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하는 말인데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시작하기 전에, 아래 단편을 먼저 읽어보자.

출처 : 장르소설 갤러리(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enrenovel&no=2485144)
간만에 낄낄거리면서 본다음 바로 여기 챈에도 올렸었음. 이정도는 성인물 아니지? 아닐거라 믿음.
이거보고 마침 저번에 법인관련 글도 쌌겠다 바로 다음내용인 법률행위의 요건과 해석에 대해서 싸겠다.
예시는 위 단편을 들면서 해볼테니 안읽었으면 스크롤 올려서 읽고오면 좋겠다. 안그래도 상관은 없음.
우리는 살아가면서 꽤 많은 계약서를 쓰게 된다. 직장을 구했을 때 쓰는 근로계약서, 무언가 좀 큰 걸 살 때 쓰는 매매계약서, 전세/월세로
주거지를 구했을 때 쓰는 주택임대차계약서, 대학원에 진학하며 쓰게되는 노예계약서 등등.... 이러한 계약들은 모두 법률행위의 일부이므로
우리 모두는 법률행위의 정의를 모른다 해도 이미 법률행위를 하면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하면서 살게 되는것이다.
위 단편소설은 판타지 세계관을 빌려 계약, 즉 법률행위의 해석법 내용 일부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이를 좋은 예시로 삼아 민법에서
정의하는 법률행위의 요건과 효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요건으로 정의된다.(통설) 이는 당사자가 원한 의사대로 효력을 발생시키는 완성된 단위를 의미하며,
계약, 합동행위, 단독행위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법률행위가 아니라면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그대로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예시로, 미성년자와
거래한 사람이 미성년자의 부모님(법정대리인)에게 이 거래를 추인해달라는 통지를 보내도 이것은 촉구권 행사로서의 효력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해 거래가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법률행위가 아닌 의사의 통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률행위의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법률행위로서 성립하여야 하고, 그렇게 성립한 법률행위가 효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무효는
일단 법률행위가 성립한 후에 논하는 것으로서, 성립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유/무효는 논할 여지조차 없다.
그렇다면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통설에 따르면 법률행위는 당사자, 목적, 의사표시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성립한다고 한다. 행위의 당사자가 존재해야 하고, 그 행위의 목적이 명확해야 하며, 행위를 하려는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위의 성립요건은 충족했다고 하자. 그 법률행위가 효력이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당사자들에게 의사능력이
있어야 한다. 당사자가 제한능력자라면 앞서 미성년자의 사례처럼 취소할 수 있고, 의사무능력자라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권리능력은
의견이 갈리는데, 권리능력을 효력요건으로 인정하는 통설과 권리무능력자의 의사표시는 아예 의사표시로 성립하지 않으니 효력요건이 아니라
성립요건이라는 소수설이 대립한다.
다음 요건으로는 법률행위의 목적이 확정될 수 있어야 하고, 실현가능하여야 하며, 강행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하고, 사회질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103,104조) 이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마지막으로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여야 한다.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를 상대가 알 수 있었거나(107조), 허위로 한 표시거나(108조), 착오를
일으켜 한 표시라면(109조) 비록 법률행위가 성립하였어도 무효로 되거나 표의자가 취소할 수 있다. 더하여, 의사와 표시는 일치하는 경우라도
그 의사표시가 타인의 사기나 강박 등으로 인하여 이루어졌다면 취소할 수 있다.(110조)
앞서 설명했듯 법률행위는 의사표시를 필수요소로 한다. 다만 이 의사표시라는게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종종 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생긴다. 이 의사표시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작업을 법률행위의 해석이라 한다. 해석목표는 당사자의 의사 확정에 있으며, 그 대상은
의사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 모든 것(표시행위)이다. 세 가지 방법으로 해석하는데, 각각 자연적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이라 부른다.
