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QWarmbdTPg?si=6fxpK-1hPROOIO3P



[행복할 자격을 증명해주는 것은]

 

또다시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새는 흐느끼던 와중에 서랍 한구석에 쳐박혀있던 낡은 기차표를 인식하고 말았습니다.

세월을 고스란히 떠안아 흐려진 출발지는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지만 그 자욱만으로도 표는 안내라는 본분을 충실히 이행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여름방학은 온통 푸른 뙤약볕으로 가득했었고

할아버지네 대청마루위 빠알간 수박은 기분좋게 서늘했었던 것을

어슴푸레 번진 수채화처럼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그곳엔 사방에 울려퍼지던 풀벌레들의 합주처럼 엉성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구름을 딩동댕동 치면 파란색으로 울려퍼질까 궁금해하며 신나게 노래부르다가

저도 모르게 지쳐버려 까무룩 낮잠에 빠져버리고선 잠꼬대하곤 했습니다.

 

앞에 있는 건 까마득한 절벽이 아니라 야트마한 뒷동산일 뿐이야

명멸하는 네온싸인에도 영원히 반짝이는 은하수가 담겨있어

계속 노래를 부르면 모두 그렇게 보일 수 있는거야

 

저무는 노을로 매듭지은 하루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날이야

깊은 강은 졸졸 흐르는 개울로 만들어 폴짝 뛰어넘을 수 있어

노래하는 걸 잊지만 않으면 아직도 그렇게 할 수 있는거야

 

잠에서 퍼뜩 깬 아이의 손에는 여전히 낡은채인 기차표가 들려있었습니다.

아이의 철없는 눈으로 바라본 그것은 여전히 푸른 뙤약볕이었고 여전히 빠알갛고 서늘했고 여전히 노래 부르고픈 어슴푸레한 잔불이었습니다.

그렇게 깊은 밤 철없고자 한 새의 노래는 방울방울 퍼져나갔습니다.


2024.05.13

Emotion by Sky Sonar – [不知火 フレア(Shiranui Fl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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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아의 스카이소나를 들으면 뭔가 여름방학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서 거기에 이어서 써봤음. 왜 그럴까? 후레아가 자꾸 짱구 성대모사해서 그런가?

뒷부분이 맘에 안들어서 그 부분 싹 날리고 다시 만드느라 좀 걸렸는데, 확실히 처음부터 뼈대를 잘 잡아야 된다는 걸 절감했음. 그러니까 엘후렌드들을 처음부터 오징어로 기강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