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던 어느 겨울밤.

무수히 많은 별들이 수놓고 있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말했다.


“있잖아, 언젠가 내가 죽으면... 너는 어떨 것 같아?”


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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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재수 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영생을 누리는 불사조.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로불사의 존재이기에.


그리고 나 자신도 그녀와 같은 불로불사의 존재. 

그녀가 없는 세상은 너무나도 삭막하고 건조할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영원히 홀로 살아갈 용기 따위는 없다.


애초에 [살아간다]라고 표현하기에도 애매하다.

나는 생을 끝마친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는 사신이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내 곁에 앉아 있는 그녀는, 나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인간들에게 공포의 상징으로 통하는 사신인 나에게 서슴없이 다가와준 유일한 친구이기에.

생명이라는 것은 너무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강인함을 일깨워준 그녀이기에.

무미건조하고 어둠뿐이었던 나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햇볕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그녀가 없는 세상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세상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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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재촉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온다.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쉬고, 최대한 표정 없이 대답했다.

그녀에게 이런 나약한 마음을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갑자기 무슨 소리야. 계속 밤하늘만 보고 있더니 감성이 너무 풍부해졌냐? 네가 죽긴 왜 죽어?”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새하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궁금해져서.”


평소와 같이 아름답고 눈부신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에서 평소와는 다른 쓸쓸함이 느껴졌던 것은 내 착각일까.


나는 그런 철없는 그녀를 가볍게 쏘아붙였다.

“야,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그리고 넌 불사의 존재인데 그런 걱정을 왜 하냐?”


그러자 그녀는 그녀 특유의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쳤다.

“그냥 농담 한 번 해본건데 왜 그렇게 진지해! 너무 과민반응 아니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죽음이라는 말을 꺼냈던 그녀에게, 조금 화가 나서 소리쳤다.

“과민반응은 뭐가 과민반응이냐!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고! 그러다가 네가 진짜 죽기라도 하면 나는...!”


나의 날카로운 말들이 도중에 끊긴다.

그녀가 갑작스레 손을 뻗어,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을 만졌다.

얼굴이 후끈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으음... 너 얼굴 빨개졌는데, 혹시 어디 아프니? 아니면 부끄럽다던가?”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치워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잘못 본거야.”

“그런가? 어쨌든 네가 그렇게나 나를 걱정 해주니까 기분이 좋네!”

그녀가 상쾌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미소 짓는 그녀의 입술에서 새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나는 그런 그녀 특유의 털털함에 어이가 없어져 대답했다.

“너는 뭐 그런 걸로 기분이 좋아지냐..”

그러자 그녀가 짓궂은 미소를 띠우면서 나를 보며 말했다.

“난 엄청 기분 좋은데? 보답으로 껴안아줄게, 이리 와! 칼리!”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로 다가온다. ...너무 가까운데.

“야, 저리 가! 오지 마! 저리 가라고! 망할 쿠소토리!!”



그 날, 달과 별들이 수놓은 밤하늘은 유난히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그녀처럼.


*


너는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와 안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늦었냐며 나에게 응석부릴 것 같은데.

잠시 화난 척 하다가도, 금방 풀어져서 미소 지으며 재잘댈 것만 같은데.

그런 너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녀와 함께 웃고 떠들던 평원의 밤하늘 아래 홀로 서있다.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앞의 비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이름이, 그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름이 비석에 새겨져 있다.


*


나에게 죽음을 이야기했던 그녀는 그로부터 며칠 뒤, 머나먼 곳으로 홀로 떠났다.

강렬하게 타오르던 그녀의 불꽃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졌다.


며칠간 그녀가 보이지 않았지만,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날아서 어디 놀러 갔겠지.’  ‘감기라도 걸렸나?’ 같은 사소한 걱정들이었다.


그녀는 불사의 존재이기에, 오히려 그녀의 안부에 너무 무신경했다.

절대 죽지 않는다고, 영원히 내 친구로 남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네가 죽으면 나는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었지?

너무 아파.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쓰라려.

네 곁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불로불사인 나를 원망해.

꿈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네가 보여.

눈을 감고 있어도 네가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아.


네가 너무 그리워.

너를 너무나도 보고 싶어.

하지만 너는..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키아라.”


눈앞의 비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 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대답 좀 해봐 쿠소토리, 왜 나만 남겨두고 갔어.. 대체 왜.”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어 온다. 

입술을 있는 힘껏 깨문다.

쥐고 있던 주먹을 더더욱 강하게 움켜쥔다. 

손바닥에서 선혈이 흐를 정도로 강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야는 점점 흐려진다.


눈가에 이슬방울이 맺히고, 이윽고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던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눈물 흘리며 올려다본 밤하늘에, 나를 위로해주듯이 강하게 빛나는 별 하나가 떠있다.

마치 강렬하게 타오르던 그녀의 불꽃과도 같은 별이.




며칠 전 새벽에 술 만취해서 마구잡이로 써재꼈던 단편인데 이게 은근 괜찮아서 올려봄


부족한점이 더럽게 많지만, 부디 재밌게 읽어주십쇼

비판, 평가 모두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