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래는 한글로 논문 쓰듯 쓰던 거였는데 여기에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복붙하여 가져온 글이다. 따라서 한글이 제공하는 각주로 썼던 추가 설명과 출처는 [대괄호] 안에 욱여넣은 상태이며, 링크 출처는 '출처'라는 글자에 하이퍼링크를 걸어놓았다.

🦉 오시 또는 특정 기수의 매력이나 특징을 홍보한다는 대회 취지와 너무나도 불일치하는 글이 나와버렸지만 시간 관계상 이 상태에서 줄여야 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쓰다보니 재미가 붙어버려서 글의 방향을 선회하지 못했음. 원래는 무메이의 성격이라던가 매력도 쓰려 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미완성 글이지만 사진 자료 제외하면 한글 10pt, 160% 기준으로 10페이지 턱걸이하는 분량이다. 따라서 글은 매우 길고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 노잼일 수 있으니 홀붕이들의 양해를 바란다.

🦉 가장 당부하고 싶은 건, 내가 이 글에서 무메이에 대해 뭐라고 서술했다고 그걸 맹신하지는 말아달라는 점이다.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다는 건 순전히 무메이의 의상에 들어있는 문명의 요소만 풀이해서 개인적으로 끼워 맞췄다는 것이지 실제로 무메이가 그러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착한 홀붕이들이 진짜로 이 글의 내용과 결론을 믿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이메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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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시 무메이(Nanashi Mumei, 이하 무메이)는 2021년 8월 23일 데뷔한 홀로라이브 English의 2기생, 의회(Council)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의회에서의 직책은 ‘문명의 수호자(Guardian of Civilization)’이다. 이름의 일본어 표기는 ‘七詩ムメイ’이지만 이 표기에는 별다른 속뜻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발음이 같으면서도 ‘이름이 없다’는 뜻을 가진 두 단어 ‘名無し’와 ‘無名’가 진정한 의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마저도 무메이의 진짜 이름은 본인도 잊어버렸기 때문에 현재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무메이는 자신의 나이를 모른다. 정확히는 까먹었기 때문에 프로필을 소개할 때도 ????라고만 표기되어 있다.[출처] 보편적으로 인류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4500년경 이라크 남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수메르(Sumer) 문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터키 동남부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의 건설 연도가 기원전 10,000년경이라는 연구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인해 추후 수메르 문명보다 오래된 문명의 발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또는 인류 문명의 시작을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인류 문명의 시작 시기도 달라질 수 있는 등 아직은 불확실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를 까먹었다(수메르보다 오래된 문명의 존재가 잊혔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무메이의 생일은 8월 4일로, 이 날은 ‘세계 올빼미 인식의 날(International Owl Awareness Day)’로 알려져 있다. 무메이는 자신의 모습을 올빼미로 규정하였기에 팬들의 호칭 역시 올빼미의 울음소리 Hoot, 인류를 의미하는 Human의 합성어 ‘Hoomans’로 결정하였다. 무메이의 종족이 올빼미라는 점은 무메이에게 캬와토리(커여운 새), 코와토리(무서운 새), 아기새 등 새 관련 별명이 붙게 하였으며, 불사조인 타카나시 키아라, 공작인 파볼리아 레이네, 공식 설정은 인간임에도 종족이 오리로 취급되는 밈을 보유한 오오조라 스바루와 함께 ‘홀로토리’라는 유닛으로 묶여 불리고 있기도 하다.

   무메이는 츠쿠모 사나, 세레스 파우나, 오로 크로니, 하코스 벨즈 등 다른 의회의 일원들과 달리 신에 의해 창조되지 않고 인류가 만들어낸 존재인데, 이는 공간, 자연, 시간, 혼돈 등의 개념은 과거 지구의 생태계가 현재와 같이 정립되지 않았을 당시 신들에 의해 만들어져 세상에 내려온 개념들인 반면 문명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자신들의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며 수천 년간 직접 만들어낸 개념임을 천명하는 요소이다. 그런 만큼 우리는 무메이로부터 인류 문명의 요소를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본래 사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던 필자는 이 부분이 크게 어필되어 데뷔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 캐릭터 공개 직후부터 무메이의 오시가 되었다. 따라서 본문에서는 무메이의 의상과 설정, 데뷔 후 현재까지의 행적 등을 통해 무메이에게 인류 문명의 어떤 요소들이 내제되어 있는지, 또한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오시 자랑이라는 대회의 성격과는 꽤 멀어져버린 것 같지만 그딴 건 이제 모르겠고 내가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이대로 서술을 계속한다.

