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항※


해당 글은 홀로라이브EN의 팬픽입니다.


장르를 굳이 구분하자면 다크판타지입니다.


등장인물의 본래 설정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물이 악역으로, 잔인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이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안 돼….”

 

그림 리퍼의 자랑스러운 제1제자.

영혼을 수확하는 사신, 모리 칼리오페Mori Calliope.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칼리가 품에 안긴 여인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일어나. 눈을 떠. 너는 죽지 않잖아…. 불사조니까.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니까…!”

 

불꽃처럼 따스했던 연인이었다.

불사조, 타카나시 키아라Takanashi Kiara.

인간 사회에서 생명을 깎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던 그녀였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는 물음에 뺨에 튄 기름을 닦으며 어차피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날 먹었던 치킨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칼리는 키아라의 뺨에 쓸었다.

차가웠다.

불에서 태어나, 불을 뿜어대는 주제에.

 

“왜… 차가운 건데…!”

 

죽지 않는 불사조, 키아라는―

 

‘나랑 함께하면 네 목숨이 위험할 거야.’

‘괜찮아! 상관없어! 어차피 난 다시 살아나니까!’

 

―죽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함께할 수 있어! 너는 불사신이고, 나는 불사조니까!’

 

죽음을 수확하는 사신, 칼리는―

 

‘아, 너처럼 귀찮은 사람이랑 어떻게 평생을 지네.’

‘그래! 나도 칼리가 정말 좋아! 사랑해!’

‘내가 언제… 어휴. 됐다. 좋을 대로 생각해.’

 

―살리고 싶었다.

 

* * *

 

[그래서.]

 

칼리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선명하고 아름답던 분홍색 머리칼은 마른 나뭇가지처럼 비틀렸다.

언제나 자기 일에 자긍심이 넘치던 눈빛이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나를 찾아왔다고?]

 

그녀의 초췌한 모습을 흥미롭게 내려다보는 존재가 있었다.

자연의 수호자Keeper of Nature.

모든 자연의 어머니Mama Nature.

생명을 사랑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위대한 화신.

세레스 파우나Ceres Fauna.

 

“예….”

 

그녀의 다정한 물음에 칼리는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흐음.]

 

파우나의 부드러우면서도 편안한 목소리가 칼리의 귀에 꽂혔다.

 

[사신은 고개를 들어라.]

 

칼리는 순순히 명에 응했다.

지금 아쉬운 건 그녀였다.

아무리 죽음과 자연은 반대되는 위치에 있고, 평소에도 수많은 갈등을 빚는다지만.

 

‘키아라를 위해서라면.’

 

원수의 발등에 입을 맞출 수도 있었다.

 

[그 아이를 살려달라고?]

“…그렇습니다.”

 

파우나의 금안이 칼리를 직시했다.

차가운 눈동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는 그들을 앗아가는 사신들을 미워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을 빌미로 칼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견뎌내고 이겨낼 것이다.

 

‘키아라….’

 

눈앞에 쓰러진 연인이 다시 돌아올수만 있다면.

 

[각오가 대단하네.]

 

파우나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꼬면서 권좌에서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살려줄 수 없어.]

“…어째서!”

 

칼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파우나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찰을 일으켰다.

생명의 호흡과 죽음의 눈길이 부닥쳐 공간이 흔들렸다.

그러다 파우나가 피식 웃으며 가느다란 검지를 뻗어 키아라를 가리켰다.

 

[상태를 확인해본 적 있어?]

“…….”

 

고개를 저었다.

그럴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에, 키아라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달려왔다.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모릅니다.”

 

불사조의 죽음은, 그녀의 분야가 아니었다.

 

[흐음. 보자….]

 

파우나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녀의 하얀 손이 키아라의 이마를 덮었다.

파우나는 눈을 감고 키아라의 상태를 살폈다.

칼리는 옆에서 방해가 되지 않게 숨을 참았다.

 

[아하. 죽지 않는 불사조를 어떻게 죽였나 했더니 이런 수를 썼구나.]

