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다시 돌아오는 겨울 어느날 네게 찾아올게. 그때까지.. 날 기다려 줘. "


날 선 바람에 모두가 꽁꽁 숨어버렸다. 거리는 평화로우나 불빛들은 어두운 길을 밝혀주며, 어두운 하늘엔 흰 연기들이 가득차는구나. 나 또한 저들과도 같은 겁쟁이일 뿐이지.. 바람을 피해 차디찬 겨울바람이 내 얇디얇은 옷을 관통해 내 뼛속을 얼려버리는구나.


" 춥구나.. 네녀석도 그러니 내 옆에 숨어있는 거겠지. "


" 미야옹. "

" 이것 참.. 아리송하단 말이지. 사람들은 죄다 날 두려워하건만.. 너만큼은 날 좋아하는구나. "


" 고로롱 고로롱 "


" 하하, 이것 참. 현상금 사냥꾼이 아닌 들짐승 사냥꾼 해도 되겠구만. 이만 떨어지거라. 나는 갈길이 머니 이거라도 줄테니 숨어있거라. 이것이 어느정도 막아줄테다. "

" 야옹.. "


 몸이 추울 땐 곰방대에 캣닢 한장정도는 피워도 괜찮은 방법이지.


" 스으읍... 후우.. 콜록콜록 !! 이런.. 캣닢이 제대로 타질 않은건가. 이 곰방대도 나처럼 녹슨건가.. "


길고도 긴 시골길엔 갈대가 휘날리며 분위기를 한층 띄워주는구나. 하아.. 그래. 이쯤되면 한명쯤.. 내 목을 노리러올테지.


" 찾았다..! 시라카미 후부키 !! 우리.. 우리 두목의 복수다 ! "

" ....갈대가 거칠게 휘날리니, 바람이 강하구나. 춥지 않느냐 ? "

" 하하, 막상 죽음이 다가오니 두려운게냐 ?! 헛소리나 다 하고 말이다 ! "

" 스으으읍... 하아.. 오늘따라 캣닢의 향이 강하다 했더니.. 역시. 네녀석만 온게 아니구나. 거기 ! 숨어있지 말고 나오거라. "

" 저 곰방대는 시발 무슨 예언봉이야 ? 어떻게 알아챈거야 !! "

" 막대가 세차게 흔들리는구나. 긴장하고있느냐 ? 그저 가만히 서있지 않느냐. 너의 적수는. "


" 크윽..! 누가 긴장한다고 !! "

" 안돼 ! 조심해 !!! "

" 늦었다. "


익숙하다. 너무나 익숙한 감각이다. 적의 다급한 발소리와 칼이 칼집에 나오면서 나는 소리와 길이. 그리고.. 상대가 어떻게 휘두를 지 까지. 너무나 단순한 적수로구나.


" 흠.. 고작 이런걸로 날 이길려 든 것이였나 ? 하룻강아지가 제 상대를 몰라뵈듯 너 또한 상대를 몰라뵜구나. "

" 윽.. 크아아아악 !! 손.. 손목이 !! "

" 젠장..!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 "


' 타 ㅡ 앙 ! '


" 간결한 총소리구나. 스으으읍.. 후우.... 냄새를 맡아보니 이건 코발스키아 대장장이의 제품이로구나. "

" 젠장..! 어느틈에 ! "

" 어이. 네놈은 곰방대로 맞아 본 적이 있는가 ? "

" 씨발씨발..! 빨리.. 화약 화약어딨어 !! "

" 나는 어린시절.. 자칭 최고의 검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었지. "

" 이런 씨발 ! 그 아가리 닥쳐어어 !! "

" 단순하구나. 단순해. "


' 빡 !! '


" 크윽..! 무슨 곰방대가.. 이지랄로 아파 !!! "

" 그래, 난 이 곰방대로 아버지와 어머니꼐 맞았지. 그게 내 어린시절이란다. "

" 어쩌라는거야 ! 그래서 !! "

" 바람이 거칠고 뜨거우니.. 분노는 곧 죽음을 자초할 뿐 이지. "

" 닥쳐어ㅇ... "


" 편히 잠들거라. "

칼날.. 녹슬진 않았겠지. 사람의 목 뼈를 잘라내는 일은 쉬운게 아니니까 말이다.  이것 참, 내가 안어울리는 검을 쥐고있구려. 아버지.


