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으로, 법원과 수사기관은 견해를 달리할 수 있음.
*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예전 식당챈에 난 커미션은 ㄹㅇ 못하겠어 라는 뻘글을 싼 적이 있었다. 뻘글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상황을 표현한 창작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웹을 좀 뒤져보니 양쪽에서 소위 갑질, 먹튀, 무통보 중지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좀 보였다. 적긴 하지만 돈이 오가는 만큼 커미션 의뢰자와 작가간의 권리의무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양쪽에 도움이 될 텐데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유형의 계약이라 그런지 정형화가 잘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일반인의 시선에서 커미션이 어떠한 계약이고,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권리와 의무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먼저 커미션은 의뢰인과 작가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의 일종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어떤 유형의 계약이냐는건데, 민법이 정한 15개의 전형계약중에서 커미션의 형태와 유사한 것들이 있으므로 전형계약쪽을 먼저 고려해보자. 개중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형태는 도급과 위임이다. 그 정의는 아래와 같다.
도급은 당사자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서 성립하는 계약이다.(664조) 과정에 상관없이 일의 완성이라는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그 요소로 하는 점이 도급의 고유한 특성이다. 서로의 의무가 대가관계에 있으므로 쌍무계약이자 유상계약이며, 승낙이 필요한 점에서 낙성계약이고, 계약서 등 특별한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불요식계약이다.
위임은 당사자 일방(위임인)이 상대방(수임인)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서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680조) 사무의 결과가 아닌 처리과정 자체가 계약의 목적이며, 무상이 원칙이지만 약정을 통해 유상으로 할 수도 있다(686조 1항). 승낙이 필요한 점에서 낙성계약이며, 특별한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불요식계약이다.
정리하면, 도급과 위임은 한쪽 당사자가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일을 시킨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도급은 결과에 목적을 둔 계약이며, 위임은 처리과정 자체에 주안을 두고 결과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건축회사에게 건물축조를 의뢰하는 것은 도급이며, 때문에 건물이 완성되지 못했다면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 된다. 반대로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하는 것은 위임이며, 소송에서 승소하든 패소하든 소송사무가 종결되면 계약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 된다. 이 점이 둘의 차이이다.
커미션은 어떤가? 한쪽 당사자(의뢰인)가 반대쪽 당사자(작가)에게 원하는 작품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대금을 지불하는 계약이 커미션이다. 의뢰인 입장에서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어떠한 일을 시키는 계약인데다 보수를 지급하는 유상계약이니 여기까지만 보면 도급과 위임 양쪽 모두의 정의에 해당될 수 있다. 그렇다면 커미션 계약의 목적은 무엇인가? 의뢰인은 자신이 요청한 상황대로 표현되는 창작물을 수령하여 감상할 수 있기를 원한다. 적어도 나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해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에 주안을 두고 대금을 지급하는 커미션은 본 적이 없다. 결국 창작물 제작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도급에 해당된다. 즉, 커미션은 도급계약이다.
커미션이 도급의 일종이라면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그 상세한 내용은 당사자간의 의사의 합치, 즉 계약내용에 의해 정해진다. 이는 의뢰인과 작가가 함께 의논하여 결정할 문제이며 그 내용이 신의칙,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 민법의 일반조항을 위반하거나 통정허위표시/사기/강박 등 의사표시의 불합치나 제한이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관련법규 대부분이 임의규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법이 끼어들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단가의 저렴함 때문인지 뭐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은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 혹은 메신저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만 약속하는 형식의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이러한 계약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처럼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당사자간 합의가 없을 경우 이 부분은 민법의 도급 관련 임의규정들이 적용된다. 따라서 커미션을 의뢰하거나 수주하기에 앞서 도급과 관련된 규정들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급계약이 체결되면 수급인은 약정된 기간 내에 계약 내용에 따라 일을 완성할 의무를 진다.(664조) 따라서 기한 내에 일을 완성하지 못하면 계약 일반원칙에 따라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한다. 도급계약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지체상금 약정은 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것, 즉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일의 완성’에는 일의 결과인 물건의 인도도 포함되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결과물을 넘겨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그 목적물이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을 포함한다.(2004다21862) 따라서 이와 같은 도급인의 시인이 없을 경우 일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시인은 도급인의 마음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목적물이 계약내용에 부합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정된다. 