   참고로 여기에서 말하는 역사적 정체성은 오늘날의 민족이나 국민 국가 같은 좁은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권(文化圈)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편이 적절하다.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은 어느 한 국가로 귀속시키거나 근대적 개념인 민족주의 등을 대입하여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I. 의상 및 전체적 형상


   무메이의 의상은 올빼미[영단어 Owl은 올빼미와 부엉이를 모두 지칭하는 데 쓰이지만, 후술할 이유로 본문에서는 올빼미로 통일하여 서술한다.]를 형상화한 것 같은 의상이라고도 할 수 있고, 여행자의 의상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전부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무메이의 의상에서는 인류 문명적 요소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림 1〉 나나시 무메이의 전신 사진. [출처]



 i. 망토: 신성문자


   망토의 상형문자를 가장 먼저 설명해보자. 무메이의 망토에는 흔히 ‘이집트 상형문자’라고 불리는 문자인 신성문자(神聖文字, Hieroglyph)가 적혀 있다. 이 신성문자의 의미는 해외 시청자들의 해석 결과 오만·교만(~jrbja → (sup)erbia → pride), 탐욕(afarjtja → avaritia → greed), 질투(jn~ → in(vidia) → envy), 분노(wrath), 색욕(kkswrja → luxuria → lust), 식탐(gwla → gula → gluttony), 나태(asjd~ → aced(ia) → sloth)[괄호 안은 순서대로 신성문자의 로마자 대응 표기, 해당 단어의 라틴어 표기, 영어 표기.]라는 기독교의 칠죄종(七罪宗)을 의미한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분노를 의미하는 신성문자는 발견되지 않아서 망토 뒤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출처]

   신성문자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막 태동하기 시작한 기원전 3200년경부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막을 내리고도 수백 년 후인 기원후 400년경까지 서른 세기를 넘는 긴 세월 동안 사용되어 온 문자이자, 로마자를 포함한 여러 음소문자의 먼 조상으로 여겨지는 문자이다. 이집트의 신성문자가 가나안 지역으로 전파되어 원시 시나이 문자가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원시 가나안 문자 → 페니키아(Phoenicia) 문자로 발전하였으며, 이것이 페니키아인의 무역에 의해 각각 그리스 문명과 아람(Aram) 문명에 전파되어 그리스 문자, 아람 문자가 되었다. 다시  이 둘은 그리스 문자 → 에트루리아(Etruria) 문자 → 로마 문자 / 아람 문자 → 히브리 문자·시리아 문자·나바테아(Nabataea) 문자 → 아랍 문자 등으로 발전하여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문자들이 전파되고 창제된 데에는 페니키아 문명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으나, 그 대부분의 문자들의 기원에 이집트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ii. 헤어핀과 ‘친구’: 룬 문자


   무메이의 의상에는 ‘룬 문자(Runes)’라는 또 하나의 문자 체계가 숨어있다. 룬 문자는 2세기부터 게르만어파 언어들을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던 문자로, 게르만족 사이에 기독교와 로마자가 전파되면서 중세를 기점으로 쓰이지 않게 된 문자이다. 현대에 와서는 아이슬란드어 알파벳 Þþ, J. R. R. 톨킨의 소설 《호빗》(The Hobbit, 1937), 블루투스의 로고, 여러 판타지 문학과 비디오 게임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메이의 머리핀은 룬 문자 ‘ᚱ’인데, 대푸타르크(Elder Fuþark, 고대 게르만어)로는 라이도(raidō), 푸토르크(Fuþork or Anglo- Saxon Runes, 앵글로색슨어)로는 라드(Rād), 소푸타르크(Younger Fuþark, 노르드어)로는 레이드(Reið)라고 읽으며, 로마자 Rr에 대응되는 문자이다. 룬 문자는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데, ‘ᚱ’의 경우는 ‘승마, 여행’이라는 뜻으로, 이 문자를 사용했던 게르만족의 대이동(4세기~6세기)이 인류 문명에, 최소한 유럽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은유하는 동시에 무메이가 여행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뜻 있는 디자인이다.