자연적 해석은 의사를 표시한 자(표의자)의 진의를 밝히는 해석법으로, 어떠한 의사표시에 대하여 당사자가 동일한 의미로 이해한 경우에는
실제 표시된 것과 관계없이 그 의미대로 인정하는 해석을 말한다. 설령 표시가 잘못되었더라도 그 의미에 대해 당사자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의사의 합치가 있다면) 그 의사에 따른 효과가 생긴다.(잘못된 표시는 해롭지 않다 – 오표시무해의 원칙)
규범적 해석은 표시를 서로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지 못했을 경우 상대방의 시각에서 의사표시의 객관적/규범적인 의미를 밝히는 해석이다.
보충적 해석은 위 두 해석의 결과 약정상에 흠결이 있음이 발견되었고, 그 흠결을 보충할 임의규정이 없을 때 이를 보충하는 해석이다.
만약 당사자가 문제를 알았더라면 정하였을 내용, 즉 ‘가정적 의사’를 확정하여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법률행위의 해석방법은 자연적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 순으로 사용된다. 즉 표의자의 진의를 먼저 고려하여 자연적 해석을 하고,
당사자의 이해에 차이가 있다면 상대방의 진의를 고려하여 규범적 해석을 하고, 이로 인해 흠결이 생긴다면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를 고려하여
보충적 해석을 하여야 한다.
위의 방법들로 법률행위를 해석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확정할 수 없다면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이다.(통설) 단, 계약의 경우 본질적인
요소가 확정되지 못했다면 무효가 아니라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은 것(법률행위의 불성립)으로 본다.(96다26176)
다시 위의 단편소설로 돌아가보자. 내용 전개상 우리는 흑마법사와 신관이 계약을 맺었으며, 이 계약은 신관이 흑마법사에 의해 성적 쾌감을
느낄 경우 10년간 흑마법사의 성노예가 되는 것을 골자로 함을 알 수 있다. 당사자(흑마법사와 신관)가 있고, 목적(신관의 성노예화)이 있고,
또한 의사표시(계약)가 있다. 그러므로 일단 법률행위로서 성립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표시는 분명한가?
그랬다면 법정에 설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문맥상 계약서에는 '여성기에 삽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을 것이고, 이 조항을 흑마법사는
'여성기에 남성기를 삽입하지 않는다' 로, 신관은 '여성기에 어떤 것도 삽입하지 않는다'로 해석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정 표시를 양 당사자가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판단에 앞서 당사자의 의사를 확정하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먼저 자연적 해석을
하면 성행위에서 삽입의 정의와 표의자인 흑마법사의 진의로 보면 '여성기에 남성기를 삽입하지 않는다'로 해석하여야 하나, 이렇게 되면 양
당사자가 해당 조항을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지 않게 된다. 즉,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것이 되므로 이 경우 단편에 나온 것처럼 신관 입장에서
받아들였을 법한 내용으로 규범적 해석을 하여야 하고, 이 경우 해당 조항은 '여성기에 어떤 것도 삽입하지 않는다'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는 아니므로 보충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는 아니며, 따라서 해당 의사표시(해당 조항)는 '여성기에 어떤 것도 삽입하지 않는다'
로 확정되게 된다. 해당 소설에서도 그렇게 되었다.
해석이 종료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이 확정되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법률행위가 유효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 내용의 실현이 불가능하거나,
강행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그 법률행위는 무효가 된다.
법률행위의 내용이 실현불가능한 경우를 불능이라 하며, 이 경우 그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불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 뿐만이 아니라 사회
통념상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는 것도 불능에 속한다. 예를들어 바다에 빠뜨린 바늘을 찾아주기로 하는 계약은 불능이다. 단, 원래는 불능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불능이 된 경우(후발적 불능)는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여부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고(해제권 발생), 관련된
조항(537조 등)에 따라 위험부담이 정해진다. 또, 계약 전체가 아닌 일부의 불능이라면 일부무효의 법리(137조)에 따라 해결된다. 일부무효의
법리란,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라면 전체를 무효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일 그 무효부분이 없었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된
다면 무효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는 법리이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경우라고 함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규나 규정을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법률행위는
당연히 무효가 된다. 이 무효는 확정적, 절대적 무효로서 해당 강행법규가 존재하는 한 나중에 추인하더라도 유효한 법률행위가 될 수 없다.