이러한 목적물의 인도와 보수의 지급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665조 1항),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목적물을 인도받을 때까지 보수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이 내용을 커미션에 적용해보면, 작가는 수급인과 약속한 기한 내에 작품을 완성하여 그 완성품을 수급인에게 전달하여야 자신의 의무를 완료한 셈이 된다. 즉, 기한 내에 완성하지 못하거나 작품 자체는 완성횄다 해도 그것을 수급인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또한 전달까지 했는데 작품의 내용이 계약 내용과 달라 의뢰인이 계약내용대로의 완성이 아니라고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작가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며, 상황에 따라 작가는 의뢰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고, 의뢰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목적물의 인도와 보수의 지급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의뢰인은 완성된 작품이 계약을 준수하지 못한 작품일 경우 대금지불을 거절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가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들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해서, 수급인은 완성된 도급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도급계약 특유의 담보책임을 진다. 이 담보책임은 매도인의 담보책임마냥 수급인의 귀책사유를 묻지 않고 인정되는 무과실책임이므로(88다카31866), 도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수급인은 잘못이 없어도 책임을 져야 한다. 담보책임의 내용은 하자보수, 손해배상, 계약해제이다. 더하여, 수급인이 별도로 채무불이행도 저질렀을 경우 이러한 담보책임과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은 경합할 수 있다.(2001다70337) 즉,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채무불이행 책임과 담보책임을 함게 물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급인의 담보책임 중 하자보수가 성립하려면, 완성된 목적물이나 완성 전에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어야 한다.(667조 1항) 여기서 하자란, 계약에서 결정한 것과 차이가 있거나 수급인이 보증한 성질을 가지지 않는 불완전한 점을 말한다. 미완성과는 다른 의미이며, 미완성은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어야지 하자담보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어쨌든, 하자가 있다면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하거나(667조 1항). 그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667조 2항) 이 손해배상에는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지만, 이러한 손해는 특별손해이므로 수급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보상받을 수 있다. 단,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도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든다면 보수는 청구할 수 없고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계약 내용상 중요한 하자라면 비용에 상관없이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는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 없지만, 공평의 원칙에 입각하여 하자의 확대에 도급인의 잘못이 있을 경우 이를 참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 위 두 문단의 내용은 완성된 작품을 받아보니 계약 내용과 어긋나는 등 하자가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 의뢰인은 적당한 기간을 정하여 제대로 마무리 해 줄 것을 청구하거나, 완성품을 그대로 받고 대신 하자부분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비용이 과다하다면 보수청구를 할 수 없으나, 일반적인 커미션의 비용과 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 하나는 정신적 손해도 특별손해로서 인정된다는 것이다. 작가에게 하자보수를 청구할 때 그로 인해 어떠한 고통을 받고 있음을 함께 합리적으로 설명하여 인식시킬 수 있다면 청구할 수 있는 배상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손해배상을 이끌어내는 압박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작가는 하자발생에 도급인의 잘못도 있음을 항변하여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다. 커미션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이미 완성된 부분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작가가 미리 그러한 요구를 이행하는 것이 곤란함을 합리적인 이유와 함께 의뢰인에게 설명했다면 감액을 넘어 아예 담보책임을 면제받을 수도 있으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들이 있었다면 전후사정을 잘 파악해두고 메신저 등 증거를 확보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고, 그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도급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668조) 이 경우 544조가 유추적용되어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해야만 그 기간이 지난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계약이 해제되면 양 당사자는 원상회복의무를 지며, 이로 인해 도급인이 손해를 보았다면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즉, 해제는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 해제권의 행사에는 예외가 있는데, 완성된 목적물이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일 경우 수급인이 지나친 손실을 입게 되고 사회경제적인 손실도 커지므로 아무리 중대한 하자가 있어도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고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건물/공작물이 완성되기 전에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546조 등 일반원칙에 따라 해제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 수급인은 당연히 도급인에게 보수를 청구하지 못한다. 하지만 공사가 상당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하려면 중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이미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계약이 실효되지 않고 수급인은 그 상태로 목적물을 인도한 후 해당 부분만큼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85다카1751) 이는 약정에 의한 해제, 합의해제, 도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수급인의 해제일 경우에도 모두 적용된다.
