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들 중 먼저 설명한 변제와 대물변제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요약한 글이다.
뭔가 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서로 다른 다섯개를 묶어놓은거라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아 그냥 배설한다.
*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1. 공탁
공탁은 채무자가 물건이나 금전을 공탁소에 맡김으로서 채권자의 협력 없이도 채무를 면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면할 수 있는데에 그 의의가 있다. 채무자는 채권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않고 공탁할 수 있으며, 채권자가 미리 변제를 수령하지 않겠다고 거절의사를 표한 경우에는 구두제공을 생략하고 바로 공탁하는 것도 가능하다.(93다42276) 또한 채권자가 상대적으로나마 특정가능하나 채무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도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경우에도 공탁이 가능하다.(487조) 양도금지특약이 있는데도 채권자가 해당 채권을 양도해버린 경우 등이 그 예이다.
공탁의 대상은 변제의 목적물이며(487조), 물건이나 금전만 가능하다. 단, 목적물이 공탁하는데 적당하지 않거나 멸실/훼손될 염려가 있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물건을 경매하거나 시가로 판매한 후 그 대금을 공탁할 수 있다.(490조) 채무 일부에 대한 공탁도 가능하고, 본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채권이라면 조건을 붙여서 공탁하는 것도 가능하나, 이들 행위는 반드시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하며, 없다면 무효이다.(76다1866, 70다1061)
공탁의 효력발생시점은 공탁관이 수탁처분을 하고 공탁물보관자가 공탁물을 수령한 시점이며, 공탁의 효과로서 채권자는 기존 채권 대신 공탁물출급청구권을 획득하여 공탁한 물건/금전을 지급받을 수 있으며, 채무자의 채무는 소멸하고, 채무가 소멸하였으므로 이에 수반한 보증채무, 질권, 저당권 등도 소멸한다. 채권자는 공탁물출급청구권을 행사하여 공탁물을 수령할 수 있으며, 만약 공탁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탁이라도 채권자가 이의 없이 수령하였다면 그 공탁은 유효한 것이 되어 채무소멸의 효과가 나타난다.(88다카34148)
공탁은 본디 채무자 보호를 위해 있는 제도이므로, 채무자가 공탁물을 다시 회수하는 것도 당연히 허용한다. 이 경우는 처음부터 공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다만 채권자나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채권자가 공탁을 승인하거나, 공탁물을 받겠다고 공탁소에 통고하거나, 공탁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확정되거나, 공탁물에 질권/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공탁으로 인해 소멸하였다면 처음부터 회수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외에 착오로 공탁했을 때와 공탁원인이 소멸한 때에는 민법이 아닌 공탁법에 의해 회수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가등기담보권이나 양도담보권이 소멸했을 때에도 공탁물 회수가 불가능한지가 문제되는데, 통설은 이들 역시 가등기담보법에 의해 저당권과 유사하게 취급되므로 불가능하다고 하나, 판례는 명문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회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공탁물 회수를 막는 이유는 소멸한 담보권이 되살아남으로서 해당 권리의 부존재를 믿고 법률행위를 한 자들에게 불의의 타격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유사한 사례를 만드는 담보권적인 권리에 대해서 명문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배제하는 것은 이유없다고 본다.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 경개
경개는 당사자들의 합의로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하나의 계약이다. 기존 채무가 유효하게 존속하는 상태에서 새 채무가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 요건이며,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경개는 무효이다. 만약 채권자가 신채무가 성립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경개를 맺었다면, 이는 채권자가 채무를 면제할 의사라 보고 예전 채무를 부활시키지 않은 채로 경개가 무효로 된다.
경개를 맺음으로서 당사자는 채무자나 채권자를 변경할 수 있게 되며, 채무의 주요한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경개는 일종의 처분행위로서 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않으므로 설령 새로운 채무에 대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해도 그를 이유로 경개를 해제할 수는 없다.(2002다62333)
3.면제
면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로서, 결국 채권의 포기를 의미한다. 특별한 방식을 요하지 않으며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는 것도 허용된다. 물론 없는 채무를 면제할 수는 없으니 장래의 채무를 미리 면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채권자가 채무를 면제한다면, 해당 채권과 보증, 담보권 등 그에 종속된 권리들은 일제히 소멸한다. 일부면제도 가능하며, 이 경우 면제된 한도에서 채권이 소멸한다. 단, 그 채권에 대해 정당한 이익을 가진 제3자가 있다면 이 때는 면제로서 해당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4.혼동
혼동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대상에게 속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상속으로 많이 생기며, 혼동이 생기면 채권은 자동으로 소멸한다. 자기가 자기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 그 채권에 질권 등이 설정되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이 되었거나, 증권적 채권이거나, 상속인이 단순승인이 아닌 한정승인을 했다면 혼동이 있더라도 소멸하지 않는다. 그 채권에 대해 권리를 취득한 이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5.상계
상계는 당사자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때 양쪽에서 동일한 액수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492조) 상계는 계약으로도 할 수 있고(상계계약), 미리 예정할 수도 있지만(상계예약), 민법에서 규율하는 상계는 오직 채무자가 단독으로 하는 상계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계의 정의에 의거하여 당사자 양쪽 모두 채권채무가 있음에도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쪽을 채무자로 정의한다.