“뭡니까! 키아라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키아라는. 우리 불쌍한 불사조는.]

 

파우나의 목소리가 바닥에 깔렸다.

 

[인간들에게 살해당했어.]

“!!!”

 

칼리의 세상이 멈췄다.

 

[불사조가 강철에 약하다는 걸 알아낸 모양이야.]

 

칼리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왜. 인간들은 수명이 짧잖아? 그래서 불로불사를 꿈꾸기도 하지.]

 

칼리의 머릿속에 추억이 스쳤다.

 

‘키아라. 너는 왜 그렇게 인간들을 좋아해?’

‘칼리. 인간들은 말이야. 되게 짧은 인생을 살아.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 그 모습에 반했어.’

 

[그래서 키아라를 잡아다가 연구를 한 모양이네. 응응. 그러다가 죽었고. 인간들은 불사의 존재가 죽었으니 멋대로 실망했던 것이고.]

 

‘짧지만 강렬한 삶.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칼리?’

 

“아. 으아….”

 

칼리는 주저앉았다.

가슴이 공허했다.

소중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자리는 너무나 어둡고, 차갑고, 허전했다.

 

‘칼리. 너도 그렇지? 그러니까 사람들의 영혼에게 안식을 주려고 하는 거잖아.’

 

[제압하려고 온몸에 강철을 쑤셔 넣었네. 어머, 구멍이란 구멍엔 전부 쇳물을 부었구나. 어쩜… 아팠겠다….]

 

“키아라… 너는… 으아아아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소리를 질렀다.

지르고 질러서 목이 갈라져도 멈출 수 없었다.

 

‘칼리. 나는 네가 인간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든 사람이 죽음을 무서워하지만, 너는 그들을 사랑했으면…’

 

[칼리.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파우나가 칼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키아라의 모습을 보게 만들었다.

차갑게 식은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두 눈을 뜨지 못하는 그녀가 있었다.

 

‘칼리.’

 

언제나 사랑스럽게 불러주던 그녀의 목소리는….

 

“키아라….”

 

이제 없었다.

 

“흐윽.”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젠. 두 번 다신. 울지 않을 거라고 각오했는데….

그렇지만 우는 것 외에는 칼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

 

[살려줄게.]

 

파우나가 칼리의 귀에 속삭였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천천히 내려갔다.

칼리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리고, 턱을 붙잡아 당겼다.

눈물 가득한 사신의 눈동자가 길을 잃었다.

 

[대신 인류의 문명을 박살 내.]

 

자연의 금안에 붉은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문명의 수호자, 나나시 무메이를 잡아 와.]

 

“키아라…….”

 

[무메이를 내 앞에 무릎 꿇려. 그렇게만 하면.]

 

‘사랑해! 칼리!’

 

그녀와 다시 만나게 해줄게―

 

“미안해, 키아라.”

 

* * *

 

그날 이후, 인류의 삶은 변화했다.

 

길을 걷던 남자가 실수로 전봇대에 부딪혔다.

 

“으악! 죽는다! 죽기 싫어! 죽고 싶지 않아!”

 

남자는 발광하며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여기까지 왔으니 괜찮… 겠지?”

 

먼 거리를 돌아와 집 앞에 도착한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야겠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연 순간.

 

끼이이이익-!

쿠아아아앙!!!

 

거대한 덤프트럭이 담벼락을 뚫고 남자를 쳤다.

트럭과 벽 사이에 끼인 남자는 즉사했다.

트럭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끼이익-

 

열리다 만 문이 주인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런 일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느 작은 일이라도 사망에 이르기 시작했다.

종이에 베이면 파상풍에 걸려 죽고.

모니터를 너무 오래 보면 시신경이 타서 죽었다.

작은 통증이 죽음이 되었고. 작은 사건이 대학살극이 되었다.

무엇을 하든 죽는다.

무엇이든 죽음의 연장선이 되어버린다.

 

“키아라….”

