간 스쳐 간, 경류의 광기 어린 붉은 눈을 보고 다시 한번 악몽에 삼켜지는 소년

비슷한 눈을 한 채 소중한 이들을 척살하던 경원과 그런 스승을 처단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웠음에도 다가올 미래를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은 연경의 눈에서 생기를 앗아가 죽은 눈을 만들어 내고 비검들은 이내 힘을 잃고 맥없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와 동시에 대지를 덮치는 서늘한 칼날의 시련

하지만 연경의 검신이 경류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던 것처럼 경류의 시련 역시 연경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자살 방법치고는 꽤나 거창하네"


멀쩡한 이유야 간단했으니, 경류가 검격과 부딪히기 직전 연경을 낚아챈 것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공주님 자세로 안기게 된 연경을 다시 땅에 내려놓는 경류


"..."


여전히 침묵할 뿐인 연경을 뒤로 하고 경류는 다시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검술 실력 자체는 확실히 성장한 것이 느껴져, 절멸대군을 격퇴하는데 함께 했다는 무명객과 대련한다더니 헛된 걸 배운 건 아닌가 봐?"


"하지만 지난번과 달리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네, 무슨 번뇌가 머릿속을 잠식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생사를 건 전투에서 그랬다간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생사를 건 전투

그 말에 연경은 순간적으로 동요를 감추지 못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경류의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꽤나 독한 건가 보네"



***



경류의 내뱉은 한 마디에 연경은 결국 입을 열기 시작했다.

분명 인연이라 해봤자 검을 두 번 맞댄 정도요, 신분으로 따지면 운기군 호위병인 연경과 다르게 경류는 추방당한 중죄인

애써 긍정적인 점을 찾아보자면 스승의 스승, 그러니까 사조(師祖)와 제자 정도?


연경의 괴로움은 그가 마음을 연 이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만큼 분명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의 이에게는 결코 털어놓을 게 아니었다.

분명히 그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관계임에도 연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전하였고 그녀는 조용히 그것을 들어줄 뿐이었다.


"우습네요."


"..."


"원래 가족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겨우 주어진 가족은 스스로 끝장내야만 하는 운명이라니"


"..."


"...장군님이 경류님을 베어낼 때도 이랬을까요?"


문득 던진 한마디

이내 연경은 감정에 매몰되어 매우 무례한 질문을 던졌음을 깨닫고 아차 싶어 사과를 건네려 했지만, 그의 입은 열릴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다가온 경류가 자신의 안대를 연경에게 씌우고, 그가 품에 안겨지게 끌어당긴 것이다.


"?!"


"전우가 그러더군, 상처 입은 이는 안아주는 게 제일이라고."


이리 말하며 경류는 이제는 아득한 옛날이 되어버린, 대장장이를 안아주며 떠들던 여우족을 떠올린다.


"무엇도 떠올리지 못하게 하고, 무엇도 보지 못하게 하고, 그냥 온도를 느끼게 해주라니, 그때는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소년을 품은 채 여인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마각화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걱정해봐야 덧없을 뿐이지"


"그러니..."


아주 잠깐 멈추는 듯했으나 다시 입을 여는 경류


"무엇도 떠올리지 말고, 무엇도 보지 말고"


나지막이, 이전과 같은 광기 어린 말투가 아닌 편안한 말투와 함께 조용히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여인

이내 연경은 경류의 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도가 마치 차디찬 바닷바람도, 쓰라린 번뇌도 잊게 해준다는 느낌에 더욱 깊숙이 그녀의 품에 안겼다.


무엇도 떠올리지 말고, 무엇도 보지 말고

어찌보면 참 무책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었으나 그러한 말로 연경은 점차 편안해지며 경류의 품속에서 마음을 안정시켜갔다.


.

.

.


"흠 그런데, 아무래도 내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나 보네"


"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는 연경에게서 안대를 벗긴 뒤, 조용히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경류

어리둥절해하던 연경은 이내 뒷전으로 밀어뒀던 감각과 함께 깨닫고 만다.


