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릴 것 같다
샤이닝은 그 날 이후로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내게 억지로 음식을 먹게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입을 벌리고
그래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말을 듣지 않는 나에게는 로도스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계속해서 말했다
결국 나는 그런 끔찍한 말을 듣고싶지 않아 마지막에는 입을 벌리고 그녀가 내미는 숟가락에 혀를 적시게 되었다
감미롭지만 혀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더 이상 자긍심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로도스에서의 박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육되는 인간으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박사님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요새 거부하는 낌새없이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샤이닝은 마치 수줍은 소녀 혹은 갓 성년이 된 여자처럼 근래 내내 기분이 좋아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데 산책 나가시지 않으실래요?"

"나... 나가기 싫어..."

나의 대답을 듣자 샤이닝은 더욱 싱글벙글한 웃음을 보였다
이 미소가 나는 너무 무섭다

"괜찮습니다 위험한건 별로 없는 지역이니까요  그리고..."

샤이닝은 끝말을 늘여뜨리며 내 얼굴을 곰곰히 살펴보더니 이내 상냥한 목소리로 내 귀에 슬며시 달콤한 소리를 불어넣었다

"박사님과 둘이서 걸으며 데이트하고 싶어서요"

걸어서
나 밖을 걸어다닐 수 있었나?
두달 정도 이 다리로 한건 겨우 서있고 좁은 방을 걸어다니는 정도였다
내가 밖에 다가서 걸어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거야?"

"물론이죠, 이게 거의 다 와 가니까요 박사님과 저희들이 새출발 할 곳이"

"진짜지? 이거 다 잊을 수 있는거지?"

"네 정말이에요"

거짓말이다
그런게 가능할리 없다
그녀는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다

"나 그럼 나갈래"

"그럼 저도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거의 반쯤 벗겨진채로 방치되어있던 나는 정말로 오랜만에 로도스에 있던 옷을 입고 그녀와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울창한 숲, 새가 지저귀는 소리, 시원한 바람
모든게 개방적이었다
절망감은 옅어지고 내가 이 곳을 걷고있다는 것에 대한 황홀함에 흠뻑 젖고 있었다
샤이닝의 손을 놓지 않은채

"박사님 기분은 어떠세요? 산뜻하지 않나요?"

"응 너무 상쾌해"

"다행이네요 제가 요새 박사님께 심하게 해버려서 박사님이 저를 싫어하지 않으실까, 기분이 나쁘지 않으실까 항상 걱정했어요"

심하게 해버려서
내 입 안에 숟가락을 쑤셔넣고
그래도 입을 열지 않으면 주먹으로 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내게 수치심을 줘버려서
그래서 미안하다는걸까?
나같은걸 위해?
나는 그게 너무 부끄럽다

"아니야 그렇지는 않아"

"다행이에요 정말로"

샤이닝은 내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에게서 향긋한 비누와 꽃향기가 섞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뜻하고 감미로운 여성의 향기다
그리고 이내 따뜻함은 내 몸을 타고 내려와 바지 안으로 흘러내려왔다

"샤이닝 거기..."

"가만히 계셔주실거죠?"

저항할 수 없다
샤이닝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공포감인지 몰입감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의 사고를 비틀어잡았다
샤이닝의 따뜻한 손은 나의 다리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맥동치는 내 피를 그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박사님 귀여우세요"

"......"

나는 얼굴을 붉힌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사회에 뿌려져 있는 남성으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샤이닝은 나의 바지를 내린채 꽂꽂히 서있는 나의 봉을 어루만지며 내 입 안에 혀를 밀어넣었다
이번에는 숟가락이 아니었다
숨이 막히도록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샤이닝의 혀는 내 입 안에서 무언가를 찾듯이 구석구석 빨아들이더니
이내 갑작스래 빠져나왔다

"준비는 다 된 것 같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샤이닝은 이미 실오라기 하나 두르지 않고 있었다
둥근 과일처럼 싱그럽고 아름답게 맺힌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튀어나온 골반이
나의 숨을 삼키게 했다

"와주세요"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이제까지의 울분을 토해내듯 샤이닝의 몸에 달려들어 모든 힘을 쏟아넣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귀에 닿는 혀의 감촉
육체가 닿는 따스함
서로에게서 흘러내리는 따뜻한 물방울들
그 모든게 격렬하면서 감미로웠다

"앞으로도 쭉 같이 걸어요"

앞으로 매일같이 쭉 같이
너무나도 매혹적인 말이다
외롭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다
이제 그런 것들에서 해방되어도 된다
받아들이고 싶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더 이상 고집 부려서 아파도 아무것도 없다

"그럴래 나 계속 너랑 같이 있을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계속 어루만지던 다리 사이에 무언가는 갑작스래 육체를 강하게 조였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듯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내일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박사님은 열심히 하셨어요 이제 행복하셔도 된답니다"

행복...
그 말에 나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로도스..."

하지만 그 말은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두번 다시 기억하고싶지 않기에
영영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