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겨울날 집 근처에서 공원에서 신기하게도 애기냥이가 따라온적이 있었음

이 추운날 새끼가 어미냥이도 없이 혼자 있는게
딱 봐도 아, 얘는 죽겠구나 싶었음
안타깝지만 얘의 운명이거니 하고 가는데
얘가 우리집 빌라 공동 현관문앞까지 따라오는거야

고양이한테 간택받았다는건 들어보기만 했지
냥이 졸졸 따라오는게 너무 신기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나 싶어서
안쓰럽기도 했음

근데 어쩌겠어 우리집은 댕댕이는 키워도
냥이는 한번도 안키워봐서
미안하다 생각하면서 그냥 집에 들어갔음

그 길로 그냥 신경껐으면 될걸
쪼그만 그 처량한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혀서 도저히 못참겠는거임
결국 30분쯤 지나선가 다시 현관에 내려가버렸음

30분이나 지났으니
데려오자! 생각해서 내려간건 아니고
그냥 내려가서 냥이가 없는걸 눈으로 확인하면 맘이 그래도 편해질것 같더라구

여튼 현관에 내려와서 냥이 없는거 보고
어디 다른곳에 갔나보구나 싶었음
그래도 찝찝하니 혹시 몰라서 빌라 바로앞에 주차된 차량 밑에도 한번 슬쩍봤지

근데 골때리게 얘가 차밑에 쭈구리고 있는거야ㅋㅋㅋ

아 진짜  도저히 두번은 무시 못하겠는거임

오만생각이 다 들었음
집에 데려오면 부모님이 뭐라고할까
집에 댕댕이 키우는데 싸움나진 않을까
혹시 싸우다 눈이라도 할켜서 사고나는거 아닐까

엄청 걱정하면서도
몸은 벌써 안아들고 계단부터 오르고 있더라

11월 중순 즈음 이었는데
어미도 없이 이날씨에는 무조건 죽을테니

딱 겨울만 넘기고 다시 밖에 풀어주자!
이딴 말도안되는 생각하면서 집에 들어옴ㅋㅋ

부모님께도 그렇게 필사적으로 변명하며
금방 분양 보낼거라고 열심히 설득했고
결국 한달만 키워주는 조건으로
허락 받는데 성공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운명이었던거 같아

나도 그렇지만 부모님도 정이 많으신데다
새끼고양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지?
거기다 완전 개냥이거든
이름 붙여주고 품에 들어온 애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한흐름으로
그렇게 우리집에 쭉 눌러살게 되었음

댕댕이랑도 너무 잘지냈고
이름부르면 꼭 애옹~ 대답하고
얼마나 귀여웠는지

집에 적응하고 나니까 뻔뻔해져서
침대에 오줌싸는 이상한 버릇도 생기고
덕분에 이불 빨래만 몇번이나 했는지

그래도 타블렛 잡고 일하고 있으면
관심 가져달라고
펜잡은 손위에 올라가서 식빵꿉던
애교 넘치는 애였어

그렇게 늙어 죽을때까지 쭉 같이 살줄 알았는데


작년초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침에 갑자기 켁켁 거리며 숨을 못쉬더니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안에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어

해본적도 없는 심폐소생술 미친듯이 하면서
병원에 도착해 뛰어들어가서 수의사한테
바로 맡겼는데 이미 늦었다더라

수의사말로는 유전적으로 심장병을 앓았던것 같다고 짐작만 했고...

정말로 그런식의 헤어짐은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어서

약물 주사 멈추고 산소주입기 같은거 떼면서
가망이 없다고 의사가 말하는 순간
병원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었다

이렇게 가려고 그날 그렇게 따라왔냐면서..


진짜 어떤 불행들은 가끔
어쩔도리도 없이 그냥 일어나버리는것 같아

특히 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한 원인도 모를때는 진짜
어디도 표출할곳이 없어서
그냥 나를 원망하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더라


아무튼..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진거 같은데
세줄 요약이 없어서 미안해
시온네 루이가 그렇게 갑자기 무지개다리 건넜다는거 보고 생각나서 썼음..


그냥 어떻게 해도 자책할 수 밖에 없겠지만
시온의 경우
밤에 방송안키고 병원 갔으면 좋았을거라며
죄책감 안느꼈으면 좋겠다...

어쩔도리도 없이 터지는게 불행이고..
사랑 많이 받고 떠났을 루이는 행복한 냥이었고
시온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고 힘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