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0VEWb2dcicI?si=QDAFKkPQ8J8GS-UG



[내일 다시 만나자고 했었던 너에게]


바이탈 싸인마냥 규칙적으로 울려대던 알람도 조용해진지 오래야

꽃놀이의 시간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나버려 따가운 햇살이 묵직한 커튼을 헤집고 들어와

오만상을 찌푸리고 발버둥쳐봐도 잿빛 가득한 방의 모습을 기어코 확정지어버리고 말았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대체


이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야 절대로

신경질적으로 끊어버린 전화기는 다시 울리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면 네가 없어져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온 세상이 소리지르는 걸 듣지 못했을텐데

그래야 내가 없애버렸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받아들이지 않았을텐데


끈적이고 어지러이 녹아내리는 잔상에 취한것 같던 날들이 건조하고 날카롭게 지나간 후 남은 건

잿빛 한 줌 뿐이어서

차마 울음도 안 나오고 웃음도 나오지 않아서


그 가득한 잿빛에서 악셀 밟아 도착한 뚝방길 거기 녹아있는 노을을 잔뜩 들이켜고서야 비로소 주저앉아서는



미안해

안녕



범벅이 된 후회를 질질 흘리며 차에 올라타 핸들을-

-내일에 도착하게 틀고서 그대로-



2024.04.26

Emotion by Sirius - [大神ミオ(ookami m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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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디에 있는 내일을 말하는 것일까? 전화기는 결국 메트릭스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나타내는 킥인 동시에 둘의 연결 그리고 더 나아가 동일성을 나타내는 상징인것일까? 재를 잿빛이라 하는건 사과를 사과색이라 하는것 같이 동어반복적인 비문인 것일까? 비문이라고 하는 것이 시에 허용되는 범위는 어느정도일까? 애초에 비문의 존재는 옳은 문장이라는 것의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들의 집합체인것일까?

개소리같은 사족은 집어치우고, 이번에도 미오샤의 오리곡 시리우스를 들으면서 써봄. 미오샤 노래 너무 취향이라서 어쩔 수 없음. 이의는 안 받음. 다음에는 큥큥미코큥큥 이라도 들으면서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