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종류의 작품들은 아무 기반도 없이 점 찍고 입터는게 아닙니다. 그런 방식의 표현에 도달하기까지 작가가 거쳐온 과정과 그 작품에 대한 고찰을 신뢰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증거도 있기때문에, 그냥 보면 날로먹고 입만 턴 것 같아보여도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미학적으로 보면 결국 미와 미술이 무엇인가 고찰한 끝에 나온 작품임. 미술과 미술계는 근본적으로 순환논리적인 관계라 자의적이 될 수밖에 없음. 마르셸 뒤샹이 변기 뜯어다가 예술품으로 출품한 이유도 그것때문임. 회화에 있어서 재현은 사진기 발명 이후로 의미가 없어졌으니, 형이상학적인 진보를 보인 것임. 따라 그리는 것은 쉽겠지만 저런 작품을 생각해내는 건 어려움. 현대미술의 대부인 폴 세잔이 "현대미술"로 등단했을 때는 무명이었음. 유명세에 그냥 그런갑다 한 게 아니라는 것.
대부분의 멍청한 사람들은 애초에 "예술"과 "기술"을 혼동하고 있음. 예술가는 공예가가 아니야. 무슨 존나 연습해서 신기한 서커스 묘기 부리듯한 기술로 그림 그려서 감탄하게 만들어야하는 줄 앎. 아니 그럴 순 있는데 그림 실력은 상향평준화 되어 있어서 그런 걸로 두각 낼 수 있을 리가 없음. 실사의 극치를 보여줘봤자 "응 사진으로 찍으면 됨" 이러면 어쩔래? (물론 화풍에 극사실주의 풍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발상으로 자웅을 겨루는 거지. 예술 감상에 있어서 네가 한 작품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 객관적인 가치는 중요하지 않아. 심지어 네가 예술가의 의도와 전혀 상관 없는 결론을 내려도 너의 주관은 너한테 중요한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