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아아...앙


무너진다. 모든게. 하나도 남김없이 폭파되고 불타버려서.


내 보금자리... 내 가족... 모든 것이 시뻘겋고 낼름거리는 불길에 휩싸여 사라진다.


목이 망가진것 같다. 이미 도망가기엔 늦었다. 이제 곧... 저 불길이... 나를...


... ... ...? 느껴져야할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어야 할 몸뚱이가 움직이는게 느껴진다.


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인 것은 똑같지만 내 눈 앞엔 누군가가 있었다.


보라색의... 거대한 뿔을 가진...


나는 누군지 인식하기도 전에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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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장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 일어났나."


그때 옆에서 살짝 허스키한 어린애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애...?"


"어린애가 아니다. 이 몸은 라플라스 다크니스. 비밀결사의 총수지."


보라색의 거대한 뿔과 은색의 머리, 금색의 눈을 가진 어린애가 옆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그래... 그런 설정인거지?"


"나참... 구해준 은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인지."


그 꼬맹이는 팔짱을 끼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했다.


"은...인?"


"그래, 은인. 그 불길 속에서 고작 어린애인 니가 어떻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어린애라니..."


"이몸한텐 어린애다."


살짝 거만하게도 보이는 표정으로 그 꼬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너같은 꼬맹이가 어떻게..."


"그러니까, 꼬맹이가 아니래도? 뭐, 이것들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만."


그 꼬맹이가 말하자 펑 소리를 내며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구속구들이 생겨났다.


"그런 구속구들이 대체 어디서..."


"뭐, 평소엔 소형화 시키는거 뿐이니까. 그리고 구속구 아니고 봉인구다."


"봉인...그나저나 당신이 날 살려줬다면 살려준 이유가 뭐죠?"


"소위 말하는 키잡같은걸 좀 해보려한다. 내가 사람보는 눈은 꽤 좋다고 자부하거든.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 내가 널 첫 간부로 키울거니까."


"그게... 무슨..."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너도 그녀석들을 용서할 순 없겠지? 나는 그딴 녀석들이 활개치게 냅둘바엔 차라리 내가 세계를 정복할거다. 어떤가, 손을 잡을텐가?"


라플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손을 내밀었다.


작고 하얀 어린아이의 손. 무척이나 연약해보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든든해 보인다.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어린애라고 뭐라 하기엔, 나또한 다를 바 없었으니.


작고 하얀 손 위에 그보다 더 작은 손이 얹어졌다.


그 작은  손은 점점 자라 비슷한 크기가 됐고, 이윽고 그 작은 손은 덮어버릴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처음봤을땐 나보다 크던 키는 이젠 내가 아래로 내려다봐야 할 정도가 됐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았고, 그보다 많은 생명을 틔웠다.


우리 곁에서 같이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잠시 목적이 맞아서, 혹은 나같은 이유로.


그 시간들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점점 괜찮아져갔다. 


더이상 세계정복을 꿈꾸지 않아도 될만큼.


그러던 어느날, 총수님이 한 종이를 가져왔다.


"이게 뭐에요? ...홀로라이브...입사...?"


"그래! 이걸로 사람들을 꼬셔서 세계정복을 하는 거다!"


나는 그걸 듣고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변함이 없구나, 하고.


"네, 네. 오늘은 함바그에요~"


나는 그걸 받아들고는 총수님을 자리에 앉혔다.


홀로라이브... 아이돌이라... 


뭐, 저는 총수님이 가는 길이라면 같이 따라갈테니까요.


언제까지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