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제 아무리 강력한 권리를 있어도 실제로 행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의미이며,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기본적인 법 지식 습득이 권장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제를 겸하여 민법은 특유의 시효제도를 두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부터 알아볼 소멸시효다.


 소멸시효는 일정한 상태가 일정한 기간동안 계속된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지 여부를 묻지 않고 관련된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재산권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법률행위를 통해서 임의로 배제하거나 연장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권리불행사가 일정기간 계속될 때 적용된다. 즉, 권리자가 장애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며, 그럼에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되어야 한다. 이 요건을 다 충족해야

소멸시효의 주장, 즉 시효가 완성되어 권리가 소멸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며, 권리를 소멸시킨다는 강력한 특성 때문에 판례는 이 조건들을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판단하기 전에 해당 권리가 소멸시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성질을 가져야만 함은 물론이다.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은 채권과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이다. 채권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지만, 그 특성상 대부분 상대적으로 소액이며 단기간에 결재되는 일이 많은 일부 채권들은

3년 혹은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부동산사용료, 급료나 부양료 등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 의사 등의 치료채권, 변호사 등의

업무채권, 상인의 판매대가, 제조업자의 업무채권 등은 3년, 숙박료, 동산사용료, 노역인/연예인/교사의 업무채권 등은 1년이다.

 소유권 외의 재산권은 2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소유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으며, 그 외 재산권 중에서도 전세권, 점유권, 담보물권,

공유물분할청구권은 역시 걸리지 않는다. 또한 권리의 성질이 한쪽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바로 효력이 생기는 강력한 권리인 형성권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대신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기간(제척기간)이 정해져 있다.) 상대의 청구를 저지하는 권리인 항변권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특이한 사례로는 등기청구권이 있는데, 성질상 채권이므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지만, 만약 매수인이 부동산을 인도받아서

점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 매수인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볼 수 없으므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76다148)


 위 권리들을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166조 1항) 이는 권리를 행사하려 할 때 법률상의 장애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사정이나 무지로 인해 행사할 수 없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면 법률상의 장애로 보지

않는다.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으나 동시이행의 항변으로 의무이행을 거절당했다 해도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다면 항변권은 소멸하므로

소멸시효는 항변권의 소멸을 기다리지 않고 이행기부터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 그 예이다.


 앞서 언급한 ‘권리들을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이라고 하며, 시효기간은 기산점을 시작으로 하여 계산한다. 이 기산점은 권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변제기를 정한 채권의 경우 그 기한이 도래한 때, 기한의 정함이 없다면 채권 성립시, 통보 후 상당기간이 경과해야 청구가

가능한 채권이라면 그 통보를 할 수 있게 되는 시점,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 절차 없이 바로 채무이행을 해야 하는 경우(정지조건부 기한

이익상실 특약 존재)라면 그 사유가 발생한 때, 앞선 상황과 동일하지만 채권자가 의사표시를 하여야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 특약 존재)라면 의사표시한 때, 정지조건부 채권이면 조건성취시, 부작위채권은 위반행위시,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불이행시, 선택채권은

선택권 행사가 가능해졌을 때, 매매대금청구권은 그 지급기일부터, 신축건물의 소유권등기청구권은 건물이 완공된 때, 계속 쌓여가는 외상대금

채권은 각 외상이 발생한 때부터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기산일은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으며, 실제 기산일과 당사자가

주장하는 기산일이 달라도 당사자가 주장한 기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여야 한다.(71다409) 이것을 변론주의의 적용이라고 한다.


 소멸시효는 중간에 중단/정지될 수 있다. 중단의 경우, 중단사유가 사라진 때부터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한다. 즉 19년 99일째에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는 경우, 19년 100일이 아니라 1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정지의 경우는 기간이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위 같은 경우라면

19년 100일부터 재개된다. 또한, 정지는 종료시점이 시효기간 내라면 완성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즉 중단은 ■, 정지는 ❙❙와 유사하다.