   무메이의 주위를 떠다니는 종이봉투의 이름은 ‘친구(Friend)’이며, 이것에도 룬 문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친구’의 표면에 새겨져 있는 룬 문자는 ‘ᚠᚱᛁᛖᚾᛞ’로, 이를 로마자로 치환하면 ‘FRIEND’ 말 그대로 친구가 된다.[출처] 여행 중에 무메이가 외로워서 ‘친구’를 만들었다는 배경과 일치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친구’ 주변에도 룬 문자 ‘ᛒ’, ‘ᛉ’, ‘ᛟ’가 떠다니는데, 각각 로마자 Bb, Zz, Oo에 대입되기에 이를 음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 룬 문자는 ‘자작나무’, ‘엘크(elk, 또는 말코손바닥사슴) 혹은 보호, 수비’, ‘재산, 사유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출처] 게르만족의 본거지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독일 북부의 환경을 고려하면 게르만족에 익숙한 자작나무와 엘크가 룬 문자의 의미에 포함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iii. ‘친구’의 재질: 종이


   ‘친구’의 재질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는 종이로 만들어져 있으며, 종이는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동아시아의 죽간(竹簡) 등 대부분의 비효율적인 기록 매체들을 대체하며 인류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발명품이 되었다. 디지털 기록 매체가 발명된 현대에도 종이의 입지는 굳건하다. 오늘날의 종이와 비슷한 과거의 기록 매체를 찾아보면 이집트 문명에서 한정적으로 제작된 파피루스(Papyrus),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이스라엘, 유럽 등 양을 주요 가축으로 키워온 문화권에서 제작된 양피지(羊皮紙), 중국 후한 왕조의 채륜(蔡倫, 50? ~ 121?)이 발명한 채후지(蔡侯紙)가 있으며, 이 중 하나가 ‘친구’의 재질로 쓰인 종이일 것이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재료가 되는 갈대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에서만 서식하였기에 이집트 문명에서만 중심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완성품이 ‘친구’의 매끈매끈해 보이는 재질과 달리 마치 직물과 같은 십자 무늬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구’의 재질 후보에서 파피루스는 제외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친구’는 양피지로 추측되며, 채후지 또한 서양으로의 전래가 많이 늦었지만[동양의 종이가 서양으로 전파된 것은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중앙아시아의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던 이슬람 세력 아바스 왕조(Abbasid, 750 ~ 1258)와 중국 세력 당(唐, 618 ~ 907)의 정면충돌이 계기가 되었다. 751년 아바스 왕조와 당 사이에 벌어진 탈라스 전투에서 당군이 패했고, 고구려 유민의 후손이자 탈라스 전투 당시 당군의 지휘관이었던 고선지(? ~ 755)와 포로 일부가 아바스군에 제지술을 알려주었다. 인근 도시 사마르칸트(Samarkand)에는 종이의 원료인 아마와 대마가 풍부하며 수리관개가 발달한 오아시스도 있었기에 종이의 생산이 가능했으며, 이때부터 종이는 사마르칸트를 시작으로 실크로드를 따라 수백 년 동안 서방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다. 출처: 조법종, 2008, 「高仙芝와 고구려종이 ‘蠻紙’에 대한 검토」 『한국사학보』 33: 73-99 pages, 고려사학회] 그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동양에서 주요 기록 매체로 쓰여 왔다는 점, 두 문화권의 충돌과 교류를 통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전해진 대표적인 문물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친구’의 재질 후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동양의 채후지가 사마르칸트에 전해진 것은 751년경이 맞지만, 유럽 세계에 처음 도달한 것은 빨라야 11세기에 전 유럽으로 전파된 것은 15~16세기이며, 룬 문자는 중앙유럽에서는 700년경, 북유럽에서는 1100년경에 로마자로 대체되어 쓰이지 않게 되었다. 이와 같이 채후지의 유럽 전파 시기와 룬 문자의 사용 시기가 일치하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최종적으로 ‘친구’의 재질은 양피지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iv. 전체적 복식과 단추: 톱니바퀴와 스팀펑크