* 윗 문단의 해제는 완성품이 계약한 내용과 너무 다르거나 지나치게 퀄리티가 좋지 않아 본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의뢰인의 최후수단이다. 일단 먼저 하자보수를 청구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고 여겨지므로 웬만하면 앞서 본 하자보수청구로 해결하는 것이 좋지만, 여러가지 상황 상 그럴 수 없다면 의뢰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과 그로 인해 입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뢰인은 작가에게 보수를 지불할 필요가 없고, 작가는 의뢰인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 손해배상은 도급의 특유규정이 아닌 계약일반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손해배상으로, 이행이익 배상이 원칙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사항은 작품이 아직 완성되기 전에 진척상황이나 기타의 이유로 약정해제, 합의해제 등이 있었을 경우, 이미 작품이 상당부분 진척된 경우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에 대하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가이다. 위 판례에서 볼 수 있듯 기존 완성부분에 대한 보수청구가 인정되려면 이를 원상회복할경우 중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상황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고, 보통의 커미션에서는 그러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88%에 달한 상황에서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한 사건을 참조해 볼 수 있겠는데, 대법원은 해당 소프트웨어는 비대체물로서 환가가 어렵고 이를 개발하는 데 든 개발비가 적지 않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건설공사와 유사한 경우로 보았고, 따라서 이를 원상회복할 경우 중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보아 완성된 부분에 대한 보수청구권을 인정했다.(95다7932) 반대로 말하면, 작가가 커미션받은 작품이 비대체물로 환가가 어렵고, 이를 제작하는데 든 개발비가 상당하여 이를 원상회복하면 큰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완성된 부분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일반적인 커미션의 단가를 고려했을 때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즉, 작가는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완성된 부분만의 보수청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수급인의 담보책임은 특정한 경우에는 면제될 수 있다.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나 도급인의 지시로 생겼다면 수급인은 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는 강행규정은 아니므로 특약으로 달리 정하는 것이 가능하나, 수급인이 그 지시나 재료가 부적당함을 알면서도 도급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위 상황에도 불구하고 담보책임을 면하지 못한다.(669조)
이러한 담보책임은 원칙적으로 1년이지만, 토지의 공작물은 5년, 그 공작물이 견고한 재료로 지어졌다면 10년, 지반공사는 5년이다.(671조 1항)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지만 조항 자체가 강행규정은 아니므로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이를 변경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 이는 앞서 잠깐 언급한 담보책임의 면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작가가 잘 알아두어야 하는 부분으로, 작품에 하자가 있어서 의뢰인이 수령을 거부하거나 보수지급을 거절할 경우, 그 하자가 의뢰인의 잘못된 지시 등 의뢰인의 귀책사유에 의해 생겼고 자신은 분명 그렇게 하면 안 된다/못 한다를 명확하게 설명했음을 항변하여 아예 담보책임을 면하고 의뢰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작가는 하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도 보수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의뢰인은 보수를 지급해야만 한다.
여기까지가 수급인이 지는 의무이다. 그렇다면 도급인은 어떠한 의무를 지는가?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완성된 목적물을 받는 즉시 보수를 지급해야 하며(665조 1항), 하자가 있다면 하자보수청구나 손해배상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보수의 지불을 거절할 수 있다. 또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줄 알면서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수령한 경우라면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해당 하자에 대해서는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
또한 도급계약이 부동산공사에 관한 것일 경우, 수급인은 보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도급인에게 저당권을 설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도급인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저당권은 공사대금채권이 가지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와 동일한 기간의 시효기간을 가지며, 만일 공사대금채권이 타인에게 양도된다면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이에 수반하여 함께 이전된다.
* 이 문단은 의뢰인이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일단 작품이 완성되어 작가의 제공이 있었다면, 이를 이의제기 없이 수령하는 것은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물론 모르고 수령한 경우에는 하자담보기간 중이라면 이후에도 보수를 청구할 수 있으나, 당시에 몰랐음을 증명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역시 작품을 교부한 후 반드시 하자가 없다는 확답을 받는 것이 향후를 위해 좋으니 건축에서 준공검사를 하듯 커미션 종료 직전 완료검사를 양측 합의하에 한번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도급인과 수급인이 위의 의무들을 모두 이행했다는 가정하에 도급계약은 종료한다. 단, 도급만의 특유한 해제사유가 있는데,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673조) 이 해제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대신 수급인이 입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걸려있다. 여기서 ‘일의 완성’이란 앞서 본 지체의 경우와 달리 물건의 인도는 제외한다. 즉, 도급인이 아직 물건을 인도받지 못했어도 물건의 제작이 완료되었다면 673조에 의한 해제는 할 수 없다. 이 손해배상에는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이 포함된다. 단, 공평의 관념상 남은 재료 등 수급인이 해제로 인해 얻을 이익은 공제된다.(2000다37296)
* 위 내용은 커미션 중간에 일방적인 해제를 당하는 경우이다. 도급은 의뢰인에 의한 자유로운 해제를 인정하는 계약이어서 아직 작품이 완성되기 전이라면 의뢰인은 마음대로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이 경우 의뢰인은 작가가 입은 손해, 즉 커미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출한 비용 + 보수를 모두 지불해야만 한다. 이러한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단, 계약이 해제됨으로 인해 작가는 그 기간동안 다른 커미션을 받는 등의 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이득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여야 함에 유의하자.
마지막으로 도급계약이 완료되면 목적물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노력과 재료를 들여 완성한 자에게, 즉 수급인에게 귀속된다. 단, 완성된 목적물의 소유권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소유권은 처음부터 도급인에게 귀속된다.(91다25505) 이 경우 일단 수급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후 도급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순간부터 도급인 소유로 본다는 의미이다.