" 스으으읍.. 후우우우.... 캣닢맛이 좋구나. 오..! 이 삿갓. 좋아보이는구나. 물론 적의 것 이였으나 이젠 전리품으로 가져가도 되겠지. 그럼.. 북쪽으로 좀 더 걸어가보실까. "

조금 걸어가니 마을이 하나 보이는구나 아아, 저것이 사막 속 오아시스가 아니더냐 ! 몸과 마음이 지쳤으니 우선은 쉬고볼까..

" 음..? 이런곳에 여관이 있었다니.. 몸도 지쳤고 추위도 더욱 거세졌으니 조금이라도 쉬다갈까.. "

" 어서오세요 ~ 날이 많이 추워졌죠 ? "


" 음..? 주인장은 어디있소 ? 내 잠시 묵을려고 하는.. 아, 이곳의 주인장 되시오 ? 꽤나 어려보이길래 손녀인 줄 알았소. 내 무례를 사과하지. "

"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그런소리를 꽤나 많이 들어서요. 방 안내해드릴게요 ! "

" 고맙소. "

" 기본적으로 숙박은 5엔. 연장은 3엔입니다. 여기서 돌아가시면 온천이 있고, 식사는 부르시는대로 준비해드리니 언제든 불러주세요. "

" 음.. 그럼 간단한 저녁식사를 좀 준비해줄 수 있겠소 ? 내 먼길을 걸어와서 배가고프구려. "

"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

참으로 따듯하구나. 사람의 온기를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내가 어쩌다 이런생활을 하게 된 것이지.. 하하, 참으로 고된 삶을 살아왔구나.. 그동안 제대로 된 휴식조차도 못하고 말이지..


" 온천, 준비되었습니다. 식사가 늦을 거 같아 우선 온천부터 데워놨으니 실례가 안된다면 온천부터 사용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은데.. 아니면 ! 그냥 기다리셔도.. 어어어.. "

" 하하, 괜찮소. 온천부터 천천히 즐길테니 식사준비에 집중해주시오. "

" 아..! 감사합니다.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

온천.. 온천이라.. 몇년만이더냐.. 우선 짐부터 좀 풀어보실까.


" 손님. 수건을 준비해왔습니다. 문 옆에 두었으니 모쪼록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

" 고맙소. "

수건에.. 참으로 귀여운 게 박혀있구나. 온천을 좀 즐겨보실까나.


" 하아아아.. 따스하구나. 얼어붙은 마음 마저 녹여버릴 정도로.. 이렇게 있으니 옛날로 돌아간 거 같아 좋구만.... "

그리운 그 시절이.. 부모님과 함께 단풍나무 아래서 온천을 즐겼던 날이.. 그립구나.


' 아버지 ! 저 나무는 왜 혼자 주황빛 잎을 가지고있어요 ? '


' 어머나, 얘야 저건 단풍나무 라고 하는거란다. 서쪽나라에서 단풍축제 라는것도 하는 것 같다더구나. '


' 오오..! 참으로 신기합니다 어머님. '


' 허허. 우리 후부키가 아직 모르는 게 많구나. 저 단풍나무는 지금 계절에만 피니까 섬세히 보도록하거라. 여기선 꽤나 귀한 나무이니까 말이다. '


' 우와.. 이런 나무를 집에 하나쯤 심어두고 싶어요 !! '


' 음..? 그럴까 ? 마침 서쪽에 볼일도 있고 말이다. 내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단풍나무 씨앗이라도 하나 구해오도록 하마. '


' 우와 !! 아버지 감사합니다 !! '


' 당신도 참, 너무 애 응석을 받아주시면 안돼요. '


' 하하, 괜찮지 않소, 부인 ? 집 옆마당에 단풍나무가 그늘을 치고 정자에 사이좋게 누워 지내는 모습이. '


' 우와.. 꿈만같아요.. 아버지. 진짜로 그런게 가능할까요 ? '


' 그럼. 가능하고 말고 ! '


