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픽션이며,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견해에 따라 캐릭터를 재해석하여 쓴 글이므로 실제 인물과 다소 차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공포 요소가 아주 살짝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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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참회를 조금 하려고 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신성한 배경음이 흘러나오는 하얀 방. 그 공간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천사와도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회개를 구하고 있습니다.


"요즘들어 푹 빠져버린 게임이 있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아이돌로서 해서는 안 될 폭언을 방송 중에 내뱉는 경우가 많아져서 말이죠... 가령 '이렇게까지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죽이고 싶다', '할매 뒈져버려' 같은 말들..."

"에... 그건 확실히 심하네요. 아이돌로서는 정말로 생각할 수가 없는 발언들이에요."


그런 천사의 말을 가만히 들으면서 조곤조곤 팩트로 결정타를 꽂아넣는 쪽은, 참회실을 찾는 신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시스터입니다.


"윽... 그래서 자중하려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눈치챘을 때에는 입이 험해져서... 시스터 마린은 몰라도 후부키 신부님은 방송 중에 나쁜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아, 물론 방송 중에만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뒤에서도 무진장 상냥하니까요, 그 부분은 여러분 부디 오해 없길."

"시스터 마린은 몰라도라니!"

"그렇네요... 저도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게임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기는 편이네요. 또 가끔씩 아카이브를 돌려보면 게임에 너무 집중했을 때 저는 오히려 말을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계속 반응을 해주는 카나타 쪽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 참회실에서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이루어주는 신부, 시라카미입니다. 그런 설정입니다.


"역시 신부님은 다르시네요. 그래도 한 몹만 가지고 두세 시간씩 끌고 있다 보면 방송 전에 했던 다짐도 잊어버리고 금세 또 화를 내버린단 말이죠..."

"아, 분명 지금 세키로를 하고 있었죠? 시라카미도 겐쨩에게 5시간 정도 붙잡힌 기억이 있네요."

"5시간?!"

"네, 그래서 그 뒤로는 보스전에서 조금 막힌다 싶으면 재정비를 조금 하고 다음날 플레이하는 식으로 해서, 어찌저찌 엔딩까지 볼 수 있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날 겐쨩만 5시간, 총합 9시간이 걸려버리고 말았으니 정말 심하긴 했습니다. 스콘부 모두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러면 '화내면 벌칙 ASMR' 같은 걸 걸고 방송하면 어떨까요?"


오오, 역시 시스터. 꽤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줬습니다.


"과연, 벌칙이 걸리면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도 쉽고, 설령 카나타가 실수하더라도 헤이민들은 꽤나 이득인 해결책. 제법이군요, 시스터."

"벌칙 ASMR인가... ASMR인가...! 하기 조금 불편한 건 상관없지만 한 번 하려고 하면 꽤 부끄러운데..."

"힘드니까 벌칙이지! 어디서 방송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겁니까!"


반 장난으로 시스터 마린이 성을 내지만, 카나타도 지지 않습니다.


"어라? 지금 시스터 주제에, 천사에게 화를 낸 건가요?"

"에, 그, 아니... 아닙니다...."

"저번 참회 때도 그렇고, 여러분은 본인의 입장을 잘 모르는 거 같단 말이죠."


...어라? 여러분이라니? 저도 혹시 말려든 건가요? 이번에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아무래도 천사의 신벌을 내려야 될 거 같군요."

"아니, 일단 진정을..."

"그, 송구스럽..."


흐랴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적당한 타이밍에 카나타가 날뛰며 엔딩 화면으로 넘어가고, 오늘 콜라보 방송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아, 역시 즐겁지만 조금 지치네요.

하지만 오늘은 제가 준비한 기획이 하나 더 있어서,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다들 수고했어요. 오늘은 이 이후로도 일이 하나 더 있어서, 저는 먼저 가볼게요."


카나마리와 인사를 나누고 저는 먼저 수록실을 나왔습니다. 아, 참고로 오늘은 수록 일정도 잡혀있던 탓에 별도로 수록실에서 방송을 진행한 거랍니다.

아무튼 저는 급하게 나섰고, 뒤를 이어 짐을 챙기고 일어선 마린이 수록실을 나오려고 했습니다.


네, 나오려고 했지만 나올 수 없었습니다.


"어라? 카나타, 문이 안 열려."

"하여간 마린은~ 너무 약하다니까, 문도 하나 못 열고.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되지? 어디..."


어라? 문이 왜 안 열리지? 나눗?! 비싯! 오럇! 바싯!

열심히 손잡이를 돌리려 하지만 카나타의 악력으로도 문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 방에서 나오고 싶은가?"

"어이 시라카미! 무슨 짓이냐!"

