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품합니다! 


사망 요소가 있으니 주의 해주세요.

그림의 출처 : https://alphacoders.com/users/feed/143188

                  https://yande.re/post?tags=lunia_%28artist%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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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이런 곳 까지…….’

   


붉은 바다 위 석양이 지는 망망대해덩그러니 떠 있는 거대한 배에서도 붉게 칠해진 컨테이너들의 사이로노란 코트를 입고 사냥모자를 걸친금발벽안의 미소녀 아멜리아 왓슨은 숨을 죽이며 쭈그려 앉아 있었다

   

노을빛에 물들어 검붉은 권총을 쥐고 있는 그녀의 양 손은 주인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생각하자 왓슨……생각하자 왓슨…….일단 여기서 살아남아야 해…….아직은 그 녀석을 만날 때가 아니야.’

   


컨테이너 뒤로 들려오는 자그마한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발소리의 방향으로 총구를 소리 없이 올려 조준하는 그녀의 행동은 굉장히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오른쪽에서 한 놈...’

   

총을 올린채로오른쪽으로 살며시 움직이는 그녀의 앞으로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운다예전과 다르게 사람을 죽이는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푝푝

   

소음기에 먹힌 총소리는 파도소리에 삼켜 사라진다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남자를 빠르게 바쳐 쓰러지는 소리를 줄임과 동시에왓슨의 체념한 얼굴에서 안도감이 나타나려는 찰나.

   

쿠당탕 탕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기관단총이 갑판 위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그녀의 얼굴에서 혈기가 없어짐과 동시에 배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녀의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떨어진 총을 주워들고쓰러진 남자에게서 탄창 두 개를 빌려 코트 양 주머니에 넣은 다음 필사의 힘으로 난간 쪽으로 달린다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는 역시 바다에 빠져서 희망이라도 가지려는 속셈이다

   

걔라도 불러야 하나..’

   

컨테이너 사이를 빠져나오자마자 그녀의 귓가로 파공성이 들이닥친다온갖 총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그녀는 앞쪽에서 불쑥 튀어나온 괴한에게 연사로 총알을 갈긴다왓슨의 손에서 출발한 총알의 선이 괴한을 아래에서 위로 훑고 지나가자괴한은 뒤로 무력하게 쓰러진다.

   

도대체 왜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걸까도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총이 떨어질 것을 예측 못한 것아까 놈들에게 들켰을 때아님 자그마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무작정 배에 올라 탓을 때그것도 아니라면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괴상한 소문의 출처를 찾기 시작했을 때아니……탐정 일을 지금까지 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겠지…….’

   

이제는 의미 없는 고민을 하며그녀는 달리고 달렸다

   

.......

   

갑자기 그녀를 쫓아오던 총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끝인가그녀를 만날 때가 된 걸까.’


그녀의 몸을 휘감은 긴장이 모두 풀려버린다고민도목표도그리움도단서도희망마저도 이제는 다 의미가 없는 것이 되었다그렇게 그녀는 눈을 감았다.

.

.

.

.

.

.

.

낯선 천장이다미묘하게 몸이 가볍다푹신한 침대와 이불의 감촉이 나를 편안하게 안아준다칼리의 집일까오랜만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내며 쓸쓸히 웃는다

   

결국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그녀를 여기서 만나게 되는 건가.”

   

누구를~?”

   

?”

   

칼리가 아니었다

   

누군데 그래흐흥.. 말해봐선장은 궁금하다고?

   

내 눈 앞에는 소녀가 서 있었다장미색의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그 위에는 커다란 해적모를 쓰고 있는 그녀는 마치 해적을 따라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분위기를 냈다하지만 그녀의 붉고 샛노란 오드아이와 작은 체구의 큰 가슴은 묘한 색기를 뿜어내는 듯 했다머리와 같은 색의 살짝 큰 해적 코트를 입고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확실하게 매력적인 여자였다.

   


누구세요?”

   

너가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면 알려주지 후훙~”

   

제가 말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에요.”

   

헤에물건을 여자로 보는 취향위험한 사람이다 꺄악변태~”

   

생각을 고치겠다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진짜 사람이 아니지만 여자고저나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여자에요.

   

…….미안해

   

그녀의 눈가에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마치 자신도 이해한다는 듯이.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그래서 누구죠?”

   

이 몸은 너가 누워있는 선장 전용 침대의 주인이자너가 타고 있는 배의 주인이며대 해적호쇼 해적단 선장인 호쇼 마린이라구~~~”

   

굉장하게 옛날틱한 포즈를 과장되게 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는 호쇼 마린해적인 듯 했다.

   

아 마린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이사람초면인데 바로 이름으로꺄악~”

   

실수했다당연히 성이 마린인 줄 알았다또 머리가 아파져 온다자동적으로 얼굴이 찡그려진다.

   

미안미안마린으로 불러도 되지만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선장이나 마린 선장이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그렇게 하도록 하죠마린 씨그나저나저는 어째서 여기에?”

   

우리가 목표로 하는 물건이 어느 배에 있다고 해서그 배를 털고 있었는데예쁜 아가씨가 코를 골면서 자고 있길래 냉큼 주워왔지?”

   

왜 거기 놓고 가지 않고요..?”

   

맛있어보여서당연한 거 아니야해적은 보물과 아가씨만을 노린다구~?” 

   

잠시 풀렸던 얼굴이 구겨진다.

   

.제대로 말해요.”

   

미안,, 무서운 표정 짖지 말구웅~... 총을 쥐고피 묻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당연히 총질하다 기절했다 싶었지그렇다고 거기 두면 너 분명 죽을거고그래서 데려왔지다행히 새로운 상처는 없었어.”

   

감사합니.....상처 없는 건 어떻게 알았죠?”

   

당연히 벗겨봤는데안 보이는 상처가 있을 수 있잖아?”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내 옷이 방 한구석 옷걸이에 걸려있다는 것을내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

   

....무서운 표정 짓지 말고.......선장만 봤으니까?”

   

“........”

   

가슴 크던데?”

   

“...............”

   

그때문 밖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장님 저희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어 잠시만 기다려봐나갈게키미탓쥐들은 가져온 거에 문제없는지 확인해 보고 있어~”

   

미안갑자기 일이 생겼네여기서 잠시 기다리면서 화 풀어... 그런 눈도 그만 하고... 저기 옷 걸려 있고저기 냉장고에 먹을 거 있으니까 먹고 있어그럼 다녀올겡~”

   

그렇게 그녀는 뒤로 돌아 문 밖으로 나갔다문 너머에서 그녀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렸지만그래도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몸이 풀린다그녀가 돌아오면 고맙다고 제대로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빠르게 옷걸이까지 걸어가 옷을 입고 주변을 둘러본다방은 선장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넓고아늑했다부분 부분이 금과 보석으로 장식돼 있었는데침대는 푹신했지만 장식이 부족해서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마린이 앉아 일하는 곳으로 보이는 책상과 의자는 매우 고풍지고기능에 충실해 보였다의자 뒤 벽에는 항로가 빽빽하게 그려진 세계지도가 걸려 있었다책상 위에는 민트색 머리를 한 여성과 마린이 같이 찍은 사진을 넣은 액자와 커다란 태블릿이 올려져 있었는데그곳에도 세계지도와 우리가 있는 곳이 귀여운 나비 모양으로 표시되고 있었다현재 우리의 위치는...

북극항로?!”

   

우리 북극항로를 통해서 대서양으로 나갈 거야

   

뒤에는 어느새 재미있다는 표정을 한 마린이 서 있었다.

   

왜 대서양으로 가는 거죠?”

   

말해줄까아말까~”

   

“....말 해주세요....”

   

으으음... 그러면말을 놓으면 말해줄게!”

   

그녀는 이상한 제안을 해 왔다하지만 내게 불이익이 아니었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 마린우리 왜 대서양으로 가고 있는 거야?”

   

왜냐면 말이지~, 네가 타고 있었던 배를 털었더니제발 살려만 달라면서 자기네들의 보물이 있는 보물 지도를 내놓지 뭐야해적이라면 마땅히 보물을 차지해야 하지 않겠어?”

   

무슨 보물?”

   

무려생명의 사원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곳이라고엄청나지 않아?”

   

죽은 사람을 살려 낸 다라.. 왠지실패했다고 생각한 임무가 실패하기는커녕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왜 굳이 북극항로로?”

   

지도를 빼앗긴 애들이 가만히 있겠어지도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면 쟤네가 방해하려고 온갖 일을 하지 않을까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가려는 거지.”

   

왜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아까 배의 사람들을 살려 준거야?”

   

다 죽였는데?”

   

살며시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정상적이지 않았다마린도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분명했다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 둘만의 비밀인거다선원들도 안 죽인 걸로 알고 있걸랑게다가 이거 말고도 선원들에게 숨기고 있는 게 어지간히 있어야 말이지.”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뱃사람의 친절갑작스런 충동생각 없는 일탈아가씨 원하는 대로 생각해도 괜찮아.”

   

비밀로 하기 싫다면?”

   

여기서 당장 내려줘야겠지너를 믿을 수 없다면 말이야.”

   

비밀로 할게당분간은.”

   

그래준다니 고맙네!”

   

몸에 돋은 소름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럼 지금은 내 방에서 나가줘 아가씨조금 기분이 상해서 말이야선원 식당에서 밥 좀 챙겨 먹고밖에는 나가지마얼어죽을거야.”

   

마치배에서 내려지는 것은 죽음이라고 말하듯이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그녀는 아직은 나에게 호의적인 듯 했다나는 밖으로 나와 표지판과 표식을 쫓아 선원식당으로 향했다그렇게 들어간 선원식당은 어째서인지 굉장하게 소란스러웠다의문을 품으며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거 좆된거 아냐?”

