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무슨 스타일, 무슨무슨 캐릭터보다 중요한건 뭘 표현하고 싶었는가라고 생각함



이 한장을 본다면


이런 '스타일'이나 그림체는 사실 Diffusion으로 갈것도 없이 예전에 존재한 StyleGAN 또는 Style Transfer라는거로 쉽게 재현이 가능하고


심지어 옛날 폰에 들어있는 사진 필터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함


그렇지만 사진이나 그림은 그런 그림체나 '잘 그렸다'가 전부가 아님


정말 그렇게 얕은 분야였다면 모르겠지만 사진학과 영상학, 특히 영화쪽으로 가면 이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구도는 일종의 체계이자 역사라는 걸 알 수 있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과학 못지않게 사람들이 '표현'이라는걸 어떻게 잘 전달하고, 관객이나 독자, 또는 팬들에게 더욱 주제를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체계화했는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함.



단순히 잘 그리는것만이 다가 아니라는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냥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는 법조차도 학문으로써 성립했음. 피카소도 그릴줄 몰라서 그렇게 왜곡해서 그린게 아니라, 오히려 이미 잘 그리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뇌하고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했던 거지.


피카소 AI는 없을까? 물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안줌. 왜? 그냥 모작만 그릴 뿐이지 뭘 전달하겠다는건지 맥락이 전혀 그려지지가 않아서.


역으로 바라보면 그러한 본질적인, 그림이나 영상의 '표현', 즉 주제를 담아 표현한다는 초점을 무시하고 외적인 요소나 가치가 부가되면 얼마나 망가지게 되는지를 말해주기도 하는데, 특히 옛 화가의 작품들은 이를 주제나 그런걸 보지 않고 단순히 진짜냐 아니냐, 모작이냐 아니냐만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재산으로써 거래되는 경향이 있음.


실제로 뭘 그렸는지, 왜 그렇게 그렸는지, 그런 기법이나 역사는 전혀 무시하고서, 금전적인 가치나 외형적인 가치만 고려하게 되는 거지.


그러한 예술계의 금전적 타락에 대해 경고한게 넥스트 렘브란트와 같은 고전 화가 재현 AI라고도 볼 수 있고...



아무튼


AI 생성 이미지가 잘그렸다며 뜨는 것도 잠깐이고, 대부분이 '영혼이 안 담겼다'면서 곧 흥미를 잃을 거라 생각함.


AI라서 영혼이 안 담긴게 아니라, 구도를 잡거나, 특정 디테일을 살리거나, 그야말로 '운'이거나, 사용자가 영혼을 담지 않으면, 그냥 "잘 그렸는데 그래서 뭐" 정도로 끝날 수밖에 없음.


아직도 깎고 있는 하이바라를 보면




분명 하이바라 아이지만 하이바라 아이가 아님. 잘 그렸지만 뭔가 부족함. 


'이런 수영복을 과연 입을까?' 라는 의문부터 들게 되는 반면


비율도 약간 이상하고 이상한 점이 보이지만 분명 하이바라임. 무신경하듯 졸린 눈에, 그래도 신경쓰인다고 보는 눈동자 방향. 


하이바라 재현 자체는 성공했지만 그런 디테일을 찾아서 영혼을 불어넣는건 여전히 사용자에게 달려있는 것이지.



그렇지만 하이바라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냥 둘다 하이바라고, 똑같이 생겼다고 할 수도 있음. 그리고 그게 사실 맞음.



그래도 작가건 누구건간에 본인의 창작물에 도대체 뭘 전달하고 싶은지를 제대로 담아내는 노력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함.


대충 거기서 그럴싸하다고 끝내버리면 그야말로 영혼이 안 담기게 되는 거고...



그런점에서 여전히 나에게는 과적합난 이 결과가 가장 하이바라처럼 보임


프롬프트도 다 씹고 디테일도 얼굴 빼고 다 뭉개졌지만 '시끄러워 난 내 길을 간다'라는 영혼을 가진 놈으로 보임


그러니 오늘도 하이바라를 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