   또 하나 무메이의 의상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면 톱니바퀴 모양의 단추 4개이다. 이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무메이의 의상을 자세히 본다면 올빼미, 여행자의 의상뿐만 아니라 어떠한 SF 장르도 떠오를 것이다. 바로 ‘스팀펑크(Steampunk)’다. 스팀펑크는 산업과 사회가 격동하던 근대 유럽, 그 중에서도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경배가 담겨 있는 장르이다. 18~19세기 산업 혁명으로 인한 기술 및 사회의 발전을 주제로 하여, 증기기관이 극한까지 발달하고 대부분의 첨단기술에 증기기관이 도입되어 있는 대체역사 또는 판타지 작품들을 스팀펑크라고 부른다. 스팀펑크 복식의 대표적인 색은 검정색, 갈색, 빨간색 등이며 소재는 면, 레이스(Lace), 금속, 우단(羽緞, Velvet), 가죽 등 빅토리아 시대의 느낌을 주는 소재들이 쓰인다. 또한 주요 장식으로 쓰이는 아이템으로는 벨트, 구두, 코르셋, 액세서리, 왕관, 단추, 조형물과 버팀대 등이 있으며 이는 스팀펑크 복식의 기계적 미를 표현한다.[출처: 김지영·권미정, 2015, 「스팀펑크(Steampunk) 패션에 나타난 표현특성 및 내적가치」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1(1): 131-148 pages, 한국디자인문화학회] 무메이의 의상에 이러한 요소들이 알차게 담겨있는 것으로 보아 스팀펑크 복식이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Council 데뷔 영상에서 소개된 나나시 무메이. [출처]

   톱니바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Council 데뷔 영상의 무메이 소개 장면에서는 톱니바퀴가 등장한다. 사나의 경우 정육면체, 크로니는 요동치는 점과 선(또는 면), 파우나는 황금사과, 벨즈는 붉은 빛으로 일그러지는 격자무늬 등이 등장하였다. 각각 공간, 시간, 자연, 혼돈의 상징 격으로 해당 특수효과 및 물체가 등장했듯이, 문명을 상징하는 요소로는 톱니바퀴가 등장하였다. 여러 개체가 맞물려 굴러가면서 기계를 가동하는 톱니바퀴는 흔히 ‘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산업이 자연과 문명을 구분 짓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해당 영상에 등장했을 것이다. 단추로 쓰이고 있는 4개의 톱니바퀴는 주관을 다소 섞자면 제1차 산업혁명(증기·방적·제철 혁명), 제2차 산업혁명(전기·화학·석유 혁명), 제3차 산업혁명(컴퓨터·인터넷·디지털 정보화 혁명),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로봇공학·우주공학·인공지능·나노기술 등 미래기술 혁명)까지 인류 역사에서 발생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네 번의 산업혁명의 개념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이는 앞으로도 산업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며, 그로 인해 인류의 문명과 사회 역시 계속해서 변화해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v. 아테나의 올빼미


   끝으로 무메이의 전체적인 형상으로 보이는 ‘올빼미’에 대해 설명한다. 신이 아닌 인류에 의해 태어난 존재인 무메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인류가 생각하기에 지혜를 대표하는 동물인 올빼미로 규정하였다. 올빼미를 지혜로운 동물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한 문명은 그리스 문명이다. Owl이라는 단어에는 부엉이와 올빼미라는 뜻이 모두 들어있지만 그리스 문명의 유물에서 아테나(로마 신화의 경우 미네르바) 여신의 곁을 날아다니거나 도시국가 아테네의 상징으로서 묘사된 새는 외관상 부엉이보다는 올빼미에 더 가까웠다. 이 올빼미는 ‘아테나의 올빼미(Owl of Athena)’ 또는 ‘미네르바의 올빼미(Owl of Minerva)’라고 불리며 그리스 문명과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로마 문명, 그리고 로마 문명의 잔재를 이어받은 서양 세계 전역에서 지식과 지혜, 총명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출처]

〈그림 3〉 리옹 미술관에 전시된 아테네의 올빼미가 묘사된 그리스 은화.[출처]


 vi.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


   정리하자면 무메이의 의상에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세 게르만족, 근대 유럽의 요소가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문명의 수호자’ 나나시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해 (그리 진지하지는 않게) 감히 알아보고자 한다.