지난번 정비 담당자가 누구였지그놈을 찾아서 영문을 물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니 갑자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다고선장도 지난 항해 동안 내내 추운 건 싫다고 비키니 입고 남쪽 바다에서 놀았는데...”

... 선장님께 말해 봐야하나?”

일단 그래야겠지....”

   

무슨 일이신가요?”

   

깨어나셨네요근데.. 외부인한테는 말해도 의미가 없는 문제라...”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드리죠무슨 일이신지 말해 보세요선장님께는 제가 전해 드리죠.”

   

알겠습니다,, 저희 배의 난방 기능이 망가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저희는 얼어 죽을 겁니다.”

   

?! 도대체 어째서요?!”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온수도 먹통이고열 교환은 안 되다시피 해서모두 기관실에 모여지내지 않는 이상 저희의 전망은 어둡습니다..”

   

갑작스레 큰 문제가 닥쳐왔다도대체 왜 이런 불운이 지속되는 것일까역시 왓슨 가문은 저주받은 것이 분명했다

   

일단 제가 선장님께 가 볼게요제가 최대한 도움을 드리죠.”

   

그리고 나는 다시 마린에게로 향했다솔직히 다시 만나고는 싶지 않았지만문제가 상정했던 규모보다 너무 컸다다시 선장실로 달려 올라간 나는 선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또 무슨 일이야?”

   

나비 장식이 되어있는 아름다운 문을 슬며시 열고 나온 마린은 수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너가 여기 있어선장실의 침대가 그리웠던 거야아니면선원들이 무서워서그것도 아니면,,, 혹시 선장을꺄앗~!”

   

추측을 고친다마린은 지극히 해맑은 상태인 게 분명하다눈이 붉은 건 그저 흥분해서가 아닐까?

   

그런 건 아니고큰일이 생겼어.”

   

무슨꽤나 진지해 보이는데흐음...”

   

네 배의 난방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선원들이 말해주더라이대로 가면 대서양으로 나가기도 전에 우리는 얼어 죽을 거야.”

   

이런 맙소사어째서?! 신님왜 마린한테 이러시는 거죠!”

   

과장된 목소리로 신을 탓하는 그녀하지만 장난스러워 보이는 모습의 뒷면에는 불안한 감정이 숨겨져 있는 듯 했다.

   

근데나한테 좋은 방법이 하나 있어도와줄까?”

   

뭔데?! 도와줘호쇼 해적단이 이런 곳에서 무너질 순 없어!”

   

조건이 있어나를 생명의 사원까지 데려다 줘.”

   

하하하하하하어차피 데려다 줄 생각이었어괜찮은 조건이네좋아제발 도와줘방법은 확실한 거지?”

   

그녀의 목소리는 종종 갑자기 커졌다그녀의 호탕한 웃음에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진다.

   

당연하지네가 대 해적이라면 나는 대 탐정이라고그러니까 잠시만 귀 막고 창문 좀 열어줄래?”

   

   

마린이 창문을 열자 냉동참치도 얼려버릴 듯 한 바람이 선실에 닥쳐 들어왔다한순간에 주변이 차가워진다아는 그 열린 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외쳤다.

   

어이!!!! 불사조!!!!!!! 칼리 여기 있어!!!! 근데!!!! 너는 보고 싶지 않다고 하네!!!!!!!!!!”

   

어멋!, 목소리 엄청 크구나 너근데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야아~?”

   

그 순간배가 기울었다.

   

뭐야뭐야뭐야뭐야?!”

   

안심해우리를 데워 줄 사람이야.”

   

우리 앞의 문이 밖에서 열렸다마린은 차가운 바람이 들어올 거라 생각하고 코트를 당겼지만문 밖에서는 남국에서의 햇빛 보다 뜨거운 열기가 흘러들어왔다

   

그 녀석은 어디 있어!!! 아메!!! 칼리가 여기 왔다고?!!! 그 녀석 나한테는 몇 년 동안 연락도 안하고 얼굴도 안 비추더니!!!!”

   

그렇게 화를 내면서 들어오는 그녀는 밝게 빛났다따듯함과 함께 아름다운 불꽃색의 머리를 가진 그녀는 과거의 동료이자최고의 친구 중 한명타카나시 키아라였다.
 

안녕 키아라.”

   

안녕 아메근데 그 녀석은 어디에 있어!!?”

   

미안 키아라 아쉽게도 칼리는 여기 없어.”

아메~!! 거짓말 이였던 거야?!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미안해.. 이렇게 하면 너가 빨리 와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도 그렇지!! 그 녀석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다고?! 얼마나 내가 기대를.... 에휴.. 말을 말아야지... 그래서 왜 날 부른 거야 아메?”

   

말을 하지 않겠다고 그녀는 선언하지만그녀의 분혼빛 눈동자에는 여전히 분홍머리의 그녀가 비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보다시피여기가 북극해잖아?”

   

그렇지?”

   

그런데 난방 장치가 고장 났어우리는 방금까지 얼어 죽을 예정 이였다는 거지 케헤헤헤..”

   

그래서 불사조를 난방장치로 쓰겠다고?!”

   

안될까...?”

   

으음.......”

   

너가 안 해준다면얼어 죽을 수밖에 없지..”

   

알겠어... 해줘야지... 너 그거 알아 아메?”

   

?”

   

너 확실히 변했어그때 이후로그것도 아무도 모르지만확실하고 완벽하게.”

   

그녀의 말은 하나의 불꽃이었다인류에게 문명을 가져다 준 따스한 불꽃이 아닌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뜨거운 재앙으로서의 불씨내 속은 분명히 타고 있을 텐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이미 재가 되어버려 연기만 나고 있는 것일지도

   

나는 나야 키아라변하지 않았어언제나의 왓슨이라고?”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없다그저 짐작할 뿐하지만 남들의 상태는 알 수 있다키아라가 나의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며나는 마린의 상태를 알고 있다나는 직감적으로내 상태는 마린과 같다는 걸 느낀다하지만 그건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내 상태를 알 수 없기에

   

나는 왓슨언제나의 아멜리아 왓슨이다

   

아마도.

   

아메....”

   

괜찮아 키아라그리고 고마워.”

   

나중에 칼리 올 때 부를게그때 다 같이 모여서 치킨이나 먹자.”

   

그래그거 괜찮겠네.”

   

아가씨 이름은 아메아메인거야그러고 보니까 아가씨 이름도 안 물어봤네?”

   

놀라서 멈춰있던 마린이 정신을 차리고 말을 꺼낸다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미안소개를 까먹었네내 이름은 아멜리아 왓슨이야그리고 얘는 타카나시 키아라불사조면서 치킨집 사장.”

   

둘다 이쁜 이름이네마린의 배에 탄 것을 환영해호쇼 해적단 선장인 호쇼 마린이라구~~~! 마린의 배에 있는 동안은 편하게 지내!”

   

고마워 마린이제 슬슬 밤인데혹시 키아라하고 내가 잘만한 방이 있을까?”

   

수면구획 맨 위의 갑판은 지금 주인이 없어거기서 자면 될 거야.“

   

고마워 마린키아라도 최대한 우리를 도와줄 거야 그렇지?”

   

.. 당연하지나는 최고의 불사조라고!”

   

그렇게 통성명을 마친 끝에 마린은 다시 선장실로우리는 우리가 신세 질 방을 찾아갔다왜인지 수면구획 맨 윗 갑판으로 가는 길은 잘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부득이하게 선원들에게 안내를 요청해야 했다.

   

수면구획 맨 위 갑판말이심까거긴 조금...어렵슴다.”

   

그런데 왜인지 선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의문혹은 회피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그러다 마침내 그렇지 않은 유일한 선원갑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수면구획 맨 위 갑판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그 쪽에 부선장님 방이 있었거든요.”

   

부선장님이 계셨나요한번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몇 달 전에 떠나셨어요부선장님 하고 선장님은 연인그런 관계였는데그 날 이후에 선장님은 어딘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이런... 왜 선원들이 피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제가 너무 생각이 없었네요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아마 선장님이 바람을 하도 피워서 떠나간 거겠죠그 덕에 선장님의 역린이 되어 버렸고선원들은 언급을 꺼리고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요선장님은 배고 부선장님은 항구라고 그렇게 말하셨는데이 배가 들어갔다 나온 항구가 몇 곳이나 있는지는 알고 말하신 걸까요....?”

   

“...좋은 얘기는 아니네요그래서 어디로 가야 저희 방으로 갈 수 있을까요?”

   

저 뒤의 철제 나비가 붙어있는 계단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배에는 나비가 꽤 많네요?”

   

모르셨군요이 배의 함명이 파피용-, 나비에요그래서 나비 장식이 이렇게 많죠생각해보니 루시아,, 아니..부선장님이 나비를 좋아하셨어요그래서 부선장님이 떠나기 전에 여기 저기 나비를 장식하셨죠생각해보니 함명이 바뀐 것도 부선장님이 떠나고 난 뒤군요.. 저희 선장님이 죄송합니다.”

   

갑판장이 실수로 말해 알게된 부선장의 이름은 루시아 인 듯 했다.

   

그런 거에 죄송해할 필요가 뭐가 있나요여러 가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럼 가볼게요.”

   

네네그래도 아가씨 덕분에 저희가 얼어 죽지 않게 되었으니저희가 더 감사하죠

   

저는 아멜리아 왓슨이에요왓슨 이라고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왓슨 아가씨.” 