 

그 모든 것을 관장하며 내려다보는 사신, 칼리가 눈물을 흘렸다.

 

“키아라!!!”

 

그녀를 죽게 만든 인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앞으로 3일.”

 

인류는 멸망한다.

 

* * *

 

“미쳐버리겠네.”

 

좋아하는 게임도 1시간 이상 하지 못하게 된 망할 세상이다.

 

“고작해야 4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인류 70%가 죽었다고? 칼리… 도대체 무슨 일이야?”

 

뉴스를 틀었지만 눈을 감고 소리만 들었다.

청각에 무리가 생길 조짐이 보이면 바로 눈을 뜨고 음소거했다.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하면서도 자타공인 넘버원 탐정, 아멜리아 왓슨Amelia Watson은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분명 칼리가 저러는 이유가 있을 거야.”

 

모두가 신이 분노했다고 떠들었지만, 왓슨은 이 지구에서 인류의 죽음을 담당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다.

 

“키아라는 연락 안 된 지 오래고… 구라는 고향 갔고, 이나는… 아오! 왜 다들 필요할 때 없는 거야!”

 

책상을 내려치는 것조차 조심해야 하다니.

이보다 답답한 일이 있을까?

 

“후우. 릴렉스.”

 

들뜬 감정을 내리기에는 클래식이 최고다.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데 거리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아오, 진짜!”

 

이대로는 인류가 멸망한다.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하면….”

 

그녀라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왓슨은 한숨을 쉬며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 * *

 

[멈춰.]

 

드디어 마침내.

 

[이건 너무 부자연스럽잖아. 대재앙도 아니고. 아니, 대재앙도 상의는 하고 해야지.]

 

문명의 수호자Guardian of Civilization.

인류가 만들어온 모든 것의 총합체.

나나시 무메이Nanashi Mumei.

 

[칼리.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그녀가 나타났다.

 

“다른 건 필요 없어. 내 목적은 오로지 너야, 무메이.”

 

도심 한복판에서 칼리는 낫을 휘둘렀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그 안에 있던 인간들은 난데없는 재앙에 휩쓸려 죽음에 이르렀다.

 

[그만둬!!]

 

또다시 휘두른 낫을 누군가 막아섰다.

 

-…멈춰라.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근육질 거인이었다.

 

“가디언.”

-사신.

 

인류가 쌓아 올린 위대한 문명이 바로 나나시 무메이였다면.

인류가 문명과 기술을 대하는 감정이 낳은 것이 바로 가디언이었다.

 

-나는 인류를 지킨다.

“그래. 무메이를 데려가려면 너부터 쓰러트려야겠지.”

-지키기 위해 너를 쓰러트린다.

“알아, 이 멍청한 봉투 쪼가리야. 전쟁이라는 게 그렇잖아.”

 

쓰러트리지 않으면 나라가, 이웃이, 가족이 죽기에 시작하는 것.

그것이 전쟁이니까.

 

“내가 하는 것도 전쟁이야.”

 

너희가 먼저 내 가족을 데려갔으니까.

 

“갚아줄 뿐.”

-헛소리!

 

가디언이 거대한 주먹을 내질렀다.

칼리가 낫의 봉으로 공격을 막았다.

 

쿠아아아아아!

 

풍압이 몰아쳐 도로가 벗겨지고, 나무가 뽑혀 나갔다.

칼리의 뺨과 팔다리에 얕은 벤상처가 생겼다.

 

“지가 다 부수고 있구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더 아플 거다!

“엿이나 처먹어, 쌍놈아.”

 

그녀는 이것보다 수백 배는 더 아팠어.

 

서걱-

 

칼리의 낫이 가디언의 옆구리를 베었다.

그녀는 죽음 그 자체이지만, 가디언은 생명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주 약간 고생했다.

그래.

아주 약간.

 

-무… 메이 님께는… 손댈 수 없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가디언의 목이 날아갔다.

주인을 잃은 종이봉투가 허공에 흩날렸다.

 

[가, 가디언!]

