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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2——

의료부서 출입문 막음 사건


2:04 PM / 흐림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의료부 사무실


스카디 : 안녕.

히비스커스: 네... 스카티 씨? 안녕하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나요? 몸이 어디 불편한가요?

스카티: 불편하지 않아. 나는 스펙터를 찾으러 왔어.

히비스커스 : 스펙..터?

히비스커스 : (부서에 그런 이름이 있었나? 요즘 새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히비스커스 : 저기, 찾으시는 이 분은 의사인가요, 환자인가요?

스카디 : 나도 몰라.


스카디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함교 깃대에 쌍월이 꿰어 있는 것 같은 구도를 가진 풍경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차가운 달빛이 그려낸 함체의 윤곽은 멀리 어둠에 잠긴 우람한 산들과 대조적으로 뚜렷했다.


히비스커스 : 어, 기억나는데, 이번 로도스 아일랜드 사진 대회의 우승출품작 맞죠? 씬 양은 정말 대단해요. 출품작 3점, 우승작 3점!

스카디 : 맞아. 갑판 위를 봐봐. 여기 수녀처럼 차려입은 사람이 있어.

히비스커스 : 네...그렇네요.

히비스커스 : (이렇게 작고 초점도 안 맞았는데 어떻게 봤지?)

스카디 : 내가 씬에게 물었더니, 그녀가 말하길 이 사람은 야경을 잠시 감상한 후에 저쪽으로 갔다고 했어. 저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의료부서로만 통한다고 했지. 그리고, 뒤에 있는 이 형체를 봐봐. 분명히 켈시야.

히비스커스 : (난 하나도 안 보이는데...)

스카디 : 사진 촬영 시점은 지난달 9일이야.

히비스커스 : 그런데 요즘 의료부서에 새로 온 동료도 없고 새로 치료받은 환자도 없는 것 같은데...아, 폴리닉 언니, 오셨어요? 스펙터를 아세요? 스카디 씨은 그녀가 지난달에 우리 부서에 왔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폴리닉 : ……


폴리닉의 눈빛은 동료의 단순한 웃음과 방문객의 날카로운 눈빛 사이를 빠르게 두 바퀴 돌았다.


폴리닉 : 우리는 확실히 이런 광석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어.

폴리닉 : (아이고, 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데...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화내지 않으시겠지? 절대 비밀로 하라고 말한 적도 없는 것 같아. 다만 스펙터가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라고 했는데...)

스카디 : 광석병? 어떻게 그럴리가...나는 그녀를 만나러 갈 거야.

폴리닉 : 어? 그건 안돼. 그녀가 있는 병실은 제한구역이라 함부로 출입할 수 없고, 나도 선생님을 도와 그녀를 진료할 때 몇 번 간 적이 있을 뿐이야.

스카디 : 어떻게 들어갈 수 있지?

폴리닉 : 이미 말했지만, 안돼, 선생님은 그녀의 병실 보안이 최고위급이라고 하던데, 봐, 심지어 히비스커스 조차 오늘까지 그녀의 존재를 몰랐어, 의료부서 이외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스카티 :  나는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야. 나는 단지 그녀를 방문할 뿐이야.

폴리닉 : 병문안도 안돼. 선생님의 허락을 먼저 받지 않으면-먼저 닥터 켈시의 허락을 받아야만 해.

스카디 : 닥터 켈시는 어딨어?

폴리닉 : 선생님께서는 출장을 가셨어. 잘 되면 다음 주 금요일에 돌아올 거야. 

스카디 :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는 없어. 난 지금 스펙터를 만나야만 해.

폴리닉 : 이렇게 골치아플수가-... 좀 비켜주겠어? 난 병실 순찰하러 가야겠어. 일반 병실 순찰인데, 째려보지 마. 난 정말 거짓말 한 적 없어.

히비스커스 : 글쎄, 스카티 씨은 켈시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겠죠? 저도 그만 일하러 가봐야 겠어요.

스카디 : 내가 먼저 스펙터를 만나면 너희들을 내보주겠어.


(한바탕 교착된 침묵)


와파린 : 다 문 앞에 서서 뭐해? 수다만 떨고 일은 안하는 건가?

와파린 : 스카디, 여긴 웬일인겐가?

스카디 : 스펙터를 보러 왔어. 

