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오니기리]

 

홀로라이브 도쿄 속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러 출근을 한다.


늦잠을 잔 사람은 아침도 못 먹고 집에서 나온 경우가 많아, 간단하게 빵을 먹는다.

 

그런 점에서 이누가미 코로네가 운영하는 빵집은 아주 적절한 위치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게다.

 



이 가게는 또 하나의 매력이 있는데, 빵가게를 보는 그녀의 이모와 같은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여기 1천엔이요, 거슬러주세요”

 

“오라요”

 



황금 같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출근하러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아침은 끔찍한 하루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게에서 빵을 사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모두 밝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이모와 같은 친근한 분위기 덕분에


가게에 있는 그 순간만큼은 기계 같이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짧지만 큰 행복을 주는 듯하다.

 

각자 맡은 일이 있어 가게에 오래 있을 순 없지만,


잠시나마 따뜻함을 얻기 위해 그녀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기계부품과도 같은 차가운 도심 속에서


이누가미 코로네의 빵집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장소인 것 같다.




“유비유비!”


“모구모구~”

 



가게 영업이 끝나고, 코로네는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그녀는 빵집을 운영함과 동시에 홀로라이브 게이머즈에 소속된 멤버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한다.

 



오늘 방송은 같은 소속의 네코마타 오카유와 함꼐 잡담을 나누는 방송이다.

 

이 둘이 함께 방송을 할 때, 특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워진다.

 

코로네의 발랄한 성격과 함께, 오카유의 차분한 목소리가 어울리고


꽁냥꽁냥하는 분위기가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 아닌 훈훈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다른 방송과 같이 사람들은 방송 중에, 방송이 끝나고 SNS를 통해 감상을 공유한다.

 

그들의 방송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

 

라고 말이다.




코로네 집에서 방송을 마치면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오카유는 코로네 집에 하룻밤을 잔다.

 

신세를 진 김에, 오카유는 바쁜 시간대인 오전타임에


코로네와 함께 가게의 일을 돕는다.



 

그리고 점심 휴식 시간에 코로네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간다.

 



합방이 끝난 다음 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심 속 사람들은 우산을 쓴 채로 각자의 업무를 하러 발걸음을 옮긴다.

 

이따금씩 천둥번개가 내리칠 때 깜짝 놀라는 코로네를 뺀다면,


평상시와 다름없이 밝은 분위기의 코로네 가게이다.

 



“카드로 결제할게요.”


“오라요.”

 

“이렇게 해서 얼마죠?”


“680엔이야.”

 

“나중에 케이크 가지러 다시 올게요”


“꼭 와야 돼. 손가락 걸고 약속이야!


“네?”



 

비가 쏟아지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게에 손님들이 많이 있다.


코로네와 오카유가 함께 있는 모습은 전날 합방 방송 다음날 오전까지 볼 수 있는,


운만 좋으면 직접 볼 수 있는, 출근 전 최고의 선택이니까.

 



“어이! 이거 두고 갔어!”


“그게 뭐야, 코로네?”


“잠시만 카운터 좀 맡고 있어 봐, 오카유. 저 녀석이 놓고 간 빵 좀 주고 올게.”


“그래, 밖에 비 많이 오니까 조심해서 갔다 와.”

 



빨리 주인을 찾아주려고 허겁지겁 나서는 코로네의 모습은


공을 쫓아가는 강아지와 똑같았다.

 



그래서 그럴까.


코로네는 가게 문과 빵을 두고 간 사람 간의 거리를 짧게 생각했고 뛰었다.

 



“어이, 너 임마!”




그녀의 목소리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묻혔고,


그녀가 지나갔던 자리는 화물트럭 한 대가 넘어진 채로 휩쓸었다.

 

바닥에는 빗물에 젖은 빵 봉지가 있었고,


그녀가 겉에 걸치고 있던 외투 주머니 속에는 왼손 약지를 감싼 차가운 수건이 있었다.

 

그 순간, 폭우가 쏟아지는 도심에는 따뜻함이 사라졌다.


따뜻함이 사라진 도심 속 사람들은 이 상황을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큰일을 직접 목격한 것에 대해 서로 자랑하듯이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바쁜 사람은 각자 자기 갈 길을 갔다.

 



그녀는 차가운 도심에 삼켜졌다.

 



“코로네가 왜 이렇게 늦지?”

 



오카유가 상황을 알게 된 것은 빗소리를 뚫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린 이후였다.