   이집트와 그리스 문명은 서양 세계에 문화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 문명들이다. 무메이의 망토에 적힌 이집트 문명의 문자, 신성문자는 기독교적 해석을 담고 있었으며, 특히 그리스의 문화는 로마 제국에 의해 온 유럽으로 전파되어 서양 문명의 뿌리라고도 일컬어진다. 하지만 이 둘을 통해서는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이 ‘서양’에 있다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룬 문자를 통해 알아보자. 룬 문자는 게르만어파 언어의 표기에 사용된 언어로, 게르만어파 언어는 북게르만어군, 동게르만어군, 서게르만어군으로 분류된다. 북게르만어군은 스칸디나비아, 핀란드 등 북유럽의 게르만족이 사용하는 언어로, 덴마크어, 보크몰(Bokmål, 노르웨이어)[현대 노르웨이어는 보크몰(Bokmål, ‘서적 언어’)과 뉘노르스크(Nynorsk, ‘새로운 노르웨이어’)라는 두 개의 표준어가 쓰인다. 보크몰은 노르웨이를 지배하던 덴마크의 영향을 크게 받은 언어이며, 뉘노르스크는 노르웨이 독립 이후 덴마크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노르웨이 방언을 참고하여 새로 만들어진 언어이다. 현재 노르웨이에서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보크몰이다.], 스웨덴어, 아이슬란드어 등이 현존한다. 오늘날의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사용되었던 동게르만어군은 고트어, 랑고바르드어, 반달어, 부르군트어 등이 있었으나 해당 언어를 사용하던 민족들이 중세 초기에 전부 몰락한 관계로[랑고바르드 왕국(568 ~ 774), 부르군트 왕국(411 ~ 534)은 프랑크 왕국에 의해, 동고트 왕국(493 ~ 553)과 반달 왕국(453 ~ 534)은 동로마 제국(395 ~ 1453)에 의해 멸망하였으며, 서고트 왕국(412 ~ 721)은 우마이야 왕조(Umayyad, 661 ~ 750)의 이베리아 침입으로 인해 멸망하였다.] 현재는 모두 사어(死語)가 되었다. 서게르만어군은 현재의 독일과 영국 등지, 나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널리 쓰인다. 대표적인 언어로는 영어, 네덜란드어, 독일어가 있으며, 이들 언어의 각종 방언들도 대부분 서게르만어군에 포함된다. 룬 문자의 분류 역시 크게 대푸타르크, 푸토르크, 소푸타르크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각각 고대 게르만어, 앵글로색슨어(고대 영어), 고대 노르드어의 표기를 위해 중세까지 사용되었다.

   톱니바퀴, 즉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설명하자면,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으로 혁신적인 기술들이 전파되었다. 또한 무메이의 의상 곳곳의 모티브가 된 스팀펑크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및 증기기관이 극한까지 발전한 기계문명에 대한 찬미 또는 동경이 담겨 있는 장르이다. 독일의 경우는 19세기 초반까지 농업국가에 가까웠지만 루르(Ruhr) 공업지대 개발, 프로이센(Preußen, 1701 ~ 1918)의 1866년 오스트리아, 1871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한 독일 통일 완수, 이를 통해 프랑스로부터 받아낸 전쟁배상금을 이용한 중화학·기계공업 투자, 19세기 후반의 기술 진보와 독일 대학들의 선진 기술 교육 등을 통해 국가 주도의 산업혁명을 완수하였다. 수십 년 만에 선진 공업국으로 탈바꿈한 독일은 민족주의와 식민주의의 대두로 식민지 경쟁과 세계시장에도 발을 들였으며, 1913년경에는 산업·무역 면에서 영국을 추월할 정도로 크게 성장하였다.[출처: 이헌대, 2014, 「독일 산업혁명의 재조명」 『경상논총』 32(4): 75-97 pages, 한독경상학회]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과도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메이의 역사적 정체성은 ‘게르만 문화권(Germanic Culture)’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민족이 안 그렇겠냐만, 특히 게르만족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 또는 업적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남하한 게르만 부족들 중 고트인(Goths)과 반달인(Vandals) 등은 서로마 제국의 붕괴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였고, 프랑크인(Franks)은 프랑크 왕국(481 ~ 843)을 세우고 혼란스러웠던 서유럽 정세를 안정시킴으로써 유럽 중세의 시작을 알렸다. 노르드인(Norsemen) 계열의 게르만 민족들은 덴마크와 스칸디나비아를 본거지로 하여 유럽 곳곳의 해안도시를 침략하고 잉글랜드와 아이슬란드 등을 넘어 빈란드(Vinland)[빈란드의 위치는 1960년 발견된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 북부의 ‘랑스 오 메도즈(L’Anse aux Meadows)’ 유적 인근이라고 추측되며, 이 유적은 노르드인들의 주거지였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노르드인들은 현지 원주민과의 분쟁,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빈란드에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까지 진출하였으며, 앵글인(Angles)과 색슨인(Saxons)은 브리튼 섬으로 이주하여 앵글로색슨인(Anglo-Saxons)으로 동화되고 11세기에 새로 정착한 노르만인(Normans)과 함께 잉글랜드 역사의 주인이 되었다. 게르만 문화권 국가들인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와 스웨덴 등이 근대와 현대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과 호주가 현대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도 기원을 찾아 내려가면 (여러 민족의 이민으로 인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게르만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게르만어파 언어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 표기된 국가 또는 지역은 게르만계 민족이 건국했거나 그들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출처]