' 모쪼록.. 조심히 다녀오세요. '


' 다녀오세요 아버지 ! 단풍나무 꼭 가져와주세요 !! '


' 허허, 알았다. 알았어. 우리 다같이 단풍나무가 피면 정자에 누워 잠들어보도록 하자꾸나. '


' 아버지가 최고에요 ! '


' 얘, 이만 놓아주렴.. 정말 괜찮겠어요 ? 그런곳에 혼자 가셔도.. '


' 괜찮소. 어차피 날 다치게 할 자는 많이 없다는 걸 아시잖소 ? 이 몸이 죽는날은 이 칼이 녹슬어 부숴지는 날이 될것이오. '


그 후엔..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못했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칼과 곰방대.. 그리고 피뭍은 보따리가 우리집에 배달되었지.


' 어라. 어머님. 이건 아버지의 것 아닌가요 ? '


' ....맞다. 네 아버지가 바쁜.. 것.. 같으니... 당분..간.. '


' 어머님 ? 우시는건가요 ? '


' ...아니. 아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


' 어머님. 우시지 마십시오. 이 소녀도 마음이 아프잖습니까.. '


' 후부키.. 잘 들어라. 네 아버지는 일이 바쁘셔서 더이상 못오시니.. 이 칼과 곰방대는 네가 잘 가지도록 하거라... 꼭.. 꼭...! 절대 놓치도 말고. 뺏기지도 말고.. 녹슬게 냅두지도 말거라. '


' 제가.. 이런걸 받아도 좋을까요.. 어머님 ? '


' 기억하거라. 우리가 그동안 훈련한 나날들을. 너는 최강의 사무라이 라는것을.. '


' 알겠습니다 어머님. 소녀. 아버지의 검을 받들겠습니다. 그나저나 저 보따리 안엔 무엇이 들어있나요 ? '


' 아아.. 보따리. 그래, 한변 얼어보자꾸나. '


' 어..? 이건 단풍나무 씨앗이 아닙니까 !! '


' ....그래. 단풍나무 씨앗이구나... 아버지의 뜻 대로 옆에 심어주자꾸나.. '


' 우와 !! 아버지가 진짜로 가져오셨군요 !! '


' 그렇구나.. 진짜로.. 진짜.... '


어머님은 그 이후로도 아무말씀이 없으셨지.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깨달았을 땐 단풍나무가 이미 성장을 끝마치고 어머니가 내 옆에서 영원한 수면을 취하기 전에 들었지. 그때가 17살이였으니.. 충격을 적당히 견뎠었지.


' 시라카미. 네가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다.. '


' 네, 어머니. 이 소녀.. 꼭 이 가문을.. 지켜나가겠습니다. '


' 오늘따라 단풍닢이 이쁘구나. 네 아버지가 목숨과 바꿔 가져 온 단풍닢이.. '


' 네..? 설마.. 아버님은 그 날.. '


' 그래.. 숨겨서 미안하구나. 너는 그 때 너무 어렸기에 이 충격을 견디지 못했을거라 판단했다. '


' ..괜찮습니다. 어느정도는 생각했거든요. 아버지가 몇년 째 소식도 없으시고 돌아오시지도 않는것이.. 이상했거든요. '


' 미안하구나.. 미안해.. '


' 괜찮습니다. 어머님. 같이 정자 아래에서 낮잠이나 잡시다. '


' 그래.. 그러자꾸나. 우리 같이 아버지가 가져온 단풍나무 아래서 잠들자꾸나. '


그렇게 어머님은 영원히 눈을 뜨질 못하셨지. 날 꼭잡고 안놓아주던 손은 힘이 빠져 시든 나뭇잎처럼 흘러 내려갔지. 나는 잠들지도 못한 채 최대한 눈물을 참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있었으나.. 이미 죽은자의 영혼을 이승에 잡고있는 것 같아 아버님께 가라며 보내드렸지.


" 저 손님.. "

하아.. 그립구나. 단풍나무 아래의 추억들이..


