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 이외로 2011년대 토론같은 영상들 보면 훨씬 삭아있다.


책리뷰, 스압, 세줄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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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오한 외국어고 자퇴생은 책을 읽는다. 존나게 읽는다. 시간이 아까워서 페이지를 오므려 동공의 움직임을 아끼면서까지 읽는다. 어처피 공부도 하지 않을 예정임에도.


'질서너머'. 그런 낙오자가 서점에서 손에 든 책은 각주를 제외하고 460쪽, 18,000원 어치의 자기계발서였다. 반드시 우울증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 이런 부류의 책은 '지금을 살아라'라고 번역된 스터디 셀러 명상서 'The Power of Now'를 자퇴 전 읽었던 것이 끝이었다. 비록 책의 지식이 지금까지의 정신건강의 전신이 되긴 했지만 이외의 자기계발서는 모두 불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조던 피터슨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와 아직 삶의 기회가 있는 내 친구들에게 책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선 서점에서 160쪽 언저리까지 읽어본 나는 기독교 모태신앙과 무신론 사이에 위치한 한 친구에게 이 책의 가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완독과 함께 증여하기로 했다. 


지금 이 책이 내 손에 없고 리뷰를 올릴 더 나은 사이트, 하다못해 독서갤러리라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집단 지성의 한심함에 내 인격까지 찢어발겨지는 기분이 들어 지난 4년간 아무 정보의 원천이었던 디시를 단념한 관계로 아카챈에 무가치하게 쓴다. 이하의 내용은 어느 실패한 고등학생의 지식과 시선에서 본 책의 가치를 평가한다.


한줄 평 :미국인 대중과 멍청한 엘리트들을 위한 완벽한 책. 


 이 책은 장수에 비해 전혀 비싸지 않다. 아무 수학 학습지나 서점에서 주워도 몇만원은 넘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피터슨 자신도 니체 등 훌룡한 철학자들에게 영향받았다고 하듯, 자기계발이나 철학에 평소 얕은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거의 진부하게 들릴 소리들이다. 


 그럼에도 질서너머의 460쪽은 전부가 밀도높다. 독서나 인문학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에게 이 책은 분명히 진리의 백과사전과도 같다. 혹시라도 그런 부류가 당신이라면 나머지를 읽을 것도 없이 당장 구매를 결정하라. 맞는 복권이다. 게다가 번역자가 용어에 대해 독자 문맹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 싶은 부분을 바보 취급처럼 느껴질 만큼 잦은 역주를 달아놓았다.


 나의 경우는 그런 인상을 받은 경우가 아니었다. 밑에서부턴 나와 비슷한 정신병적인 사람들을 위한 구매 가이드가 된다. 


 첫번째로, 조던 피터슨의 스타성으로 가치있다. 딱히 이 책을 소유함으로서가 아니라 조던 피터슨의 일화를 앎으로서 가치있다. 무슨 위대한 비밀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이 남자의 생을 조금 아는 것이 전부다. 딸이 심각하게 아팠고, 정신과 약을 10년이 넘게 복용해왔고... 보통의 TMI. 이런 스타성은 아이돌이나 스포츠가 그러듯이 훌룡한 화제다. 최소한 피터슨 생후 5년간은.

 조던 피터슨의 내담자들의 일화도 있지만 데이트 폭력, 환경운동가 교화 상담같은 전형적인 내용이다.


 두번째로, 사회라는 자극에 대해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사회는, 즉슨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또다른 이들에게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종용한다. 내 두뇌는 이 문장을 보고 감전당한 듯 깨었고, 평소의 관점을 빠르게 수정했다. 환경의 중요성은 보통 알려져있지만 훌룡한 환경에 대해 이를 '사회'라고 하여 개념화를 시도한 관점은 적어도 내게 있어 처음이었으며 너무나도 직관적이고 명료한 완벽의 표현이었다. 비교하자면 '목표' 따위의 설명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정확했다. 


이외에도 조던피터슨이 강경하게 주장하는, 또 그가 안티페미니스트로 비판받게 만든 독창적인 목소리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것이다. 그는 이번의 책에서도 역시(질서너머의 내용은 그의 이전 저서 인생의 12법칙의 완성이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믿어 이롭지 않다고 한다. 사실 정치적인 요소는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라는 것보단 상반되는 두 이데올로기를 모두 가짐으로서 융합하라는 것으로 나는 정리했다. 가령 학제간 연구같은 것이다. LGBT 퀴어라는 새로운 성이란 기본적으로 생물학과 사회학이 얽히섥힌 복잡한 문제인데, 이를 생물학을 배제한 채로 존재를 해명할 수가 없고 사회문화 역시 배제시킬 수 없다. 조던 피터슨은 이를 자신 주변의 모든 현상을 해석하는데 사용하고 최소한의 이분법을 사용하라는 충고를 한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집단지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단순한 반지성주의가 아닌 위와 같은 맥락이다. 이분법 금지. 사실 내가 이 두 주장에 흥분한 건 지금의 젠더분쟁같은 끔찍한 싸움의 해결인 덕분이 아니다. 그 주장을 따르기 가장 적절한 정치에선 오히려 양비론은 항상 곤란한 소수의 입장에 있다(심지어 제 3당, 삼류라 부르지 않는가?). 


 진정한 이유는 이것이 내가 겪는 완벽주의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인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살같은 극단적인 충동들은 결국 자신을 항상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 경계에서 고문하는 완벽주의가 원인이 아닌가? 당신이 인터넷이나 의기양양한 지인들에게 충격적인 배신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조금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세줄요약

0. 책도 안 읽는 병신이면 제발 사라

1. 당신이 표면만 알고 있었던 조던피터슨에 대해 알려주고 친구들에게 입을 털 기회를 주며

2. 아무리 내공있는 독서가라도 놀래킬 수 있을 정도의 깊이는 있고

3. 강박적인 사람들을 치료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바로 어제 자살 도구 겸 부적으로 질소 카트리지를 구매한 사람이라 신뢰성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인생의 최저점에 있다는 점을 참작해주면 좋겠음


딱 하나 주의할 점은 조던 피터슨 본인이 기독교인이고 고전 동화나 대중문화를 인용하는데 거리낌이 하나도 없다. 마이너한 건 나오지 않으니 지장이 있거나 호불호 갈릴 정도는 아닌데 성경하고 해리포터는 시발 본 적이 없어서 빠르게 넘겨 읽음


그러니까 교보 달려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