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에테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A쨩,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미코와 호시마치는 감시카메라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날카로운 노이즈와 함께, 마이크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아, 말 그대로입니다. 상호간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아요.


미코와 호시마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이 헛구역질을 하기 까지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무리.”

“이쪽이야 말로 무리.”


- 뭐, 그럼 그대로 거기 계시는 수밖에 없겠네요. 두 분 말고도 다른 분들도 여럿 계시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아주세요.


곧, 삐- 하는 부저음이 들렸다.


- 오옷, 역시 오카코로. 가장 먼저 탈출했네요. 이야, 다른 멤버들도 이렇게 일사천리로 해결하면 참 좋을텐데.


미코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웃기지마! 오늘 안건도 있다고!“


호시마치도 입가를 닦으며 외쳤다.


”나도 오늘 간만에 멘겐이란 말이야! 호시요미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 아, 그거라면 안심하세요. 안건 클라이언트 분들도, 리스너분들도 모두 이 방송을 보고 있거든요. 두 분이 친해져서 나가서 예정대로 스케쥴을 소화하면 찬사를 받는 거고, 못나가더라도 이해해주시기로 했어요.


두 사람은 짧게 한숨을 쉬며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렇대. 스이쨩.”

“하아... 그렇다네... 어쩔 수 없나...”


모든 멤버를 통틀어서도 가장 악명높은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한탄에, A쨩은 손에 땀을 쥐었다.

다른 멤버들은 둘째치더라도, 이 두 사람이 진실된 테에테에를 이룬다면 매번 폭발하여 수리해야하는 열악한 사무실에 평화의 상징으로 걸어놓을 수 있었다.

비단 A쨩 뿐만이 아니었다.

안건 클라이언트도, 리스너들도, 역사적인 순간을 앞에 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스이쨩...”

“미코치...”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친 지 5초가 넘었다. 구역질도, 거부감도 없었다. 살짝 우수에 젖은 눈동자와 떨리는 분홍빛 입술이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박수를 높였다.


“부수자...”

“응... 열리지 않으면 부숴야지...“


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낀 두 사람을 보며, A쨩은 멈칫했다.


- 에...?


순간,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미코와 호시마치의 손에 들려있었다.

금방이라도 표면장력을 깨고 넘칠 것 같은 용암이 미코의 손에 들린 바케스 안에서 넘실거렸다.

100년 묵은 거목도 단숨에 벌목해버릴 것만 같이 서슬퍼런 날이 선 도끼가 호시마치의 손에서 거들먹거렸다.


방이 난장판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페인트를 뿌리듯 미코는 용암을 곳곳에 뿌려댔고, 호시마치는 도끼로 벽을 수차례 가격하며 도끼자국을 냈다.


- 자, 잠깐! 뭐하시는 거예요! 멈추세요! 이 시스템 만드는데 예산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FAQ! 이게 미코멧의 테에테에다 이거야!“

”때린다! 부순다! 무너뜨린다! 이게 미코멧이다 이거야!“


벽은 녹아내리고 문은 점점 찌그러졌다.

A쨩이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다른 방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 이번엔 또 뭐야! 이건... 마린씨랑 카나타씨의 교정실..?


CCTV 화면을 바꾸자, 거기엔 엉덩이를 내밀고 고꾸라진 마린과 머리엔 수리검, 등에는 날개, 팔에는 완장을 단 고릴라가 있었다.


◼️◼️◼️◼️◼️ーーーーー!!!!!“


방금 전 들린 괴성의 주인은 고릴라, 아니 카나타였다.

카나타는 넙대대한 가슴을 펑펑 치며,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 아아... 카나타씨... 그렇게나 마린씨와 테에테에가 생리적으로 싫었던 건가요...


테에테에실 곳곳에서 폭발음과, 격벽이 부숴지는 소리가 난무했다.


그날 A쨩의 지옥기획은 정말 지옥이 되었다.

A쨩은 야고에게 불려가 인사고과 해골 3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