" 손님..? "

" 음..? 아.. 이것 참. 미안하구려. 내 옛날생각에 잠겨서말이지, 말 하는것도 못듣고말이야. "

" 아..아뇨 ! 괜찮습니다. 저도 막 도착했는걸요. 아.. 아니지 !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방에 차려드릴까요 ? "

" 음., 부탁하네. 나도 금방 나갈테니 식사를 차려줬음 좋겠구나. "

" 알겠습니다. "


아름다운 흑발에 열정적인 붉은 빛 머릿카락을 지닌 소녀로구나..


" 식사준비가 다되었으니 저는 이만.. "

" 잠깐. 기다려주시게, 실례가 안된다면 나와 이야기를.. 아, 미안하네. 내 너무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를 느껴본지라.. 이것 참 미안하게 됐네.. 볼 일 보러가도 좋다. "

" 아뇨..! 괜찮아요.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들어드릴게요 ! "

" 자존감을 높이시게, 소녀여. 그대처럼 아름다운 자가 어찌 자존감을 낮춘단말이냐 ? 그리고 낮선이의 얘길 들어줘서 고맙네. "

" 괜찮아요. 이것도 제 일인걸요. "

...........


" 이럴수가.. 그런 슬픈일이.. "

" 괜찮네. 이미 오래 전 일이기도 하고, 내 오랜만에 추억에 잠길수도 있었으니 말이지.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말해야 할 정도였다네, "

" 아니에요, 저야말로 그런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아 ! 입맛엔 맞으셨나요 ? "


" 음 ? 아아.. 입맛에 잘 맞았네. 맛있고 간편하니 좋더군. "

" 그나저나.. 처음 들어올 땐 삿갓과 지푸라기로 된 외투를 입고계셔서 몰랐는데.. 여성분이셨네요 ?! "

" 음 ? 아, 그렇소만. "

" 맡투가 남성스러우셔서 남성분인줄 아셨는데.. "

" 하하, 오해하기 쉬운 말투이기는 하지. 내 존경하던 아버지께서 자주쓰던 말투였으니 말이지. 아버지를 닮았다 봐도 좋지. "

" 앗..! 내정신좀 봐.. 상, 치워드릴게요 !! "

" 아. 고맙소. "

참으로 밝은 소녀로구만.. 저 소녀를 보니.. 예전에 또 잊어먹은 일이 하나 있었는데..


' 시라카미 ! 이거 봐 ! 눈사람이야 !! '


' 시라카미. 오늘도 연습이야 ? 빼먹고 나랑 놀면안돼 ? '


' 악 !! 미안 !! 미안해 !! 내가 잘못했어 봐줘 !!! 안돼 간지럼만큼은 !! '


' 에잇에잇 ! 받아라 시라카미 !!! '


' 뭔가.. 으슬으슬하니 무섭지않아..? 마치 귀신... 꺄아아아악 !!! '


' 눈내리네. 시라카미, 따듯한 거 라도 가져왔어 ? '


' 나 참. 또 다친거야 ?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


' 시라카미.. 나 정말 너 좋아해. '


생각해보니 이전에 나와 줄곧 어울려주던 소녀가 있었지.. 참으로 좋았는데.. 기억이 안나는 게 아쉽구만. 


" 스으읍... 후우.... "


" 실례하겠.. 콜록콜록 ! "

" 아..! 이것 참 미안하네. 곰방대 연기가 심하다는 걸 까먹고있었소. "

" 아뇨..! 괜찮습니다. 단지.. 갑자기 연기가 확 들어와서 그런거니 걱정하지마세요. "

" 내 정말 미안하네.. "

" 아뇨..! 정말 괜찮아요. 혹시.. 저도 한번 펴봐도 될까요 ? "


" 이걸말이오 ? 꽤나 독할텐데 괜찮소 ? "

" 네. 괜찮아요. 저도 가끔씩 피곤 하거든요. "


" 뭐라 중얼거린 것 같은데.. 작아서 못들었구려. 뭐라 말씀하셨소 ? "


" 아뇨 !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

" 죽 들이키시오. 네코사의 캣닢이니 향이 좋을것이오. "

" 후우.. 콜록콜록 !! 향은 확실히 좋네요.. "

" 하하, 내 독할거라고 말했잖소. 얼굴이 붉어졌구려. "

" 읏.. 너무 가까웁니다만.. "

" 아..! 이것 참, 미안하네. 내가 또 실수했구려..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의 온기는 오랜만인지라... "

하하, 이것 참.. 어색해졌구만.. 이런 상황에선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구만.


