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을 일 년 앞둔 여느 다른 또래애들처럼, 이사를 하는 부모님이 난 너무 싫었어.
근처로 이사하는건 감당한다고 치더라도, 아예 딴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고?
좆까라 그래.
그래. 호들갑 피우는걸수도 있겠지만, 난 반항의 의미로 침묵의 맹세를 하기로 했어.
니들이 나한테서 친구들을 뺏어가겠다고?
그럼 난 니 아들을 뺏어가겠다 이말이야.
학기 초반은 힘들었어.
모두들 말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에 대해서 엄청 관심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결국에는 뭐, 그런 관심도 꺼지고 말았지.
아무래도 쟤네들이 내가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나한테 좀 겁먹은거 같더라.
그야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면 정신적으로 완전 맛이가야 됐었으니까, 그치?
처음엔 사실 학교에서 한 학기정도 말 안해야지라고 계획하고 있었어.
겨울 방학이 오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려고 했지.
근데 정말로 할 말이 없는데 사람들이 날 혼자 내버려둔다는게 좋단걸 깨달았지 뭐야.
그래서 절대 난 다시는 말하지 않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어.
11월의 어느 날, 방과 후 집에 와보니까 아빠가 있었어.
평소같지 않았어.
절대 이렇게 일찍 퇴근하지 않았거든.
아빤 티비 앞 소파에 널부러져 있었고, 부엌쪽으로 가보니 빈 맥주병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어.
뭘 하고 있-
"아니 이게 집에 누구야."
난 뒤돌아서 부엌 문에 서있는 아빠를 봤어.
그 자식의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어.
그러고는 나한테 휘청휘청대며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어.
"누가 오늘 해고당했는지 맞춰볼 사람?"
난 그 자식을 가리켰지.
"똑똑한 자식. 그럼 내 작업 능률을 다 망가뜨린 스트레스의 원인은 누구일까요?"
난 빈정대는 자세를 취하면서 그 자식을 또 한번 가리켰어.
그러자 그 자식은 광기어린 웃음을 내뱉었어.
"여전히 말 안하려고?"
난 고개를 끄덕였지.
"그래 그거 참 좋네. 내가 도와줘야 되겠는걸."
갑자기 그 자식은 내 얼굴에 주먹을 휘갈겼어.
잠시 정신은 멍해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누워있었어.
코가 부러진게 느껴졌어.
난 신음소리를 내뱉었지.
아빠는 서랍들을 열어제끼면서 뭔가를 찾아다니는것 같았어.
"시발, 가위 어딨어?"
코에서 흘러나온 피가 내 입술을 타고 흘렀어.
그 새끼는 뒤를 돌아보곤 나를 쳐다봤어.
"내가 확실히 다시는 말하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그 새낀 내 위로 다가와선 바닥에서 거칠게 날 일으켜 세웠어.
"씨발 빨리 일어나서 가위 찾는거나 도와, 이 들떨어진 새끼야."
난 천장을 가리켰어.
"뭐? 윗 층 니 방에 있다고?"
난 고개를 끄덕였어.
"왜? 좆털이라도 짜르려고?"
그 새낀 불쾌하단듯이 얘기했어.
난 고개를 내젓곤 씨익하고 웃었어.
그 새낀 그게 무슨 의민지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눈이 점점 휘둥그래졌어.
"너 그 정도로 미친새낀 아니지? 그치?"
난 천천히 입을 벌려 작게 남아있는 혀뿌리를 내밀어 보였어.
"애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ㅐ"
내가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