 중단사유는 청구, 압류, 가압류, 가처분, 채무의 승인이며(168조), 쉽게 말해 자신에게 권리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이거나, 상대가 스스로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된다. 때문에 타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자기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받아들여진

경우에도 중단사유인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소송상 청구가 있더라도 그 소송을 취하하거나 각하/기각되는 경우라면 소멸시효는

중단되지 않는다.(170조 1항) 이 경우 6개월내에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압류 등을 한다면 먼저 한 청구 때 중단된 것으로 간주해준다.(170조

2항) 만약 화해를 시도하였다가 무산되었을 경우는 6개월이 아닌 1개월내에 소를 제기해야 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긴다.

 이러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당사자와 그 승계인간에만 효과가 있다.(169조) 예를 들어 물건을 공유하는 자 중 1인의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다른 공유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예외가 있는데, 물상보증인의 재산을 압류하고 채무자에게 통지했다면 채무자에게도

시효중단 효과가 미치며, 연대채무자 1인에 대해 이행청구하여 시효가 중단되었다면 다른 연대채무자들에게도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고,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은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있는 것이 예외적 케이스의 예시이다.

 정지사유는 권리자가 제한능력자인데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부부간의 권리인 경우, 상속의 경우, 천재지변이 있는 경우이며(179~182조),

쉽게 말해 권리자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행위들을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곤란한 상황일 때이다.


 이러한 소멸시효의 최종적인 효과는 기존 권리의 소멸이다. 여기서 의견이 갈리는데, 소멸시효가 완성되기만 하면 권리는 조건 없이 당연히

소멸한다는 견해와(절대적 소멸설), 시효이익을 얻을 이에게 권리소멸을 주장할 권리가 생기고 그 권리가 행사될 때 비로소 소멸한다는 견해

(상대적 소멸설)가 있다.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을 지지하는 것 같지만(78다2157), 소멸시효의 주장을 하는 것을 일종의 항변권으로 봄으로서

시효주장이 가능한 자는 권리소멸에 의해 직접 이익을 얻는 자로 한정되며 신의칙에 반하는 시효주장은 권리남용으로 허용하지 않는 등 상대적

소멸설도 일부 차용하고 있다.(2012다68217)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가 소멸함으로 인해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자를 직접수익자라고 하며, 판례는 이 직접수익자만이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권리가 소멸함으로 인해 갚아야 할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거나, 넘겨야 할 물건을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이득을 보는 자들만이 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권리의 소멸은 기산일까지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167조) 즉, 시효의 시작시점부터 그 권리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이 효력은 종속된 권리에까지 미치는데, 예시로 대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그 대금에 대한 이자채권도 시효로 소멸한다.


 하지만 시효이익은 포기할 수 있다. 즉, 채무자가 시효완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포기가 유효하려면

포기자가 시효가 완성되어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한 포기여야만 한다. 또한 포기한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효력이 생긴다는 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돈을 갚는다고 해서 보증인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이다.

 

 소멸시효와 비슷한 제도로는 제척기간이 있다. 제척기간은 어떠한 권리를 언제까지 행사하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기간으로, 주로 형성권(의사

표시만으로 효과가 발생하는 권리)에 정해져 있다. 목적은 법률관계의 빠른 안정을 위해 당사자들간의 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함이며,

대표적인 예로는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하도록 정한 것(146조)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제척기간은 하자담보책임기간(670조)이나 점유보호청구권(204~205조)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재판을 청구하여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기간

(출소기간)으로 여겨진다. 소멸시효와 비교했을 때 둘 다 일정기간의 경과로서 권리가 소멸하지만 소멸시효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중단될 수

있으나 제척기간은 그 취지상 중단이 없다. 소멸시효는 기산일로 소급하여 권리를 소멸시키지만 제척기간은 기간이 경과한 때부터 권리가 소멸

한다. 기산점도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기준이 되지만, 제척기간은 권리가 발생한 시점이 된다. 또한 소멸시효는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시효완성 후에 스스로 이익을 포기할 수 있지만, 제척기간은 변경할 수 없으며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러한

차이는 제척기간의 존재이유가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이기 때문에 불안정함을 가져올 수 있는 사항들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