 



2년 후, 그녀가 운영했던 빵가게에 주먹밥 가게가 들어섰다.


오랜 시간 비어 있었던 만큼 이곳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잊힌 곳에


주먹밥 가게가 하나 들어섰다.


홀로라이브 도쿄 도심에 자리잡은 주먹밥 가게. 


시끌벅적한 도심 분위기와 대비되는 아기자기한 주먹밥 가게이다.

 

높이 솟은 상가 건물들과 대비되는 작고 아담한, 판잣집의 건물이었기에


오히려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은 이름도 없는 가게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겪은 신비한 일이 SNS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오마카세 오니기리 1개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게 정말 신기해.'

 

'혼자 요리하는 사장님이 있는데, 이 사람이랑 얘기하면 마음이 따뜻해져.'

 

'오마카세 오니기리 1개 주문하고 사장님이랑 몇 마디 주고받았더니, 지금 당장 나한테 필요한 오니기리를 만들어 주더라니까?'

 

'오니기리 1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 후회 없는 한 끼.'


'안의 속을 보기 전까진 도대체 뭐가 있는지 몰라서 YABE한데, 오히려 좋아.'

 

'오니기리 1개라서 조금 부족하지만, 마음은 확실히 배불러졌어.'

 

'예약제야. 무조건 예약 먼저 해야 돼. 바쁜 사람은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꼭 가봐!'

 



SNS를 통해 그 가게는 특별한 오니기리 한 점을 먹어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주먹밥 가게는 오직 예약제를 통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 나머지 1년 넘게 예약이 밀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오니기리 1개를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장과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겼다거나


나을 수 없는 불치병이 나았다는 경우도 생겨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소식이 퍼졌다. 

 



하늘은 깜깜하지만 여전히 밝은 도심 속.


주먹밥 가게에 허름한 차림의 길고양이가 들어간다.

 



“어서오세요, 손님.”


“응.”


“근처에 아무도 없는 시간대를 원하셔서 오래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오카유는 이미 도심 속의 사람들이 냉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 그 사건 이후로 종적을 감춘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또 SNS에 잔뜩 올릴까 봐 일부러 시간을 그렇게 맞춘 것 같다.



 

“그녀… 이누가미 코로네 사건 이후로 모습을 감추셨더군요.”


“그때 이후로 방송 끊고, 소속사에 연락해서 좀 쉬고 싶다고 얘기했어.”


“밥은 잘 챙겨 드셨습니까?”


“너 같으면 잘 넘어 갔겠어?”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가게 안에는 오카유와 사장, 둘만 있었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공간을 채우고 있다.

 

답답한 오카유는 자기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

 



“그때 이후로, 인간을 보면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어.”


“일단은, 저도 인간입니다만?”


“예민한 고양이한테 우스갯소리해도 안 웃겨.”



 

이래선 대화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주먹밥 가게 사장은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주었다.



 

“제가 오카유 님을 위해 준비한 재료가 있습니다. 그걸 드시고 얘기를 계속 나눠보죠.”


“그래. 간만에 시골에서 여기까지 오니까 힘들더라.”



 

오랜 시간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오카유의 모습은 길고양이와 같아서,


그 모습은 이누가미 코로네의 교통사고 이후 생긴 그녀의 상처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정리가 안 된 털. 힘이 없고, 잠긴 목소리. 너덜너덜한 옷.


눈을 가리고도 남을 머리카락. 날카로운 손톱.

 

그녀가 신고 온 신발은 너덜너덜해졌지만, 보인다.


갈색 강아지가 그려져있는… 슬리퍼다.

 



“그러고보니…”

 

가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오카유를 보며, 사장은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



 

“코로네 양의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왼쪽 약지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리고 그 손가락은 코로네가 실수로 기계를 잘못 만지다가 잘려진 거지.”

 

“그랬죠. 그녀의 성격 상,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어 휴식시간 때 자기 혼자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려고 그전까지 손가락을 깔끔하게 보관한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보도가 되었고, 수술을 해 봉합했죠.”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

 



사장의 얘기를 듣자마자 오카유는 식탁을 내리친다.

 

“왜 코로네는 나한테 얘기를 안 한 거지?”


“그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보통 사람을 위로할 때,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막연하게 잘 될 거라고 얘기한다.


정작 당사자에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지라도, 위로만 하고 넘어간다.


잘못된 방법으로 위로를 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없어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에 몰려들고, 이전의 정보는 그들에게 잊혀진다.


그렇게 삼켜진다.