 

그런데 왜 다들 저를 아가씨라 부르는 거죠?”

   

선장님이 그렇게 부르라고...저희 선장님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이번 건 죄송할 만하네요.”

   

뭐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뭔가요생명의 은인인 왓슨 아가씨에게는 뭐든 답해드리도록 하죠.”

   

절 데려온 배의 선원들은 어떻게 됐나요?”

   

그 선원들이요그냥 놔줬는데요?”

   

?”

   

저희 호쇼 해적단은 선장님의 원칙에 따라 방어할 때 외에는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아요그것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죠마린 선장님이 부선장님하고 처음 해적단을 꾸릴 때부터 언제나 지켜왔던 원칙이랍니다마린 선장님은 그걸 결코 어기는 법이 없었어요자기가 잘못해서 바다에 빠진 머저리도 직접 구하셨다니까요그 원칙 때문에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이 아직까지 해적노릇을 하고 있습니다하하그리고 저희가 마린 선장님을 존경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뭔가 이상하다내 앞의 갑판장은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고 있다절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그런데 마린은 자기가 직접 다 죽였다라고 말했다나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근데 제가 그 선원들이 죽어있는 걸 잠든 상태에서 얼핏 본 것 같아서요

 

에이 잘못 보신 걸거에요선장님이 아가씨를 업어서 우리 배로 돌아오시고제가 마지막으로 승선했는데그때까지도 저희를 아주 사나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니까요?”

   

잘못 본 것 같네요감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로 향하는 길과 함께 이상한 의문점을 알게 된 나와 키아라는 방을 향해 아무도 없는 복도를 둘이서 걸어 나갔다.

   

이렇게 둘이서 걷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그렇지 않아 아메?”

   

다들 바빴으니까그 때 이후로 처음 같이 걷는 것 같은데?”

   

확실히 그런 것 같네저 선장이란 사람 이야기 들어보니까똑같지는 않지만 너랑 꽤 비슷하지 않아사람 안 죽이는 거라든지.”

   

도대체 어디가?!”

   

놀라는 척어디가 비슷한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어휴.. 말해 뭐하겠니...그래도 그리운 건 같잖아?”

   

그렇지..”

   

변했다변했다하지만그 때 직후하고지금하고는 또 변한 게 없지 우리 아메는?”

   

..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렇게 복도를 걸어 나가자 문 앞에 문 2개가 양 옆으로 위치 해 있었다한쪽은 큰 글씨로 출입 금지” 라고 쓰여 있는 걸 보아 부선장의 방인 게 틀림없어 보였다우리는 살며시 반대편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오!! 여기 내 집보다 좋은 것 같은데?!”

   

우리가 들어간 방은 꽤 넓었다분명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을 위한 자리이리라넓은 방에는 욕실이 연결되어 있고방 한 가운데 침대가 놓여 있었다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침대가 중심선보다 옆으로 편향되어 있었다.

   

도대체 너는 어디에서 사는 거냐 키아라.. 산꼭대기 둥지 이런 곳은 아니지?”

   

불사조를 뭐로 보는 거야?! 활화산 위의 오두막이라고!” 

   

그거나 저거나

   

으으... 근데 여기도 나비가 많네확실히 부선장이라는 사람은 나비를 엄청 좋아했나봐.”

   

우리가 들어간 방에는 나비가 꽤 많았다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장식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곳에 나비가 박혀 있고나비 한 마리는 혼자 색이 달랐다도대체 어째서 이런 장식을 한 것일까 고민을 하려던 찰나배가 급격하게 흔들렸다그리고 우렁차게 함 내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는 흔들림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아아 들립니까선장이 알려드립니다.~ 지난번에 털었던 배의 친구들 이 때로 몰려와서 우리 배를 아야 하게 아고 있어선장은 키미탓취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 하기를 원한다고다들 1종 전투배치그리고 손님들은 선장실로 와 줬으면 해!-;-~~

   

우리는 침대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선장실로 달리기 시작했다많은 선원들이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마린은 선장실 가운데 의자에 앉아 헉헉대고 있는 키아라와 나에게 음료수를 건냈다.

   

방은 좀 괜찮아 아메벌써 방을 흐트려 놓은 건 아니겠지~?”

   

그것보다 지금 습격이 더 중요한 거 아니야?”

   

선장은 그 방이 잘 정돈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해.”

   

그녀는 여전히 엉뚱한 면이 있었다아니면 오히려 습격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전신이 쏠려 있는 것이 아닐까그래서 실없는 소리가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닐까.

   

방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밖으로 달려 나왔어.. 습격은 뭐 어떻게 된 거야?”

   

그거 참 슬프넹... 습격별거 아니야지난번 걔들이 빠른 배들로 급하게 따라 왔더라고춥지도 않은 걸까우리 선원들이 잘 해주고 있을 걸그래도 이제는 나가봐야 하낭?”

   

나도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키아라 너는?”

   

나는 불가공격도 하기 전에 배가 홀라당 녹아버릴걸?”

   

배는이 배는 절대로 안 돼이 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낼 거야절대로 마린의 배에 피해를 입히지 마!” 

   

마린은 어딘가 배에 집착하는 듯 보였다선장이라는 직책을 감안해도그녀가 배에 가진 집착은 어디인가 강력한 부분이 있었다

   

그럼 뭐한번 나가 보실까?”

   

그녀가 호탕하게 말하며 책상의 장식을 누르자장식이 푹 하고 들리며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밖으로 나간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이런 광경을 살아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만큼 굉장히 혼란스러웠다큰 원양어선만한 마린의 배 위에는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함포와개틀링이 튀어나와 있었고그 주위로는 습격자의 배들이 주위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그중 몇 척은 들이박기라도 하겠다는 듯 마린의 배로 돌진하고 있었다게다가 포성이 오가고 총알이 들이닥치는 바다에서도 빙산들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자그마한 보트들과 거대한 배 한척과 흘러 다니는 빙산들은 마치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하지만 여기서의 불빛은 꺼져가는 타이타닉의 것이 아니라 함포와 개틀링, RPG의 불빛이었다

   

아까보다 수가 더 늘었잖아?! 키미탓취좀더 분발하라고!”

   

배의 가장 높은 곳에서 소리치는 그녀의 말은 분명 전해지지 않았겠지만우연찮게도무기들의 교향곡은 더 빨라지고커지고 있었다호쇼 해적단의 화력이 증강된 것도 있었지만습격자들이 갑자기 화력을 쏟아 붇기 시작했다마치 전쟁의 희열에 중독된 것처럼마린이 크게 소리 친지 몇 초가 지났을까밖으로 나온 우리들을 본 습격자들이 우리에게 총구를 돌리기 시작했다

   

피슝...,타타탕

   

우리 뒤 허공을 날아가던 총알들이 이제는 우리 옆의 난간과 선체와 부딪치며 귀를 찌르는 파열음과 함께공포심을 우리에게 불어넣었다총알의 선이 이대로 우리 쪽을 향한다면 난간에 기댄 채로 점점 격해지는 해전을 바라보는 마린을 찢어발길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리고 나는 몸을 날렸다그때 그녀가 한 것처럼가치 없는 나 자신보다는 마린의 목숨이 더 가치 있어 보였기 때문에혹은그녀가 불쌍해 보였기 때문에.

   

마린 피해!”

   

?!”

   

쿠당탕티팅

   

마린과 함께 넘어진 내 위로 몇 발의 총알이 넘어간다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마린은 아픔마저도 느끼지 못하고 식어갈 터였다.

   

뭔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 거야그대로 뒀어야지도대체 왜 나를 밀친 거야?! 너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죽지 않게 구해준 사람한테 그게 무슨 지랄이야?! 넌 시발 뒤지고 싶었던 거냐고?!”

   

홧김의 그녀의 멱살을 잡아 거칠게 끌어당긴다

   

아메!? 괜찮아?!”

   

너는 시발 죽을 생각 이였냐너를 위해서 싸우는 저 선원들을 모두 버려버리고지랄도 작작해그러고도 너가 선장이냐?! 이 배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고선장의 기본 자질도 없는 애미 없는 년아!”

   

키아라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지만내 화는 가라않지 않았다아니가라앉힐 수 없었다도대체 어째서일까내 자신보다 마린이 가치 있을거라 여긴 생각이 부정당해서불쌍하게 여긴 여자가 불쌍해 해줄 가치도 없었던 것 같아서아니면마린이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숨기고 한결같이 밝은 척만 해왔기 때문에그녀의 멱살을 더욱 세게 쥐고 있는 내 손의 뒤로 어둠 속 마린의 얼굴에는 한줄기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게..아니...미안...미안해.....미안...미안.....”

   

쿠쿵!

   

그 때였다거대한 물기둥이 선수 저 앞에서 솟아오른다거대한 폭발소리에 마린의 멱살을 잡은 손이 풀린 탓에 마린이 엉덩방아를 찌으며 바닥에 넘어진다화가 사라진다화를 내는 것 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직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키아라앞에 무슨 일이 있는지 봐줄 수 있어?!”

   

그녀는 전설 속에나 나오는 불사조평범한 사람보다 시력이 월등히 좋았다

   

알겠어 아메!.....이런 미친?!”

   

무슨 일인데 그래 키아라?!”

   

빙산이야거대한 빙산이 우리 쪽으로!”

   

여기는 북극항로어디에나 빙산이 떠 있을 수 있는 곳겨울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 항해조차도 시도할 수 없는 얼음의 바다키아라가 제공하는 열기에 한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는다습격자들이 화력을 갑자기 쏟아 붓고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리를 노린 이유는 그저 우리의 눈을 돌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그리고 우리 시야의 빈틈에서 폭탄으로 빙산의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마린마린빨리 배를 돌려야해빨리 함교로 내려가서 조타를 잡아!!”