" 그.. 곰방대.. 잘썼습니다. 그럼 이만...! "

" 아, 조심하시오. 곰방대 연기가 독하니... "

" 앗..! "


" 조심하라고 했잖소. "


" 감.. 감사 감사합니다... "

" 얼굴이 왜이리 붉소 ? 혹시 부끄럽소 ? "

" ......네. "


" 하하, 부끄러워 마시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말이오. 한번 피우고 한동안 정신을 못차려서 30분동안 땅바닥에 누워서 잠들기도 했었소. "

" 그럼 전 이만.. 실례.. "

" 잠깐. 기다려보시오. 밤이 늦었으니 이몸과 자고가는 게 어떻소. 아무리 여관이라지만 밤이되면 위험한 건 똑같으니. 이 몸 옆에있으면 걱정안해도 될것이오. "


" 그래도 될까요..? "


" 상관없소. 오랜만에 추억도 떠올리고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 따듯한 온천탕을 내주지 않았소 ? 그럼 그만큼 이몸도 보답해드리는 게 맞소. "

" 하지만 그건 당연한건데.. "

" 이것도 당현한것이오. 이 몸은 받은만큼 돌려주는 타입이라 그렇소. "

" 그럼 오늘 하루만.. "


........


그렇게해서 이불을 피고 같이 누웠건만.. 어찌 조용한 정적뿐이더냐. 숨소리가 거친걸 보니 많이도 부끄러운 것 같구나. 내 긴장을 좀 풀어줘야겠군.


" 이불속은 어떻소 ? "

" 네 ? 아 따..따듯합니다.. "

" 왜그렇소 ? 부끄러운것이오 ? "

" ....네. 꽤나 부끄럽습니다.. "

" 왜그렇소 ? 우리 마을에선 친구끼리 껴안고 잠자기도 했건만. 이런것이 익숙치 않으셨다면 내 무례를 범했구려.. "

" 아뇨 !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해서요.. "

" 하하, 미안할 것 없소. 편히 잠들면 이 몸도 기분이 좋겠구려. "

"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

" 편안한 밤 지내시게. "

.........


온 몸이 뜨겁고 무게감이 있구나. 손에 감각은 있는 듯 하니.. 마비나 독은 아니고.. 꿈도 아닐것이다.


" 당신.. 당신이 나쁜거야.. "

" 모두 당신때문이야.. 내가.. 난.. 잘 참았는데.. "

음..? 손에 무언가가 느껴지는구나.. 서서히 수면상태에서 벗어나 감각이 돌아오는구나.


" 하아.. 하아.... 안돼.. 나. .이런짓을 하면.. 안된다는 걸 아는데.. "

" 하지만.. 이사람.. 이사람이 날.. "

" 이사람도 좋아할거야.. 분명히.. 하아.... "


하하.. 이것 참 곤란하구려....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 안댓.. 지금이라도 멈춰야하는데.... 멈출수가 없어.. "

" 이것 참, 나쁜사람 이구려. 자고있는 나를 덮칠생각을 하다니. "

" 꺗...! 아니.. 어.. 그으으.. 아무것도... "

" 조용. 그만, 이 몸에게 맡기시오. "


" 하지만.. 소..손님이 오실거에요... "


' 안돼.. 시라카미.. 어른들이 오실..읏..! '


" 이 밤중엔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으니 괜찮소. "


' 이 밤중엔 아무도 안돌아가니니까 괜찮아. '


" 안댓.. 거기 예민한데...! 꺄읏..! "

' 거기.. 안돼.. 집요하게 괴롭..히지맛....! '


" 하하, 여기가 약점이구려 ? "


' 여기가 약점이구나 !! '


" 방금.. 막.. 안댓...! 그만..그만....! "

' 그..그만해져.. 그만.. 나 더이상.. '


" 먼저 시작한 건 그쪽이 아니오 ? 그러니 끝은 이 몸이 정하는것이오. "


