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앗, 하앗... 액슬 군 너무 빨라요. 조금만 천천히..."


노도카 누나의 달뜬 숨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양손을 묶은 손수건을 잡아당기며 재촉한다.


"흐앙. 천천히, 천천히."


"빨리 가기나 해요. 누가 볼지도 모른다구요?"


"그치만... 저도 처음이라..."


"누나가 원하던 거였잖아요?"


이런 행위를 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누나는 갑자기 소극적이다. 나야 늘 가던 대로 가면 되지만, 누나는 아니라서? 그럼 애초에 하자고 하지 않았으면 됐잖아. 내 잘못이 아니다. 노도카 누나가 이상하게 굴어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


"콘방와데고자루. 소년, 길 좀 물어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금발에 칼을 찬 누나가 말을 걸어왔다. 도검소지법 어떻게 된 거냐고. 하오리도 입었는데, 혹시 그건가? 사무라이 코스프레인가? 어떻게 사무라이가 금발벽안이겠어.


"근처에 편의점 로손이 어디 있는지 아시는고자루?"


"아, 로손은 말이죠..."라고 길을 알려주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이로하 님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노도카 누나가 나타났다. 두 사람 서로 아는 사이인가? 같은 회사 사람이라든가... 누나네 회사에는 별난 사람이 -- 아마 노도카 누나를 포함해서 -- 많구나. 노도카 누나는 그 고자루 누나에게 스마트폰 지도를 보여주면서 손짓으로 길을 알려준다. 그러고보니 스마트폰이 있으면 굳이 길을 물을 필요도 없잖아? 혹시 어마어마한 길치인가?


"노도카 도노 정말 감사한고자루! 오늘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이로하 님도 수고하셨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고자루 누나는 시원시원한 걸음으로 돌아간다. 다만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리는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길을 잃는 건 아닌가 싶다. 어마어마한 길치인 설이 내 안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액슬 군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밖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노도카 누나의 말투에 약간 쀼루퉁함이 들어있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네, 누나도 별일 없었어요? 방금 누나랑 아는 사이인가봐요?"


"어머, 저는 액슬 군도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요? 세상 친절한 얼굴로 대화하고 있던데?"


"그 사무라이 코스프레 누나요? 처음 보는 누나인데요."


"후후후, 방금 그분은 저희 회사 소속 탤런트이신 카자마 이로하 님이세요. 저한테 쿠키를 주신 적이 있답니다. 쿠키."


쿠키를 두 번이나 강조한다. 쿠키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애도 아니고. 


"그리고 사무라이 코스프레가 아니라, 정말 사무라이에요. 일본도 패용하고 하오리 입은 것 봤잖아요? 물론, 안에 받쳐 입은 옷은 좀 특이한 편이지만..."


"아~ 하긴 그냥 옷이 아니라 붕대 같은 걸 두르고 있었네요."


"액슬 군? 외간 여성의 가슴께를 제법 잘 관찰했네요? 액슬 군 엣찌찌."


아차, 내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 때문에 꼬투리를 잡혀버렸다. 아까 그 누나의 아래쪽 속옷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액슬 군은 신사네요. 곤란한 여성을 도와주려고 하고."


"흥, 자기 동네에서 곤란에 빠진 사람은 도와주는 게 영웅의 품격이지."


"그럼, 액슬 군. 제가 집에 들어가는 것도 도와줄 수 있나요?"


"누나는 지금 곤란한 상황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곤란해질 거거든요."


노도카 누나가 벤치에 앉고 가방에서 손수건 두 장을 꺼낸다. 그러고는 두 개를 예쁘게 접더니, 하나는 나비 리본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자기 눈에 대고 머리를 감아서 묶고, 나비 리본에 손을 넣어 양손을 단단히 묶는다.


"봐요. 누나는 지금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답니다."


보통 그런 의미로 쓰는 건 아니지만,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제 액슬 군이 곤경에 빠진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거에요. 대영웅 액슬 군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겠죠?"


...


그리하여, 지금 이 모양이다. 얼핏 보면 납치 같기도 하고, 나쁜 범죄자를 끌고 가는 경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보다 머리 한두 개는 더 큰 성인 여성의 눈을 가리고 손을 묶어서 끌고 가는 걸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이 무슨 소꿉장난이냐고. 노도카 누나네 집은 그리 멀지 않으니 얼른 데려다 줘야겠다.


"액슬 군, 천천히. 천천히"


내가 끌어주고 있지만, 앞이 안 보여서인지 누나는 굉장히 조심스레 걷는다. 한걸음마다 발로 확인하며 걷는다.


"액슬 군은 강아지랑 산책해본 적 없어요?"


"아니, 누나가 강아지는 아니잖아요..."


"그치만 지금은 끌고 가는 대로 따라가는걸멍멍."


"에휴... 그래요, 우리 노도카 쨩. 굿걸굿걸 우쭈쭈쭈."


보통 강아지들이 신나서 앞서 가지 않나? 그러면 지금은 내가 강아지 포지션인 거 같기도 한데... 그렇게 노도카 누나를 대충 강아지 취급해주다보니 금세 엘리베이터까지 도착했다. 아파트 주민 분들이 봤을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신속 깔끔하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간다. 띠리리리 하는 소리와 함께 누나가 달려들어간다.


"와아! 집이다멍! 도착이다멍!"


"어? 누나?"


우당탕. 누나가 달려가다 현관 신발장 턱에 걸려 넘어진다. 손수건을 잡고 있던 나도 끌려가서 넘어진다. 내가 손수건을 잡고 있어서인지 누나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는 그 위로 퐁 하고, 왠지 저번에도 들었던 익숙한 감촉이 느껴진다. 폭신폭신 몰랑몰랑 말캉말캉하다. 에어백은 무적이다. 가슴은 신이고. 아니, 그게 아니라...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누나 괜찮아요?"

"액슬 군, 괜찮아요?"


서로 말이 겹친다.


"누나, 눈가리개도 한 사람이 뛰어들어가면 어떡해요?"


"헤헤, 신나서 그만..."


어른이 맞는가 싶다. 하긴 강아지 연기를 메소드로 펼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다친 데가 있나 걱정도 들지만, 어이가 없어서 맥이 풀린다.


"벗겨줄 테니까 기다려봐요. 불부터 켜게."


"엣? 버, 벗긴다구요?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건지.


"그... 부끄러우니까 불은 끄고 벗겨주세요..."


거실에 불을 켜려다가 그만둔다.

현관 앞에 터무니 없는 모습을 한 노도카 누나에게 다가간다.


"... 액슬 군..."


누나는 바닥에 누운 채 다리를 배배 꼰다.

나는 조심스럽게, 벗긴다.

.........

......

...


라는 내용의 노도카x액슬 오네쇼타 동인지 엄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