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에테에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하아?”


 클로에는 손 위에 메모를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집에서 잠들었는데, 일어나고 보니 웬 영문모를 방에서 깨어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녀와 친한 동기가 함께 한다는 점일까.


 “콘코요. 콘코요. 일어나봐~ 아사다요?”

 “우웅… 거짓말… 코요는 오늘 아침 방송 했는걸…”

 “아, 그랬나.”


 코요리의 몽중답변에 순간 대견함을 느낀 클로에였지만, 이내 다시 그녀를 흔들어 깨운다.


 “って,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래두. 콘코요~ 콘코요~!!”

 “으으으… 뭐야…! 응? 쿠로땅?”

 “하이. 오하요우.”

 “에? 어째서 쿠로땅이 여기에?”


 지금 막 눈을 뜬 코요리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동기 간에 사이라 해도 집 열쇠까지 맡기진 않은 그녀다. 일순 그녀의 눈에 경계심이 깃든다.


 클로에는 그런 코요리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쥐고 있던 메모를 넘긴다.


 “이건… 하아? 테에테에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뭐야, 이 동인지 같은 문장은.”

 “내 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코요리를 바라보면서도 클로에는 오히려 아까보단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이 곱게 펴진다.


 무어라 해도 코요리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이니까. 평소 퐁코츠 같은 면을 자주 보이긴 해도 진심일 땐 믿음직스러웠으니까.


 코요리는 제 손 위로 넘어온 메모를 노려본다.

 클로에와 메모를 차례로 번갈아 보던 그녀는, 태연한 클로에의 얼굴에 이내 의심을 버린다.


 장난을 좋아하는 클로에였지만 이런 때에도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납치?”

 “이겠지? 아무래도.”

 “커버 측 기획이라거나?”

 “에에~? 아무래도 이런 짓까지 하려나.”

 “그렇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가는 바가 없다.

 애초에 납치를 하고선 테에테에 요구라니?

 코요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조금씩 공포를 느낀다.


 그때. 클로에가 자리를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선다.


 “뭐! 앉아서 이것저것 말해봐야 소용없나!”

 “쿠로땅?”


 고작 침대 하나로 거의 꽉 차버린 좁은 방. 창 하나 없는 이곳의 유일한 출입구인 금속제 문을 향해 클로에는 다가선다.


 철컥.

 우선은 평범하게 문고리를 당겨보지만, 당연하게도 열리진 않는다.


 “…가치? 콘코요, 이거 철문인데?”

 “…그래 보여.”


 탕. 탕.

 클로에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들겨본다.


 “누구 없나요~? 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

 돌아오는 것은 적막.


 금새 포기한 클로에는 자리로 돌아온다.

 코요리는 그런 클로에를 바라보며 불안한 눈빛을 한다.


 “쿠로땅… 납치범이라도 불러서 요구를 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음… 어디서 봤는데, 납치 당했을 때 납치범을 자극하는 건 좋지 않대!”

 “방금까지 문 두드린 건 너잖아…”

 “그보다, 요구라면 있잖아?”

 “응?”


 시선을 따라 내려본 것은 자신의 손.

 코요리는 손 위에 메모를 바라본다.


 “하아? 진심으로 이걸 하잖 소리?”

 “어쩔 수 없잖아! 그보다 왜 콘코요가 그런 반응?! 나도 이왕 테에테에 하는 거라면 시온 선배 쪽이 더 좋다구!”

 “하, 하아?! 코, 코요리라 해도 마린 선배나 카나타 선배, 라미 선배, 토와 선배…”

 “너무 많잖아!”

 “시, 시끄러!”


 떠들다 보니 평소 방송대로 겐카네타에 넘어가버린 둘.

 보통이었다면 함께 하는 게임의 캐릭터끼리 서로 싸우거나, 아니면 다른 멤버가 중재를 해주는 흐름이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둘 뿐이었으니까.


 “…애초에 이 방 감시카메라도 보이지 않는걸. 이 요구가 진짜인지도 모르고.”

 “콘코요?”

 “먹을 것도 없고. 우리 못 나가면 어쩌지?”

 “뭘 그렇게 가라앉는 거야.”


 불안에 떠는 코요리의 손 위로 클로에가 살포시 제 손을 포갠다.


 “…쿠, 쿠로땅?”