상계를 하려면 우선 채무자와 채권자가 서로에게 가지는 채권이 같은 종류여야 하며, 모두 이행기가 도래하였어야 한다. (492조 1항) 이 때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자동채권,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수동채권이라고 한다. 즉, 자동채권은 채무자가 상대 채권을 없애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권리, 수동채권은 채무자가 없애고 싶은 상대방의 권리이다. 단, 이행기의 문제에 있어 채무자는 기한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으므로(153조 2항) 자동채권만 이행기가 도래하였고 수동채권은 아직인 상황이더라도 기한의 이익을 포기함으로서 상계할 수 있다.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위 요건을 충족하며 또한 항변권이 붙어있는 등의 상계금지사유가 없다면 서로를 대등액에서 소멸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상계가능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를 상계적상이라 한다. 이러한 상계적상은 상계할 당시 현존하여야 하며, 한번 상계적성을 갖추었더라도 실제 상계를 할 때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상계할 수 없다. 단, 자동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경우, 시효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해당 채권의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도 있다.(495조)
또한, 아래의 채권은 법률로서 상계를 금지하는 채권이니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496조)
2. 임차인의 소액보증금, 임금채권 등 압류가 금지된 채권(497조)
3. 압류나 가압류되어 지급금지명령을 받은 채권(498조)
4.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
5. 조합채무
다만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상계금지채권들이 수동채권일 때 상계가 금지된다는 의미일 뿐, 자동채권일 때는 상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계금지채권 중 하나인 고의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예로 들겠다. A가 B에게 1000만원을 빌려줬는데, B가 변제기가 되었는데도 갚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자 A가 B를 두들겨 패서 1000만원어치의 피해를 입힌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의 빚을 면제했으니 너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는 금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상계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허나 496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가해자에게 현실로 손해배상을 강제함으로서 피해자가 현실적인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함과 동시에 위 상황같이 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되자 어차피 돈도 못 받을거 화나 풀자는 식으로 두들겨 패는 보복적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이러한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반대로 피해자가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가해자의 금전채권을 상계하고자 한다면, 피해자 스스로 자신이 받는 이득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므로 피해자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여 상계를 막지 않는다. 즉, 손해배상청구권이 자동채권이고 금전채권이 수동채권이라면 상계가능하다. 다른 상계금지채권들 역시 이러한 법리에 따라 자동채권일 경우 상계가 허용된다.
상기 조건들, 즉 상계적상을 갖추었다면 이제 상계를 하면 된다.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여기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조건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법적 지위를 불안하게 하지 않기 위함이며, 기한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는 상계가 소급효를 가지기 때문에 도래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기한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493조 1항)
상계가 성립하면, 당사자 쌍방의 채권은 대등액에서 소멸한다. 이 때 서로의 채권액에 차이가 있다면 그 잔액은 여전히 채권으로서 잔존하며, 만족을 얻은 채권만이 소멸한다. 이 효과는 상계적상에 놓였을 때, 즉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발생한 것으로 본다.(493조 2항) 즉, 상계적상 때 이미 채권이 대등액에서 소멸된 것으로 취급되므로 상계적상 이후의 이자는 발생하지 않고 이행지체가 있었다 해도 소멸한다. 물론 이것은 채권의 정산에 관련된 기준시점을 소급하는 것일 뿐, 이와 관계없이 상계 전에 발생한 다른 사실들까지 없던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2015다32585) 즉, 변제나 채무불이행 등 추가로 발생한 상황이 있다면 그것들은 모두 유효하다. 애초에 이런 경우는 상계적상이 갖추어진게 아니므로 어차피 상계할 수도 없다.
이러한 상계에 관한 규정은 대부분 임의규정이다. 이 말은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상계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492조 2항) 단, 이러한 합의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492조 2항 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