자신의 성기가 잔뜩 발기해 경류의 허벅지를 찌르고 있다는 것을


"!!?!"


"나름 어울리지도 않는 말까지 내뱉었는데 정작 우리 꼬마 친구는 이상한 생각이나 하던 걸까나?"


"아, 아니에요! 경류님의 위로는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다, 다만 경류님의 품이 너무 기분 좋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겨우 번뇌를 이겨냈다 생각했건만 정작 또 다른 번뇌를 맞이한 연경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변명해보지만 경류는 여전히 자신의 검기처럼 차가울 뿐이었다.


"호오, 그러면 내 탓이란 소리일까나?"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새하얗게 변한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가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던 연경은 이내 다 의미 없음을 깨닫고 만다.

어느새 경류가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는 성기를 우악스럽게 쥐어 잡았기 때문이다.


"히익...!"


"꽤 좋은 반응이네, 번뇌는 다 사라졌다 봐도 되려나?"


"흐읏...!"


이내 경류는 검을 휘두르던 손으로 연경의 성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왼손으로는 손바닥으로 귀두를 둥글게 쓰다듬으면서 오른손으로는 기둥을 감싸 압박감을 주며 흔드는 경류

그러자 얼마 못 가 자지 끝에서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이 왈칵 쏟아진다.


"...호오"


어째서인지 묘한 쾌감을 느낀 표정을 짓는 경류

연경은 왠지 모르게 위험을 감지했으나 이내 쾌감에 사로잡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압도적인 검술 실력을 뽐내던 손 덕인지, 점점 더 능숙해지는 경류의 손놀림에 연경의 뇌속은 성욕에 집어삼켜져 뇌수를 핑핑 젓고 있었다.


"흐으... 앗... 자, 잠깐... 경류니임..."


사정감을 느낀 연경은 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경류는 자지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형태를 기억 속에 새기겠다는 듯 더욱 구석구석 연경의 자지를 매만질 뿐


"후우-"


갑작스럽게 연경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경류

그리고 이 짜릿한 감각은 이내 전신으로 퍼져나갔으며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 안에서 연경은 이미 한계까지 참아냈던 정액을 토해냈다.


"흐에에에... 히그읏..."


"...좋은가 봐, 꼬마 친구?"


싸늘한 경류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은 연경, 설마하는 마음으로 삐꺽이는 고개를 겨우 돌려 경류를 바라보자 시선이 비친 것은


자신의 정액을 얼굴에 뒤집어쓴 경류의 모습이었다.


"죄, 죄송...?!"


연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에 묻어있던 정액을 손가락에 묻혀 입속에 넣는 경류


"비리네"


생각도 못한 행동과 발언에 어버버거리는 사이 눕혀진 어느새 경류는 연경에게 다가와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모아 골짜기를 만드는 경류

연경이 이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경류는 그의 자지를 향해 가슴을 밀어붙였다.

가슴 특유의 감촉에 감싸진 자지는 언제 힘을 잃었냐는 듯 다시 발기하였고

이에 연경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만다.


"읏... 으읏..."


양쪽 가슴을 위아래로 교차해 흔들기도 하고 가로세로로 왕복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전해져오는 자극

그러한 자극에 익숙해질 틈도 없이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모습에 자지는 계속 움질거리면서 애액을 내뱉었고

그 애액이 윤활유가 되어 경류의 움직임에 더 많은 쾌락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움찔...! 움찔...!


"제, 제발... 이거 이상해요오..."


"고작 가슴 같은 살덩이에 그 정도나 느끼는 네가 이상한 게 아닐까?"


거의 울거 같은 연경의 말에 반문하는 경류

연경은 말문이 막혀버렸지만 이내 (본인이 생각하기에) 합당한 이유를 내뱉는다.


"...남자가 가슴을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


어딘가 경멸하는 듯한 싸늘한 눈빛에 슬며시 경류의 시선을 피하는 연경


-꽈아악


"히이익!?"


가슴을 양쪽으로 잡고 사이로 힘을 주자마자 몰려드는 강렬한 쾌감


"흐응... 그리 오래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항복이야? 우리 꼬마 친구, 너무 허접하네"


"아니거든요!"


