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출중하지만, 무공도 무예도 없는 가련한 여인. 우리의 교주님의 몸에 천마혼이 안착하여 자리잡으니, 시꺼먼 기운이 가득 피어올라 우리의 신께서 새로운 몸으로 눈을 뜨시더라.


외우주. 흉성의 빛깔을 닮은 자색의 눈동자가 번떡 뜨이니, 실내를 가득 채우던 검고 노란 그림자들 사이에서도 같은 빛깔의 눈동자들이 번뜩 뜨인다.


새로운 몸에 적응 하시듯 작은 몸을 일으키시어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딛으시자 땅과 하늘이 뒤바뀌듯 흔들리고 지축이 무너져 내리니. 인세가 담지 못할 걸음이 땅에 내려 앉는 모습이 그야말로 천마군림보라.


천마시여, 당신을 따르는 이가 삼천 하고도 구백오십이니 모두가 당신의 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증스러운 무림 놈들과 전쟁을 선포하시던, 인세를 혼란으로 더럽힌 황제를 벌하시던, 저희는 주어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당신의 명령에 따를것을 맹세합니다.


마교의 영호법이 척 무릎을 꿇고 맹세하니 위대한 천마께선 상냥하게 눈웃음 지으시며.


같은 사람들끼리 싸울 필요가 있나요. 라고 말씀하시더라


그야말로 인세를 벗어난 지혜. 복수가 복수를 부르듯 혼란으로 혼란을 덮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말씀 하시니. 그에 감복하면서도, 일개 인간의 미천한 머리로는 다른 해답을 떠올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을 안고 천마께 되물으니.


허면 세상의 혼란을 어찌 잠재우면 좋겠습니까. 인간이 인간을 죽이고 증오가 증오를 먹는 세상입니다. 무인이란 자들은 양민들의 목숨을 벌레보듯 보며 꿰뚫린 심장보다는 더러워진 칼에 한탄 하고, 황족이란 놈들은 죽어나가는 양민은 나몰라라 한 채, 군사들을 농사 짓는데나 이용하지요. 

저희의 비루한 머리로는 해결할 방안이 보이지 않사오니 부디 천마님의 지혜를 빌려 주시기를 감히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 말하며 호법이 바닥에 머리를 찧자 천마님께서 이를 잡아 주시며 말씀하시길.


음악으로 하면 어때요.


라고 말씀하시자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머리가 멍해져 버리고 만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주악과 노래.


기녀들이 부르고 연주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양민들이, 목수가, 농부가 일을 하며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래를 하면 흥이 오르고 피로가 가신다. 같은 노래를 부르면 결속이 강해진다. 군부에서도 군가를 부르는 이유가 아니던가.


천마께서는 양민들의 결속을 바라는 것이었다.  음악으로!


결국 중원 인구의 대부분은 양민이다. 대부분이라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구할 구푼 이상이 양민인 것이다.


무인들이 암만 칼을 잘 휘두르던 무슨 상관인가. 황제의 권위가 얼마나 드높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결국 이들을 먹여 살리는건 양민들이다.


모든 양민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며 결속되어 하나의 무리가 된다면. 더 이상 무림도, 황실도 이들을 가벼히 여기지 못하리라. 천마님의 비호 아래 모든 백성들이 중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에 천마님께서 한 가곡을 알려 주시니, 뜻은 모르겠으나 음율이 곱고 단 한 번 들은 노래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 이에 천마께 곡의 이름을 여쭈니 천마께서 답하시기를.


하늘의 아버지와 같은 천마의 은혜를 따른다 하여.


비부택수(隨)라 말씀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