 vii. 기타 액세서리: ‘재산’, 단검과 랜턴


   마지막으로 분석이 남은 액세서리들이 있다. 무메이는 망토를 벗을 수 있으며, 망토를 벗은 무메이는 꽤나 센시티브해진다. 하지만 출항각을 억누르고 무메이의 블라우스를 자세히 보면 쇄골 부분에 또 다른 룬 문자 ‘ᛟ’을 찾을 수 있다. ‘ᛟ’은 대푸타르크로는 오탈란(Ōþalan), 푸토르크로는 에델(Ēðel)이라고 읽으며, 로마자의 Oo에 대응되는 문자이다. 상술했듯 의미는 ‘재산, 사유지’이다. 무메이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으니 무메이의 ‘재산’은 인류 문명의 기술, 사상 따위의 지식을 말하는 것일까? 이것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 다른 장식들도 살펴보자.

   무메이에게서 가장 잘 띄는 장식이라 하면 무메이의 허리춤의 벨트에 달려 있는 랜턴과 푸른 끈으로 묶여 고정되어 있는 단검이다. 단검과 랜턴이 의미하는 바는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인류 문명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단검은 주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죽이기 위한 용도이기에 전쟁과 분쟁을, 랜턴은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히기 위한 용도이기에 ‘지식, 지혜, 계몽’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모두 알다시피 인류는 전쟁과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동시에 해왔으며, 전쟁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하고, 처음 발견된 신기술이 고작 수년 뒤에 전쟁에 이용되기도 한다. 즉 전쟁과 지식 습득은 톱니바퀴처럼 상호작용을 해왔다... 라고 주장하는 사상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우세했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날수록 전쟁은 잔혹해졌으며, 급기야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약 1천만 명,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약 7~8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기관총, 독가스, 폭격기, 지뢰, 미사일, 원자폭탄 등의 신무기의 배치, 나치 독일, 일본 제국 등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어버린 참전국들의 전쟁 범죄와 민간인 학살 등이 양차 세계대전에서의 인명 피해를 극대화한 원인 중 일부이다. 냉전 시대에 이르면 핵전쟁 끝에 인류 문명 자체가 멸망해버릴 것을 두려워하여 미·소 두 국가가 서로 충돌을 피했다는 ‘상호확증파괴’ 이론마저 등장했다. 이에 학자들은 과연 현대에 와서도 전쟁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맞는지,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인류가 발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다. 필자는 여기에 랜턴에 대한 한 가지 다른 해석을 내놓으려 한다.

   랜턴은 말 그대로 빛을 밝히기 위한 도구이다. 인간에게 빛을 비춘다고 비유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에게 새로운 지식을 주어 교육하고, 새로운 사상을 깨우치게 하여 계몽시키는 것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절망에 빠진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행위 역시 인간에게 빛을 비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검과 이것이 관련된다면 ‘참혹한 전쟁을 목도하고 살던 도시가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어도 “언젠가 전쟁은 끝날 것이며 그 뒤에는 더 나은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류’라는 주제가 완성된다. 그렇다면 ‘ᛟ’가 의미하는 무메이의 ‘재산’은 인류의 기술, 사상, 역사 등의 지식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마침 오리지널 곡의 가사 중에 “争うことに疲れたのなら(싸우는 것에 지쳤다면)”이라는 구절도 들어있겠다, 문명이 평화로운 시기야말로 무메이가 재산처럼 잃어버리지 않고 반드시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상 1〉 나나시 무메이의 데모 곡. 가사 일부에 반전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추측이 된다.