 

여린 인상의 소녀였다. 올빼미를 닮은 눈동자에 눈물이 어렸다.

하지만.

 

“알 게 뭐야.”

 

너희가 지키고자 하는 인류는, 그럴 가치가 없는걸.

 

주룩-

 

이마의 상처에서 흐른 피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고 무메이 앞에 섰다.

 

“따라와.”

[시, 싫어!]

 

그래.

키아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아, 안 돼! 가디언! 가디어언!!]

 

무메이의 애처로운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지만.

지금의 칼리에겐.

 

짝!

 

인내심이 없었다.

 

* * *

 

[마침내!]

 

파우나의 얼굴에 홍조가 띠었다.

 

[이거 놔! 아얏!]

 

칼리가 무메이의 목에 걸린 사슬을 잡아당겼다.

거칠게 내동댕이쳐진 무메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내게 무릎 꿇었구나. 아. 아아! 황홀해! 이 느낌이야!]

[파우나?]

 

파우나의 모습을 본 무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파우나. 어째서? 어째서… 왜?]

[왜냐니? 설마 네가 왜냐고 물을 줄이야.]

 

파우나가 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금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섬뜩함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와, 무메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인류는 항상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았는걸. 응응. 그렇지. 그러니까 한 번 쯤은 역으로 당해도 괜찮잖아?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지?]

[아, 아니야! 이건 잘못됐어!]

 

파우나가 무메이의 턱을 붙잡았다.

 

[어라. 뭐가 잘못됐다는 걸까? 말해볼래?]

 

무메이가 거칠게 고개를 흔들어 파우나의 손을 떨쳐냈다.

 

[생명의 순환이 필요한 것은 맞아. 하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모두가 불행한 방법으로는…!]

 

짝!

 

무메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파우나가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그만하렴. 무메이. 우리 자연도 항상 그런 심정이었단다.]

[파, 파우나….]

 

무메이가 눈물을 흘렸다.

파우나는 무시하고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어느 방으로 사라졌다.

 

“키아라…. 미안해. 너는 인류를 사랑하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

 

최선을 다해 너를 해친 자들을 죽였다.

그 일에 연관된 이들도 죽었다.

그들의 가족의 가족, 친구의 친구, 이웃의 이웃까지 죽이고 나자 인류는 멸망에 치달았다.

 

“키아라…….”

 

그녀의 시신 앞에서 칼리는 두 손을 모았다.

 

“네가 살아나면… 이런 나를 용서해줄까?”

 

아니.

절대 용서받지 못하겠지.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며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욕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미움받아도, 그때처럼 사랑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너만 살아난다면.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래. 일을 잘 해줬구나.]

 

파우나였다.

그녀는 무메이를 잡았다는 희열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약속을 지켜줘야지.]

 

짝짝!

 

파우나가 손뼉을 쳤다.

 

“……!”

 

칼리의 눈이 커졌다.

 


 

짝짝!

 

파우나의 손뼉 소리와 함께 등장한 것은.

 

“스, 스승님!”

[칼리. 나의 딸. 자랑스러운 수석 제자야.]

 

모든 죽음의 아버지.

죽음을 관장하는 자.

그림 리퍼Grim reaper.

 

[내가 잠깐 이 세계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큰 사고를 쳤더구나.]

“데스 센세. 이, 이건!”

 

칼리의 고개가 파우나를 향했다.

파우나는 특유의 미소로 그녀를 보고 말했다.

 

[다시 만나게 해준다고 했잖아.]

“아니, 씨…!”

 

되묻기도 전에.

그림 리퍼가 낫을 들었다.

모리 칼리오페가 낫을 휘둘렀다.

 

서걱-

 

[못난 제자야. 실망이구나.]

“아.”

 

칼리의 낫이 반으로 잘렸다. 그림 리퍼의 낫이 심장을 뚫었다.

 

[작별이다.]

“아. 아아…!”

 

칼리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나는…’

 

불사신이 수확했던 수많은 죽음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칼리는 바닥을 기어 키아라에게 다가갔다.

