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다! 오늘도 세계 정복을 위해!"


홀록스의 '세계정복' 회의 이후, 누군가에게 은밀히 지령을 내리는 일원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타카네 루이. 비밀결사의 간부이자 동시에 그에 맞서는 자.

연락을 받는 사람들은 그녀 자체적으로 루이토모의 일부를 조직원으로 삼아 결성한, 이른바 '매파' 이다.

회의 직후 나온 '오늘의 세계정복 방식' 에 대한 정보를 이용, 사건들을 뒷처리하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째서 이런 비밀결사 속 비밀결사를 만들었는가?

매파를 조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인류의 안녕을 위함이다. 결국 세계정복 직후 남은 사람이라곤 결사 오 인이 전부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두 번째로 결사 자체의 안전이다. 심히 위험한 계획을 세우고 전 인류를 적으로 돌릴 경우, 우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순 없을테니.


어느덧 다음 회의다. 오늘따라 총수는 비장한 표정이다.


"코요리, 기침 약은 완성되었겠지?"

"물론이죠! 코요리의 이 약이라면 사람들은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결사 앞에 무릎꿇... 후후."



'...그래, 이번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마스크도 꼭 착용하도록 하고...'


"루이네? 거기서 뭐 해?"


구석에서 통화를 하던 타카네 루이를 발견한 사카마타. 요 근래부터 사카마타는 그녀를 주의깊게 응시하고 있었다.

매번 회의마다 무언가 근심에 찬 표정으로 탁상에서 일어서던 모습이 걱정이었던 까닭이다.

우리 결사의 계획이 왜 매번 틀어지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알게 된 사카마타의 미간이 좁혀진다.


"...전부 들은거야? 음... 그러니까... "


말끝을 흐리던 루이는 무턱대고 클로에를 안는다. 

그녀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위선이다.

끔찍한 조작이다.

이미 패를 알고 있는 상대다.

하지만 그녀에겐 선한 거짓말보다 인류가 중요했다. 비밀결사가 중대했고, 무엇보다 사카마타가 소중했다.


" 엣, 루이네, 이게 무슨... "

" 잘 들어 사카마타. 너는 청소부니까 잘 알겠지만, 누군가는 일처리를 해야만 해.

설령 그게 목적에 반하더라도... 과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면. "


사카마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기침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매파 측에서는 안도의 날숨을 총수는 좌절의 한숨을 각각 내쉬었다.

이후, 어째서인지 전 인원 회의는 열리지 않고, 총수는 코요리와 간부, 둘을 은밀히 불렀다.


"이몸의 생각에는 인턴과 카자마 중 배신자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치밀한 계획과 성공을 위해 너희들만 긴급히 불렀다!

이번에야말로 '전부 날려버릴 폭탄' 을 쓰는거다, 코요리!"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 코요리가 달려나가, 무식하게 큼지막한, 반구 형태의 폭탄을 도시 한복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전부 날려버릴 폭탄?





???: 더운데 고생이 많은 페코~.

 

???: 아앗, 거대해...! 선장의 마음에 쏙 드는 조형물인걸!


외형이 공포감을 조성하지는 않았던 까닭에, 시민들은 감흥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퍼레이드라도 보는 양 몰려들었다.



"코요리, 전부 날려버릴 폭탄이란 건 그거야?"

"네, 이건 코요리가 총수와 이전부터 계획해왔던 폭탄이에요. 홍채 인식과 손바닥 인식을 전부 통과해야만 기능 정지 가능한 특제라구요?"



코요리의 말을 끝으로, 홍채인식을 통과한 루이는 누가 말릴 틈도 없이 폭탄 내부로 들어갔다.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더 늦기전에 폭탄을 정지시켜야만 했다.

루이네는 다짜고짜 판에 손바닥을 꾹 눌렀다. 미션 컴플리트?

그러나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판 속으로 빨려들어간 손이 나오질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중앙 원기둥 벽에 색색의 손바닥 모양의 판이 다섯 개. 

아뿔싸. 정지시키기 위해선 모두의 손바닥이 필요한 것이었다.


점점 남은 시간이 줄어들어 가고, 저 멀리에서 사카마타가 뛰어오는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이기적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우리 조직은 어쩌면 일종의 데모로써 세상에 존재를 알리고 싶을 뿐일지도 몰랐다.

실제로 그랬다.

그녀는 또 한 가지 깨닫는다.

세상에 악도 선도 없다는 것을. 그 선을 긋는 포인트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사카마타는 들어오자마자 본인의 손바닥을 자신의 위치에 눌렀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했다. 

순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가까워진다.





"멍청이들아, 거기서 비켜라!"


총수와 카자마, 그리고 코요리까지 3초 남짓에 손바닥을 누르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숫자는 줄어듦을 멈추었다.


"간부, 네가 우리의 일을 방해하고 있었던 거냐... 허나 이몸도 반성해야겠다. 터무니없이 위험천만한 일 속에서, 우리 조직을 제대로 보살펴주는 사람은 어쩌면 간부 뿐이라고. 또한, 간부 없이 홀록스가 돌아갈 리도 없으니... 이번만 용서해주도록 하겠어!"

" 그리고, 하나 오해한 게 있는데... 코요리의 폭탄은... "


코요리에게 눈짓하는 라플라스. 코요리가 손바닥을 떼어내고, 3초가 지난 뒤, 마치 스프링쿨러처럼 폭탄 아닌 폭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무더위 를 날려 줄 폭탄이었다구요!


에?



삐 삐비비비 빠비비ㅡ비ㅡ비비비비~ 비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