   

....흐윽...미안해...미안...미안해..........”

   

마린은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그리고 애초에 이 배는 적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었다당장 마린이 배를 움직인다 해도 우리가 저 얼음덩이를 피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젠장...”

   

배가 급격하게 기운다함교에 있던 선원들도 늦게나마 얼음덩이를 피하려는 최후의 발악을 벌인다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우리의 눈앞에는 얼음덩이만이 존재했다그리고 바다 밑에는 저것보다 훨씬 거대한 얼음덩이가 있을 터였다

푸흣...”

   

분위기의 맞지 않는 웃음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내 눈에는 살며시 웃는 키아라가 보였다.

   

왜 웃는 거야 키아라?”

   

아메우리한테는 부탁할 수 있는 친구가 있잖아걱정하지 마.”

   

그리곤 그녀는 나를 바라보던 고개를 돌리고 저 너머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나~!!!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가 어디인 줄 알아?! 썰렁!”

   

그리고 그 직후우리의 앞에 거대한 촉수 하나가 등에 달린 보랏빛의 귀여운 문어가 갑자기 나타났다우리의 귀여운 문어이자가장 그림을 잘 그리는 그 문어니노마에 이나니스남색 눈동자에 보라색 머.....촉수그리고 귀여운 문어귀에 만지면 기분 좋을 노란촉수를 가진 그녀는 어느새 우리 앞에서 살며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안녕 얘들아근데 키아라네 개그 너무 재미없어서 열바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말을 잘 가지고 노는 사람이다

   

“.......확실히 이나구나..”

...”

   

키아라와 나의 완벽히 같은 반응을 뒤로 하고 그녀는 우리를 쳐다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오랜만이네근데왜 부른 거야?”

   

그녀의 말에 잠시 꺼졌던 뇌 속의 위험회로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나지금 이 배 앞에 거대한 빙산이 다가오고 있어이 대로면 이 배는 침몰할거야한번만 도와줄 수 있어?”

   

이나를 한번이나“ 쓰겠다고그 대가는 클 거야.”

   

“.......”

   

아메그렇게 눈을 계속 뜨고 있어도 나는 깜빡넘어가 주지 않을 거라고?” 

   

“...........”

   

알겠어 알겠어 도와줄게.....”

   

입을 막고 웃고 있는 그녀의 뒤에서 촉수가 커다랗고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책을 꺼내왔다.

   

그녀의 주문과 함께거대한 방산이 잘게 부서진다아름다운 은하처럼 빛나는 밤바다를 배경으로 이나는 빙글 몸을 돌린다마치아름다운 발레리나처럼

   

날 발레리이나라고 불러줘.”

   

“.........”

   

그리고 빙산을 부수는 김에 주변 적들을 모두 날려버렸고우는 아이를 재웠어그 덕에 오늘은 더 이상 공간이동은 못하겠네... 오늘은 너희랑 잘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고마워 이나.‘

   

이나~!! 오랜만이야!!!!!!”

   

그렇게 모든 위험이 지나간 후우리는 잠든 마린을 선장실의 침대에 눕혀 주고우리 방으로 향했다서로 이야기를 하다 모두가 씻지 않은지 오래된 것을 알아챈 우리는 같이 욕실로 향했다욕실에는 배에 이런 시설이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로 큰 욕탕이 떡하니 존재했다.

   

욕실에도 나비가 붙어있네?” 

   

옷을 벗으며 키아라가 주변을 둘러본다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욕실에도 여러 마리의 나비가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아메처럼 이나도 오랜만이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 ”이나피스를 찾아서 쉬고 있었지.”

   

이나도 마찬가지로 옷을 벗으며 대답한다.

   

이나~~~!”

   

그러는 너는 키아라?”

   

나는 그냥 쉬고 있었어아직까지도 좀 진정이 안 되서근데 너 몸이 왜 그런 거야?!”

   

키아라의 말에 이나의 몸을 보자그녀의 몸은 굉장히 얼룩덜룩했다게다가 그녀의 등에 달려 있었던 여러 개의 촉수도 짧은 하나 외에는 모두 잘려나가 없었다.

   

그게... 타코가 타투한 것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니노마에 이나니스도대체 지난 몇 년 동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때 잃은걸 다시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분명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더 많은걸 잃을 뿐 이였어그저 그런 이야기니까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아도 돼.

   

그녀의 말을 들은 키아라가 말을 멈추고 그녀를 짠한 표정으로 처다 본다하지만 내가 옷을 벗음과 동시의 그녀의 눈은 놀람과 분노가 섞인 빛으로 변해 내 몸을 쳐다본다마찬가지로 이나도 놀란 눈으로 내 몸을 훑기 시작한다.

   

넌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왓슨?!”

   

그냥일 때문이야.”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그렇게 되는 건데?! 제대로 한번 말해봐 왓슨!”

   

그냥.. 일 때문이라고.”

   

내 몸은 흉터로 가득했다그 날 이후로 나는 나에 대한 소중함을 오히려 잃고 말았다그녀가 내 몸을 지켜줬음에도 불구하고나는 내 몸이 너무나도 소중하지 않게 느껴졌다

   

모두가 입을 닫고급속도로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추운데 빨리 목욕이나 하자그렇지 이나아메?”

   

썰렁에서 열바다로 떠나자고!”

   

그래..그래..”

   

그리고 옷을 완전히 벗은 세 여자는 욕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연다그리고 욕조는 차가운 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히윽

   

꺄악!”

   

물이 좀 미지근하네에.. 왜 다들 놀라?”

   

3명의 몸의 차가운 냉수가 들이닥치자불사조를 제외한 2명은 황급히 욕조에서 뛰어나간다.. 키아라의 따뜻함에 온수는 고장 났다는 사실을 망각한 나의 실수였다.

   

진짜 썰렁해야....”

   

그리고 뛰어나간 나는 얼떨결에 나비장식을 잡은 채로 넘어져 한번에 뜯어버리고 말았다

   

어쩌지

   

왜 아메무슨 일....그거 어떡해!!! 다시 붙여놔!!!”

   

이런....”

   

왓슨그거 가지고 와봐.”

   

이나가 의문을 표한다나는 이나에게 떨어진 나비 장식을 건네줬다이나는 유심히 장식을 둘러본다.

   

여기 뭔가 쓰여 있어.”

   

나는 다시 나비를 돌려받는다이나의 말대로 화려한 장식으로만 보였던 나비의 뒷면에는 글자와 작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 9?”

무슨 뜻일까

   

글세... 칼리 너는 물 좀 데우고 있어봐나랑 이나는 방의 나비를 떼어 올게.”

   

   

그렇게 나와 이나는 욕실에서 나와 방에 있던 모든 나비 장식을 떼어 욕실로 돌아왔다그새 욕실은 따뜻한 물이 들어찬 욕탕이 김으로 가려진목욕을 위한 낙원이 되었고그 사이로 우리들이 서 있었다.

   

이 장면을 그리려면 을 많이 그려야겠는걸.”

   

이나가 외치는 옆에서나는 나비를 작은 숫자의 순서대로 배열했다

   

마지막 러브레터 A선반 2단 3번째 책 31페이지?”

   

그게 뭔데 아메?”

   

나도 몰라나비들에 쓰여 있어.”

   

그리고 색이 다른 나비 하나에는 자그마한 열쇠가 들어 있었다.

   

왓슨 그래도 오랜만의 같이하는 목욕인데목욕에 집중하자?”

   

으음그럴까..”

   

그렇게 우리는 뜨거운 물속에 의식과 피로를 녹여갔다.

.

.

.

.

분명 목욕을 하던 와중이었는데눈을 뜨니 침대였다게다가 알몸어째서 연속 두 번이나 알몸으로 일어나게 되는 걸까의문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자 내 오른쪽에는 문어가 잠들어 있었다괴기하게도 촉수가 조금씩 꾸물거리고 있었는데잠꼬대라도 하는 모양이었다게다가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알몸이었다도대체 왜 이런 상태인걸까침대가 축축하진 않은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왼쪽을 보니 불사조가 침을 흘리며 잠들어 있었다자기만 옷을 입은걸 보니이나와 나는 목욕을 하다 잠들어 버렸고키아라가 우리 둘을 옮겨 준게 틀림없었다.

   

고마워 키아라..”

   

작게 속삭이고 침대에서 살며시 몸을 일으킨다키아라가 내 목소리를 뜯고 깨어난 것인지 몸을 움찔거려 미약한 죄책감이 들었다그렇게 난 방을 떠나 밥을 먹으러 문을 열고 식당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문 뒤...

   

누워있던 이나와 키아라가 슬며시 일어나 눈빛을 교환한다

   

역시 탐정이라 그런지 함정에 걸리지는 않네나는 좀 더 부끄러워하는 그런 걸 바랬는데~”

   

아메 너무 스윗하잖아~!”

   

너가 파둔 함정에 너가 빠졌구나;;”

   

...

   

내가 식당으로 향하자 식당에는 선원들이 마린을 둘러싸고 있었다마린도 깨어난 듯 했다

   

선장님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선장님!!!! 최고의 선장님이심다!!”

호쇼 해적단 만세! Ahoy!”

“““““Ahoy!!!!”””””

   

그리고 어제 일어난 일이 마린의 활약인 줄 아는 선원들에 의해 헹가래를 당하고 있었다거친 선원들의 손에 마린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그만그만해 키미탓취~! 선장이 한 게 아니라구!!!”

