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라이브 스샷들 둘러보다 보니까 어제부터 생각나는 게 있더라고

홀로라이브의 이야기는 소속 버튜버들의 개개인 서사랑 그 버튜버 간의 관계적 서사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져서 만드는 하나의 십자수화, 혹은 하나하나의 역동적인 조각상들이 합쳐져서 만드는 거대한 벽화와도 같이 느껴진다는 것.

현대의 슈퍼히어로 서사들이 그런 식으로 묘사된 고대 영웅들의 신화에 비견되는데, 버튜버들은 슈퍼히어로와 하는 일은 다르지만 여러 사람들의 입담에 회자되고, 찬미되고, 기억되는 하나의 우상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 아르고 원정대와 뮤즈의 차이처럼 말이지.


그런데 보통 홀붕이들은 그들을 우상으로서 받아들이는 선에서 그치는데, 나는 보다 보니까 나도 저들과 비슷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마음 속 한구석에 들더라고. 

나이가 지게 탈 나이이기도 하고 별 능력도 없는 무지렁이라 존나 의미 없는 망상에 불과하겠지만 예전부터 그런 게 있었음. 

한무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아는 사마천처럼, 우는 아이 눈물도 그치게 만드는 나폴레옹처럼 살아있을 때에도 죽은 뒤에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추앙하는 그런 존재를 동경해 왔는데, 이제 버추얼 아이돌에게도 그런 감상이 옮겨간 걸지도 모르겠어.


근데 사마천이든 나폴레옹이든 홀멤들이든 다 본인들의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그런 명성과 인지도가 주어진 건데, 나는 그런 노력을 하려는 의지가 거세되어 있어서 결국은 스크린 바깥에서, 종이표지 뒷편에서, 벽화와 십자수화의 앞에서 그냥 그런 이들을 동경만 하다가 끝나겠구나, 세상의 한 구석에서 이름 없는 날백수 혹은 반백수로 살다가 사라져 가겠구나 싶더라.

다른 건 모르겠고 진짜 의지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하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