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당시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일명 임대차 3법이라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5분 연설을 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해당 연설은 당시 각계각층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정부/여당의 정책관련 입법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나 역시 가장 마지막 부분이 제일 인상깊었다. 천만 인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을 만들 때에는 이 법이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는지를 최대한 숙고하고 의견을 취합하여 결정해야 한다. 윤 의원 말대로 그러라고 상임위가 있는 것이고, 그러라고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을 모아서 국회로 보내놓은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근래 추진된 입법들, 특히 부동산과 성 관련은 이사람들 생각은 하고 만든거 맞나 하는 느낌도 받는다. 일반인이 그리 느낄 정도면 좀 심각한 거 아닌가? 여당이 대통령 임기말이 다가와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는건지, 180석 먹은걸로 자만하지 말라는 이해찬 전 대표 말을 씹어버리고 승리에 잔뜩 취해버린건지 모를 일이다. 그 난리를 치면서 통과시켜놓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행되자마자 곧바로 위성정당 만들어서 개정법을 무력화시키는 꼴을 보며 그때부터 이사람들 검토 제대로 하는거 맞는지 의심스러웠는데 근래 하는거 보니 더더욱 수상하다.
에비타는 지금도 논란이 많은 인물이지만 현 여당의 입법 행태에 대한 비판은 그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사뭇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여당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또다른 입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데, 하다못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앞서 언급한 비판을 듣지 않도록 신중했으면 한다. 한번 법전에 올라가면 이를 되돌리는 건 훨씬 힘들어지니까.
* 이하는 말 나온 김에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율하는 임대차를 요약한 내용이다. 본문과는 관계없으니 흥미있는 챌럼만 읽어보자.
*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임대인)이 반대쪽 당사자(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이 그 대가로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임대차는 물건만을 대상으로 성립하며, 그 존속기간은 제한이 없다.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거나 임대할 권한이 있을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게 할 수 없어졌다면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부재자재산관리인처럼 관리권한은 있지만 처분권한은 없는 자가 한 임대차를 하는 경우에는 최장기간이 제한된다.(견고한 건물 10년, 토지 5년, 일반건물 3년, 동산 6개월) 이를 단기임대차라 한다(620조). 계약갱신 역시 원칙상 횟수제한 없이 자유로우나, 앞서 언급한 단기임대차의 경우 토지는 기간만료 1년전, 건물은 3개월전, 동산은 1개월전에 갱신하여야 한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임차인이 계속 목적물을 사용하는 경우, 임대인이 상당환 기간 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를 법정갱신이라 한다. 이 경우 존속기간만은 약정이 없는 것으로 하며, 임대차에 존속기간약정이 없는 경우 임차인과 임대인은 언제든지 서로를 향해 해지통고를 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해지통고한 경우에는 6개월, 임차인이 해지통고한 경우에는 1개월, 동산임대차의 경우 누가 통고하든 5일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639조 1항) 이러한 법정갱신은 강행규정이다.
임대차가 성립한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진다.(618조) 즉,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해야 하며, 사용/수익가능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를 진다.(623조) 이를 수선의무라 한다.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해당 부분만큼의 차임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는 강행규정은 아니므로 특약으로 수선의무를 면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의 수리 같은 대규모 수선의 경우는 여전히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해야 한다.(94다34692) 또한, 제3자가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한다만 임대인은 그 방해를 제거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대차 역시 유상계약이므로 임대인은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진다.
임차인은 어떨까? 임차인은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 즉 임차권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임차권은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적용되는 권리로서 본래대로라면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3자가 개입했을 시 임차인의 임차물 사용/수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임대차를 등기하여 공시함으로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한다.
임차인은 반대약정이 없다면 임대인에 대해 임대차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임대차를 등기한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621조) 다만 거래관행상 묵시적인 반대약정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많이 쓰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 보완으로 건물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에 한하여 임차인이 건물을 등기했다면 건물이 멸실되지 않는 한 제3자에 대해 임대차의 효력도 생긴다고 정하고 있는데(622조), 현실에서 이런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실용성은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제3자에게 큰 효과가 없는 것과는 별개로 임대인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가 꽤 있다. 임차인은 임차물의 보존을 위해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임차물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유익비를 투입했다면 그 가액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임대인에게서 상환받을 수 있다.(626조) 어느 쪽 금액을 지불할지는 임대인이 선택한다. 이를 비용상환청구권이라 한다. 물론 채권법이 대부분 그렇듯 이는 강행규정은 아니라서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배제할 수 있다.