단, 내용의 일부만 강행법규를 위반한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른다. 유의할 것은, 비록 강행법규를 위반한 법률행위라고
해서 그것이 곧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법률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2001다1782) 이는 다음 문단에서도 언급될
불법원인급여(746조)가 성립할 수 있느냐를 가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다른 무효원인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에서 선량한 풍속이라 함은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을
의미하며, 사회질서는 국가와 사회의 공공질서 및 일반적 이익을 뜻하며, 곧 그 시대의 지배적인 윤리관을 의미한다.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는
확정적, 절대적 무효이다.(103조) 이 조항은 신의칙과 더불어 민법의 일반조항으로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도박자금 대출처럼 행위 자체는 반사회적이 아니지만 그 동기가 반사회적이라면 이 법률행위는 무효가 될 것인가?
판례는 상대방에게 그 반사회적인 동기가 상대에게 알려졌을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된다고 한다. 물론 계약이 아닌 단독행위에서는 동기가
반사회적인 경우 상대방이 알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무효로 본다.(통설) 해당 법률행위가 반사회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2015다200111)
이어지는 104조에서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한다. 이러한 법률행위를
불공정 법률행위라 하며, 통설과 판례는 이 규정을 앞서 본 반사회적 법률행위(103조)의 예시로 본다. 이 조항에 의해 무효가 되려면 법률행위
시를 기준으로 급부와 반대급부간의 현저한 불균형(폭리행위)이 있어야 하며, 폭리자가 피해자의 궁박/경솔/무경험 상태를 이용하였어야 한다.
궁박은 벗어날 길이 없는 어려운 상태를, 경솔은 행위의 결과에 대해 일반인 수준의 고려도 하지 못하는 것을, 무경험은 일반적인 생활경험이
부족한 것을 말한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상황일 때 상대가 이를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목적으로 법률행위를 한다면 그 법률행위는
104조에 위반되어 무효다.(98다58825) 이 이용목적, 즉 악의는 간접사실 등을 통해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불공정 법률행위는 무효이지만,
폭리행위자는 불법원인급여(746조)에 의해 자신이 이행한 것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 내용대로라면 앞서 이야기한 흑마법사와 신관의 계약은 어떻게 되는가? 현대 느그나라 제도 기준으로 노예처럼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계약은 아니므로 불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느그나라는 헌법으로 성 착취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 계약은 강행규정을 위반한 계약이 되어
무효이다. 또한 당연히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이므로 무효이다. 계약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고
계약체결 당시 신관이 궁박/경솔/무경험상태에 있었으며 흑마법사가 그를 이용했는지는 신관이 주장/증명하지 않았으므로 적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계약은 강행규정 위반 혹은 103조 위반으로 확정적, 절대적 무효가 된다. 소설에선 103조 위반을 '주신과 만신전의 질서에
어긋나 절대적으로 무효' 라고 각색하여 채용하였다.
지금까지 법률행위의 요건과 해석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다. 서두에서 법률행위의 필수적 요소로 의사표시를 든 바
있는데, 법률행위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이 의사표시에 흠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민법은 이전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여 법률행위로서
성립하였고, 무효인 법률행위도 아님이 밝혀졌어도 의사표시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그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법률행위는 성립과정에서
흠이 있는 법률행위가 되며, 상황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비진의표시(107조), 통정허위표시
(108조), 착오(109조)가 있으며, 의사와 표시는 일치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개입된 경우인 사기/강박(110조)가 있다.
비진의표시(진의 아닌 의사표시)란, 표의자 스스로가 표시한 의사가 자신의 진의와는 다름을 알면서 한 의사표시이다. 예를들어 퇴사할 마음이
없으면서도 사장이 자신을 얼마나 신임하는지 알아보려고 사직서를 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이 경우에도 표시한 그대로 효과가
발생한다. 단, 상대방이 그 의사표시가 표의자의 진의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비진의표시는 무효가 된다.(107조) 다만,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는 단서규정이 있다.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진의'의 뜻은 실제 속마음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강박에 의해서나마 증여를 하기로 한 이상,
증여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92다41528) 즉, 판례는 '진의'와 '본심'을 구별하고 있다.
