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는 놀랍게도 불쾌한 꿈에 조금 더 가까웠다...


군대꿈답게 이등병인 나는 고된 하루 일과를 동기 후부키와 함께했다.

벌레 끓는 한여름 막사 뒤편 제초작업도 후부키와 함께라 버틸만 했다.


사건은 일과 후였다.


나와 후부키는 해가 질때 쯤 막사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쉬는 중이었다.

“훅 훅 행정반에서 전파한다. 막사내 일이병은...“

그것은 은근한 분노가 느껴지는 오카유 상병님의 목소리였다.

사실 이런 식의 호출은 간부들 눈치 때문에 잘 하지 않는다. 누가 들어도 내밑니위를 시전하는 패기가, 꿈속의 오카유 상병님에겐 있었다.


하여튼 고된 일과 후 잠시간의 휴식조차 허락받지 못한 후부키는 잔뜩 화가났다. 여우귀까지 파르르 떨며 천장의 스피커에 대고 FAQ를 날렸다. 고양이 같은 비명소리도 함께였다.


그런 아니꼬운 마음으로 집합했을 때, 나는 뭔가 ㅈ된것 같다는 직감을 했다. 막사 내에 생각보다 CCTV가 많았다.

후부키도 긴장한 표정이었다.


오카유 상병님의 생활관에 도열한 병사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오카유 특유의 나른한 눈빛은 “시간만 되면 뼈와 살을 발라놓겠다” 같아보였고, 하품 소리는 “내 짬에 내가 너희한테 이래야겠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꿈속의 오카유는 소리 지르기만 빼고 다하는 공포스러운 상병님이셨다.


조용히 분노하는 타입이 으레 그렇듯이, 오카유 상병의 갈굼은 길었다.

압이 느껴지는 긴 침묵과 ”내가 이상한거냐? 응?”이라고 되물으며 억지대답을 유도하는 폼이 일품이었다.

혼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딴건 현실에서도 잘 기억 안났던 것 같다.


일장 갈굼이 끝나고, 오카유 상병님은 후부키를 불렀다.

아직 사람들이 남아있는 앞에서 후부키가 어떤 수모를 겪을지 불안해졌다.

역시 가장 불안한 것은 후부키라, 고개와 여우귀와 활동복 밖으로 삐져나온 꼬리가 축 처졌다.


“후부키? 여기서 다 보였는데, 너 아까 천장에 대고 뭐했냐?”


후부키의 눈물방울과 땀방울이 바닥에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꿈이 끝날 때까지, 후부키는 오카유 상병님 앞에서 아닙니다 만 말할 수 있었다.


정말 다시는 이런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