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일지 FILE01 – 어느 해변 마을에서 조우(遭遇)

   

어지럽게 사건파일이 널려있는 책상과 의자를 젖혀 위태롭게 누워있는 소녀, 바로 영국최고의 탐정 아멜리아 왓슨이다. 


창문의 블라인드가 미쳐 막지 못한 햇빛이 그녀의 눈 위를 훑자 왓슨은 뒤척이기 시작했고 곧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렸다. 

   

“Wryyyyyy~~~~~!!!”

   

무너진 책장 속에 파일더미에 빠진 왓슨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이놈의 왓슨가의 저주! 지긋지긋해!”

   

짜증내는 그녀의 눈앞에 사건철이 하나 보였다.

   

“아라. 이 사건철이 여기 있었네. 아주 특이한 사건이었지.” 

   

대충 정리를 하고 앉은 그녀가 식은 커피를 마시며 그 사건철을 보기 시작했다.

   

   

年1931 

어두운 잿빛이 물든 우중충한 영국의 탐정사무실 책상 위로 한 편지지가 놓여있었다. 


   < 앞   면 >                          < 뒷  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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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뢰  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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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지 겉봉투에 써있는 제목을 읽고 왓슨은 봉인된 편지지를 페이퍼나이프로 잘라 읽어보기 시작한다.

   

“흐응~ 재미있겠는데.”

   

그 말과 함께 돋보기, 수첩, 이상한 약물, 오래된 회중시계를 챙기기 시작했다.

5분 후 영국 특유의 모자와 외투를 걸치며 런던 킹스크로스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을 간 기차가 도착한 곳은 어느 해변마을이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개와 인기척없는 분위기가 마을을 더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왓슨은 아랑곳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의뢰인이 살고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문 앞에 도착하자 문고리 아래 붉은 눈(Eye)모양이 그려져 있다.

 

똑똑똑 “아멜리아 왓슨입니다.”

   

그렇게 30초 반응이 없자 그녀는 문을 발로차기 시작했다.

   

쾅쾅쾅 “아멜리아 왓슨입니다!!!” 

보통 사람들이면 부재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녀는 탐정다운 능력을 발휘해 벽을 올라 창문을 쳐다보았다.

창문 안의 식탁은 촛불이 켜져있고 음식이 놓여있었으며 식사 직전의 모습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안에 있는 것 다 안다. 얼른 문을 여는게 좋을거다!”하며 문고리를 돌렸는데 잠겨 있어야할 문이 열어져버렸다.

의외로 쉽게 열어버려서 오히려 수상함을 느낀 왓슨은 한 손은 약물주사기에 대며 조심히 집 안에 들어왔다.

   

집안을 살피던 왓슨은 이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건 이상한 일이야. 식사 직전이고 문은 열려있고 의뢰인은 없고… 우연이 계속되면 대개 사건으로 이어지지.”

오른손 엄지손톱을 물며 생각에 잠긴 그녀는 밖으로 나가 탐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안개가 자욱하여 보긴 힘들었지만 뛰어난 관찰력으로 한 마을주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넓은 마을에 이렇게 사람이 없나 의아함을 품은 왓슨이지만 이 마을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어서 기쁜 마음이 앞섰다. 

“헤이~ 뭣 좀 물어볼려…!” 

   

왓슨은 놀라 뒷말을 잊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여 핏기가 없어 소설 속 뱀파이어같았고 눈은 흐리멍텅한게 정신이 나가있는 듯 했다.

   

“괜찮으신가요?”

   

“….” 남자는 마치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듯이 허공만 한참 처다보았다.

   

“Fuck! 시간만 버렸네!” 


뒤돌아 가려는 찰나 그녀의 어깨에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

목을 돌려 뒤를 보니 창백한 얼굴을 한 그가 핏줄이 가득찬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음... 분노? 악의?’ 

그녀는 어깨의 손을 뿌리치며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이에요!”

   

“당신 외지인이군….” 음산한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이 그녀의 소름을 돋게만든다.

   

“그래요. 저는 런던에서 온 탐정 아멜리아 왓슨입니다.”

   

“외지인이면 어서 나가! 꺼져버려!” 죽어가는 몸 어디서 그런 힘이 있는지 목소리가 마을 전역에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왜죠?” 아멜리아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되물어 보았다.