 “뭐, 까짓거 그냥 테에테에 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안 되면 그때 생각해도 되고.”

 “테에테에라니… 지금 방송 중도 아니고…”

 “에잇. 시끄럽네.”

 “히얏?!”


 갑자기 껴안는 클로에. 코요리는 순간 갑작스런 그녀의 충동에 몸이 굳어버린다.


 “…….”

 “…….”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맴돈다.

 코요리는 제 뒷목에 맞닿는 클로에의 숨결이 너무 잘 느껴져서, 제 호흡도 그러한지 걱정이 됐다.


 “뭐야. 안 되잖아.”

 “…….”

 “콘코요?”

 “그러네! 안 되네!”


 대답이 없자 의문을 느낀 클로에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그 틈을 타서 코요리는 빠르게 그녀의 품에서 벗어난다.


 “…흐응. 뭐야.”


 클로에는 코요리가 예상보다 더 부끄러워하니 덩달아 자신마저 부끄러운 기분이 되는 것 같았지만, 애써 신경을 돌리며 그 감정을 모른 체 했다.

 대신 그녀는 다시 원점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정도는 테에테에 하지 않다는 건가.”

 “…아무래도. 원하는 게 더 강한 테에테에라거나, 아니면 이 요구 자체가 장난이었던가.”

 “더 강한 테에테에라니. 뭐야, 그거.”

 “…코요도 몰라.”


 대화하며 자연스레 마주한 두 눈이, 은근슬쩍 옆으로 시선을 피한다.

 둘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어색한 기류에 왠지 점점 속이 간지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참지 못한 클로에가 소리친다.


 “애초에 우리한테 테에테에라니 악취미적이잖아! 우린 해산 듀오라고?”

 “그, 그래! 우린 해산 듀오!”

 “이쯤에서 ‘쟈아 콘코요 간밧떼’ 정도 말하고 들어가는 흐름이었다고 원래…!”

 “…그러고 보니 쿠로땅. 언제나 그런 식으로 가버리지.”

 “에. 그런 흐름?”


 뭔가 평소대로 떠들었지만, 바뀌지 않는 상황에 둘은 점차 다시 대화 소재가 떨어진다.


 “…….”

 “…….”

 “평소였다면 여기서 해산이네.”

 “정말로.”


 잠시의 적막.

 클로에는 말없이 바닥을 바라보기 시작하고, 코요리는 그런 클로에를 바라보며 이번엔 자신이 스킨쉽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아아, 정말!”


 그러나 클로에의 작은 등을 껴안기 직전, 코요리의 간지러움이 한도를 넘는 것이 먼저였다.


 “콘코요?”

 “납치범상 부를게!”

 “…뭐, 이젠 어찌 되도 상관없나.”


 이번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것은 코요리.

 그녀는 굳건한 철문 앞으로 다가선다.


 말없이 요리조리 철문을 살펴보는 코요리.


 “…쿠로땅. 혹시나의 얘기인데.”

 “응, 응. 듣고 있어.”

 “이거, 미는 문이라던가?”

 “에?”


 철컥.

 기이이이익.


 “…….”

 “…….”


 굳세어 보이던 문이 밀려나고. 둘은 눈을 크게 뜬다.


 “…쿠로땅 바보! 미는 문이었잖아 이거!”

 “모, 몰라! 안 적혀 있었잖아! 애초에 납치범이 문이 열리게 둘 줄 몰랐는걸!”

 “해산! 해산이야!”

 “아아, 정말! 해산!”


 둘은 부끄러움에 되려 씩씩 되며 빠르게 공간을 빠져나온다.

 사건의 전말은 금새 파악할 수 있었다.


 “단기 기억 제거 물약 마시고 누가 먼저 부끄러워 하는지 내기… 하아?!”

 “콘코요. 이거 설마…”

 “자작극?! 말도 안돼!”

 “바보 같아.”


 허탈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던 클로에는 한 가지 메모지를 더 발견한다.


 “콘코요. 콘코요. 이거 봐봐.”

 “응?”

 “’결국 내기는 누가 승리?’”

 “…….”

 “콘코요?”

 “모, 몰라!”

 “에에~ 설마 코요리상. 지금 부끄러워 하는 거야~?”

 “해산! 해산!!”


 앞으론 약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바쁘게 해산하는 코요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