-스륵


"으그윽..."


경류의 매도에 순간 울컥한 연경이었지만 이어진 가슴의 압박에 바로 같이 울컥해버리는 아래쪽

이내 여인은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압박감과 자극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으끄으윽?! 머, 멈춰요!"


"안 멈춰, 정 사정하기 싫으면 알아서 버텨봐"


"어, 억짓...!"


계속된 자극에 다시 한번 자지는 사정을 위해 맥동하기 시작했고 이때는 이미 사정을 막기엔 너무 늦은 상황


-울컥! 울컥!


목이 뒤로 젖혀지며 근육이 수축되는 절정의 쾌감에 결국 연경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기절하고 만다.



***



"으으..."


"다행히 금방 일어났네"


눈앞에 보이는 경류의 모습에 기겁하며 상체를 일으키는 연경

이내 이곳이 인연경이 아닌 넓고 아늑한 방의 침대임을 깨닫는다.


"내 임시거처야, 어딘지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 감금할 생각은 없으니 그리 긴장하지 말고"


자신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예상했다는 듯, 설명해주는 경류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연경

긴장이 풀리자 문득 헐떡이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연경은 뒤늦게 수치심을 느끼며 침대에 앉아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경류의 시선을 피하려 든다.


"그렇게 있는 어리광 없는 어리광 다 부려놓고 이제 와서 부끄러운 거야? 귀엽네"


"읏..."


그래 더 이상 변명할 게 뭐 있을까, 검술에서도 성교에서도 이미 압도적으로 밀리는 자신의 모습이 돌이킬 수 없음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소위 사정 이후의 현자타임이라는 것인지 온갖 생각에 휩쓸리는 연경


"흠... 그래 원하는 걸 하나 말해봐"


"네?"


"뭐, 거기서 네가 기절한 건 엄연히 내 탓이니까. '무사하니 됐네' 같은 방식으로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그러면..."


"단, 체포니, 자수니, 같은 건 사양할게. 널 따돌리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잖아?"


"..."


"정 생각이 안나면 묻고 싶은 거라도 물어봐."


자신의 생각 따위 읽힌다는 건가...

이 뜻밖의 행운을 어찌할까 고민하던 연경은 결국 자신의 궁금증에 솔직해지기로 한다.


"처음이셨나요...?"


"...뭐?"


"그으... 경류님 덕에 기절할 정도로 기분 좋기는 했지만, 너무 능숙하셔서... 아, 아니 별 뜻은 없고 저..."


"멀쩡했던 시절에는 전장에서 싸우거나 병사들 훈련이나 시켰고, 이 꼴이 된 후에는 그나마 있던 인연도 끊어졌지. 아니면 내가 끊어내거나."


"그, 그렇지만 그 기술들은..."


정정하겠다. 지금 연경은 궁금증에 솔직해진 조금 전의 자신을 저주하며 횡설수설한다.


하지만 곧 이어진 경류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으니...


"방중술이야."


"네?"


"아니, 정확히는 방중술이랍시고 속아 배운거지. 그 망할년- 실례, 전우가 배워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고 가르쳐준 거였어. 참고로 여자였으니 이상한 상상하지 말고"


상상을 초월한 대답에 저도 모르게 온갖 질문을 입밖으로 꺼낼 뻔했지만 이 이상, 이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간 자신을 얄짤없이 베어버릴 듯한 경류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기로 한다.


그리고 그런 연경을 째려보던 경류는 이내 그를 다시 눕혀 버리고 그 위로 올라타 연경이 꼼짝도 하지 못하게 한다.


"?!"


"그나저나 내가 아무 남자와 몸을 섞는, 헤픈 여자로 보였다면 곤란한데"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 경류의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자신의 몸에 기분 좋게 눌리는 가슴의 느낌에 연경의 분신은 다시 한번 힘차게 자라나기 시작한다.

곧이어 여인은 무엇인가 요사스러우면서도 살짝 심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의 골반 위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


"겨, 경류님"


"어차피 여기까지 왔는데 너도 빼지는 않을 거잖아?"


