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토벌?"




"그래!"




평소와 같이 길드의 내부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루시아를 향해 노엘과 후레아가 웃으며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최근 해적단이 활발하게 움직여서 근처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곤란하다는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들이 도와주기로 했다는 말씀!"




풍만한 가슴을 과시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설명을 하는 노엘을 본 루시아의 눈이 잠시 어둡게 변했지만 이내 평범하게 돌아온다.




그리고는 종이를 읽지도 않고 고이 접어 서랍에 집어넣는다.




"가기 싫어."




그리고는 다시금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눈을 감는다.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최속으로 날아간 이불이 루시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춰준다.




"가기 싫다고?"




"그래, 가기 싫어!"




완고하게 이불에 머리를 박고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루시아의 모습에 노엘과 후레아가고개를 갸웃거리며 루시아를 바라본다.




왜 저러지?




평소라면 웃으면서 같이 가자고 했을 텐데...




잠시 생각하던 노엘이 해맑게 웃으며 양손으로 손뼉을 치며 알았다는 듯 외쳤다.




"움직이기 싫어서 그렇구나!"




"아니야! 루시아는 그런 글러 먹은 인간이 아니라고!"




노엘의 일차원적 사고방식에 한숨을 쉬던 루시아는 한숨을 쉬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약간 탁해진 적색 눈동자가 노엘과 후레아를반복해서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보였다.




"노엘."




"왜그래?"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노엘을 바라보며 연분홍색 수첩을 꺼내 보인다.




그걸 본 노엘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지만.




"아."




후레아는 그것을 정체를 깨닫고서 단말마를 흘려보냈다.




"이게 뭔지 알아?"




"몰라!"




빠직.




새하얀 루시아의 이마에 작게 푸른색의 혈관이 튀어오른다.




노엘은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는지 얼굴에서 미소를 지을 생각을 못 했다.




"최근 우리들 일 꽤 열심히 했지?"




"그래! 단장이 일을 열심히 모아왔으니까 말이야!!"




출렁.




노엘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당당함을 표했다.




"...."




도발하는 건가?




순간 정신이 날아갈 뻔한 루시아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서 연분홍색 수첩을 펼쳐 한 페이지를 노엘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댄다.




"응? 뭐야 이거."




"가계부."




루시아가 그 수첩에 대한 것을 말했을 무렵 후레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 새로운 규동의 이름?"




"아니야! 그동안 루시아나 노엘이 돈을 얼마나 벌었고 썼는지를 적어놓은 거야!"




쾅!




루시아가 수첩을 책상에 내려치며 소리쳤음에도 노엘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최근 노엘이 받아온 일들은 전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좋은 일들이기는 하지만!"




가계부의 마지막 숫자를 가리키며 목에 핏줄을 세우며 루시아가 소리 질렀다.




"돈이 없다고!"




숫자는 꽤 있었다.




0가 5개나 있었으니까 숫자는 많았다.




다만 그 앞에 '-'가 붙어있지만 않았더라면.




"매일매일 일은 나가는데 돈이 안 모여! 안 모이는 거면 또 몰라도 적자라고!! 이대로면 루시아가 팬데드들이랑 노는 게 아니라 루시아가 팬데드가 되어버리겠다고!!!"




노엘과 후레아가하는 일들은 분명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범주에서 '정의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정의를 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정의로운 마음도 아니고 힘도 아니고 돈이었다.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도 못하잖아! 밥도 매일매일 한 끼는 규동을 노엘이 먹어야 해서 식비도 꽤 깨지고 나도 펜데드들을 소환하려면 촉매가 필요한데 그 촉매도 못 사니까 루시아 그냥 일반인 이하가 되어버렸잖아!!"




지금까지 속에 쌓여있던 것들을 다 쏟아부을 기세로 말을 내뱉는다.




"자, 잠깐 루시아! 일단 진정하고 얘기하...."




"루시아는 엄청나게 침착한 상태야!"




"아니, 누가 봐도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버렸잖아!?"




"어라?"




결국 루시아의 잔소리는 10분 동안 이어졌고 마지막 한 마디까지 쏟아낸 루시아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소파에 다시금 등을 기댔다.




"후우, 이제 알아들었지?"




"응. 루시아의 말을 확실히 알아들었어."




아까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의 노엘을 본 루사아는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좀 쉬고 다음부터는 돈이 되는 일을..."




"단장이 좀 더 힘내서 일을 더 많이 해내면 되는구나!"




"왜 그런 결론이 나와!!!!!"




그아아아아아악!!




루시아의 외침은 노엘의 힘 앞에서 무력하게 끌려갈 뿐이었다.




***




"결국 와버렸어."




철썩철썩!!




바다의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원한 바닷바람이 크게 몰아쳐 온다.




뻥 뚫린 하늘과 수평선을 바라보면 고민 따위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루시아의 고민을 수평선을 바라볼수록 한숨을 더할 뿐이었다.





