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원문 : 아조씨들아 엔빵 문제인데여


질문 :

 총무가 1차+2차 130300원 나온거 긁고 3차 45000원 제가 긁었는데 4명이라서 엔빵하면 43800인데,

 전 걍 제가 받을 1200원 안줘도 되니까 난 계산 끝난거지? 이랬는데 총무쉐끼가 자꾸 아니라는데 제가 착각하는건가연?


답변 : 

ㅇㅇ1 : ㄴㄴ 너가 총무한테 21325원 줘야함. 총무는 일단 모두한테 32575원을 받아야 하고 너는 11250을 모두한테 받아야 하니까.

ㅇㅇ2 : 윗놈 뭔 헛소리야 너는 계산 끝난거 맞음. 3명이 각자 총무한테 대충 43800씩 줘야되는건데 넌 45000 줬으니 끝이지.




누가 맞을까? 사실 어느쪽으로 해도 결과는 같다. 다만 ㅇㅇ1의 방식대로 하면 이체를 두 번 해야하고 단위도 1원단위까지 계산해야하니 복잡하다. 그래서 이 경우 ㅇㅇ2처럼 최종액으로 계산하는 편이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편한 방식이다.


이 상황을 한번 채권법을 적용해서 해석해보자. 1,2차 회식 결과 총무는 나머지 3명에게 각각 32575원씩, 총액 97725원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다. 그리고 3차 회식 결과, 질문자는 총무를 포함한 나머지 3명에게 각각 11250원씩 총액 33750원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다. ㅇㅇ1은 채권관계가 이와 같이 성립했으니 모든 채무자는 자신의 의무를 그대로 이행하라고 한 것과 같은 말이 된다. 하지만 이는 앞서 보았듯 매우 복잡하다.


그렇다면 ㅇㅇ2의 답변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더 필요할까? 질문자 본인이 총무에게 부담하는 32575원의 채무를 금전지급 대신 자신이 남은 3명에 대해서 가지는 총액 33750원의 금전채권을 총무에게 넘겨주는 방법으로 이행할 수 있다. 이로서 질문자는 32575원 이상의 값을 지불함으로서 총무에게 지고 있는 금전지급채무를 면하게 되고, 남은 둘은 총무에게 부담하는 채무 32575원 + 질문자에게 부담하는 채무 11250원 = 도합 43825원을 질문자를 거칠 필요 없이 총무에게만 지급하면 된다. 보통 계산의 편의를 위해 십원 이하는 버리므로 43800을 각자 총무에게 주면 계산은 끝난다. 이것이 질문자의 계산법이고 ㅇㅇ2의 답변이 나오게 되는 과정이다. 이체를 한번만 하면 된다는 측면에서 ㅇㅇ1의 방법보다 훨씬 편리하다.(물론 질문자가 넘긴 금전채권이 총무에게 부담하는 금액보다 1200원 크므로 부담부분 이상의 변제이니 실제로 남은 두 사람이 내는 돈은 600원씩 줄어들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이런건 나중에 분할채무나 비채변제에서 다루겠다.) 


위와 같이, 채권자가 계약을 통해 자신의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을 채권양도라고 한다.

반대로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도 있는데, 이를 채무인수라고 한다.

즉, 질문자와 ㅇㅇ2의 답변은, 제3자(이자 채무자)인 총무에게, 구두계약을 통해, 자신이 가지는 금전채권을 양도한 채권양도 상황이다.

오늘은 이러한 채권양도와 채무인수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채권양도는 채권자와 제3자간의 계약으로 채권자가 가진 특정한 채권을 제3자에게 동일성을 이전한 채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채권자를 양도인, 제3자를 양수인이라 한다.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기한이나 조건을 붙여 양도할 수도 있다, 단, 이는 권리를 처분하는 행위(처분행위)이므로 처분권한은 있어야 하며, 처분권한이 없는 자가 한 채권양도는 무효이다. 

 