연경의 당황을 뒤로하고 경류는 그대로 허리를 내려 소년의 것을 자신의 안으로 품기 시작하였다.


"읏..."


여지껏 볼 수 없던 경류의 신음에 놀라 결합부를 바라보는 연경

그리고 그는 경류의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볼 수 있었다.


"ㅍ, 피..."


"전장이 아닌 장소에서, 칼날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날 피흘리게 만든 건 네가 최초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화악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소년의 얼굴

마치 홍당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연경의 안색에 거의 느껴지지도 않던 상실의 고통은 완전히 잊고 쾌감을 느낀 경류가 이내 귀에 속삭인다.


"네가 왼손으로 잡은 허리도, 눌리고 있는 가슴도, 오른손으로 매만지는 둔부도, 지금 전부 네 것이라고"


"와와와와와..."


말이 끝내기가 무섭게 경류의 안에서 더욱 커져버려 껄덕이기 시작한 연경의 분신은 두 사람의 모든 감각을 쾌락으로 뒤바꾸기 시작한다.


"히읏... 대답은 이쪽이 해주네"


그나마 겨우 말을 내뱉을 수 있던 경류와 달리 입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듯한 연경

그러나 경류의 허리는 자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찌걱!


"흐잇... 에엑...!"


방금 전만 해도 처녀였음에도 난생 처음 들어온 자지가 경계되지도 않는지 안쪽으로 빨아들이는 듯한 감각


"첫 경험이라 나름 긴장했는데 후읏... 아픈 것보다 쾌감이라니 상상 이상으로 궁합이 좋은 걸까나?"


경류의 색기 어린 말투와 홀릴듯한 표정, 그리고 잡아먹을 듯한 요분질에 연경이 정신을 반쯤 놓은 채 입에서 교성만 흘리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철썩! 철썩!


-파앙! 파아앙!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진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받은 쾌락은 두 사람이 지금까지 겪어본 쾌락을 전부 웃돌았다.

어느새 의복은 벗어던진 지 오래였고 방안은 맡기만 해도 발정날 것 같은 냄새로 가득 찬 상황


경류는 홍조를 띠고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으며

연경은 다시 한번 그녀의 품속에 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인연경 때 안겼던 것과는 달리 지금 소년은 여인의 가슴을 마치 젖먹이처럼 핥고 있었으니

경류가 주도를 알려주겠다더니 (누구봐도 고의인) 실수로 술을 자신의 몸에 흘린 것

당연하게도 어깨를 타고 내려와 여자에게 있는 모성의 상징을 적시고 배와 음부 사이로 흐르는 계곡을 본 소년의 행동은 뻔했다.


"하아... 하아..."


-핥짝 핥짝


"헤읍, 조아아..."


-쭈웁


"흐읏, 첫밤과 첫술이 이리 자극적이라니, 히읍... 앞으로 쉬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겠네?"


이제 이 꼬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겠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약간의 쾌락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요분질을 멈추지 않는 여인


결국, 얼마 못 가 연경의 자지가 크게 팽창하였고 사정의 조짐을 느낀 연경은 더욱 힘을 주어 가슴을 빨며 경류의 품안으로 파고들었고

이내 백탁액이 경류의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자 연경은 몸을 떨어대며, 경류는 고개를 살짝 젖히며 쾌락을 만끽하였다.


몇 번째 사정일까? 순간 궁금했던 경류였지만 애당초 두 자릿수를 넘긴 시점부터 세지 않았기에 깔끔히 잊기로 한다.

자신과 마주하는 연경의 눈동자는 이미 색채를 잃은 채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녀는 신음만 내뱉으던 소년에게 말을 건다.


"...사랑한다고 해볼래?"


"흐에...?"


"사랑한다."


"해보라고."


연경은 멍한, 그러나 온갖 쾌락에 제정신이 아닌 표정으로 경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이내 몽롱한 말투로 부탁을 들어주었다.


"...사랑해요옷♥"


"..."


-파앙! 팡! 팡!


"히끅!?"