"괜찮아. 루시아?"




후레아가한숨을 푹푹 내쉬는 루시아의 곁으로 와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안 그래도 최근 재정 관리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이 자주 있는 데다가 노엘처럼 괴물 같은 체력도 없는 루시아는 특히나 힘들었겠지.




"응, 이미 와버린 건 어쩔 수 없잖아."




이미 주민들의 부탁을 듣고 배에 올라버렸다.




괜한 기대심을 심어줘버린 상태에서 "루시아 돌아갈래!!"라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 이미 육지에서 멀어져 버린 배를 되돌릴 기술을 루시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즐길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하는 김에 재정 사정도 되돌리고.




"응?"




순간 루시아의 눈에서 빛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었나?




"후레아! 저기 봐!! 생선이 날고 있어!!!"




"응? 날치라도 있어?"




후레아가 떠나가자 루시아는 휴식을 위해 선박의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며 오랜만의 햇볕을 받으며 가볍게 눈을 감는다.




진동이 적어서 그런가? 눈을 감자마자 약간씩 수면 소리가 들려온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




적당하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햇빛.




익숙한 노엘과 후레아의 대화 소리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적당한 백색 소음에 불과했다.




아, 이거 진짜 잠들어 버리겠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루시아의 의식은 점점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었다.




펑!!




"우왓!"




하지만 그것조차 허락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굉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에? 뭐야? 뭐야??"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굉음에 아직 잠이 덜 깬 루시아가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던 노엘과 후레아를향해 다급하게 달려간다.




"아, 루시아 일어났어?"




"으, 응...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노엘은 평소와 같이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수평선을 가리켰다.




"해적선이 찾아왔어."




노엘의 손가락의 끝에는 붉은색 해적선이 대포를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펑!!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잖아!"




대포가 포신에서 굉음을 내뱉으며 포탄을 내뱉어 루시아네 배의 옆에 떨어져 파도를 일으킨다.




파도에 물이 배에 들어오고, 흔들리며 순식간에 배가 엉망이 되어나간다.




"우와아악!"




"와이, 재미있다!!!"




물론 배뿐만이 아니라 거기 탄 사람도 엉망이 되어가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후하하하하하!!"




포탄이 쏘아지는 와중에도 한 명의 여성의 목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졌다.




다른 해적들 사이의 붉은 색의 옷을 입은 한 명의 여성이 대포의 포신의 옆쪽에 앉아서 대포알을 피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그저 웃음을 계속 터트린다.




"겨우 그따위 배로 이 호쇼 해적단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언어도단! 우리들을 잡으려면 최소한 해군의 삼대장이라도 데려오라고!!"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녀의 말에 식은땀을 흘릴지도 모르겠다만 배 선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어이쿠야. 선장님의 발작 또 시작했네."




"그러게.... 그나저나 해군 삼대장은 또 뭐야?"




"몰라. 아마도 또 그 만화에서 베껴 온 거 아니야?"




일사불란하게 대포알을 챙겨 넣고, 대포를 발사하면서 뒷담을 까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다.




"후하하하하! 겨우 코비 정도의 힘으로 나를 상대하려고 하다니 말이다!"




퍼퍼퍼퍼퍼퍼펑!!




또다시 포탄이 날아오자 루시아는 그냥 도망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적어도 저 해적을 잡아서 돈을 보충하지 않으면 길바닥에 내앉아야 할지도 모른다!




파도를 즐기며 웃으며 즐기던 노엘을 보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서 소리쳤다.




"노엘!!"




"응? 왜 그래 루시..."




"저 해적 잡으면 일주일 동안 규동 제한 풀어줄게."




콰득!




배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대포알이 그대로 노엘의 손에 잡혀서 공중에서 멈춘다.




노엘의 눈이 점점 날카롭게 바뀌어나간다.




"... 정말로?"




"그래! 몇 그릇을 먹던! 무슨 종류를 시키든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처억.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웃고 있는 마린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냈다.




"저 해적 잡아버려!!!"




"우랴아아아아!!!"




퍼어어엉!




노엘의 손에 잡혀있던 대포알이 루시아네 배로 날아오던 대포알보다 따르고, 더욱 위협적으로 바뀌어.




콰드드드드드득!!




마린의 배의 중심을 꿰뚫었다.




"주... 주먹 운석이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웃던 마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해적선의 내부가 소란스럽게 뒤바뀌지만 이미 쏘아버린 포탄들은 루시아네 배를 노리고 있었고.




팡!




파앙!!




파아아아앙!!!




"으아아악!"




"빨리 수리해!!"




"유령 해적선이 되기 싫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검은 대포알이 노엘의 손을 통해서 해적선을 실시간으로 분쇄해나가며 눈동자를 반짝인다.




"규동! 무제한! 파티!"