통정허위표시는 상대방과 통정하여 하는 진의가 아닌 허위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외관상 유효한 의사표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고, 표의자가 그것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표시에 대해 상대방과 합의(통정)를 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러한
통정허위표시는 무효이다.(108조) 다만 비진의표시와 마찬가지로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 선의의 제3자라 함은 허위표시임을
모른 채로 허위표시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맺은 당사자가 아닌 자를 의미한다. 선의이면 되고 과실은 좀
있어도 상관없다.
착오는 표시행위 자체를 잘못하여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생긴 경우이다.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며, 착오한 이유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 이 경우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는, 무효와는 달리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지만,
취소하는 순간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는 의미이다. 앞서 본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의의 제3자에게는 취소의 효과를 주장하지 못한다. 특이한
점은, 표시나 내용이 아닌 법률행위의 동기에서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당사자간에 그 동기를 계약 내용으로 삼았을 경우에만 취소가능하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도자기를 싸게 파는줄 알고 5천만원에 구매했으나 실제로 감정해보니 2천만원짜리 도자기였을 경우, 1억원의 가치가
있는 도자기라서 산다는 동기를 계약 내용으로 삼지 않았다면 구매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단, 상대에 의해 동기의 착오가 유발되었을 경우
에는 취소가 가능하다. 즉, 1억원이라도 믿은 이유가 판매자의 설명에 있다면 취소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비록 외형상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만,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아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까지 그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면 표의자
에게 너무 가혹하고 부당간섭자를 인정하는 꼴이 되므로 우리 민법은 이 경우에도 표의자를 구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그것이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110조)이다. 사기는 특정인이 고의로 표의자에게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하거나 그 생각을 증폭시키는 등의 행위를 의미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침묵도 사기가 될 수 있다. 강박이란 특정인이 고의로 위법한 행위를 하여 표의자에게 공포심을 줘 표의자가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기/강박에 의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하게 된다면 이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표의자에게
사기/강박행위를 했을 경우, 상대방이 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취소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불법행위를 한 자를 고발
하겠다고 하는 것도 스스로 부정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였다면 위법한 강박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만일 소설에서 103조 위반, 즉 '주신과 만신전의 질서와 어긋나서'가 없으면 사건은 해당 계약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신관이 계약을 체결한
것이 진의가 아니라는 암시가 없고, 또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진의아님을 흑마법사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는 암시도 없으므로 비진의
표시로서 무효로 하기에는 부족하다. 통정허위표시라는 단어는 상황과 조합하면 아주 야하게 들려서 해당되지 않나 싶지만, 둘이서 합의하여
허위표시를 한 것은 아니므로 108조 위반도 아니다. 착오는 표시 자체를 잘못하여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생겼어야 하므로 적용되지 않는다.
단, 강박은 알 수 없으나 사기는 성립할 수 있는데, 위에서 문제되었던 조항을 신관이 '여성기에 어떤 것도 삽입하지 않는다'로 인식하도록
흑마법사가 기망행위를 했을 경우 신관은 사기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 여지가 있다.
물론 소설상에서는 여기까지 표현되지는 않았고, 위에서 의사표시의 해석으로 조항의 의미를 '여성기에 어떤 것도 삽입하지 않는다' 확정지은
후 흑마법사가 해당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성적 쾌감을 느낀다면'이라는 정지조건을 성취시켰으니 계약은 무효임을 주장하였다.
하나 의문이 가는 것이, 103조 위반은 당연무효지만, 계약조건 위반은 곧 채무불이행이니 그 효과는 계약해제권/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이다.
즉,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신관이 흑마법사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켰으니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부작위
의무 위반을 근거로 계약해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 글 후반부를 보면 103조 뿐만이 아니라 계약위반으로도 무효인 것처럼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틀린 건 아닌것같고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