 

주먹밥 가게 사장은 본질적으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


직접 마주하기위해 사전에 상대방의 정보를 찾는다.

 

마치 음식을 그냥 삼키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는 것처럼 상대방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으면서 오니기리 한 점을 건네준다.



 

“SNS가 생기면서 큰 사건만 다뤄지게 되고, 그것도 한 번에 떴다가 금새 잊혀지게 되는 게 웃기지 않나요?”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그 사건을 본 사람은 많은데 왜 아무도 그 상황을 신고할 생각을 안 했던 거지?”

 

“그것이 차가운 도심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인간은 너무 제멋대로야.”

 

“그렇게 삼켜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죠.”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대화가 오고 갔다.

 

잠시동안의 정적.

 

오카유는 이미 식어버린 차를 들이마신 다음, 숨을 가다듬는다.


“왜 코로네는 나한테 말을 안 해준 거지?”

 

“어느새 그녀도 차가운 현실에 삼켜졌나봅니다.”

 



사람은 자기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얘기하기 두려울 때가 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당장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정작 더 중요한 것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그렇게 차가운 현실에 삼켜지게 된다. 

 

잊혀지고,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사라지게 된다.


 

 

“다 만들었습니다.”

 



사장은 오카유에게 따뜻한 오니기리 하나를 건넨다.

 

겉만 봤을 땐, 평범한 오니기리다.

 



윤기가 흐르는 쌀에, 적당히 간이 된 김이 밑을 감싸면서 받쳐주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아는 오니기리의 모습이다.

 



오카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으로 오니기리를 잡는다.

 

한입에 다 삼킬 것처럼 입에 넣는 듯했으나 다시 접시 위에 올린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다시 생각에 잠긴다.

 

오카유는 오니기리의 내용물을 음미하며 천천히 삼킨다.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씹는다.

 

아직 내용물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내용물이 무엇인지 사장은, 오카유는 알고 있다.

 

그 내용물은…








 

나는 사장한테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에 대해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은 어둡지만, 길거리는 아직 밝다.

 

아름다운 길거리의 풍경이 나의 눈을 적시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워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내가 없어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현실로부터 삼켜졌고,


덕분에 나는 코로네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코로네를 보내준 길 앞에 멈추고, 잠시 눈을 감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나의 약지는 그녀의 몸에 이어졌다.


그녀의 약지는 지금 내 몸 속에 있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약지가 지금 내 몸에 퍼져가고 있다.

 

나는 눈을 감고 과거에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회상한다.

 

눈을 뜬다.

 

세상은 이런 내 모습에 상관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녀가 내 몸 속에 스며들고 있다.

 

이젠 내가 현실에 삼켜질 차례다.

 

내가 방금 먹은 오니기리처럼.

 

내 몸에 무엇이 있는지 너는 모르겠지.


너는 맛을 음미하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삼킬테니까.


그런 현실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워.



 

혐오스러울정도로 냉담한 너를 위해 준비한 나는

 



오마카세 오니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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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명을 기념한 대회가 어느새 3천명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앞으로도 홀로라이브 라이프 재밌게 보내자!


요새 재밌는 홀로멤버 영상이 많아서 글 쓸 시간이 없을까 싶었는데

일요일 하루 투자해서 완성을 목표로 썼음


한번도 문학글을 써본적이 없어서 그동안 일기를 쓴 짬을 바탕으로 성장물을 그려볼까 했는데

여름도 끝나간다, 공포물을 써볼려고 했음


여러가지 생각은 떠올랐지만,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한 나의 표현력이 아직 부족하기도 했고,

흐름이 꼬이기도 시작했다.


공포물에 대해 알아보면서 최대한 독자들을 몰입시키려고 했고,

클리셰도 나름대로 넣어보았고, 마지막에 나름대로 통수를 한 번 때려봤다.


문맥이 매끄럽진 않지만 그래도 완성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중임.


이번 대회 덕분에 공포물이라는 것을 처음 쓰는 경험을 접했다는 점에서

이 대회를 열어준 주최자에게 고마움을 표함.


그리고 한동안 심란했는데, 내가 노력해서 완성한 것이 생기니 뿌듯함이 생긴다.


아직 마감일까지 남은 기간 있으니 쓰고 있는 사람들은 마무리까지 열심히 쓰고


8월을 마무리하기 전 내가 열었는 대회도 참가해주길 바람 ㅠㅠ

이제 다시 홀붕인생 보낼 수 있다!!

는 개강시즌이다 이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