또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은 임대차기간동안 사용의 편익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목적물에 부속시킨 물건이 있다면,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에게 그 부속물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부속물이 임대인에게서 매수한 것일 경우에도 동일하다.(646조) 이를 부속물매수청권이라 하며, 해당 청구권이 행사되면 임대인은 거절할 수 없고, 바로 매매와 유사한 법률관계가 성립한다. 이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강행규정으로 되어있으므로 이를 위반하는 약정 중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무효이다. 이와 유사한 권리로서 지상물매수청구권이 있는데, 이는 건물이나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만료된 경우 토지임차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다.(643조) 부속물매수청구권과 다른 점은 먼저 계약의 갱신을 청구해야 하고, 임대인이 그 갱신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에만 행사하가능하단 점이다.
이러한 권리를 얻는 대가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618조) 이 차임지급과 관련하여, 임차인의 과실 없이 목적물의 일부가 멸실된 경우라면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나머지 부분만으로 계약의 목적달성이 불가능하다면 계약해지도 가능하다.(627조) 또한 사정의 변경으로 기존의 차임이 합당하지 않은 가격에 해당하게 되었다면 임차인은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임대인도 가능하다. 만일 임차인이 차임지급시기를 기준으로 두 번에 걸쳐 차임을 연체한다면, 임대인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640조)
차임 지급 외에도 임차인은 목적물을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해야 하며(654조),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 보존해야 하고, 수리가 필요하거나 제3자가 임차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면 이를 임대인이 모르고 있을 경우 즉시 임대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634조) 또한 임대인이 수선의무 등 목적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려는 때에는 임차인은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임차인이 반대하는데도 보존행위를 하여 임차인이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임차물을 원상회복하여 반환하여야 한다. 물론 조건을 만족한다면 앞서 본 부속물매수청구권이나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임차권 역시 채권이므로 임차인은 이를 다른 이에게 양도하거나 다시 임차, 즉 전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의 특성상 여러 가지 권리관계가 꼬여버릴 수 있기 때문에 민법은 임차인의 양도와 전대에 제약을 건다. 임차권의 양도는 지명채권의 양도와는 달리 계약당사자로서의 지위가 이전되는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이는 면책적 채무인수와 마찬가지로 임대인의 승낙이 필요하다. 전대는 양도와는 달리 임차인의 지위가 변동하지 않지만 당사자간의 신뢰관계 보호를 위해 양도와 마찬가지로 임대인의 승낙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한다.(629조)
임차권을 양도할 때 임대인의 동의가 있다면 임차권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 따라서 기존 임차인은 더이상 임차인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며 임차인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다만 통설은 양도 전에 이미 생겨있던 손해배상채무 등은 승계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특약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96다17202) 양도가 아닌 전대일 경우, 전차인은 직접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담한다.(630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관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전차인과 임대인의 관계가 새로 생기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임차인은 전차인의 선임/감독에 대해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만 책임을 진다는 것이 통설이다. 유의할 점은, 전차인은 임대인에게 직접 의무를 부담하지만, 직접 권리를 가지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전차인은 전대인, 즉 임차인에 차임을 지급했다는 이유로서 임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630조 1항) 물론 여기도 예외가 있는데, 차임지급시기 이후에 지급한 차임으로는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며, 임대인의 차임청구 전에 차임지급시기가 도래하여 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했다면, 그것으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이러한 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은 몇 가지 보호책을 마련해놓았는데, 임대이과 임차인이 합의해지했어도 전차인의 권리는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과(631조), 임차인이 임차권을 포기한 때에도 마찬가지라는 것, 임대인이 전차인에게 해지사유를 통지하지 않았다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고 해도 그 해지로서 전차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638조 1항), 지상물매수청구권과 부속물매수청구권을 인정한다는 것(644조 1항, 647조)이 그것들이다.