   

?! 그렇지만 분명 선장실 발코니 쪽에서 뭔가 날아오더니 배 앞을 막고 있던 빙산 이 순식간에 부서진 데다가 적들이 사라져서 당연히 선장님이 뭔가를 해 주신 줄 알았슴다.”

   

선장이 아니라구... 잠시만 내려줄래?”

   

그녀는 나를 보고 장난기가 가득 담긴 얼굴로 싱긋 웃으며 나를 가리켰다.

   

저 아가씨가 너희를 구해준거야그것도 2번이나.”

   

그리고 그녀는 선원들의 손에서 내림당한 후에 나에게 다가와서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그건 됐잖아어제 충분히 미안하다 빌고 있었으니까.”

   

..건 좀 다른 거라 정말...정말 미안하고... 정말 고마워못난 나 ...대신에 내 선원들과 배그리고 이 ..몸을 지켜줘서 고마워...”

   

선원들을 뒤로하고 몰래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목소리를 다듬고 선원들에게 외쳤다.

   

호쇼 해적단의 선원은 제대로 감사를 할 줄 알겠지?”

   

그렇게 나는 12번의 헹가래를 당한 뒤에야 다시 바닥에 땅을 짚을 수 있었다그리고 어느새 식당에는 나와 마린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그녀가 어딘가에서 무식하게 생겼지만단단할 것 같은 술병을 들고 오더니 술을 하나는 위스키 잔에하나는 금색 해골모양 잔에 담더니 위스키 잔을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위험을 빠져나가게 도와준 너에게 건배!.. 우리 선원들활기차지?”

   

그러게활기차네정작 그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은 활기찬 척 하고 있지만.”

   

그게 무슨..”

마린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와인을 입에 부어넣는다.

   

그나저나하나 물어볼게 있어.”

   

뭔데?”

   

살짝 어투가 날카로워진 그녀가 말했다.

   

혹시 A선반이 어디 있는지 알아?”

   

몰라.”

   

그녀는 정색하며 부인했다하지만 탐정의 경험으로 보건데그녀는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 다른 걸 물어볼게.”

   

적당히 하는 게 좋을걸..? 너가 어디서 그런걸 알고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선장의 방을 열어줄 수 있나?”

   

적당히 해너가 아무리 이 배를 지키고우리 선원들을 살려줬다고 해서 외부인이라는 게 바뀌는 건 아니야.”

   

술잔을 든 그녀의 손이 점점 떨려간다

   

알겠어그렇게 불편하다면묻지 않을게.”

   

고마워다행히도 아직 너가 내 친구라는 걸 알아줬음 해.”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술병을 들어 빈 해골 잔에 술을 따르려 했다.

   

부선장죽었지?”

   

쨍그랑

   

그녀의 손 안에서 병이 산산조각난다초인적인 힘 이였다분명 손에 유리조각이 무수하게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통하나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우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누가 말했어너가 알아낸 거야뚫린 입이라고 어떤 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줄 알아?”

   

그리고 부선장은 나비를 좋아했던 민트색 머리의 여자그렇지 않아?”

   

이 미친년이 뭐나비를 좋아해안 좋아했어싫어했다고나비를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부선장은 나비를 싫어했다그러면 왜 부선장은 나비모양 장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걸까나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구해왔더니....이제는 기어올라서 개소리를 하네?

   

진정해 마린.”

   

너였으면 진정 하겠냐잘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는...........”

   

들어봐좋은 제안이 있어.

   

너 정말 생각보다 더 병신이구나사람을 화나게 한 다음에 거래를 하는 흥정법은 어떤 병신에게서 배워온 거니?”

   

너도나도 생명의 사원으로 가야해그리고 이정도 속도로 간다고 해도너를 방해하려는 단체가 이미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아.”

   

참신하게 짖는 개새끼구나?”

   

생각해봐너가 지난번 배를 공격하고그 배의 선원을 다 죽였는데도 몇 시간 안 되서 바로 추격을 해서 습격까지 했지그렇다는 건 생명의 사원이 걔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이고그걸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서라도 우리를 막으려 들 정도의 가치라는 것이지.”

   

그래서어쩌라고?”

   

바로 생명의 사원 앞으로 가는 건 어때?”

   

“.....전혀 내키지 않아생명의 사원이 막혔다고 하면우리가 가지 않으면 되.”

   

지도가 있으니 나중에라도 가면 된다는 건 알겠어그래도 너는 빠르게 생명의 사원으로 갈 이유가 있어.”

   

지랄하지 마.”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고 있잖아.”

   

그녀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그의 눈가는 너무나도 건조했다.

   

엄청나게 그립잖아루시아가.”

   

“...도대체 어디서 그 이름을.?!...그만해......이름은...더이상.....”

   

내 거래 제안이 너무 메리트가 없었나보지좋아하나를 더 얹어주지.”

   

“..그만...제발 그만해....”

   

루시아의 유서를 주지.”

   

그만....?”

   

이제야 거래할 마음이 생겼어?

   

그녀는 굉장히 당황한 듯 보였다루시아는 유서란 것이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일까?

   

...그러면... 거래의 대가는....?”

   

마지막 순간에어떤 방법을 써서든 내 부탁을 들어줘.”

   

부탁이...뭔데?”

   

나도 몰라하지만 부탁할 일이 반드시 생길 거라고 난 생각해.”

   

알겠어내 모든 걸 다해서 너를 돕겠어이제 위치를 알려줘.”

   

그녀의 모든 정신은 유서에 집중되어 있는 듯 했다사랑한 사람의 마지막 흔적은... 그 누구도 집착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도.. 

   

“A선반 2단 3번째 책 31페이지그리고 이건 열쇠 인 것 같아무슨 열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쇠를 찾는다내 손에는 작은 마름모꼴의 무언가와열쇠가 만져진다열쇠를 꺼내 마린에게 건넨다그리고 마린은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이동한다그녀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

.

.

.

.

마린은 빠르게 배 안을 이동해 수면구획의 맨 위 갑판에 도착한다그녀는 울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본다하지만 그녀의 눈은 건조하다 못해 매말라 있다재빠르게 그녀의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몇 달 동안 잠겨있던 문의 잠금장치를 조심스레 해제하기 시작한다

   

철컥.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자마린의 눈에 수정기둥처럼 생긴 캡슐 안에 일어서서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비춰진다

   

마린은 발을 옮겨 자신의 육체를 방 안으로 옮기고 문을 닫아걸어 잠근다.

그녀의 손에서 문손잡이로 마법이 흘러들어가 문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봉인한다.

   

그녀는 소녀가 잠들어있는 캡슐 앞에 저 멀리 구석에 세워져 있는 의자를 끓고 와 앉는다.

   

이젠 한계구나.. 마력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어.”

   

그녀의 시야는 민트색 머리를 하고나비가 연상되는 옷을 입은 매우 수척한 여성에게로 고정되어 있다그 여성은 우루하 루시아이 배의 부선장이자실력 좋은 네크로맨서이다

   

저 옷 마음에 안 든다고 했었는데..”

   

몇 달 전과 같은 고민이지만 후회는 몇 달 전보다 훨씬 커진 상태로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살아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A선반으로 향한다선반의 내용물은 잠금장치가 있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다마린은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를 열쇠구멍에 넣고 돌린다그리고는 철컥 소리와 함께 가림막이 올라간다.

   

책장을 선물한 책으로 가득 채우겠다더니,, 결국 동인지밖에 없잖아...”

   

그녀가 책을 훑으며 기억을 되새기자 그녀의 손에서 유리조각이 떨어진다그녀는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2...3번째 책... 이거구나.. 내가 처음 선물 받은 거...”

   

그녀가 책을 펼치자자그마한 종이가 땅에 떨어진다그녀는 종이를 주우려 몸을 숙이고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보지만들 수 없었다종이가 한없이 무거웠다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정신의 반항이었다

   

봐야만 해...”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종이를 들어 펼친다.

첫 문장을 읽고 그녀는 울어버리고 싶었으나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나의 유일한 사랑에게

   

너가 이걸 읽는다는 건호쇼 마린이 죽었다는 거겠지.‘

   

호쇼 마린은 작은 종이에 익숙한 글씨로 써져있는 호쇼 마린의 유서를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한다종이에는 여러 번 지우고고친 흔적이 역력했다.

   

솔직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이걸 쓰는 이유는 그냥 이 편지를 읽고 너가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해서야.‘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의 짐을 덜겠다는 글귀에 너무 늦게 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다른 슬픔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루시아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어?’

   

마린의 몸속에서 루시아의 감정이 휘몰아친다당장이라도 마린에게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고너를 다시 보고 싶다고 외쳐버리고 싶다고 루시아는 생각했다.

   

진짜나도 정말 못났다너를 놔두고 죽기나 하고어거선장 자격 실격이 분명하네.’

   

자기가 알면... 도대체 왜....”

   

그 끔찍한 날마린이 살려준 적이 루시아를 노렸었다그리고 마린은 루시아를 구해냈다자신을 대가로

   

너가 날 바람둥이로 불러도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어몰랐다고너가 날 사랑하는지 아는 건 당연한 거라구그리고 너도 내가 너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그러했다마린은 루시아만을 사랑하고 있었다루시아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마린에게 불만은 가졌을지언정 그녀를 싫어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부탁 몇 개만 들어줄래?’

   

루시아는 말없이 끄덕이고 있었다마치 실제로 마린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일단 내 시체는 바다에 던져줘산에 묻히는 건 정말 싫어!! 아직도 그 집은 트라우마야...’