와파린: 그녀를 어떻게 알고 있지? 아니,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네. 대답은 의미가 없지. 그녀를 만나면 안돼.

스카디 : 나는 그녀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야만해. 이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그녀를 만날 수 있지?

와파린 : 어떻게든... 오, 내가 네 피를 좀 뽑을 수 있게 해준다면 허락해줄 수 있다네. 

스카디 : 뭐?

히비스커스 : 와파린 선배님?

스카디 : (얼굴을 찡그리며) 입사 신체검사 때 뽑지 않았었어? 게다가 그 한 번이라도 위험했어, 나는 육지에서 피를 흘릴 수 없어.

와파린 : 그 말은 내가 이미 켈시가 말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때야말로 그녀가 직접 조작한 것이지. 제길,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난 화가 나, 자네는 자신이 어떤 신체 조건을 지니고 있는 지 알고 있는가?우리는 그에 대해 보고서 하나 빼고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지. 검사 후 혈액 샘플조차도 그녀에 의해 처분되었어. 생명과학을 사랑하는 어떤 연구자에게 이건 견딜 수 없는 고통이리가 생각되지 되지 않나?

워파린 : 글쎄, 난 자네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네. 그렇다면 이 거래는 꽤 공정하지 않은가? 켈시에 의해 함교에 매달릴 위험을 무릅쓰고 스펙터를 만나게 해줄테니, 혈액을 좀 채취할 수 있게 해줘. 물론 다른 신체 조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폴리닉 : 와파린 선배님!

스카디 : 당신의 경솔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의 목숨을 시험대에 올리지 마. 난 그런 건 원하지 않아. 

와파린 : 아휴, 긴장하지 말게. 이미 지난번에 난 월급을 한 달 내내 떼였고 재미볼 여유도 없어... 그러니 이걸 그렇게 진지하게 보지마.

와파린 : 뭐 됐어, 우리 이제 제대로 일할테니, 돌아가게.

스카디 : 나는 오늘 그녀를 만나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이 문을 드나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와파린: 쯧...

와파린: (생각보다 어렵네... 어머, 구원자가 왔구먼!)

와파린: 가비알! 가비알!

가비알 : 뭐지? 하나같이 문에만 모여있구만, 오늘 오후는 매우 한가하구나?

가비알 : 하, 스카디? 너를 진짜 만나기 힘들다. 만약 책상 앞에 일거리가 쌓여 있지 않았다면, 나는 너에게 훈련장에 가서 스파링 상대가 되어달라고 했을거야.

와파린 : 지금도 꽤 괜찮은 타이밍이야, 이리 와보게.


와파린은 가비알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잠시 속삭였다.


와파린: 그래, 그래, 너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어. 그럼, 스카디, 너와 가비알이 로도스 아일랜드 5종 경기를 겨루어서 그녀를 이기면, 우리 둘이서 면회를 갈 수 있게 해주겠어 

스카디 : 로도스 아일랜드의 5종 경기는 뭐지?

와파린 : 이게 다라네. 달리기, 뛰기, 헤엄치기, 그리고 이종격투기 같은 거 말일세. 어찌 됬든 가비알과 함께 가면 된다네.

가비알 : 아- 음, 그럼 우린 가자, 위층으로 올라가자.

스카디 : (웃음) 호랑이가 산을 떠나가도 소용없다는 걸 알잖아. 난 언제든 너희들의 문을 부술 수 있어.

와파린 : 알아, 알고 있다네. 우리는 그럴 의도는 없어.

폴리닉 : 선배님?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와파린: 걱정하지 말게. 켈시가 책임을 묻는다면 우리 둘에게 책임이 있어요. 알았어, 히비스커스, 폴리닉. 너희들 먼저 가서 서둘러라, 내가 여기서 결과를 기다리지. 난 결과에 승복하기로 약속했다. 이기지 못하면 넌 스펙터를 보지 못할 것이야.

스카디 : 난 지지 않을 거야.

가비알 : 그렇게 일찍 장담하지 않는 게 좋을텐데. 


두 오퍼레이터들은 자리를 떠났다.


와파린 : (정말 문을 부술려고 한건 아니였겠지?그녀가 가자마자 방호벽을 떨어뜨리자고 말하려 했는데... 됐어, 그런 위험은 감수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