반대로 임대인의 동이 없이 임차인이 목적물을 전대한 경우, 결국 임대인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임대인은 전차인에게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청구하거나, 목적물에서의 퇴거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임차인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629조 2항) 반드시 해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해지하지 않을 경우 전차인을 임차인의 이행보조자로 본다. 따라서 임차인은 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위와 같이 임대차가 성립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에 대해 각종 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 중 임차인이 부담하는 채무들을 담보하기 위해 계약 시 일정 금액을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거래관행이 있는데, 이를 임대차보증금이라 한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가 종료되어 임차인이 목적물을 돌려주는 시점까지 생긴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지속중일 때 임차인이 지게 된 채무를 보증금에서 공제할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지불할 것을 요청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2011다49608) 반면 임대차가 종료되었다면 목적물이 반환되는 순간 남아있는 임차인의 채무들은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즉, 임차인이 자신의 채무를 보증금에서 제해달라고 주장하려면 일단 목적물을 반환해야 한다.(99다24881) 다만 임대인이 임차인이 개조한 건물을 원상복구 없이 그대로 다시 임차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현 상태를 그대로 누리겠다는 의사이므로 원상복구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2002다52657) 이러한 보증금의 특성 때문에 임차보증금에 대해 전부명령이 있을 때에도 채무를 자동공제한 잔액에 대해서만 명령이 유효하며(87다카1315),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어도 채권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채권양도의 특성상 임대인은 임차인의 기존 채무를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할 수 있다.(2012다49490)
실생활에서 임대차는 동산보다는 주로 부동산을 목적물로 많이 쓰이고, 그 중에서도 주거지 마련을 위한 방편으로 널리 활용된다. 주거는 생활의 기본 요소이므로 임대차를 주거지 마련 방편으로 사용할 경우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있었고, 때문에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한정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임차인을 보호하게 되는데, 이 특별법이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다. 이 법은 주택의 전부나 일부를 임대차하는 경우에 적용되며, 임차주택의 외부가 상점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2조) 단, 모텔 등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법인도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96다7236) 다만 중소기업이 주택을 임차한 후 직원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경우 등 법인이 선정한 입주자가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법인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주임법의 목적은, 민법에서 등기를 할 때에만 인정되는 임대차의 제3자 대항력을 등기 없이도 인정함으로서 권리변동에 따른 변화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고, 이에 근거하여 임차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주어 임대인의 파산 등으로 주택이 경매에 나올 때 임차보증금을 우선하여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주택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사실상의 점유를 이전받고, 주민등록을 완료한 다음날부터 대항력을 취득한다. 점유이전은 간이인도, 반환청구권의 양도, 점유개정 등도 모두 포함되며, 주민등록은 주민등록법에 의한 등록이 아닌 전입신고를 한 때 완료된 것으로 본다.(3조 1항) 이 대항력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유지되므로, 임대인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인도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임차권의 대항력은 사실상의 담보물권처럼 취급되며, 때문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채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채권보다 우선한다는 물권자인 저당권자 등과도 같은 우선순위를 지니는 강력한 권리자가 된다.
위의 대항력을 갖추고 임대차계약서상에 확정일자까지 갖춘 임차인은 국가기관의 경매나 공매 시 대지를 포함한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생긴다.(3조의2 2항) 이를 우선변제권이라 한다. 다만 대항력은 최종 경락일까지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2000다61466) 만일 임대차 기간 만료 전에 주택이 경매된다면 임차인은 본래의 임차기간까지 임차권을 주장하거나, 아니면 임대차를 해지하고 위 권리에 기하여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3조의2 3항) 이는 자연인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인데, 법인은 주민등록을 구비할 수 없으며 법인 직원이 주민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그걸 법인 자신의 주민등록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96다7236)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항력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사정상 임차인이 중간에 이사를 가야 한다면 주택을 인도받은 상태가 아니게 되어 대항력을 상실하고, 보증금의 우선변제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주임법은 아직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법원에 임차권을 등기하도록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3조의3 1항) 임차인에 신청에 의해 법원은 강제로 임차권을 등기할 것을 명하게 되는데, 이를 임차권등기명령이라 한다. 이 등기가 이루어진 후에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상실하더라도 우션변제권은 상실되지 않으며, 임대인은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려면 먼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즉, 보증금반환의무가 선이행의무가 된다. 같은 취지에서,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이 민법에 의한 임차권등기를 했을 때에도 이 임차권등기명령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위의 우선변제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임법은 특정한 임차인을 한번 더 보호하는데, 경매신청등기 전에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에 한정하여 주택가액의 1/2범위에서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들보다도 우선하여 변제받게 해 준다.(8조) 이를 최우선변제권이라 하며,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권리이다. 일례로 서울시에서는 보증금 9천 5백만원 이하인 임차인에 한해 3천 2백만원까지 최우선변제 대상이 되고, 광역시는 보증금 6천만원 이하인 임차인에 한에 2천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보장해주는 식으로 적용된다.