"후부키 선배, 빨리 열어주세요!"

"아, 아니다! 나는 시라카미가 아니라 나조나조 가면이다!"


과연 예상대로 반응이 뜨겁군요. 하지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듣게 된다면, 아마 이 둘은 더 날뛰겠지요.


"지금부터 두 사람은 그 방에서 나오기 위해서 리스너들이 만족할 만한 테에테에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하아?! 절대 무리인데요?"

"무리무리, 나도 무리 절대 무리~ 카나타랑은 절대 그런 짓 못하겠네요~"


역시 이 바닥에서 유명한 쓰레기 커플, 저항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저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근데 이 안건, 모 대주주님의 요청으로 받아들인 거란 말이죠. 카나마리 테에테에가 보고 싶다고 거액의 돈과 함께 직접 요청을 하셔서. 말하자면 커버 프로덕션의 주식 상장과 관련된 안건이란 말입니다."

"대주주의 요청...? 그런 게 가능해져 버렸단 말이야...?"

"망했어... 홀로라이브는 끝이야..."


아, 물론 그 대주주는 시라카미입니다. 그리고 거액의 돈은 저 밀실을 만드는 데 쓰였습니다. 오타쿠에게 돈 쓸 곳이란 명품보다 가챠, 가챠보다는 카나마리 테에테에라는 것이죠.

참고로 리스너 분들에게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방송 송출용으로 보이는 저 카메라는 사실 열원을 감지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테에테에로 각자의 체온 및 실내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문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이 지구 온난화를 10년은 앞당길 정도로 서로 비벼준다면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테에테에의 기준은 오카코로 정도로..."

"...우웁."

"우웨에엑..."

"...하면 두 사람 평생 못 나올 거 같으니까, 적당히 좋은 그림 나왔다고 생각되면 열어주도록 할게요."


둘만 있을 때는 츄츄 거리거나 볼을 빨거나 가슴을 만지거나, 이런저런 짓 한다고 공언했으면서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굳이 아닌 척 한단 말이죠.


"이제 어쩌면 좋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머리가 돌지 않아... 그보다 이거 리스너한테 보여주는 거면 방송 인사 해야 하나?"

"딱히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시라카미가 적당히 편집할 거니까요."


거짓말입니다. 누구 보여줄 생각도 없고, 애초에 그냥 재미로 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럼 우선 두 분,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으니 우선은 서로 칭찬이라도 해볼까요?"

"칭찬...?"

"네, 둘이서 매일 주고 받는 라인의 내용을 조금만 읊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시라카미는 생각한답니다?"


그 말에 서로를 잠시 바라보는 두 사람. 하지만 이내 등을 돌리고 맙니다.


"진짜 말도 안 돼. 기분 나빠! 이런 바바를 면전에 두고 칭찬이라니, 상상한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아, 기분 나빠!"

"하?! 이쪽이야말로 너 같은 쓰레기 고릴라한테 해줄 말이라곤 없네요, 바보! 쓰레기!"

"누가 쓰레기 고릴라라 카는 기고! 이 늙다리 코스프레녀가!"

"코스... 코스프레 아니라고...! 너는 집이나 좀 잘 치우고 살라고, 토끼장보다 더러운 쓰레기장에서 사는 쓰레기가!"

"쓰레기장은 아니지! 너야말로 얼굴에 주름이나 좀 잘 치우고 살라고!"

"얼굴... 주름..."


아아, 싸우기 시작해버리고 말았네요. 시라카미가 중재를 해야 할지, 이것도 테에테에로 봐야 할지... 그치만 이대로는 문이 열리기는 힘들어 보이고, 마린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심하게 받는 중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늘 보던 모습이기도 하니 이쯤에서 시라카미가 잠시 끼어들기로...


"얼굴만은 귀여운 주제에 그것마저 관리 안 하면 그냥 귀찮은 여자일 뿐이잖아!"


어머.


"너야말로 귀여운 얼굴이 아까우니까 평소에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호오호오.


"사람이 기껏 칭찬해줬는데 또 그런 말 하는 거냐고!"

"너야말로 적당히 좀 알아들으라고! 하아, 방송 끝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이런 일이 생기니까 방송용 텐션도 비방용 텐션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고 지금."


그러고 보면 마린은 방송할 때랑 아닐 때의 격차가 꽤 큰 편이었죠. 여기서는 시라카미가 조금 서포트 해보도록 합시다.


"그러면 상대의 좋은 점을 바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 걸로 해보죠. 자자, 마린부터! 카나타의 좋은 점~ 말해봅시다♬"

"어, 그러니까... 매번 귀찮을 텐데도 자기 전까지 내 몸 계속 긁어주는 거 정말로 상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 다음, 카나타! 마린의 좋은 점~ 말해봅시다♬"

"마린의 좋은 점..? 뭐어, 마린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평소 주책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덕에 오히려 대화하기 편해졌다는 인상이 있는 것 같네요..."