II. 무메이의 게임 성향


   새로 데뷔한 홀로라이브 멤버는 첫 번째로 방송할 게임을 자신의 이미지와 일치하거나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게임으로 고른다는 설이 있다. 그 예시로 아틀란티스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상어 가우르 구라는 식인 상어를 조종하여 인간을 공격하는 게임 〈맨이터〉(2020)를,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현신인 파우나는 플랑크톤부터 우주 문명까지 하나의 생명체를 성장시키는 게임 〈스포어〉(2008)를, Vsinger로서 단독 데뷔한 IRyS는 음감이 게임플레이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임 〈원 핸드 클래핑〉(2021)을 처음으로 방송하였다. 무메이가 가장 먼저 방송한 게임은 〈저니〉(2012)로, 광활한 사막에서 시작하여 설산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는 여행자를 조종하며 멸망한 어느 고대 문명의 비밀을 알아내는 힐링 게임이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1991 ~ 2016) 시리즈처럼 인류 문명과 거의 관련이 없더라도 문명의 수호자이자 여행자인 무메이와 잘 어울리는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뒤로 무메이가 2회 이상 방송한 게임으로는 〈파스파투: 배고픈 예술가〉(2017), 〈마인크래프트〉(2011), 〈림월드〉(2018),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2017) 등이 있다. 〈파스파투〉는 3회의 방송을 통해 클리어했고, 니노마에 이나니스, ‘친구’, 호시마치 스이세이 등 여러 멤버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며, 뛰어나면서도 빠른 그림 실력으로 9월 21일 방송에서 클리어를 했다. 간혹 일반인들에게 기괴하거나 무섭게 보일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으며, 그 중 하나는 멤버 전용 이모티콘으로 등록되어 귀여운 이모티콘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림월드〉는 2회의 방송이 진행되었지만 10월 3일 이후 한 달 이상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10월 3일 방송에서 벨즈가 장난전화를 걸어온 것과 의사 캐릭터 조지아(Georgia)가 공격당해 쓰러져 무메이의 괴성이 폭발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큰 특이점은 없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11월 9일 현재 시점에서 6회의 방송이 진행되었으며 필드가 매우 방대하고 동선이나 퀘스트 진행 순서의 강제성이 느슨한 오픈 월드 게임인 만큼 게임은 한창 진행 중이다. 무메이는 특히 게임 초창기부터 은근히 사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i. 〈마인크래프트〉에서의 행적


   〈마인크래프트〉는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게임 중 가장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큐브와 도트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플레이어는 수많은 블록을 쌓아 자신만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고, 농사, 전투, 광업, 탐험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인크래프트는 다른 홀로라이브 멤버들에게도 관심거리가 되었고, 수 년 동안 여러 멤버들이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했다. 서버 내에 다수의 함정을 설치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우사다 페코라,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하에 거대 벙커를 건설한 데다 방송을 켜지 않고 마인크래프트를 할 때가 많아 ‘마크 중독자’라고 불리는 오로 크로니 등 마인크래프트에서의 행적이 해당 멤버들의 밈이 되기도 했으며, 가을 대운동회와 여름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대형 이벤트를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준비하고 이를 방송 컨텐츠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Council의 데뷔 이후에는 방송을 켜고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멤버와 그렇지 않은 멤버가 만나서 같이 건축이나 토크를 하는 비공식 합방의 증가, JP서버와 EN서버 간 포탈 연결을 통한 두 서버 간 왕래 자유화, 그로 인한 서로가 서로의 서버를 관광하거나 다른 서버로 건축을 하러 가는 등 새로운 콘텐츠의 창출 등으로 마인크래프트 방송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오랫동안 플레이되어 온 만큼 각 서버 간 특징도 엿볼 수 있는데, 난개발과 지형 평탄화가 잦지만 압도적인 멤버 수 덕분에 대도시로 성장한 JP서버, 멤버 수는 적어도 야생 상태와 지형을 존중하며 자연친화적인 건설이 이루어지는 EN서버, 생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처음부터 철저한 도시 계획을 지니고 해안도시 개발에 착수한 ID 서버 등 각 서버마다 발전 방식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무메이는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어떤 활동을 했을까? 사실 다들 알다시피 무메이는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이룬 눈에 띄는 업적이 딱히 없다. 사나는 베이커리와 초대형 천문대(건설 중), 파우나는 자택 건설과 스피드런 연습, 크로니는 다목적 거대 지하 벙커 ‘벙커로니’, 벨즈는 포탈 근처 공원의 호수와 수상교, 근처의 놀이터와 노점 등 동기들은 최소한 각자의 건축물을 하나 이상 지닌 상태이다. 하지만 무메이의 경우는 크로니와 협력하여 건설한 박물관, 키아라와 협력하여 건설한 신사(神社)를 제외하면 직접 건설한 것이 거의 없으며, 요즘은 대부분의 시간을 베리[‘Sweet Berries’의 한국어 공식 번역은 ‘달콤한 열매’이다. 하지만 홀로라이브 한국어 커뮤니티에서는 ‘베리’가 보편적인 용어로 정착했기 때문에 본문 역시 ‘베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채집과 관광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리는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음식인데, 먹었을 때 배고픔 수치의 10칸 중 1칸밖에 차지 않아 체력 회복이 느린 것은 둘째치더라도 베리가 자라는 베리 덤불에 닿으면 피해를 입고[베리 덤불 위에 카펫, 반블록 등을 놓으면 베리 덤불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무메이는 이를 몰라서 해당 정보를 알려준 슈퍼챗을 읽기 전까지 계속 덤불에 찔려가며 베리를 수확했다. 출처] 거미줄처럼 이동 속도와 점프 높이가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보다 수확이 불편하다. 베리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도 현재로서는 없으며, 실질적인 쓰임새는 여우의 번식 및 성장에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무메이는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베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무메이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8월 26일 파우나와의 〈Don’t Starve Together〉(2016) 합방에서 식량 부족으로 굶고 있을 때 “베리가 자라는 데 얼마냐 걸리냐”는 무메이의 질문에 파우나가 “이틀 정도 걸릴 것”이라고 답하자 귀엽게 절규하며 파우나에게 “오늘 밤을 못 넘길 것 같다”며 미리 작별인사를 했고, 그 뒤로도 계속 기아에 시달린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전혀 다른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서도 베리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고 추측하는 가설이 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서 보인 사과에 대한 집착을 마인크래프트에서 보인 베리 집착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상 2〉 무메이의 베리 집착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무메이와 파우나의 〈Don’t Starve Together〉 합방 클립 영상.

