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얘야, 네가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고 해도 용문은 널 굶어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게다.”


 그는 방금 전에 물건을 훔치려다 실패해서 앉아 있는 아이를 향해 말했다.


 재를 뒤집어 쓴 듯한 허연 머리, 한눈에 봐도 거무칙칙하게 변색된 피부. 그는 남모르게 혀를 끌끌 찼다. 분명 험하게 살아온 아이이리라. 용문은 번화한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그림자가 없는 건 아니었다.


 “어딘가에 눌러 앉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단다.”


 “…….”


 아이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역시 처음부터 말 몇 마디로 아이의 마음을 열 거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는 한낱 어묵 파는 소상인이지 빌어먹을 상담가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한순간의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변덕이었을까.


 아니면 과거의 자신을 향한 속죄 비슷한 것일까.


 어쨌든 그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뜨끈한 국물에 어묵이며 해산물이 가득 든 탕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받았고, 이내 허기가 경계심을 이겼는지 허겁지겁 국물이며 건더기를 입속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습하고, 찐득하고. 그야말로 용문 뒷골목에 딱 어울리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그는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다 불쑥 말했다.


 “오늘부터 네게 비늘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마.”


 “…….”


 아이는 그 말에 그를 바라봤다.


 흐리멍텅한 잿빛 눈동자가 한참이나 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러나 잠시 뒤 아이는 다시 먹던 어묵탕으로 고갤 숙였고, 이번에는 좀 전과는 달리 음식들을 꼭꼭 씹어먹기 시작했다. 동씨 아저씨-그는 피식 웃었다. 그건 한눈에 봐도 무전취식이나 하고 도망갈 법한 태도가 아니었다.


 “다 먹으면 그릇은 대야에 넣어 놔라. 앞치마는 저기 있으니까 입고 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이내 그릇을 다 비웠다.


 그날, 처음 보는 사람이 줬던 어묵탕 한 그릇.


 아이에게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삶의 지표였다.


 그래,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야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


 아이는, 제이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분명히 그날 구원 받았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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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겸 간보기


왜 내가 꽂히는 건 항상 마이너 중에 마이너일까 ㅋㅋ


뭐 쓴 것도 없어서 평가해달라기도 쪽팔리네


쨌든 프롤로그는 전통의 중2병 돋는 0화와 과거 회상으로 시작해야 제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