   

마린의 약속을 이뤄주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마린의 탈을 쓴 루시아를 휘감았다.

   

그리고 호쇼 해적단..그리고 내 배는 부선장인 너가 선장이 되어 잘 이끌어줘그리고 사람은 절대 죽이지 말고사람을 죽이면 더 이상 호쇼 해적단이 아니니까.’

   

루시아는 마린과 달랐다아니마린 때문에 달라졌다루시아는 적들을 살려둘 수 없었다그들이 언제 나를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나비를 떼지는 말아줘나는 나비가 좋았어자기가 원하는 대로 날고 있을 뿐인데꽃과 나무를 도와주게 되는 점이나누군가를 닮아 아름답다던가.. 너가 나비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나비는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데그렇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배에 가득 붙어있는 나비로 망망대해에서 내 배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배가 없더라도나비를 쫓아가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루시아는 자신이 너무 미워졌다분명 그녀에게서 사랑받았음에도 불구하고그녀를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그녀가 원하는 것을 하나도 알지 못하고 있엇던 것 같았다.

   

이거 쓰니까 더 죽기 싫다이거 남들이 보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

   

마린.... 죽지 말았어야지.....”

   

그렇지만 해적일은 언제나 위험천만이니까미리 이렇게 써두게 되네..’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바다로 나가자 할 때... 그 때 말렸어야 했어.... 내가 말렸다면... 마린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은... 뭔 일이든너가 바람피운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네 탓은 하나도 없다는 거야루시아...너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아줘.’

   

흐윽........마린....”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분명 멈추지 못할 울음임에도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캡슐 속 루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떨어질 뿐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마린.... 내가 꼭....”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했듯이자기가 구한 손님은 나처럼 정말 잘 대해줘야 한다?’

   

마린의 유언은죽기 전에도그 전에도유서에도 적혀 있었다

   

그래도.. 하나는...지킬.. 수 있어...”

   

그렇게 마린아니 루시아는 홀로 방을 나섰다

.

.

.

.

.

마린과의 이야기를 끝내고나는 이나를 찾아 몸을 움직였다.

   

이나야 어디있어?”

   

타코코코!”

   

이나는 식당 앞 발코니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촉수가 잘 움직이는 걸 보니 맛있는 것 같았다

   

왓슨이야기 다 들었어그래서 생명의 사원으로 단숨에 가고 싶다는 거지?”

   

최대한 빠르게괜찮겠어 이나?

   

당연하지 이나의 마나는 만땅이라고그런데 왓슨그 사원에 대해서는 알고 가는거야?”

   

거기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거 있어?”

   

이나는 다시 한 번 불길한 책을 촉수의 도움을 받아 꺼내 펼친다.

   

네크로노미콘에 따르면그 사원에서 사람을 살리려면네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야 해과거에는 영웅을 살리기 위해 노예와 그 가족그리고 그 사람의 모든 재산을 바쳤다고 하네.”

   

노예만이 아니고?”

   

가장 소중한 게 자신이 아닌 사람도 많으니까 말이야.”

   

그녀의 말에는 비탄이 담겨 있었다입에서 나온 비탄은 누군가에게 향하지 않고이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듯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나는 그 사원이 그렇게 쉽게 소원을 이루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럴까.. 하지만... 가야만 해.”

   

왓슨 너가 그렇다면그 선장한테 10분 후에 출항할 거라고 말 해줄래?”

   

아까 얘기를 했으니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당장 소원을 이루러 사원으로 가야겠네.”

   

“........”

   

그렇게 배는 이나의 주문과 함께거대한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 빙하가 떠다니던 바다에서 적도부근의 한 섬 옆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마법에 빨려가는 건 정말 빨라그렇지?”

   

정말 빠르네저기 보이는 저게 그 사원?”

   

그렇지저기가 생명의 사원너의 목적지.”

   

그리고 우리는 배에서 내려 오랜만에 육지라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핑크색 형상이 하늘에서부터 떨어졌다.

   

왜 너희가!!! 너희가 오면 안돼왜 하필이면 지금!!!!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거대한 낫을 들어 올린 여성이 우리의 앞에서 큰 소리로 절규한다핑크색 머리 위에 검은 왕관을 올리고찢어진 망토를 두른 것이 거대한 낫과 합쳐져 위압감을 조성한다한편그녀의 절규는 끊일지를 모르고작게 축소한 분홍색 눈동자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칼리오페...?”

   

그녀의 이름은 모리 칼리오페과거의 동료이자죽음의 제자그리고 우리의 친구.

   

칼리에게 무슨 일이...”

   

이나가 걱정하며 그녀의 안색을 살핀다

   

초가 지났을까칼리의 목소리를 들은 키아라가 배에서 내려 급하게 날아왔다하지만 낫을 떨어트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키아라에게는 큰 충격을 심어줬다.

   

...칼리??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어째서.....어째서....”

   

그녀의 절규가 끊기듯이 멈춘다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검은 무언가연기 같은 것이 주위에 퍼지기 시작한다검은 연기가 땅에 닿자 땅이 문드러져 가고풀들은 순식간에 초록색을 잃어간다.

   

왓슨키아라당장 이리로 붙어!”

   

나와 키아라가 이나에게로 다가가자이나는 순식간에 마법진을 열어 우리의 위치를 저 멀리로 이동시켰다.

   

칼리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나?!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고!”

   

미안하지만 키아라저건 칼리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나?!”

   

저건죽음이야.”

   

도대체 어째서도대체 어째서 칼리는 죽음이 되었는가인간의 시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일까나의 의문이 커지는 만큼 키아라의 충격도 커져갔고칼리아니 죽음도 점점 우리에게 가까워져 왔다.“

   

삶만을 아는 이들은 죽음의 두려움을 알지 못했다.”

   

칼리오페의 목소리로 죽음이 말을 시작한다하지만 그 목소리는 그 어느것도 담겨있지 않았다무한한 공허가 음성을 타고 우리의 귀로 흘러든다오한이 우리의 몸을 덮는다온갖 죽음의 공포가 우리의 뇌로 스며들었다.

   

그렇기에 죽음의 필연을 거스르는 자들이 있었다.”

   

죽음은 매우 차가웠다하지만 그 고통은 정말 뜨거운 불 조차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뜨거움을 내포했다.

   

하지만 원칙을 다시 바로잡을 것이니.”

   

거대한 연기뭉치와 수많은 죽음을 뒤로 한 채분홍빛 죽음은 점점 더 우리와 가까워진다.

   

죽음을 모르는 자들이 죽음을 알게 되리라.”

   

젠장.”

   

이나가 체념하듯이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는다.

   

..아아...칼리...”

   

키아라는 여전히 충격에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도와줘...”

   

흘러드는 공포 사이로마지막 숨을 내뱉어 최후의 도움을 요청한다.

.

.

.

.

.

알겠어너의 마지막 부탁그리고 마린의 마지막 부탁내 모든 것을 다해서 들어줄게.”

   

어느새내 앞에는 마린이 서 있었다

   

죽음은 강력하지만허점이 많아.”

   

부드럽게 말을 이어가는 마린이 죽음을 향해 걸어갔다.

   

그 첫째는 죽음은 생명을 멈추게 하는 존재라는 점이야.”

   

마린의 손이 칼리의 가슴 위로 올려진다

   

그리고 그건죽음은 생명을 움직이게 할 줄 모른다는 것이지.”

   

마린의 손에서 초록색 마력이 흘러넘친다

   

결국 생명을 움직이는 건 영혼영혼 없이 죽음은 움직일 수 없다.” 

그녀의 손이 칼리의 가슴에 떼어지자그 사이에는 초록색 끈이 매여 있었다그리고 마린의 손이 칼리의 가슴에서 멀어질수록 칼리의 영혼이 그녀의 손에 인도받아 육신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죽음을 기만하는 자가!”

   

죽음이 아우성침과 동시에검은 연기가 마린을 휘감으려 하고 있었다.

   

마린!!!”

내 비명에 가까운 절규와 함께검은 구름 속에서 가냘픈하지만 마린의 목소리는 아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둘째는죽음은 죽은 자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이지.”

   

죽음이 칼리의 몸에 그저 붙어있는 무언가로 전락한 끝에검은 연기가 서서히 흩어진다그러자 핑크색 나비 모양의 영혼을 품에 안은 마린이 검은 연기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하지만 그 분위기는 어딘가 달랐다.

   

고마워선장...”

 

진심으로 우러나온 감사마린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래 완료...위험해!”

   

갑자기 마린이 이나를 밀친다이나가 있던 자리에 공허한 무언가가 맴돌기 시작한다그리고 그 무언가는 나에게로 닥쳐온다.

   

왓슨 안 돼!!!!!!”

   

마지막으로 귀에 들려오는 건 이나의 목소리그리고 내 의식은 점점 가라앉기 시작한다

.

.

!“

.

어나!”

   

~이 어~~

   

누군가 나를 깨운다.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다.

   

~래 너그래 너!”

   

그리운 목소리다.

   

너한테 말하고 있다고!”

   

활기찬 목소리다.

   

~딱 일어나좀더좀더!”

   

아름다운 목소리다.

   

바닥에 발 짚고빨리!”

   

귀여운 목소리다.

   

안 일어나면 늦을 걸?”

   

분명.. 구라의 목소리였다.

   

...구라....?”

   

눈을 겨우 뜨자그동안 메말랐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분명 앞에 내 모든 것이 있었다눈물로 가려진 눈앞에 작은 상어가 있었다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얼굴이 있었다내가 지키지 못해 후회했던 사람이 있었다내가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물체가 있었다.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눈물이... 닦이지....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라의 목소리를 한 무언가가 크게 웃는다

   

이게 너의 가장 행복한 기억이냐정말 한심하고 우스워서 눈물이 눈을 가리는군?! 하하하하하하하!”