"흐흥, 자 다음!"


정말로 흐뭇한 광경입니다. 역시 서로 친한 만큼 다투고, 다투는 만큼 또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만큼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된 걸 테죠. 역시 카나마리 짱친 테에테에 최고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으음, 문이 안 열리네요."


서로 달아오를 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수 차례 공방이 오갔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잠깐, 후부키 선배? 안 열리다니, 후부키 선배가 열어주는 게 아니었어요?"

"후부키?!"

"아니아니, 그래도 두 사람이 확실한 테에테에를 보여준다면 열리는 건 확실하니까! 다,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야베, 큰일났습니다. 두 사람의 의심이 조금이라도 깊어지기 전에 빨리 진행하도록 하죠.


"대화만으로 안 된다면 다음은 스킨십! 자자, 빨리 클리어하고 나가도록 합시다!"

"후부키?! 아직 대답을 못 들었는데?!"

"만약 잘못되면 시라카미가 책임질 테니까요! 빨리 진행해주세요!"


둘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면서도,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해줍니다. 덕분에 한 시름 놓았습니다.


"어떡하지? 일단 손이라도 잡아 볼래?"

"아니, 손 잡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되진 않을 거 같은데..."


중얼거리는 마린의 손에 깍지를 끼고, 카나타가 마린의 눈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과연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찰칵.


""응?""


앗.


"방금 여, 열린 거 아냐?"

"이걸로 열렸다고? 거짓말?!"

"아뇨, 지금 건 문이 열린 게 아니라 잠금장치 하나만 풀린 상태예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마린 쪽이 먼저 테에테에를 느껴준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흥분했다, 라고 하는..."


여기까지 설명하자, 두 사람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으아아, 기분 나빠! 진짜 있을 수 없어! 라인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발정 보고하는 것까지도 참아줬는데, 나랑 손 잡았다고 흥분?! 아아아, 징그러! 기분 나빠!"

"아냐, 흥분 안 했어! 발정 안 했어! 오해야! 너 같은 걸로 흥분할 리가 없잖아!"

"아아, 진짜 말도 안 돼! 이쪽이 다 부끄러워서 더워질 지경이야!"


찰칵. 끼이익.


"...뭐야, 카나타 너도"

"미쳤나봐! 누가 너 같은 줄 알아? 후부키 선배?! 이거 왜 열린 건가요!"


...


"후부키 선배!!"


...


"...후부키 선배?"

"후부쨩?"


...


"...일단 나갈까?"

"응, 그러자... 하아, 오늘따라 엄청 피곤하네. 후부키도 이런 게 있었으면 보통은 사전에 말해줬을..."

"응? 마린, 무슨 일이야?"

"복도가 이상하리만치 어두워... 지, 지금 몇 시야?"

"아까 수록이 19시에 끝났으니까, 20시쯤 되지 않았을까? ....22시 10분?"

"...후부쨩? 있어?"


...


"어이 시라카미! 장난치지 말고 나와!"


...


"마린, 여기 트위터..."


[아냐쨩이랑 백룸 데이트 즐거웠어어어어!! 다음에도 합방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하자구!]


"거짓말..."


[The Backrooms: 1998] Horror game date with Fubuki-senpai!! [hololive ID 2nd Generation|Anya Melfissa] · 스트리밍 시간: 2시간 전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마린..."

"후부키, 지금 어디야? 집?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응, 아냐쨩이랑 방송한 거 봤어. 피곤하겠네. 응, 쉬어. 고생했어."

"마린... 일단 나가자..."

"...손 꼭 잡고 있어."


찰칵.


"힉."

"어라? 두 사람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A쨩! 이리 와서 좀 도와줘..."


...


[Getting Over It] 雑談しながら金壺に向かって進め!![ホロライブ/白上フブキ] · 스트리밍 시작: 40분 전


그날도 어김없이 야근을 하고 있던 A쨩이 두 사람을 발견해서 도와줄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응응. 마린이 전화했을 때 이상한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네요. 시라카미가 같이 있어줬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응응, 요잇쇼. 응,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전에 사카마타 집도 그렇고 불길한 일이 조금씩 일어나는 거 무섭다'... 그렇네요. 듣는 것만으로도 무서운데 두 사람은 그때 얼마나 무서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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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때는 길게 느껴졌는데, 다시 읽어보면 후반 전개가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참고로 중간에 한 줄 더 띄워서 언뜻 시라카미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누군가가 서술을 이어받았다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