날아온 포탄들이 한 번의 미스를 일으키지 않으며 순식간에 마린 해적선을 가라앉히기 시작했고.




"탈출이다!!!"




선원들의 탈출이 시작됐다.




"잠깐 기다려!!"




마린이 배의 끝부분에 서서 선원들을 막아보려 했지만, 진즉에 배는 반파됐고 현재 진행형으로 침수 중이었기에 더 이상 있기에는 그 누가 봐도 무리였다.




하지만 마린은 막아보려 했지만, 선원들은 귀퉁이로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그들은 마린을 따랐던 이유는 순전히 '돈이 잘 벌린다.'는 이유였고 마린의 꿈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애초에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원피스를 찾아내고 말 거야!"라고 외치는 선장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선원은 적었지만 말이다.




"잠시만 호쇼 해적단이 인연은 겨우 이 정도였나!"




아니, 그래도 정이 있어서 따로 선장 탈출용 배까지 준비해두고 거기에다가 식량이랑 물이랑 여러 가지 다 챙겨 담아 줬다.




그런데 저기 저 선장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서는 배의 위에 올라서 목이 갈라져라 외치고 있었다.




"살고 싶어!!!"




선원들은 저 지경이 돼서도 드립을 치는 마린의 모습에 이제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후레아, 저거 쏠 수 있어?"




"아, 잠시만 기다려."




그리고 이쪽에서는 착실히 마린을 잡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피잉!




후레아의 화살이 먼저 빠르게 마린의 모자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 꽂히자 마린이 다급하게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푸하!!"




평소라면 자기는 악마의 열매를 먹어서 헤엄을 못 친다고 외칠 마린 이여도 지금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어기적어기적 헤엄을 치며 준비된 배를 향해 기어나간다.




저거 알고 있으면서 저렇게 말했구먼.




한숨을 내뱉으며 거의 다 가라앉은 배를 바라보던 일당은 육지를 향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마린은 칼을 한 자루 꺼내 들고서 루시아네 배를 향해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고함을 바락바락 지를 뿐이었다.




"이 해군 놈들이!!!"




쾅쾅쾅!




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발버둥을 치며 칼부림을 치는 마린을 바라보며 루시아는 크게 소리 질렀다.




"호쇼 해적단의 호쇼 마린! 얌전히 투항하면 특별히 그냥 감옥에 집어넣는 거로 용서해 드릴 테니 빨리 투항하고 오세요!"





"시끄러워, 이 빨래판!"




............................................................




정적이 감돌았다.




아무도 그 이상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후레아는 물론이고 아까부터 규동규동 노래를 부르던 노엘조차 얼굴을 굳히고서는 벌벌 떨고 있었다.




"어, 어라?"




이상해. 뭔가 이상해.




그 분위기를 타서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던 마린조차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지금...."




"아....."




그건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루시아의 주변으로 검은색과 분홍색 빛의 구가 천천히 모습을 들어내며 루시아의 모습이 바뀌어나간다.




짧은 에메랄드색 머리카락은 연분홍색 긴 생머리카락으로 바뀌고 눈동자는 빛을 읽어 검붉은 색으로 전락한다.




"뭐라고 했냐?"




까득까득까득!!




딱딱딱!!




루시아의 주변의 구체에서 그녀의 친구가 모습을 들어낸다.




"어서 오렴 팬데드들."




전부 뼈로 된 그저 한낱 사역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루시아에게 있어 팬데드... 아니, 언데드들은 전부 친구였다.




그렇기에 루시아의 언데드들은 그저 사역당하는 약해빠진 존재가 아니다.




"드, 드래곤?"




드래곤을 시작으로 전생 용사, 전생 마왕, 전생 현자 등등 절대로 사역될리가 없는 존재들이 속속히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들어낸다.




그 모습은 적어도 일개 해적이었던 마린에게는 너무나도 과도한 전력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잡아와. 팬데드들아."




그녀는 '금기'를 거슬러 버렸는 것을.




"꺄아아아아악!"




그 뒤 호쇼 마린이라는 해적은 바다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야기 끝."




"잠깐! 선장과 루시아의 만남은 그런 한 마디로 끝낼 게 아니잖아!"




"아름다운 바닷가에서의 만남! 그리고 잠깐의 슬픈 이별!! 마지막으로 하룻밤의 추억!!!"




"그런 기억 루시아한테는 없는데."




"그러네. 결국 노예상에 팔릴 뻔한 걸 우리들이 주워준 거잖아?"




"단장은 그 때 규동 먹느라 잘 몰랐는데 말이야."




"후레아랑 노엘도 너무하네!"




그렇게 홀로라이브 3기생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아니, 거기서 제일 불쌍한 건 마린이 아니라 등장도 안 한 페코짱 아니페코!?"










솔직히 3기생 전원 등장시키고 싶었으나.... 페코짱이 등장 시킬 타이밍을 못 잡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