   

“….”

   

남자는 몸을 돌려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로도 마을 곳곳에서 보이는 붉은 눈 모양과 초면에 무례한 욕설을 퍼붓는 마을주민들을 만나며 

그녀는 이 마을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던 중 왓슨은 마을주민 한 명이 하늘을 쳐다보며 느릿느릿한 걸음거리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수상함을 느낀 왓슨은 그 뒤를 밟았고 이윽고 해안가의 수상한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탐정의 직감이 이 동굴은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으나 영국 최고의 탐정이라는 자존심과 이 마을에서의 미스테리함이 그녀를 한 발짝 내딛게 했다. 

동굴 벽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천천히 진행하는 왓슨을 잠시 멈춰서게 한 게 있었으니

넓은 공동을 가득채운 괴물들과 사람들, 일렁이는 촛불로 겨우 보이는 동굴 곳곳에 그려진 붉은 눈, 마치 미사를 드리듯 노랫소리♬ 

그 중에서도 가운데 제단에 있는 무녀에게서 강렬한 존재감이 덮쳐온다!

   

꿀꺽.

   

왓슨은 식은 땀은 주체할 수 없었고 손은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HIC!” 자신의 딸꾹질에 깜짝 놀란 왓슨이지만 다행히 노랫소리에 묻혀 안 들킨 것 같다.

왓슨은 잠시 그 광기의 현장에서 물러나 자신의 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분명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고 나에게 의뢰를 하다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종된 의뢰인 찾기와 이 수상한 의식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기로 했다.

   

공동을 지나 안쪽을 조사하던 왓슨은 무언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였고 따라갔다. 

그곳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어두운 심해의 아가리의 모습을 한 입구는 왓슨의 마음을 돌리려 하였으나 용기를 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지하감옥으로 보이는 장소였다. 

창살 안에는 넋을 놓고 있는 사람들이 갇혀있었다.

그들은 이지가 없는 것처럼 멍하니 있거나 떨어진 나뭇가지처럼 땅에 쓰러져있었다. 

   

“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던거지?” 아멜리아 왓슨의 소리에

   

“거기 누구 있소?”

   

처음 만난 이성있는 말 하지만 그 속에 힘이 없어 곧 꺼질 것만 같은 소리이다.

   

“저는 아멜리아 왓슨입니다.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의뢰를 받은 탐정이죠.”

   

“오오. Thanks GOD. 제가 의뢰인입니다.” 남자는 감동에 찬 얼굴로 왓슨을 보았다.

   

그러나 왓슨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자의 몸 반쪽은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의뢰인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원래부터 이런 곳이 아니었소. 조용한 시골동네로 물고기잡이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마을이지. 하지만 그녀가 미친 이후부터 여기는 악몽이 되었소.”

   

왓슨은 미간을 찡그리며 나지막히 그녀의 이름을 말한다. 

   

니노마에 이나니스.” 

   

“! 역시 명탐정이구려. 어쩌다 그 착한 아이가 그렇게 되었는지….” 의뢰인은 한탄하며 말했다.

 

‘그런…이런 세계선도 존재하는 건가.’ 

   

엄지손톱을 물며 집중하는 그녀를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가 ‘뒤’에 있다고해서 ‘뒷담’을 하시다니 불쾌하네요.” 

   

아멜리아 왓슨은 소름돋을 정도로 썰렁함에 그녀임을 확신했다.


  

광기어린 눈빛

   

죽어가는 신음들 속에서 깔깔거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과연 왓슨이 알던 그 무녀가 맞는지 의문스러워졌다.

   

왓슨은 태연한 척 손을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하이-이나(HI-INA)”

   

   

“으윽”

   

왓슨은 갑작스럽게 날라온 촉수더미에 잡혀 벽에 박힌채 고통스러워한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죠?”

   

입술이 찢어진 듯 피가 나지만 왓슨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명색에 탐정인데 이름도 모를까봐?” 

   

“여유가 넘치시네요. 이래도 그 웃음이 계속 될까요? 엇?”

   

왓슨을 붙잡고 있는 촉수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어느새 촉수에 약물주사기가 박혀있다.

   

“어느새!”