   

..,..뭐야...”

   

“I’m Same Desu~~”

   

...넌 시발 뭐냐고...”

   

“Gawr Gura Desu~”

   

조용히 해!! 넌 그 목소리의 주인이 아니야!!!!!!!!!!!!”

   

그러면 이번에는 가장 끔찍한 기억을 볼까즐거울 거야하하하하하하!”

   

눈앞을 가리던 눈물이 비에 씻겨 내려간다눈앞에는 그날의 장면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비가 내리는 밤거대한 항구의 한 구석지직거리는 가로등이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있는 여자와 그녀에게 총을 겨둔 남자 셋을 비춘다.

   

일개 탐정이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일단 축해해.”

   

그냥 죽여.”

   

그래 그래 원하는 대로 해줄게우리도 쓸모도 없는 주제에 너무 많은걸 알고 있는 개새끼를 원하지는 않으니까.”

   

그 때모든 것이 내 불찰이었다멍청한 탐정은 멍청한 조사를 이어나가다 결국 적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럼아가씨 바이바이~”

   

그때였다밤의 검정색 바다를 찢으며 푸른 후드를 쓴 소녀가 튀어오름과 동시에커다란 삼지창을 남자들에게 투척한다.

   

왓슨괜찮아?”

   

구라!”

   

안돼안돼안돼 구라... 구라오지 마!!! 구라!!!!”

   

여긴 네 기억속이라고크크크크크크 들릴 리가 없잖아?!”

   

그녀의 화려하고 빠른바다의 포식자다운 움직임에 남자 3명은 순식간에 죽거나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가 되었다

   

아메괜찮아?”

   

그녀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묻는다.

   

고마워덕분에 살았네...죽는 줄 알았어.,..”

   

그녀가 나를 일으켜 세워줌과 동시에 폭 하고 안아준다그녀의 품은 남쪽의 바다처럼 따듯했다.

   

안돼...안돼..안돼...구라......”

   

드르르르륵!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구라와 나의 위치가 바뀐다

총알을 쏟아낸 총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A....”

   

구라?... 구라?!”

   

그녀의 등은 구멍투성이가 되었다그녀의 등에서 엄청난 피가 쏟아져 내린다.

   

왓슨....”

   

구라?! 구라구라정신 차리고 있어!! 이나를!! 이나를 부를게!!!!”

   

뚜르르르.. 뚜르르르... “왓슨?”

   

이나당장 이리로 와줘구라가.. 구라가....!”

   

그 순간 이나가 왓슨의 옆으로 워프 해온다

   

이게...무슨...”

   

구라는 등에서 피를 흘림과 동시에내 품에 안긴 채로 피를 토하고 있었다그녀의 헝클어진 은색 머리에 피가 엉켜간다.

   

케헥....이나야 안녕..”

   

이나!!!뭘 좀 해봐!!!!”

   

하고 있어!!!!!”

   

급하게 이나가 책을 꺼내들어 주문을 외운다하지만 구라의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아아...”

   

구라의 고개가 힘을 잃는다

   

구라..? 일어나....장난치지 말고...구라..일어나...너한테 얘기하고 있잖아..... 구라......”

   

싸늘한 시체를 안고 몸에 상어의 피를 온 가슴에 덕지덕지 묻힌 채로 계속 말하는 내 모습 뒤로 이나가 고개를 돌린다.

   

아아....아아.......미안해...구라야...이나야...미안해...”

정말 재밌는 일을 겪었는데 그래하하하하하하하!”

   

그 직후칼리와 키아라가 동시에 도착한다둘의 모습을 보건데 서로 데이트를 하다가 이나의 부름혹은 칼리에게 전해진 임무로 이쪽으로 온 듯 했다.

키아라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다칼리의 동공은 작아진 채로 고정된다

   

구라...이렇게 누워있으면 민폐잖아...구라.. 일어나야지...”

   

그리고 과거의 나는 여전히 구라에게 말을 걸고 있다

   

왓슨구라는 죽었어.”

   

이나가 말을 꺼냄과 동시에 칼리가 내게로 다가와 낫을 꺼낸다,

   

왓슨비켜.”

   

키아라는 구석에 쭈그려앉아 울고 있었다이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바닥에 생기는 물자국은 숨기지 못했다

   

구라...일어나야지...”

   

왓슨비키라고!”

   

칼리가 낫을 땅에 버린다큰 금속음이 부두에 울려 퍼진다

   

.. ... 못해... 나는 못해....못 한다고!..”

   

그리고 번개와 함께 칼리는 사라진다.

   

미안...미안...내 잘못이야....나 때문에....”

칼리가 반항을 한건 저게 처음이었지추억이네.”

   

키아라가 일어나더니뜨거운 열기로 남자 3명의 시체를 불태워 버린다이빨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날아 사라진다

   

왓슨...이제는 보내줘야지...”

   

날 보는 이나의 표정은 분노와 슬픔이 섞여있는 그런 모습이었다그때는 그 분노가 나를 향한지 알았지만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을 향한 분노로 보인다

   

이나가 마법으로 구라의 시체와 함께 사라진다

   

피와 그을음으로 물든 항구에는 붉게 얼룩진 옷을 입고정신이 나간채로 구라의 머리장식만을 손에 쥔 채로 주저앉아있는 왓슨밖에 남지 않았다.

 

그만.....그만...그마아아아안!!!!!!!!”

   

그건 죽음이 분명했다

죽음이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가장 끔찍한 기억을 다시 보여줬다

   

...아아..........”

   

구라와의 일상과구라의 죽음

   

정신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때따듯한 온기가 날 감싸 안는다붉은색 온기문명을 일으키고인간을 안심시킨 불의 온기그 불의 온기가 날 위로해준다그리고 그 무한한 생명력으로 나를 죽음에게서 멀어지게 해준다

   

붉은 새가 말한다.

   

이미 겪어본 일이야.”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이리 괴로워해?”

   

이미 겪어본 일이니까..”

   

너 변했어.”

   

알아.”

   

그래서그래도 버텼어.”

   

하지만...”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아메.”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겨 하릴없이 울었다

.

.

.

.

그 시각왓슨 외부의 세계.

   

이런... 죽음이 왓슨을 잠식하고 있어..”

   

마린이 말했다

아까 칼리처럼?”

   

아까 걔처럼.”

   

근데 칼리는 엄청 빠르게 잠식당했잖아왓슨은 어째서 버티는 거야?”

   

그 아이의 영혼은 죽음에 너무 많이 노출됐어익숙한 만큼 침식도 빠른거지.”

   

그러면 아메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데?”

   

무릎에 왓슨의 머리를 올리고참백한 얼굴을 쓸어내려주는 키아라가 걱정에 찬 얼굴로 말한다.

   

나도 몰라자신이 직접 이겨낼 수밖에.”

   

아까처럼 영혼만 꺼내 오는 건?”

   

침식당한 영혼은 통째로 꺼내오면 되지만침식중인 영혼은 꺼내면서 뜯어지고 말거야,”

   

그럼 아메는....”

   

어이 해적그럼 죽음이 왓슨으로 옮겨간거지?”

   

그렇지?”

   

그러면 아까 꺼낸 칼리를 되돌려서 칼리에게 방법을 들어보자.”

   

““!””

   

그렇게 칼리의 영혼은 다시 칼리의 육신에 자리 잡는다.

   

칼리!!”

   

키아라....”

   

어이 커플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이나가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그래죽음은.. 그러니까.. !. 이나죽음은 필연적인 존재야언제라도,”

   

그래서 모두가 죽음에 당도하지나도 알아.”

   

그래서 죽음은 모든 필연적인 것을 알고 있어공격할 수 없어.”

   

그럼칼리 너도 아메를 구하지 못한다는 거야?”

   

잠시만... 필연적인 것으로 공격할 수 없다면...”

   

맞아우연적인 것으로 공격하면 돼.”

   

근데 도대체 우연적인 공격을 어떻게 하는데?”

   

마린이 말했다분명히우연히 공격할 수 있는 물건은 세상에 없다모든 무기에는 의도가 필요했다

   

“...”

   

그때였다이나의 눈에 마린이 차고 있는 리볼버가 눈에 들어왔다.

   

러시안 룰렛!”

   

그게 무슨 소리야 이나?”

   

리볼버에 단 한발만 넣어두고자신을 쏘는 게임인데... 이게 필연은 아니잖아?”

   

아니필연이지결국 6개의 통으로 한정되잖아..”

   

만약 리볼버의 총알과 약식의 개수가 계속 바뀐다면그걸 쏜다면그 공격을 필연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걸 어떻게 만드는데?”

   

마법.”

   

이나는 마린의 허리춤에서 리볼버를 빼내 총알을 하나만 장전했다그리고 네크로노미콘 위에서 마법을 걸었다. ..완전한 랜덤 리볼버 였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왓슨에게 전해주지?”

   

그 총의 개념을 마력으로 바꾼 후에왓슨의 귀에 흘려 넣으면 될 거야.

   

마린이 잘 아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하여탐정에게 총이 전해진다.

.

.

.

.

.

   

총이다왜 내 안에 총이 있을까게다가 리볼버나는 자동권총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총 옆에는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죽음약점우연랜덤.’

   

...하하..하하...”