* 위의 논지는 대상이 저작물 등 지식재산권일 경우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저작권은 해당 저작물을 직접 창작한 작가에게 발생한다. 하지만 특약으로 해당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의뢰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했다면, 저작권은 의뢰인에게 귀속된다.(여기서 말하는 저작권은 저작재산권을 의미한다.)
간혹 외주와 커미션의 차이가 저작권 귀속여부의 차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던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엄연히 따지면 아니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외주는 저작재산권양도 혹은 실시권설정계약을 포함하는 계약을 하고 커미션은 그렇지 않으므로 외형상 그리 보이는 것 뿐이다. 외주도 계약내용에 따라 저작권을 작가가 가질 수 있고, 커미션도 계약내용에 따라 저작권을 의뢰인이 가질 수도 있다. 저작권은 저작권법 10조에 의해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원시적으로 취득하며, 다만 예외적으로 9조에 해당되는 업무상저작물에 대해서만 법인에게 귀속할 뿐이다. 그리고 도급의 수급인, 즉 작가는 저작권법 2조 31호의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저작물이 성립되지 않는다. 때문에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도급의 일종인 외주저작물이든 커미션저작물이든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내용은 먼 훗날 저작권법을 알아볼때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지금까지 커미션을 도급의 일종으로 보고 약정이 없을 시 적용되는 민법상의 도급관련 규정들을 알아보았다. 듣기로는 커미션 시장이 커짐에 따라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데, 좋은 현상이라 본다. 하지만 계약서 없이 구두 혹은 간단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작가든 의뢰인이든 도급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두는 것이 서로간에 얼굴 붉히지 않고 커미션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서두에서 잠깐 언급됐던 위임계약 관련내용 요약 - 관심있는 챌럼만 읽어볼 것
위임은 당사자 일방(위임인)이 상대방(수임인)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서 효력이 생기는 계약이다.(680조) 사무의 결과가 아닌 처리과정 자체가 계약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도급과 다르다. 보통 타인의 전문적인 능력을 활용하려는 제도로서 많이 활용된다. 위임은 무상이 원칙이지만 약정을 통해 유상으로 할 수도 있으며(686조 1항), 수임인은 유/무상에 관계없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681조) 또한 수임인은 원칙적으로 스스로 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며, 다른 이를 임명하는 복임권은 원칙적으로 가지지 못한다. 그리고 위임인과 수임인 모두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해지의 자유가 인정된다.(689조 1항) 보통 위임계약을 체결하면 위임장을 교부하지만, 위임계약 성립의 필수요소가 아닌 단순한 증명방법에 불과하다.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즉시 그 경과와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683조) 또한 위임사무의 처리로 받은 금전이나 그 밖의 물건이 있다면 위임인에게 인도해야 하며, 취득한 권리 역시 위임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 반대로 수임인이 자신을 위하여 위임인을 위하여 사용해야 했거나 위임인에게 인도했어야 할 이익을 자신을 위하여 소비하였다면 그 소비한 날 이후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손해가 있다면 배상하여야 한다.(685조) 반대로 수임인이 위임인을 위한 사무처리 도중에 비용을 소모하였다면 무상위임인 경우 위임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유상위임은 해당 상황까지 고려하여 보수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청구하지 못한다.)
그 밖에, 위임사무의 처리에 비용이 드는 경우 위임인은 수임인의 청구에 의하여 그 비용을 미리 지급하여야 한다.(687조) 이를 비용선급청구권이라 하며, 위임인이 이를 행사하여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일단 자신의 돈으로 사무처리를 위한 필요비를 지출하였다면 위임인에게 그 비용과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688조 1항) 이를 비용상환청구권이라 한다.
추가로, 수임인은 위임사무처리에 필요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 위임인에게 그 채무를 변제하게 할 수 있고, 채무가 아직 변제기가 아니라면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688조 2항) 사무처리 도중 과실 없이 손해를 입었다면 위임인에게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위임인은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데, 이는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임인의 손해배상의무는 법이 정한 무과실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임계약은 특유의 종료사유를 지닌다. 앞서 설명했듯 수임인과 위임인은 특별한 사유 없이도 자유롭게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689조), 이로 인해 당사자가 손해를 입는다 해도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2005다39136) 단, 당사자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경우에는 위 내용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689조 2항), 이 경우 배상범위는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지 않았더라면 입지 않았을 손해에 한한다.(90다18968) 그 밖에 당사자가 파산하거나 수임인이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받은 경우 위임은 종료된다.(690조)
위임종료시에는 특칙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급박한 사정이 있을 경우 위임인이 사무를 인계받아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수임인은 계속 그 사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691조), 위임종료의 사유를 상대방에게 통지하거나 상대방이 이를 안 때에만 위임이 종료되었다는 주장을 상대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692조) 이는 갑작스러운 위임의 종료로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