' 먼저 유혹한 건 .....이라고 ? 그러니까 끝은 내가 정할거야 ! '


" 그런... 짖궂은...!! "

' 나빳..! 읏 !! '


" 참지마시오. 그저.. 쾌락에 몸을 맡기는 편이 좋을것이오. "

' 참지 마. 어차피 너 여기 엄청 약하잖아 '


" 그러니.. "

' 그러니까.. '


" 이만 마무리짓겠소. '


' 빨리 끝내자고 ! '


" 키스.. 하아.. 가능할까요..? 소리.. 부끄럽기에.. 꺄아앗 !! 안대안대안댓 !! "


' 키스.. 키스해져.. 나.. 더이상.. 소리 새어버렷... '


" 키스는 연인들끼리 하는것이오.. 이 몸과의 키스는.. 안좋을수도 있소. 대신 이걸로.. "


' ..나라도 괜찮다면. 응.. '


" 후냐아아아 !!! "

후우.. 힘들구려... 그나저나 이 몸은 언제부터 흥분을 해 있던것이지..


" 이만, 수고하셨소. 그럼.. 난 이만.. 잠을 좀 청하도록.. "

" 당신도.. 쌓여있잖아요. ' 저처럼. ' 애써 참지마요.. "

" .....젠장. "


' 시라카미.. 안돼.. 여긴... '


' 하아.. 미오.. 미오... 미안해.. 나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


' 얼마나 쌓아둔거야.. 읏.. 천천히.. '


' 키스.. 키스해줘 미오.. '


' 알았어.. 알았어.. 자아 ~ 츄 '


' 하읍..! 하아.. 미오.. 미오... '


' 읏..! 시라카미.. 좀만.. 더 천천히.. '


' 미아내..미아냇...! 나 참을슈가 없어...!! '


' 안댓..! 시라카밋...!!! '


정신차리고 나니.. 이미 내다던진 옷은 어디론가로 굴러떨어져있고.. 나의 칼은.... 암젼히 잘 있구나. 젠장..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 몸좀 가꿀 수 있겠나 ? "

" 아마.. 한동안.. 허리가 좀 쑤실 거 같은데... 아야야.... "

" 미안하네.. 내 너무 격렬했네.. "

" 저도 ' 그 날 ' 이후로는.. 해소한적이 없었기에.. 괜찮았어요. "

" 음..? ' 그 날 ' 이라니.. "

" 제게 사랑을 약속한 사람이 절 떠난 날이였지요... "


" ...이것 참 미안하군. 내가 뺏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

" 괜찮아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겨울에만 온다고 했었는데.. 벌써 몇년째라 저도 거의 포기했거든요. "

" .....내 정말 사과하지. 그대가 기다리는 사람은 곧 올걸세. 난 그렇게 믿네. "


" 빈말이라도 감사해요.. 앗..! 이것 참.. 빨리 정리해드릴게요 !! 죄송해요 !! "

" 아.. 아닐세. 흠흠.. 나도 좋았고 말이니.. 서.. 서로 괜찮았으면 된 거 아닌가 !! "

내가 말을 더듬게되다니.. 이것 참 진짜로 부끄럽구나.


" 후훗.. 그럼요. 서로 괜찮았으니까.. 그럼 된거죠. 과거는 과거잖아요 ? "

" ....그렇지. 과거는 과거일 뿐 이네. 너무 과거에 얾매이지 않는게 좋지. "

...........


" 그럼.. 이만 진짜로 편안한 밤 보내시게나. "

" 저도.. 이번엔 진짜로..... 한번만 더 할까요 ? "

" ......이리오게나. "


서로가 미친듯이 서로의 몸을 탐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진짜 짐승처럼..


" 하으.. 더이상..은..! "

" 그대가 유혹했잖소... "

연인처럼 달콤한 키스를 해본것이 얼마만이던가..