   

어이가 없다하지만 이 총에는 친구들의 마음이 담겨있을 터였다

   

나는 죽음을 찾는다내 몸에서 누군가와 더부살이를 하는건 내 심성에 맞지 않았다

   

죽음은 어디에 있는 거야어젯밤 너희 어머님과 내가 긴밀한 시간을 보냈는데 말야!”

   

뭐라고...하였지??

   

패드립은 죽음에게도 통하는 모양이었다죽음의 주위에 내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모두 고통스러운 기억이다그리고 가장 많이 들어나는 건 구라의 마지막 모습이엇다

   

나는 죽음과 함께 살고 싶지가 않다고나는 아멜리아 왓슨내 몸의 주인이다!.”

   

나는 리볼버를 죽음에게 겨눈다하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왓슨....?”

   

익숙한 목소리죽음이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등의 수많은 총알구멍헝클어진 은색 머리카락잎에서 흘러내리는 진한 피정신이 흔들린다내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가 순식간에 폭증한다

   

정말...날 두 번..죽이는구나.”

   

미안해.....하지만.....너는 구라가 아니야.”

   

왓슨은 구라가 맞지 않기를 원하며 방아쇠를 당긴다공이가 때린 10349개의 약실 중 3082번째 약실에는 우연하게도 총알이 들어있었다

   

구라가 총알에 맞지 않았으면 한다는 왓슨의 의지는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와 동시에죽음이 총알에 꿰뚫린다구라가 녹아내려 괴상한 허공으로 변하더니저 너머로 사라졌다그리고 다시 내 의식은 어두워졌다.

.

.

.

.

.

.

으음....”

   

““아메!!!”

   

““왓슨!””

   

내가 눈을 뜨자 내 앞에는 친구 3명과거래대상 한명이 날 보고 있었다

   

역시 죽음도 세계 최고의 탐정을 이길 순 없는 것 같네.”

   

아메!! 돌아왔구나!!!!!”

   

키아라는 밝게 외치고이나는 고개를 돌린다칼리는 뭔 일인지 어리둥절해하고마린은 왠 무전기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구라를 만나러 가자....”

   

그래....”

   

우리는 다 같이 생명의 사원으로 향했다사원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모양은 거대한 우물을 중심에 두고둥그렇게 거대한 암석들을 세워 둔 형태였다

   

이 사원... 기운이 없어한명도 살릴 수 있을지 말지야.”

   

칼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구라의 수확을 거부한 다음 죽음에 의해 내 행동을 제약받고 있었어그저 수확만을 해야 했지그런데수확목록에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몇 번 있었어그리고 그들을 쫓으니다들 이 섬과 관련이 있었지그래서 나는 이 섬에 은둔했어그리고 이 사원을 연구했어구라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칼리가 몇 년 동안 안보인 이유를 알게 된 키아라가 물었다.

   

이 사원의 원리는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무언가에 담긴 생명 에너지를 이용해서 이승과 저승을 이어그리고 섬의 생명력을 통해서 그 통로를 유지하는 원리야하지만... 아까 죽음이 날뛰어서 섬의 생명력이 크게 줄어들었어.”

   

그렇다는 건.... 구라를 못 살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이나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마도.. 미안...”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칼리를 다독였다하지만슬픔이 몸을 지배하는 듯 했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구라라는 아이를 위해서그 아이가 너가 처음에 말한 그 아이려나..”

   

마린이 말했다분명히.. 마린도 살려야 할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너는너도 살릴 사람이 있잖아.”

   

마린이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의 유서를 보고 알았어그 녀석은 내가 남들을 도왔다는 것만으로 저승에서 춤을 추고 있을 걸그러니까그 아이라도.. 시도해 봐.... 흐윽.....”

   

마린은 웃음을 유지하려다가 결국 울고 말았다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왓슨우물로 가자.”

   

이나가 엄숙하게 나를 우물로 이끈다

   

우물은 매우 깊었다나는 원래 내 자신을 우물에 던질 계획이었다하지만죽음과의 동거 이후로 구라가 돌아와도 내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게 된 나 자신은 내 가장 소중한 물건이 뭐일까 고민하며 우물에 발을 걸쳤다깊음의 어둠이 몸에 미약한 두려움을 심는다그리고 어두운 기억들이 의식을 지나쳐간다다시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이 다 나의 탓 인 듯 했다.. 내가 구라를 사지로 이끌었다내가 구라를 죽였다두 손이 피로 물들어간다손 위로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느껴진다내가 살아남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다 나의 탓이다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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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죽음의 불길함이 나오기 시작한다아메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죽음이두려움을 에너지로 마지막 발악을 시도한다.

   

이나아메를 잡아!!” 

   

왓슨의 주위의 불길함을 먼저 알아챈 칼리가 이나에게 소리치지만.. 왓슨은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이나는 필사적이었다살이 뜯어지는 고통을 견딘 후 자신의 하나 남은 촉수를 대가로 왓슨을 끌어당기는 마법진을 완성했다구라를 살리기 위해서 하나 외의 모든 촉수를 사용한 이나였다하지만 에너지를 원했을 뿐인 사원은 왓슨을 깊은 심연으로 더 세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촉수 하나 가지고는 부족했다이나는 자신의 몸을 뜯어서라도 왓슨을 견인하려 했다그때마린이 이나의 자해를 막았다

   

이거 놓으라고!”

   

이건 왓슨이 원한 게 아니고왓슨은 내 손님이야.”

   

마린은 무전기를 꺼내 파피용 호에 무전을 보낸다

   

닻 발사기 준비되어있지그거 발사해.

   

루시아는 생명의 사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자신을 희생하여 마린을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 왓슨을 만났을 때왓슨도 그러하리라 직감했다

   

루시아는 마린의 유서를 지키고 싶었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루시아는 왓슨이 깨어날 즈음 파피용 호를 사원에 최대한 가깝게 정박시켰다이걸로마린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잇을 것이었다

   

거대한 닻이 사원 위로 날아든다그리고는 정확히 우물 속으로 들어간다그리고 마린의 탈을 쓴 루시아도 우물로 몸을 던진다그 와중 이나는 마지막 집중력으로 마법을 지켜 왓슨을 한계까지 견인하고 있었다

   

우물이 왓슨을 끌어당기듯이 닻과 루시아도 끌어당긴다왓슨이 이나에 의해 멈춰있던 탓에루시아는 아메를 추월하고확보할 수 있었다

끌어당겨!!!!!!”

   

루시아가 무전기로 선원들에게 명령한다

   

마린 선장을 극도로 존경하는 선원들은 명령을 완전히 수행했다

   

하지만사슬은 마린 선장을 존경하지 않는 모양이었다루시아와 왓슨이 거의 우물 밖으로 나왓을 때 큰 소리와 함께 닻과 배를 이었던 두꺼운 쇠사슬이 박살난다

   

안 돼!!!!!!!!!”

   

키아라가 거대한 사슬을 붙잡는다전설의 불사조가 포효했다칼리도 힘을 보탠다

   

아메.. 아메마저 일을 수 없어아메 마저 일을 수 없어!!!!!!!!!!!!!!”

   

키아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한계까지 쇠사슬을 끌어당긴다

   

그리고키아라는 쇠사슬을 놓쳐버린다.

   

아메!!!!!!”

   

그리고 키아라의 시선 끝에는죽음의 농간에 의해 정신을 잃고사원의 힘에 의해 코트를 일어버린 아메와그런 아메를 들고 있는 마린이 보였다.

   

모두가 살아있다는 안도감에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버린 일행들은 모두 쓰러지듯이 잠들어버렸다물론 루시아는 잠들었다기보다마력이 떨어져 잠에서 깼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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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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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

   

~이 어~~

   

누군가 나를 깨운다.

   

일어나!”

   

익숙한 목소리다.

   

~래 너그래 너!”

   

그리운 목소리다.

   

너한테 말하고 있다고!”

   

활기찬 목소리다.

   

~딱 일어나좀더좀더!”

   

아름다운 목소리다.

   

바닥에 발 짚고빨리!”

   

귀여운 목소리다.

   

안 일어나면 늦을 걸?”

   

분명.. 구라의 목소리였다.

   

...구라....?”

   

눈을 겨우 뜨자그동안 메말랐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눈을 와이셔츠의 소매로 비비자 돌아오는 시야 속에서 내 앞에는 구라가 앉은 채로 날 쓰다듬고 있었다

   

왓슨고마워... 살려줘서...”

   

상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구라....미안해...”

   

탐정의 눈가가 젖어간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는다.

   

서로 오래 묵혔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다.

   

하지만 입가는 웃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두 소녀의 소리에이나키아라칼리도 차례차례 일어나... 하나같이 울기 시작한다사원에는 그들밖에 없었고그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지만보이는 감정은 반가움그리고 고마움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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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은수면구획 맨 윗 갑판으로 천천히 몸을 옮긴다그녀의 앞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다닌다마린은 싱긋 웃으며 나비를 따라 발을 옮겼다그녀의 움직임은 어딘가 어색함이 있었지만거침이 없었다그녀가 문을 열고 한동안 출입 금지였던 방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에에에에에에엑?!”

   

어이 뭐냐구선장이 돌아왔는데 부선장이 그런 반응이면 어떡해?!”

   

그녀 둘 사이에는 미묘한 침묵이 흐른다.

   

안녕루시아오랜만이야.”

   

흐윽.........”

   

루시아는 그저 울고 말았다너무...너무나도 반가웠기 때문에....

   

마린이 다가가 울고 있는 루시아를 안아준다.

   

서로를 만진다서로의 온기를 나눈다서로의 심장이 뜀을 듣는다서로의 향기를 맡는다서로를 본다그렇게 서로를 느낀다그렇게그들은 다시 서로와 함께 내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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