격렬히 요분질을 시작하는 경류


"말했는뎃...! 왜에에...!"


"사랑한다면, 흐읏, 좀 더, 하아, 버틸 수 있지 않겠엇? 흐으으읏..."


"믿었는뎃...! 믿었는데엣...!"


"아까는 흐읍, 좋다면서? 절조 없는, 히극...! 꼬마네."


"무슨 말, 흐헥..., 하는지, 으그긋..., 아시면서...!"


눈물이 차올라 흐릿해진 시야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경류의 붉고 요사스러운 눈빛

잡아먹다 못해 삼켜질듯한, 착정에 가까운 요분질로 다시 한번 일어서고 정소에서 요도로 치솟아 오르는 백탁액


다만, 이번만큼은 쾌락에 느끼는 것을 넘어 울부짖는 게 연경만이 아니었다.

경류도 간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어 대면서 여유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호흡이 흐트러져버릴 정도의, 거대한 쾌락의 파도에 삼켜졌으니


-질컥 질컥 질컥


"으끄으윽?!"


"햐으읏..."


-파아앙, 파아앙!


"하붑! 후읍...!"


"끄흣...!"


-팡, 파앙, 파앙!


-꽈아아악


"히우으으윽...!"


"햐흐으으으...!"


더 이상 방에는 운기군의 호위병도, 추방된 중죄인도 없었다.

서로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게 된, 남녀만이 있을 뿐


"으흑, 키스..."


"흐읍?"


"키스 해주세요오...!"


엄청난 쾌락에 불안했는지 빨던 가슴에서 입을 떼고 입맞춤을 갈구하는 소년

그리고 당연히 여인은 합을 맞추듯, 이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츄릅


입술에서 느껴지는 맞닿은 입술의 감촉과 서로의 입안으로 침투하는 낯선 살덩이의 감촉


-츄릅 츄웁 춥


"응긋..."


"읍..."


각자의 혀가 자신의 것이 아닌 입안 곳곳을 지배하듯이 핥아댔지만 이를 막아낼 생각은 양쪽 다 전혀 없었다.


지금 혀는 순식간에 서로를 사로잡아 얽혀대며 쾌락을 가져다주는 기관일 뿐.


도저히 처음이라 할 수 없는 엄청난 테크닉, 성감대를 알고 있다는 듯 집요하게 특정 구간을 자극하며 딸려오는 쾌락, 서로의 신분 차이에서 오는 배덕감이 합쳐져 뇌와 시야를 점점 새하얗게 물들여갔고 결국...


"히그으으으으!!!"


"♥♥!?♥!"


소년과 여인은 눈을 뒤집고 정액과 조수를 뿜어대며 쾌락의 성채를 쌓아 올렸다.



***



"그러니까... 이게 스승님께서 연경과 함께 있던 이유라는 것입니까?"


"그래"


자신의 질문에 너무나도 태평히 대답하는 스승의 모습에 경원은 그답지 않게 말문이 막힐 뻔했지만 이내 평소의 평정을 (겨우) 되찾았다.


물론...


"하와와와와와..."


옆자리에서 같이 듣던 부현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채 어버버거리고 있었지만


그 5전사의 일원이자 마각화로 인해 추방당한 여검사에게 동경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던 태복사의 수장은 이 낯뜨거운 이야기 덕에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황


'나중에 둘이 있을 때 달래줘야겠군...'


경원이 요며칠 행방이 묘연해진 연경을 안아든 채 자신의 집무실에서 차를 홀짝이던 경류를 목격한 게 어젯밤


아무리 자신의 스승이라 한들 경류는 공식적으로 추방된 중죄인이었기에 비밀리에 부현에게만 알려 같이 심문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정작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 바로 작금의 상황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연경과 같이 있으면 마각화로 인한 광기가 완전히 사그라든다는 말씀이시죠."


"정확히는 이 녀석과 교접하면..."


"알겠으니 그 이상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했으나 경류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연경은 (떨어져 앉으려다 자신이 다시 광기를 일으키면 어쩔거냐는 경류의 반협박에 체념했다) 본인의 고민거리와 더불어 온갖 부끄러운 모습이 까발려진 덕에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럼 나타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경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엄연히 네 제자... 아니 거의 양자나 다름없던데 허락은 받아야지."