" 하읍.. 츕.. 하아.. "

" 츄읍.. 후우... "

" 아아.. 떨어지지 마요.. 좀 더.. "


" 생각보다 응석받이이구려.. "


" 응.. 츄... "

" 후우.. 이제 그만하는것이 좋겠소.. 슬슬 허리도 턱도 아파오는구려.. "


" 우응.. 마무리하긴 싫지만.. 마무리 해야겠네요.. "

" 그러는편이 좋겠..! 흥걋 ! "

" 언제까지 제가 당할수만은 없죠. "

" 흐기잇..! 안댓... "

" 하아.. 하아.. 그동안.. 당했던 것 입니다 !! "

" 안대.. 보지맛.. 보지마아아앗..! "

" 그 얼굴을 ! 좀 더 보여주세요 !! "

" 흐으.. 안대.. 부끄러워... 읏... 응.. 츄... "

" 하아.. 하아.. 젠장.. 너무 귀엽잖아요..!! "

" 우으.. 안댓.. 그만.. 그만해줘... "

..........


" ..... "

" ...... "

" 엉망진창으로 해버렸네요. "

" 엉망진창으로 해버렸구려. "

" 아.. 이럴수가. 벌써 해가 떠버리네요.. 죄송해요.. 밤동안.. 너무.. 과격하게.... "


" 아닐세. 나도.. 크흠.. 좋았으니 됐네. 덕분에 피로도 싹 가시고 좋았네. "

" 저는.. 당분간 힘들겠네요.. 아야야야... 허리통증이 장난아닌지라.. "

" 하하, 이것 참. 과도한 열정이 이런결과를 만들어와버렸구만. 그럼. 이만 떠나보도록 하지. "


" ....벌써 가시는건가요 ? "

" 그렇소. 슬슬 어머님의 기일이게에 하루빨리 고향에 들어서야 하기에.. "


" 그렇군요... 그러면 가시기 전에.. 키스라도 한번 더.. "


이것도.. 마지막 입맞춤이겠지. 어쩌면.. 나중에라도...


" 내 다시 돌아오는 겨울 날 찾아뵙겠소. "

"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시라카미. "


' 이런 꼴이라 미안해.. 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봤으면 좋았을텐데.. '

' 괜찮아. 너는 어떻게 꾸며도 이뻐. 근데 무슨일이야 ?'


' 미안하지만.. 잠시동안 네 옆을 떠나야 할 것 같아. '


' 뭐라고..? 왜 ? 무슨일인데. 나 때문이야 ? 그동안 내가 너무 야해서 ? 아니면 내가 너무 차갑게 대해줘서 ? '


' 아냐.. 그런거.. '


' 그럼 뭔데. 내가 잘못한거야 ? 내가 다 미안해. 내가 바뀔테니까.. 제발.. '


' 미안해.. 그저...... '


' 그저 뭐.. 그저 뭐 !! 이렇게 떠나버릴거라면 사랑이라도.. 애정이라도 주지 말던가 !! 그냥 꺼져버려. 쓰레기야.. '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오.. '


' 이름으로 부르지 마.. 너같은 거 다시는 보기싫으니까.. '


' 미오..! 하지만 !! '


' 닥쳐 !! 그냥 꺼져버려 !!! '


' 아냐.. 오해란말야..... '


" 그때의 말. 못해줘서 미안해. "

" 괜찮아. 오늘 다 이해했으니까. "

" 그땐.. 그때는 너무 심란했으니까... 방황했고.... "

" 괜찮아.. 다.. 이해해. "

" 미안.. 미안해 정말.. 네 옆에 있어주겠다고.. 네 곁을 안떠나겠다고 약속했는데.. 나는 약속을 깨고 네 곁을 떠나버렸어. "

" 시라카미.. 정말 난 괜찮아. 결국엔 돌아와줬잖아. 내 곁으로.. "

" 아냐.. 난 아직 가봐야 해. 미안하지만.. 진짜로 이번이 마지막이야. 돌아오면 너랑.. 이 여관이랑 같이 지낼거야. "


" ....정말 ? "

" 응. 정말로. 그동안 날 좀먹어왔던 악몽. 날 갉아먹고 길을 인도했던 생각들을 다 떨춰버리고 와야해. "

" 기다릴게. 언제나. 겨울은 결국 돌아왔으니까. "


" 그럼 갔다올게. "


..........