 채권양도는 양도하는 채권의 특성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민법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규율하는 부분은 지명채권의 양도이다. 지명채권이란 특정인을 채권자로 하는 채권을 말하며, 증권적 채권이 아닌 일반적인 채권은 대부분 지명채권이다. 이러한 지명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할 수 있으나, 개중에는 특정인에게 급부해야 하거나(종신정기금채권 등) 채무자의 승낙이 있어야 양도가능한 등(임차인의 채권 등)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채권들도 있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채권도 채권자대위권 파트와 유사하게 양도 당시를 기준으로 어느정도 채권관계가 확정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발생이 상당할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 한정으로 양도가 가능하다. 임금채권은 좀 특이한데, 양도 자체는 가능하지만 근로기준법 43조 1항에 의거,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양수인이라 할지라도 고용자에게 임금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는 없다. 전세금반환채권의 경우, 전세금은 전세계약의 성립요소이므로(303조 1항) 일반적으론 전세권과 분리할 수 없지만, 전세권이 일단 소멸하였다면 그때부터는 일종의 담보권으로 취급되어 양도가 가능해진다. 다만, 비슷해보이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은 보증금이 임차권의 성립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임차권과 별도로 양도가 가능하다. 가압류된 채권도 저당권이 설정된 채권마냥 그 상태 그대로 양도가 가능하지만, 일단 처분금지효력이 생긴 후에 이루어진 양도는 무효이다.(2001다59033)


 이러한 양도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제한 혹은 금지하는 것도 가능하다.(449조 2항 본문) 다만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449조 2항 단서) 물론 악의/중과실이면 보호되지 않으며, 이는 채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이러한 양도금지 특약의 예로는 예금채권이 있으며, 은행은 약관규제법에 의거하여 이를 설명할 의무가 있고, 은행거래경험이 있는 사람이 예금채권을 양수하는 행위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취급한다.

 당사자의 의사가 없더라도 법률로서 양도가 제한되는 채권들도 있는데, 보통 가족법상의 청구권들(위자료청구권, 부양청구권 등)이 그러하며, 비슷한 종류로는 근로기준법상 보상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 형사보상청구권 등이 있다. 단, 채권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권리를 양도하는 것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과 양수인간의 계약이므로 채무자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채권의 양도가 이루어졌을 때 채무자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면 채권자에게 이미 변제했는데 또다시 양수인에게 변제해야 하는 소위 이중변제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채무자 보호를 위해 민법은 일종의 공시방법을 따로 정하는데, 그것이 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이다.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450조 1항) 즉, 양도인은 자신이 가졌던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음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만 양수인이 안정적으로 채권의 목적물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채무자가 채권양도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만일 채무자가 기존 채권자였던 양도인에게 변제하더라도, 양수인은 자신이 변제를 받아야 할 정당권리자임을 주장하지 못한다.

 이 통자는 반드시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하여야 한다. 양수인이 한다면 허위통지의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만일 채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연대채무 관계라면 그 연대채무자 전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양도계약 체결 전에 미리 하는 사전통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만일 양도와 통지까지 모두 이행하였다가 나중에 양도계약이 어떠한 이유로 해제되어 채권이 다시 원래의 채권자인 양도인에게 복귀하는 경우에는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해당 사실을 동지해야 한다. 이 경우는 양수인으로부터 양도인에게 다시 채권양도가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통지는 양수인의 동의가 없으면 철회할 수 없다.(452조 2항)


 일단 채무자가 양도통지를 받게 되면, 채무자는 통지를 받을 때까지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모든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451조 2항) 지명채권양도는 채권의 동일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통지를 받은 후에는 설령 채권이 실제로는 아직 양도되지 않았거나 채권양도계약이 무효라서 채권자가 양수인이 아닌 양도인이라 하더라도, 선의의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었던 모든 사유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452조 1항) 이는 통지를 신뢰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함으로, 채권양도가 합의해제되어 채권이 양도인에게 복귀하는 경우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 물론 채무자가 악의이거나, 양도통지를 양수인의 동의를 얻어 철회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통지가 없었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승낙하였다면 같은 효과가 생긴다. 통지와 마찬가지로 채무자가 양도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승낙 시 조건을 붙일 수 있으며, 채권의 존재나 행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유(대항사유)가 있다면 그 대항사유를 알리면서 승낙할 수 있다. 반대로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승낙했다면,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없다.(451조 1항) 이때 양수인은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채무자는 비록 이의제기 없이 승낙하였더라도 대항사유를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의제기 없이 승낙을 한 채무자라도 그 전에 양도인에게 급여한 것이 있다면 회수할 수 있고, 부담한 채무가 있다 해도 그 채무는 성립하지 않음을 주장할 수 있다.(451조 1항 단서)


 그렇다면 앞서 알아본 양도통지는 채무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제3자는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의 지위를 가진 자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이중양수인이 있다. 목적물은 하나인데 구매자가 두사람이면 한 사람은 반드시 목적물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바로 제3자이다.

