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팬픽임



*





"내가 최강의 사신이다!"


"......뭐야, 이게?"



이나니스는 잽싸게 식탁 위로 뛰어든 것을 보았지만,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분홍빛 머리, 옅은 눈매, 좀 가늘어지긴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



"칼리?"

"헛?! 어떻게 내 이름을?"

"와우, 꼬마 칼리오페네(small calliope)."

"난 작지 않아, 난 그림 리퍼의....어엇!"



꼬마 칼리가 식탁 위에서 한껏 과장된 포즈를 잡으려다 중심을 잃었다. 이나의 촉수 하나가 꼬마 칼리를 잽싸게 잡아채서 다치진 않았지만.


조심스레 아이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두니까 확실히 작았다. 이나는 키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으니까.



"어디, 다친데 없어?"

"으, 응."



자그마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귀여웠지만, 이나는 상황파악을 우선시 하기로 했다.



"...의자에 앉으렴, 꼬마 칼리. 쿠키랑 우유 한잔 줄게."




*



"그러니까.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끄덕)"

"으음, 이러면 곤란한데..."



꼬마 칼리는 초코칩을 씹느라 빠쁘게 입을 움직여야 했지만, 그렇다고 이나니스의 질문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게 쿠키를 준 게 그녀니까.


반면, 성실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나는 상황이 조금 난감하게 흘러감을 눈치챘다.


이름, 그것 말고는 기억나는게 없다나 뭐라나. 사신이니 뭐니 했던건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고 한다. 


하필이면 동료들이 둘만 제외하고 장을 보러 나간 이 시점에서 일이 터지다니.



"....이나니스?"

"이나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보다 왜?"



뭔가 기억난 걸까. 뭐든간에 이 상황을 해결하는 일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 이나는 들을 준비를 마쳤다.


칼리는 의자에서 내린 후, 쪼르르 달려왔다.


그러고는 귓속말을 하겠다는 듯이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이나가 귀를 대자....



'화장실 가고 싶어.'



"......"

"이나?"

"저쪽이야."



나대지마 이나니스의 심장아. 저건 칼리야. 어려졌을 뿐이지. 



"칼리? 화장실은 저쪽이라니까?"



방향을 알려 줘도 뭔가 불만인듯 머뭇거리고만 있었기에, 혹시 못 들었나 싶어서 말해주었다.


그러자 꼬마 칼리는 약간 울상이 되었다. 아니, 뭔가 잘못했나?



"왜 그래?"



무엇 때문에 우물쭈물 거리는지를 묻자, 꼬마 칼리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꽤나 애절한 눈빛으로 올려보며 말했다.



".....이나, 같이 안 가?"

"푸흡쿨럭크흑."



대체 몇살까지 어려졌길레 화장실을 혼자서 못 가는거야. 칼리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만. 키아라가 이걸 봤으면 수십번은 심장마비가 왔을 터.


결국에는 같이 갔다. 문 앞까지만.



"이나, 거기 있어?"

"그래, 여기 있어."

"이나, 지금도 거기 있어?"

"응, 지금도 여기 있어."



이쯤되면 딸아이를 하나 키우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 아닐까. 꼬마 칼리의 어리광을 능숙하게 받아주던 이나는 어쩌면 지금 상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지. 내가 무슨 생각을.



"이나?"

"왜?"

"나 심심해."



소변 보는데 심심할 것까지야. 아니, 받아줘야 하려나.



"똑똑(knock knock)"

"누구세요?"

"i-na"

"이나 누구?"

"이 '나'."



두둥탁! 이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분명 꼬마 칼리도 안에서 폭소하고 있을 것이다.



"이나, 물 내렸어."

"그래? 그러면..."

"으아?!"

"뭐야, 왜 그래?!"



칼리가 갑자기 놀라며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이거, 물 나와. 나 젖었어...."



아아, 그것은 비데라는 것이다. 세척 버튼을 건드렸나. 다행스럽게도 다친 건 아니었지만 칼리의 옷이 젖어 버렸다.



"안되겠네. 이건 빨고, 옷 갈아입자."

"나 옷 없어."

"구라 옷이면, 아슬아슬하게 맞을 걸?"



구라 옷도 사이즈가 크겠지만, 그나마 작은 옷이 그거 말곤 없으니까. 



"구라?"

"우선 그 옷은 빨아야 하니까 벗자."

"시러!"

"엣."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이라도 한 건지, 칼리가 뛰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잡혔다. 촉수에 감긴 칼리는 뭔가 억울한 표정이다.