그녀가 떠난 지 벌써 1년이나 지났다. 여관은 여전히 북적이고 직원도 몇명 생겼다. 가족같은 직원들을 잘 챙겨주지만.. 그들에겐 진짜 가족이 있었으니까.. 아쉬웠다. 적어도 나도.. 가족을...


" 택배입니다. 오오카미 미오. 되시나요 ? "

" 아..! 네. 접니다만..? "

" 음.. 발송인이 시라카미 후부키 씨로 되어있네요. "

" 설마.. 그럼 이건.... "

"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시라카미 후부키 씨는 수많은 전투끝에 사망하셨습니다. "


그리고 내 세계가 무너졌다. 나의 가족.. 가정이. 내가 굳이 이 여관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였을까.


내가 이 차가운 겨울을 기다린 이유가 뭘까.


내가 도대체 왜 그 여자에게 몸을 줘버린걸까.


내가 도대체 왜 그 여자따위 에게 내 사랑을 나눠준걸까.


내가 도대체 왜 그 사람을 믿은걸까.


내가 도대체 왜 기다린걸까....


모든 생각. 추억들이 점점 날 좀먹어간다. 택배원은 어느샌가 사라져있다. 아니.. 택배원이 아닐수도 있다. 시라카미를 죽인 사람들 중 한명이였을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그의 부하거나....


" 약속은 영원히 지켜질수가 없어. 그리고 이번 겨울은.. 결국 찾아오지 않을거야. 앞으로도 계속.... "

나는 또다시 모든걸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 내 가족같은 직원을 돌보며 내 소중한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여관을 가꿔가야지. 다음 겨울은 오질 않을테니까.


" 음..? 이런. 늦어버린건가 ? "

" 어서오세요.. 제가 지금 기운이 없어서 죄송하지만... "

" 하하, 장난이 좀 짖궂었나 보군. 뭐, 보다시피 몸은 성하지 않다만.. "

" ...뭐하러왔어 ? 그냥 거기서 죽어버리지. "

" 내가 정말 미안해 미오. "

" 닥쳐. 또 그상황이잖아. "


' 미안해.. 그때 말을 못해줘서.. '


' 괜찮아. 지금이라도 얘기해줬잖아. 그러니까 다 괜찮아. '


' 미안해 정말.. '


' 아냐. 나도 미안해. 널 괜히 의심하고.. 화내고.. 못된말들을 해서. '


' 미안해.. 미안.. 하지만 지금 난 떠나야만해.. 나를 위해서.. '


' ...결국 떠나는거구나. 그럼 언제 돌아올거야 ? '


' 다시 돌아오는 겨울 어느날 네게 찾아올게. 그때까지 날 기다려줘. '


' 알았어. 꼭 약속이야. '


" 또 미안하다면서 떠날생각이야 ? "

" 미오... "

"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했지. "

" ..... "

" 내가 한두번 당해보는 줄 알아 ? 내가 너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고 매년 겨울마다 언제올 지 모르니까 하루에 한번씩 계속 나가서 기다리고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면서 지낸 나날들을 알아 ? "

" ....하지만 결국.. "

" 하지만 결국 떠났잖아. 왜, 그냥 떠나버려. 또 떠날거면. 말은 맨날 옆에 있겠다 그러면서 언제쯤 옆에 있어줄거야 ? 넌.. 정말.. 정말로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거야 ?! "

" 더이상은 안떠나. "

" ...거짓말치지마. 그러면 방금은 뭔데. 어떤 사람이 나한테 와서 네 곰방대와 칼을 쥐어주고 네가 죽었다고 했어. 그건 뭔데, 또 떠날거니까 그런거잖아. 그렇잖아 !! "

" 아냐... 더이상 이 세상에 ' 시라카미 후부키 ' 라는 사무라이는 없어. 하지만.. ' 시라카미 후부키 ' 라는 사람이 존재할 뿐 이야. 난 어린시절에 맹세했어. 아버지의 칼을 받으며, 더이상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그러니 난 더이상 떠나지않아. "

" 그러면.. 넌 더이상.. 뭐야..? "

" ...겨울의 약속. "


                                                                                                 E n d .        


                                                                                                             - 시라카미 후부키. 겨울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