 이러한 제3자들에게 양수인이 자신이 진정한 채권자라고 주장하려면, 양도인이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를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하여야만 한다.(450조 2항) 예를 들어 양도인이 채권을 A와 B에게 이중으로 양도했다고 하자. 이 중 진정한 양수인이 되는 자는 위 법령에 따라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받는 자이다. A가 일반우편으로 먼저 통지를 받았고 그 후 B가 공증담당 변호사에게 인증을 받은 날짜가 기입된 인증서로 통지를 받은 경우, B가 진정한 양수인이 된다. 만일 둘 다 확정일자 있는 통지를 받았다면 도달주의를 적용하여 둘 중 통지를 먼저 받은 쪽이 진정한 양수인이 된다. 확정일자가 빠른 쪽이 아님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채권을 타인에게 넘기는 채권양도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채무를 타인에게 넘기는 채무인수에 대해 알아보자.
 채무인수는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한 상태로 채무자로부터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이로서 채무자는 채무를 면하고 인수인이 그 채무를 그대로 지게 되는 것을 면책적 채무인수라 하며, 민법에서 규율하는 채무인수는 바로 이 면책적 채무인수이다.

 

 채무인수는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며, 채무자와 제3자가 체결할 수도 있고 채권자와 제3자가 체결할 수도 있다. 효력은 그 계약의 성립시에 생기지만, 채무자와 제3자가 체결하는 경우라면 채권자의 승낙이 꼭 있어야 한다.(453~454조) 채무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채권자에게 승낙여부를 물어볼(최고할) 수 있으며, 채권자가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았다면 거절한 것으로 본다.(455조) 만일 채권자가 별다른 의사표시 없이 승낙했다면 채무를 인수한 때로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로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못한다.(457조)


 채무는 유효하게 성립해 있기만 하다면 원칙적으로 제3자가 인수할 수 있다. 장래의 채무에 대해서도 가능하며, 조건/기한부 채무도 가능하다. 단, 채무의 성질상 인수가 불가능한 경우(부대체적 작위채무 등)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채무를 인수하지 못한다.(453조 2항) 채권양도가 채무자의 동의없이도 가능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보증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면 채무자의 동의가 없어도 인수할 수 있다.


 채무인수가 있어도 채무의 동일성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인수 시 채무에 종속되어 있는 채무도 함께 이전되며, 그 성질도 그대로 유지된다. 때문에 인수인은 기존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가졌던 항변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다. 단,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취소권, 해제권 등이나 채무자의 다른 권리 존재를 전제로 하는 상계권은 행사할 수 없다. 인수인은 해당 채무가 처음 발생하게 된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채무자의 다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채무인수가 이루어지면 전 채무자에게 있던 보증이나 담보는 소멸한다. 보증인 등은 채무자를 위해 보증했거나 담보를 설정한 것이지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인수인을 위해 설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증인 등이 채무인수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대로 존속한다.(459조)


 이러한 채무인수와 유사한 제도로는 병존적 채무인수와 이행인수가 있다. 병존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3자가 채무자와 똑같은 내용의 채무를 그대로 부담하는 것으로서, 중첩적 채무인수라고도 한다. 이는 사실상의 인적담보로서, 보증을 서는 것과 유사하다. 때문에 보증과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할 수 있고,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와 인수인이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이 되므로 채권자가 수익의 의사표시를 별도로 하여야 효과가 있다.

 병존적 채무인수에서는 기존 채무가 사라지지 않으므로 채무자의 지위는 변함이 없다. 인수인은 채무자와 동일한 내용의 채무를 지므로 법원에서는 이 둘의 관계를 연대채무관계에 있다고 본다. 단, 매우 특이한 경우지만 채무자의 부탁 없이 인수인이 병존적 채무인수계약을 한 경우라면 연대채무관계가 아닌 부진정연대채무관계로 보아야 한다.(2009다32409)


 이행인수는 인수인이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지는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계약이다. 채무인수와 다른 점은 채무자의 지위는 변함이 없으며, 인수인은 채무자를 대신하여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는 제3자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 책임소재를 따지기 시작하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만일 인수인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채무인수의 경우 채권자가 인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행인수라면 채권자는 인수인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한다. 인수인은 채무자에 대해서는 그의 채무를 대신 이행할 책임이 있지만, 계약당사자가 아닌 채권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직 채무자만이 인수인에게 계약위반으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차이가 있다.

 이행인수와 관련된 판례로는 부동산 매매에서 매수인이 해당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한 가격으로 구매하겠다고 계약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계약은 이행인수로 본다는 판례와(92다23193), 위와 유사한 상황에서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있더라도 채권자의 승낙이 없다면 채무인수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행인수로 보아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2009다88303)

 

 

이로서 채권양도와 채무인수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이 내용을 토대로 맨 처음 언급했던 엔빵 사례를 분석해 보았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결론은 무엇일까? 아마 아래와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