   무메이는 자신이 지은 집도 없다. 그나마 있다고 하면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벨즈가 TNT로 폭파시킨 언덕의 구멍을 다듬어 만든 ‘Council 공동 동굴 집’, JP서버 포탈 근처에 폴카가 지어준 ‘무메이 베리 하우스’ 정도다. 하지만 동굴 집은 Council 멤버들이 각자의 집을 지은 뒤에는 사실상 버려져서 ‘Flower’ 등의 추억이 담긴 땅굴 취급이며, 베리 하우스는 JP서버에 위치해 있어서 EN서버에 정주하는 무메이에게 있어서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따라서 이 둘은 주거지로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무메이는 크로니의 집이자 다목적 거대 지하 벙커인 ‘벙커로니’에서 식객 생활을 하고 있고, 종종 벙커의 농장 구획에 증축된 베리 농장에서 베리를 수확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구분은 크게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로 구분하고, 세분화하면 선사 시대는 '석기 시대 → 청동기 시대 → 철기 시대', 역사 시대는 '고대 → 중세 → 근현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마인크래프트에서의 생활상을 문명의 발전 수준에 대입한다면 무메이는 현재 철기 시대와 고대 사이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인류의 철기 시대는 기원전 1200년경부터 아메리카·오세아니아 대륙을 제외한 각 지역에서 철이 제련되거나 보급되기 시작하여 이르면 기원전 중에, 철기의 보급이 가장 늦었다고 여겨지는 북유럽에서는 기원후 800년경에 종료되었다고 한다.[출처] 무메이는 또한 인류의 주요 작물인 밀, 감자, 호박 등의 작물[사실 인류의 주요 작물이라고 한다면 현실에서는 아시아의 쌀, 중동과 유럽의 밀, 아메리카의 옥수수부터 나오겠지만 마인크래프트에는 쌀과 옥수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보다도 베리를 수확하는 데에 훨씬 크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야생 베리는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선사 시대부터 자주 채집되던 열매이다. 사실 무메이도 철기 자체는 빨리 입수했으나 무메이의 마인크래프트 내 활동량이 저조하다는 것이 무메이의 문명 수준의 척도를 낮게 책정하는 데에 한몫을 하였다. 어쩌면 게르만 문화권에 있는 그녀의 역사적 정체성에 따라 무메이의 고대 진입은 동기들과 비교하여 많이 늦었어도, ‘벙커로니’에서 이루어지는 생활과 노동, 10월 6일과 10월 23일의 JP서버 여행 등 주변의 선진 문명으로부터 오는 지식을 습득하는 중일 것이다. 게르만족 역시 그리스, 켈트, 라틴 문화권에 비하면 고대 진입이 늦었지만 중세부터는 프랑크 왕국, 잉글랜드 왕국, 바이킹 등으로 발전하여 전 유럽을, 근대로 가면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의 국가가 되어 전 세계를 주름잡는 국가들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메이는 단순히 베리를 수집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좋아하여 실제 게르만족의 행적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평화로운 마인크래프트 플레이를 이어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되었건 무메이는 여행자이지 전사나 식민주의자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

[https://www.pixiv.net/artworks/92114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