"옷 벗어."

"no!"

"후후후, 등짝! 등짝을 보자!"

"에헤헤, 간지러워!"



아이를 간지럽히며 젖은 옷을 촉수로 벗기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며 세 사람이 들어왔다.



"다녀왔....어?"

"이나, 니가 전부터 먹고 싶다던 그거...."

"칼리?"



이나는 조용히 상황을 생각했다. 아무튼 어린이가 된 칼리를 촉수로 묶어서 괴롭히며 옷을 벗기는 니노마에 이나니스라니, 동료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이 상황을 이해시킬수 있을까.


잠시 침묵이 지나고, 이나는 말했다.




"합의한 일이야."




잠시 침묵이 지나고 그녀들이 말했다.




구라(삼지창 소환)자수해, 이나.


왓슨(전화 검):어, 음, 거기가 오조라 경찰서죠?


칼리:You littel tako shix xxxx, xxxx....



이런 젠장.



*



아무튼 진정했다. 이것저것 얻어맞기 전에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탐정 양께서


"잠깐만, 주변 상황을 보아 분석하건데 모종의 이유로 유아퇴행된 칼리를 이나 네가 보살피는 중이었는데 칼리가 실수로 비데 세척버튼을 눌러서 구라 옷으로 갈아입히려던 중이었던 것 같아!"



라고 멋진 추리를 해준 덕분이었다. 평소에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칼ㅡ리, 언니 무릎에 앉아 볼래?"

"시러."



키아라는 열심히 구애하고, 무시당하고 있다. 평소처럼. 꼬마 칼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나의 뒤에 숨었다.



"INA....!"



불사조는 오늘따라 질투가 많았다. 그보다, 살짝 타는 것 같기도 하고.



"불 꺼 키아라, 칼리가 무서워 하잖아."

"크윽,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집에 남을걸!"

"이나, 저사람 이상해."

"그나저나, 이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되는 거야? 계속 내 옷만 입힐수는 없잖아."



구라가 자신의 후드티를 입은 칼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꼬마 칼리는 의외로 그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만히 있었다.



"걱정 마시라, 이 명탐정이 모르는 것은 없으니!"



왓슨이 칼리의 앞에 다가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시계를 들이밀었다.



"꼬마 칼리, 이거 본적 있어?"



꼬마 칼리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환하게 대답했다.



"응!"

"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것 같은데."

"나도."


"나도 그렇지만, 탐정으로서 가볍게 설명하자면 이렇게 되겠지.


우리가 원래 알고 있는 어른 칼리가 내 시계를 건드렸고, 아마도 실수로 손에서 놓쳐버린 것 같아.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몇몇 바늘이 뒤로 역행 해버린 거지! 그걸 모르는 칼리는 시계를 잡아 버렸고. 지금처럼 짜잔!"


"그래서, 언제쯤 돌아온다는 건데?"

"아마 지금쯤?"

"엣."

"잠깐만."



펑!



"....."

"....."

".....?"

"어서와, 칼리."


".....이거 무슨 상황, 사진 찍지 마! 망할 새!"




*




상황은 그렇게 해결 되었다. 칼리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시간동안의 기억이 없다고(이나의 눈치를 보며 매의 강하게)주장했다.


왓슨은 물건관리를 좀 더 제대로 하겠다는 뜻으로, 앞으로 장보기를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삼지창으로 한 대 얻어맞았다.


구라는 입지도 않은 옷을 버려야 했다. 가슴 부분이 살짝 늘어났다나, 조금 억울해 보였다.


키아라는 몰래 왓슨의 시계를 훔치려다 걸렸다. 이후에는 평소보다 44.5배 심하게 칼리에게 들러붙었다. 칼리는 의외로 어리광을 잘 받아줬다.


나? 별거 없다.


칼리가 화장실을 갈 때면, 조용히 따라가서



"칼리, 혼자서 괜찮겠어?"

"칼리, 무서워 할거 없어. 그냥 화장실일 뿐이야."

"칼리, 언제나 내가 니 옆에 있다는 거 잊지마."

"칼리, 하나 충고할게. 옆에 있는 버튼 조심해."

"칼리, 실수해도 괜찮아. 갈아입을 옷을 뒀어."

"칼리, 똑똑?"


"....제발 저리가, 이나!"



한동안은 이걸로 놀려먹어야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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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칼리오페의 유아퇴행ㅡ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