5전사 시절부터 느꼈지만 정말 이상한데서 원칙을 지킨다.

게다가 음양합일(경원은 애써 이리 포장하였다)을 통해서 마각화를 잠재우다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자신의 스승은 엉뚱하긴 해도 이리 터무니없는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으니, 결국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경원은 입을 열었다.


"일단 스승님은 추방당한 중죄인의 신분입니다. 물론 제 권한으로 해제할 수는 있지만 장군으로서 그리 단순히 결정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알아. 복권을 요청하지는 않을거야, 그저 이 꼬마 친구의 곁에 있게 해주면 충분해."


"그렇다면... 한번 부 태복과 방법을 논의해보겠습니다."


"...그리고"


"?"


"그날의 일을, 사과해야겠지"


순간 경원의 동공이 놀라움으로 커졌고 경류는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사로써 당연히 해야만 하는 말이고 행동이라고, 그리 단순히 여겼었지."


이내 연경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경류


"하지만 이 아이 덕에 알 수 있었어. 내가 얼마나 너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부탁을, 아니 명령을 했는지"


"..."


경원은 이를 듣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이윽고 진지한 표정에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경원은 자신의 스승에게 작게 미소 지으며 눈을 마주한다.


"연경"


"ㄴ, 네! 장군!"


고개를 내려 연경과 시선을 마주하는 경원


"나도 미안하구나"


"!"


"나 역시 그저 내가 겪었던 일이라고, 스승님이 했었으니 그리해야 한다고 단순히 생각해 너에게 너무 큰 짐을 지게 만들었구나."


"..."


"절멸대군과 싸운 후, 나 자신이 무적이 아닌 것을 다시금 깨달았던 게 성급한 행동을 하게 했어."


어느새인가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지우고 작게 미소를 그려내는 연경

그리고 방금 경원이 경류에게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눈을 마주한다.


"장군,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전 장군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가족이 한 부탁으로 인한 슬픔을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해 장군께 폐를 끼쳐버렸죠."


"그렇기에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이 연경, 언제나 장군님의 가족이자 호위병으로 무엇 하나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가족들을 지켜내겠습니다."


평소의 연경다운 자신만만한 말에 마침내 미소를 지으며 안도하는 경원

하지만 연경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그, 그리고 경류님"


"음?"


"제가 지키고 싶은 가족에는... 경류님도 포함입니다."


자신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짓는 경류를 올려다본 연경은 말을 잘못했나 싶어 아까의 자신감이 무색하게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 그게 아무래도 저희가 겪은 일이 평범한 관계는 아니고... 경류님은 장군님의 스승이시니 굳이 따지면 저의 사조(師祖)이시기도 하고"


"물론 경류님께서 5전사의 일원이셨던 만큼 저의 보호 따위는 필요 없으시겠지만..."


횡설수설하는 연경을 내려보던 경류는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연다.


"...경원, 나도 그렇고, 이 아이도 무척 피곤한 듯하니 그만 방으로 돌아가 '같이' 쉬어야겠어"




이내 연경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서는 경류


"자, 잠깐 경류님 아직 해가 중천인..."


"엄연히 알아서 잘하겠지만 아무도 접근시키지마, 알겠지?"


연경의 말을 가볍게 잘라낸 경류는 이내 연경의 귀에 작게 속삭인다.


"...네가 자초한거야, 꼬마 친구"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연경은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경류는 안대로 연경의 입을 막아버린다.


입이 봉인당했음에도 어떻게든 저항하고자 하는 연경이었으나 이미 경류에게 (여러가지로) 몇 번이나 패배했던 만큼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할 뿐


둘은 이내 신책부 내의 비밀 거처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뭐라 표현하기 힘든 상황을 지켜보던 경원은 그 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 여전히 홍당무 상태의 부현을 안아들고 자리를 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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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거 조금 수정해서 대회 참여


우리 붕스 좀 살려주세요 싯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