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사건개요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 69회에 걸쳐 불법적 낙태 시술을 했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1심 재판 중 주위적으로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 조항’), 제270조 제1항(이하 ‘의사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고, 예비적으론 위 조항들이 낙태객체를 임신 3개월 이내 태아까지 포괄하는 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쟁점>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함으로써 얻는 법익과 여성의 자결권을 보장함으로써 얻는 법익 중 무엇이 더 중대한가?
·심판대상조문이 낙태 여부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끼치며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고 있는가?
·본 조항이 과잉금지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을 위반하는가?
·심판대상조문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이 아닌 단순위헌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의견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의견을 내놨다. 이들 주장의 내용은 이렇다.
자기 낙태죄 조항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모든 임신기간에 걸쳐 낙태를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형벌을 부과하여 임신유지와 출산을 강제하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동시에 본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그러나 임신, 출산의 문제는 여성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여성이 자신의 임신유지와 종결에 대해 전인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태아는 약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에 관해 전인적 결정을 하고 실행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해 태아가 아직 여성 몸의 일부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 낙태갈등 상황에서 형벌의 위하는 임신종결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실제 처벌 사례도 드물다. 이에 비춰보면 본 조항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다 볼 수 있다. 낙태갈등 상황에서 여성은 형벌의 위하로 인해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한다. 모자보건법상 낙태 정당화사유엔 다양한 낙태갈등 상황이 포함돼있지 않다. 고로 본 조항은 정당화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결정가능기간 중 낙태갈등을 겪고있는 경우까지 임신 유지와 출산을 강제하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한다. 따라서 본 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를 넘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 허나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조항에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임신전반에 걸쳐 낙태를 허용하는 법적공백이 생긴다. 고로 단순위헌결정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개선입법까지 계속적용을 명함이 옳다.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의견을 내놨다. 이들 주장의 내용은 이렇다.
결정가능기간과 낙태갈등 상황에서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건 여성의 자결권을 침해한단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 측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나아가 ‘임신 제1삼분기(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엔 어떠한 사유의 요구 없이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점, 본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견해가 다르다. 여성이 스스로의 임신에 관해 한 전인격적 결정은 자체가 자결권의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다만 이런 자결권은 임신여성의 생명, 건강을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 한편 임신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의 낙태와 특정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할지 여부의 문제를 결합하면 끝내 국가가 낙태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게 되어 임신여성의 자결권을 사실상 박탈한다. 그러므로 임신 제1 삼분기엔 여성의 자결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자신의 상황에 대해 숙고한 뒤 낙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들은 임신 제1삼분기에 이뤄지는 안전한 낙태조차 일률적으로 금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므로, 여성의 자결권을 침해한다. 만약 특정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 자체는 합헌이나, 제한 정도가 지나쳐 위헌인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것은 법률이 위헌인 경우엔 무효로 선언해야 한다는 원칙과 그에 기반한 위헌결정의 존재 이유를 사라지게 한다. 또 위 조항의 예방효과가 제한적이고 형벌조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들 조항을 폐기해도 법적혼란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이후 사후입법으로 해결하는 건 형벌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하도록 한 입법자의 취지에 반하며, 규율 공백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가혹한 행위다. 또 임신 제1삼분기에 이뤄진 낙태에 대해 처벌하는 건 위헌성이 명확해 처벌 범위가 불확실하지 않다. 고로 위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야한다.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내놨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태아는 생명으로서 연속적인 발달과정을 거친다. 그리하여 온전한 성인이 되는 것이므로 태아와 출생한 사람이 가진 생명 존엄성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고로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입법목적은 매우 중대하고,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외에 여성의 자결권을 보다 덜 제한하면서 태아의 생명 보호란 공익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태아는 이미 생명의 연속적 발달과정에 놓여있기에, 그를 보호하고자하는 공익의 가치는 태아의 성장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볼 수 없으며, 그 과정 중 특정 기간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 자결권이 우선하고 이후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순 없다. 위 두 의견이 설시한 갈등적 사유는 개념, 범위가 모호하고 그 충족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한 사유에 따른 낙태를 허용할 경우 낙태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수 있다. 본 조항으로 여성의 자결권이 제한되는 건 맞지만, 그 정도가 본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란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법익균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의사낙태죄조항 또한 법정형 상한이 높지 않고,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선고할 수 있어 비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또 의사가 태아의 생명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므로, 당 조항에 대해 동의낙태죄와 달리 벌금형을 규정하지 않는 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고로 심판대상조항들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결론
결과적으로 단순위헌의견이 3인, 헌법불합치의견이 4인이므로 주문의 표시 및 종전결정의 변경이 행해졌다. 주문은 다음과 같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낙태에 관한 논쟁은 아직 출생하지 않은 생명에 대한 근원적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어, 윤리, 종교, 의학적 관점을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된다. 생명이라는 가치에 대한 태도와 윤리적기준, 자기결정권 등의 요소들이 이들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태의 허용 여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그 자체가 신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시비를 섣불리 판단할 순 없다. 헌법재판소는 역할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이 여성과 태아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고 위헌인지 여부만을 심사했을 뿐이다.
위 글은 헌법재판소 판결문의 내용을 간결히 추리고,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쓰여짐. 본인의 생각은 거의 담기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