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좋은 글을 쓰긴 참 어려운 법입니다.

문장이 쑥쑥 읽히고 극에 몰입 되는 아름다운 글이란 무엇일까요. 팬을 놓은지 언 6년 가까이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저 무의미하게 살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는거라곤 언변과 자존감 뿐이던 놈이 세상을 살면서 여럿 고민거리가 생기고, 복잡한 머릿속과 갈기갈기 찢긴 자존감과 함께 퍽 오랜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군대에 있을 적에 글을 다시 써보려 노력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 폴더에 엄중하게 내 자료를 보관하고 당직에 틈틈히 나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갔읍죠.

잘되었냐고 한다면 역시 아니라고 대답해야합니다. 내가 봐도 불만족스러웠고 결국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완결 조차 못한 나의 작은 도전은 그렇게 저 머나먼 강원도 한 구석에 처박혔습니다.

아직도 나는 아름다운 글이 무엇인가 고민합니다. 이쁜 글, 멋진 글, 매력적인 글들은 무엇이 있는가, 도대체 어떤 것들이 그들을 아름드리 만드는가...

홀로를 알게 된 것은 21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한때 유행한 기억 저편에 있는 일본식 네타로 가득한 실황을 보는 느낌으로 시간을 때우려 보던 것이었지요.

그렇게 일년 또 일년이 지나니 많은 것들이 내게 각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의 청춘은 이미 떠나가는 것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용기가 나질 않고 겁쟁이 마냥 애써 못본 척 하며 도피하기를 수백일에 이르러 다시금 작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맘때가 23년의 어느 맑은 봄 날 일겁니다. 나는 아직 글 쓰기를 겁내는 겁쟁이었고, 철없이 노력없이 무언가를 얻고자하는 한량이었습니다. 내 주변에는 참으로 빛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력하고 성공할 줄을 아는 밝은 친구들이자, 응원하고픈 사람들이 말입니다.

그런 이들 중 하나가 내게 머리를 비우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바보짓을 멈추라고 말입니다.

너무 뻔한 소리였지만 그날 따라 기분이 좋질 못했기에 홧김에 그래 나도 뭐라도 해본다 하고 호기차게 시작한 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게 될 줄은 누가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적어도 그 시절의 나는 비웃었을 겁니다.

내게 그리 말한 내 친구는 도트를 찍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취미로 찍어가며 이제는 어엿한 프로가 되어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나 또한 도트를 찍어보기는 하였고, 그림은 너무 복잡하고, 글쓰기는 겁이 나니 도망치듯 이 길을 골라버렸습니다.


https://arca.live/b/holopro/74137394?category=%EC%B0%BD%EC%9E%91&target=all&keyword=%EA%B8%9A%EA%BA%8D%EC%80%87%EB%96%83&p=1

내 첫 작품입니다. 내게 있어 당시도 지금도 홀로는 제법 큰 축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내게 남은 몇 없는 취미로 방송 보기가 생겼으니 말이죠. 당연하게도 홀멤을 그려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받는 관심이었습니다. 별 말 없이 날리는 단순한 이모티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관심을 구걸하는 것은 작가로써 실격이라고 애써 부정하며 소위 쿨찐 행세를 하던 내게는 아주 강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뭔가에 홀린 듯이 더 많은 더 더 많은 관심을 쫓아 행동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지요.


크기 연습을 하면서 찍었던 아즈키도 사실은 관심끌기에 가까웠으니까요. 모든 멤버를 그렇게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좀더 지금 화제가 될 멤버 찍기에 주력했죠.

홀린듯이 이상한 것들을 연달아 만들고는 인기하면 둘째가지 않는 구라를 정했고, 약간의 어그로와 함께 처음으로 귀찮음을 느끼면서 동시에 많은 시간을 부었습니다.

단순히 어려운 의상이라 그랬던 것이 컸습니다. 그런데 홀린듯이 얼굴을 찍고 나니 뭔가, 뭔가 이상한 것이 내 마음을 시리게 했습니다.

남들 보여주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나름 그럴싸한 얼굴이 나왔습니다. 이 도트는 절대 실패하고 싶지 않아졌고, 열성적으로 뭔가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많은 시도가 있었고

이 친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의욕이 생기고 나서는 적게는 3,4시간 길게는 5,6시간도 넘게 잡아 먹는 도트 찍기에 귀찮음을 느껴 도망치듯 작은 도트로 돌아가고, 기존에 쓰던 것을 돌려쓰길 반복했습니다.

모든 감정이 기만이고 우습게 여긴 것은 아니나 제 짧은 돝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시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발전 없이 퇴보하며 떠돌던 도중 아이리스를 찍으며 그때의 기분을 한 번 더 느끼게 됩니다.


진짜 엄청나게 긴 시간을 들였습니다. 다 하고 나니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해냈네? 라는 생각이 먼저들었고 기존에 그 어떤 완성품도 가져올 수 없는 정말 순수한 의미의 창작.

슬슬 그 시기의 내게는 자존감이라는게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하니까 늘고 있지 않는가! 라는 다소 오만한 발상. 그러나 내게 꼭 필요했던 오만함이 돌아와줬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해서 라는 핑계로 다시 몇 주를 허비하며 살고 그러던 와중 문뜩, 그저 정말 문뜩 그 동안 한 것들을 돌아보다가 이제는 부끄럽지 않게 오시의 팬아트를 그려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못할 게 있나? 라는 생각이 들며 마우스를 들었지요.


그렇게 이 미코가 완성되었습니다.

잘한 것도 아니고 못한 것도 아닌, 그러나 온 진심을 다해 깍아내고 깍아내고 또 깍아냈던 내가 좋아하는 것.

홀린듯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의 미코를 더 만들고서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게 부끄럽더라도, 남들에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것.




나는 그냥 내가 좋은 것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좋다는데 남들이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내가 하는 일들이 그리 부끄럽다고 여길 이유가 애당초부터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걸 좋아하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이가 좋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것들을 해가며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진 못했어도 내게 귀중한 시간과 성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을 쓰긴 참 어려운 법입니다.

아니 언제나 사람들은 좋은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어떤 글이 내게 좋은 글인가, 어떤 글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인가를 못찾았을뿐이 아닐까요.

나는 내 글을 찾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들만의 좋은 글을 반드시 찾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언제나 좋은 글을 쓰긴 참 어려운 법입니다.

이만 두서없는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