그 외에 주임법은 임대차의 존속기간도 별도로 규율하는데,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보기 때문에 최소 2년의 존속이 보장된다.(4조) 물론 이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므로 임차인 스스로 2년 미만의 기간을 원한다면 무효가 되지 않고 그 기간대로 임대차의 존속기간이 인정된다. 또한 임대인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하고 싶은 경우,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해당 내용을 통지하지 않으면 기간만료 후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를 묵시적 갱신이라 하며, 법정갱신과 매우 유사하다.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 새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물론 이건 임대인에게 해당되는 사항이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그 통고를 임대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여기에 2020년 7월 31일 소위 임대차 3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의 발효로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추가로 주어졌다. 이 권리는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지를 할 수 있는 임대차종료 6개월~2개월 내 기간에 계약갱신을 거절했어도, 해당 기간 내에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면 임대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게 되는 권리이다. 이로서 임대차는 임차인이 원한다면 2년+2년=4년의 기간을 가지게 되어 임차인 입장에서 주거생활의 안정성이 더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계약갱신청구권의 효과로 계약갱신이 된 경우, 임대료의 상승폭은 최대 5%로 제한되니 더더욱 인정성이 높아진다. 단, 이 계약갱신청구권은 1회만 사용가능함에 유의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소위 정당한 사유로는 임차인이 차임을 2회 연체하는 등 임차인에게 채무를 불이행했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와,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철거할 예정이 있는 경우, 임대인의 가족들이 실제로 해당 저택에 거주하려는 경우 등이 있으며, 이 경우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 해도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 유사 제도 - 소비대차와 사용대차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대주)이 금전이나 대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차주)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일반적으로 무상계약이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유상계약, 쌍무계약이다. 만일 이자있는 소비대차에서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면 매도인의 담보책임 규정이 준용된다.(602조 1항) 무이자 소비대차라면 하자 있는 물건의 가액으로 반환할 수 있다. 하지만 하자가 있음을 알면서 알리지 않았다면 이자부 소비대차와 같은 담보책임을 진다. 또한 이자없는 소비대차라면 당사자는 목적물의 인도 전에는 상대방의 손해를 배상한다면 언제든지 계약해제가 가능하다.(601조)
차주는 목적물을 동종,동품질,동수량으로 반환할 의무를 지며, 반환시기는 약정이 있다면 해당 시기, 약정이 없다면 언제든지 반환가능하며, 대주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였을 때에도 반환할 수 있다. 만일 반환할 수 없게 되었다면 불능 당시 시가로 상환하여야 하고(604조), 차주가 금전대신 유가증권이나 물건을 인도받은 상황이었다면 차용액은 그 인도 당시의 가액이 된다.(606조) 이를 대물대차라 하며 대주의 폭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규정이다. 본조는 강행규정으로, 이를 위반하여 차주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
만일 차주가 차용물대신 다른 재산권을 이전하기로 예약한 경우, 그 재산의 예약 당시 가액은 차용액+이자의 합산액을 넘을 수 없다.(607조) 이러한 예약을 대물반환의 예약이라 하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대주의 폭리행위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판례는 그 계약을 정산을 전제로 하는 양도담보약정으로 보며,(98다51220) 계약 내용 중 차주에게 불리한 부분만 무효이다. 계약당사자간에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계약을 함께 맺은 것으로 본다. 이 때 채권확보를 위해 가등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면 가등기담보법 적용 대상이 된다.
사용대차는 당사자 일방(대주)이 목적물을 상대에게 인도하여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게 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수익한 후 그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기본적으로 무상계약이며, 양쪽의 의무가 대가관계에 있지 않으니 편무계약이다. 때문에 대주는 목적물에 하자가 있어도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차주가 일정한 부담을 지는 부담부 사용대차에서는 대주 역시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진다.
차주는 계약이나 목적물의 성질에 따라 정해진 용법으로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해야 하며(610조 1항) 대주의 승낙 없이 제3자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수 없다.(610조 2항) 이를 위반한 경우 대주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610조 3항) 이러한 위반으로 생긴 손해배상은 대주가 목적물을 돌려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또한, 차주는 반환 전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할 의무를 진다. 무상계약인 사용대차에서 대주는 목적물의 상태를 사용/수익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 즉 수선의무를 지지 않으므로 차주가 통상적인 필요비를 부담한다.(611조) 단, 유익비에 대해서는 가액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만 그 지출한 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는 대주가 물건을 반환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617조) 차주가 목적물을 반환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원상회복의무를 진다.(615조)
사용대차는 반환시기를 약정한 경우 그때 종료되며, 차주는 차용물을 반환하여야 한다.(612조)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다면 목적물의 성질에 따른 사용/수익이 종료된 때 종료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도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난 경우라면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613조) 차주 역시 언제든지 목적물을 반환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단, 어느 쪽이 해제하든 상대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이를 배상해야 함은 당연하다.
사실 원래는 유형별 네토리와 소비/사용/임대차를 대응시키면서 드립을 칠라했는데 휴지끈이 짧고 19금금지 한계가 있어서 선회했음.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