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러시아에 입국했던 시간이 새벽 2시 정도였음.

공항은 당연히 가게 같은건 전부 문 닫았고 어둑어둑하더라고. 근데 어떤 덩치 큰 아저씨가 오더니 헤이, 택시? 택시? 이러심.

어차피 숙소 가려면 택시 타고 가야됐어서 아저씨한테 먼저 숙소 주소 보여줬고 아저씨는 ok ok을 하심.

친구하고 같이 아저씨 따라갔는데 택시가 ㄹㅇ 낡아빠진 승용차인거임. 택시라는 표시도 없고 안에 미터기도 없었음.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러시아 택시는 미터기가 없음. 그래서 타기 전에 가격 협상을 하고 타야됨. 처음에는 바가지 씌이기 좋으니까 조심하는게 좋음.

어쨌든 즉흥여행이었던 우리는 그런 사전 정보 따윈 없었고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택시에 탐.

심지어 이 아저씨는 공항 주차비도 안 냈는지 앞차가 차단기 올렸을 때 바짝 따라붙어서 빠져나가더라고. 차단기가 차 치니까 러시아어로 욕도 했었음.

그렇게 우리는 모르는 아저씨의 낡은 승용차를 타고 러시아 산길로 들어가게 됨.

숙소를 급하게 잡아서 위치도 잘 몰랐는데 도심에서 떨어진 산골에 있었음. 도심에서 택시로 30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더라.

어쨌든 차는 자꾸 산으로 가지. 택시엔 미터기도 없지. 아저씨는 무섭게 생겼지. 공항에서 주차 요금도 안 내고 빠져나오지.

이쯤되니까 난 우리가 납치 피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음.

심지어 가죽자켓이 운전대 옆에 올려져 있었는데 거기 흉기 같은게 있을거 같다는 불안감까지 생김.

택시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함.

운전대 잡고 있으니 무기를 꺼내기 전이면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저씨의 다른 일행이 합류하면 어쩌지. 그 전에 선수를 치는게 맞나. 그랬다가 그냥 평범한 아저씨면 어쩌지.

이러면서 머릿속으로 이미 액션 영화 한 편을 찍고 있었음.

다행히 기사 아저씨는 안전하게 우릴 호텔까지 데려다 줬음 ㅋㅋㅋㅋㅋ

요금은 바가지를 좀 쓰긴했지만 야간할증 붙었다고 생각하면 그냥저냥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음.

괜한 사람 함부로 의심하지말자라는 교훈을 얻은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