   

“탐정 일을 하다보면 이런 잔재주가 늘지” 

왓슨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촉수를 살짝 비틀어 촉수아귀에서 빠져나온다.

   

“걱정하지말라고 일시적인 근육이완제야. 어이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촉수주먹이 날라왔다. 하지만 아메는 자신에게 가속약물을 투여하여 반응할 수 있었다.

   

콰쾅

   

매섭게 날라오는 촉수와 간발의 차이로 회피하는 왓슨 이어서 왓슨은 왼쪽 허벅지에서 약물주사기를 꺼내 표창처럼 던졌다. 

그렇게 한창 치열한 공방을 하던 중 가속약물의 효과가 떨어져서였을까? 

촉수를 피하지 못한 왓슨은 맞고 10m까지 날라가 벽에 부딪쳤다.

   

부딪친 위치가 좋지않게 부서진 쇠창살이 내장을 관통했다.

   

“허윽.”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는 왓슨

   

반면 이나는 고슴도치가 된 것처럼 주사기를 가득 맞았지만 별다른 아픔은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한바탕 뛰고나니 개운한 듯한 어린아이의 느낌이 들었다.

 

“정말 쥐새끼처럼 잘 도망치시네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을까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왓슨은 고개를 들어 이나의 눈을 보며 말했다.

   

“내가 아는 이나는….허억. 썰렁한 아재개그를 하며 그림을 잘 그리고… 리코더를 좋아하는 녀석이야.”

   

“….”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나의 광기어린 눈이 색이 돌아오며 눈물로 가득찼다.

   

“어째서 눈물이 나지?”

   

왓슨은 죽어가는 얼굴이지만 웃는 얼굴로 

“니가 수십발 맞은 주사기의 성분은 솔직해지는 자백제이다. 드디어 약효가 도는 듯하네”

   

“너..!”

   

“다시 한번 묻겠어. 왜 광기에 물든거야?”

   

이나는 히끅거리며 과거이야기를 했다.

과거 세계대전에서 아빠를 잃어 어린 나이부터 고생하며 세상의 부조리와 추악한 인간의 모습에 실망하던 중 우연히 네크로책을 얻어 고대신의 사제가 되어 이 세상을 멸망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나는 고해성사하듯이 계속 말했고 왓슨은 죽은 듯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어. 이제 어떻게하지. 어떻게 살아야될지 모르겠어. WAH 듣고 있어?, 죽은 거 아니지?”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죄책감 때문에 이나는 절망하며 죽은 듯 고개숙인 왓슨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미안해. 이름이라도 물어볼껄 그랬어. 탐정님.”

   

울다 지쳐 잠들어 버린 이나 그리고 그 앞에 다시 고개를 든 왓슨이 이나의 앞머리를 넘기면서 말한다.

“걱정마. 이나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그러니 한숨 푹 자.” 

 

年1945 

年1939

… 

年1918

年1914

어느 평화로운 해변마을

목조로 된 건물 안에 따스한 햇빛이 요람을 감싸준다. 아이는 햇살이 눈부신지 몸을 반대로 뒤집어 다시 잠에 든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래 걸렸네. 정말 무메이 덕분에 살았어.” 

   

옷은 걸레짝이 되었고 떡진 노란 머리이지만 미소만큼은 눈부시다.

   

“너도 참 징한 녀석이다.” 혼잣말인줄 알았으나 책이 말을 한다.

   

그런 책의 비아냥에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그럼 내 뒤를 부탁해. 아오짱(AO-chan)!”

   

잠시후

어린 아이 머리맡에 한 권의 책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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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되는 후기

안녕하세요. 화성피플난민입니다.
처음 써보는 단편소설이네요. 맨처음에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트위터에서 AME VS EN을 보고 강렬한 영감을 받아 쓰게되었습니다.

진행은 어떻게해야하는가 하다가 누군가 아메 흑막설을 이야기하더군요! 거기에 크툴루를 섞어 호러로 만들어보면 재밌겠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메도 이나도 좋아해요. 다만 AME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서 본의아니게 이렇게 글을 쓰게되어 타코다치들에게 미안합니다.

만약 다음 작품이 있다면 이런 느낌의 AME vs EN 으로 쓰고싶네요.

즐거운 Ground Pound!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