 

“키, 아라….”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칼리의 피가 자국을 남겼다.

여전히 그녀의 시신은 차갑다.

 

“키아라….”

 

여전히 그녀는 웃어주지 않는다.

 

“미, 안해.”

 

네가 눈을 뜨지 않는 건….

그건 아마도 내가 너의 믿음을 배신해서 그렇겠지?

 

‘사랑해! 칼리!’

 

지금도 눈을 감으면 네 목소리가 들리는데.

너와 함께 밤을 지새웠던 날들이 떠오르는데.

그 많은 추억을 더럽혀버렸어.

 

“키아라….”

 

나는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키아라. 나도 너를 사……”

 


 








난 약속은 지켰다? 알지?








 


 

쾅!

 

“이런 미친 애미 없는 씨발 새끼들!”

 

아멜리아 왓슨이 책상을 내려쳤다.

죽음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분노가, 정말 화가 너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칼리가 왜 그렇게 빡쳤나 했더니!”

 

왓슨은 신경질 내며 코트를 대충 입었다.

 

“되돌려야 해. 내가…!”

[아멜리아 왓슨.]

 

젠장! 하필이면 이 순간에!

왓슨은 짜증을 내며 하늘을 보았다.

거대한 프로펠러를 머리에 달고 있는 파란 여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시간의 감시자, 오로 크로니Ouro Kronii.”

[시간의 훼방꾼, 아멜리아 왓슨.]

 

왓슨은 시계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이 시계는 타임머신이었다. 사용하면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크로니는 시간선을 지키는 수호자였다.

매번 왓슨을 잡으려고 나서는 귀찮은 스토커이기도 했다.

 

“지금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해?”

 

왓슨은 겉으로 긴장을 숨기며 대담하게 외쳤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

“어?”

 

그런데 의외로 말이 통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또한 의회의 결정이다.]

“너희 의회는 같은 일원을 잡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을 개판 내고 지랄이냐?”

[…거기까지 알아냈는가.]

 

크로니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

“지랄하지 마. 이렇게 끝나게 두지 않아. 내가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거야.”

 

키아라의 죽음을 막아 칼리의 폭주를 없던 일로 만들 것이다.

 

[…….]

 

왓슨이 시계를 조작했다. 크로니의 동작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설정을 끝냈다.

 

“……?”

 

그런데 어째서인지 크로니가 움직이지 않았다.

 

“너, 설마?”

 

자타공인 넘버원 탐정은 그녀의 행동에서 많은 것을 읽어냈다.

 

[허튼 생각하지 마라. 나는… 그래. 오늘도 너를 놓쳤으니 사나에게 하소연이나 하러 가야겠군.]

“하하, 진심이야?”

 

크로니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왓슨은 웃으면서 그녀의 등에 외쳤다.

 

“그래! 다음에 보면 총이나 한 번 갈기자!”

[총?]

“FPS 게임도 몰라? 틀딱 새끼!”

[뭐, 뭐라…!]

 

크로니가 놀라 돌아보았을 때, 왓슨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이따 보자고.”

[…그래.]

“그러… 그롸아아아아아아아악!!!!”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 요란한 방법이구나.]

 

빛과 함께 사라진 왓슨의 흔적을 보며, 크로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탁한다. 자칭 넘버원 탐정.]

 


 


◇◇◇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난 2주 전에 EN에 입덕해서 자세한 설정이나 밈을 모름.

밈을 더 알았으면 넣었을 텐데... 분위기가 다크해서 안 넣었을 것 같기도 함.

원래 글 쓰는 취미가 있기도 했는데 마침 대회도 있다고 하니까 급하게 써봤음.

설정이 너무 엇나간다거나, 이야기가 너무 암울하다면 의견 남겨주셈.

내가 생각해도 좀 극단적이라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밝게 써보겠음ㅇㅇ


중간에 나오는 종이봉투 가디언은 채널에 있는 짤 보고 쓴 거 맞음

불편해도 수정 못 하니 감안 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