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우리는 인터넷뱅킹이 일상화되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등장함에 따라 전자적인 송금이 매우 편리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편리송금에 익숙해진 나머지 가끔씩 어떤 사람들은 하던대로 다음다음금액누르고다음 하다가 계좌번호 한자리를 잘못눌러서 일면식도 없는 엉뚱한 사람에게 큰 돈을 송금하고는 머리를 쥐어뜯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착오송금이라 하는데, 1년간 이루어지는 착오송금의 액수를 찾아보면 분명 놀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아주 어처구니없어보이는 판결을 하나 내렸다. 송금하는 이(송금의뢰인)가 송금받는 자(수취인)의 예금구좌에 계좌이체를 할 때에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그 송금과 관련된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해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때문에 이 경우 해당 금액을 출금할 권리는 비록 착오송금이라 할지라도 송금의뢰인이 아닌 수취인이 가지며, 송금의뢰인은 은행에 해당 금액을 출금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2007다51239)


 송금의뢰인은 당연히 아니, 아무리 실수라 해도 그렇지, 버튼 하나 잘못 누른 죄로 수천만원을 한번에 날린단 말인가? 이건 누가 봐도 내가 번 돈이고 내가 소유한 돈인데, 기록상 그렇게 됐다해서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한테 피같은 돈을 넘기란 소린가? 무슨 이딴 법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반응이잖는가? 판결문에 많이 나오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라는 표현이 꽤 잘 어울리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비정하지만은 않다. 저 판례의 뒷부분은 이 글 쓴놈이 의도적으로 생략한 부분이 있다. 수취인이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게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은 민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부분 중 하나이자 일반원칙과도 같은 범용성을 지니는 이 부당이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정당한 권리 없이 타인의 재화로서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이라 하며, 그러한 이익은 정당한 권리자에게 환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당이득반환의 기본 법리이다. 이 제도는 재화의 정당한 귀속을 실현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기만 하면 당연히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라는 채권이 발생하는 점에서 사무관리와 같은 법정채권에 속한다.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그로서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741조) 요건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면, 우선 법률상 원인 없다는 뜻은 당자사 사이에 아무런 원인이 없는 급부가 이루어지거나(급부부당이득), 정당한 권원 없이 타인의 물건이나 권리로부터 이득을 얻거나(침해부당이득), 급부 외의 목적으로 비용을 지출했거나(비용부당이득), 잘못해서 남의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한 경우 본래의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구상부당이득)를 의미한다. 급부부당이득의 예로는 계약이 무효가 되어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될 때, 침해부당이득은 타인의 재산을 매매했을 때, 비용부당이득은 토지경계를 착각하여 다른 사람의 논까지 방역을 해 준 때, 구상부당이득은 남의 채무를 자기 채무로 잘못 알고 변제했는데 나중에 그 채권이 시효소멸했을 때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재산적 이득을 얻은 경우를 말한다. 이는 재산이 증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본래 지출했어야 할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경우나 보아야 했던 손해를 보지 않게 된 경우도 포함된다. 단, 이익을 볼 가능성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당한 권원 없이 타인의 건물을 점거하고 있어도 그 건물에서 장사를 하거나 임대를 주는 등 사용/수익하지 못했다면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판례(84다카108)와, 다른 사람의 땅 위에 권원 없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이는 해당 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땅을 계속해서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차임만큼의 이득을 보고 있다는 판례(98다2389)에서 대충 어떠한 개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주어야 한다는 뜻은 타인이 손해를 입지 않았다면 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때 손해는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는 손해이면 충분하지만, 그 손해는 앞서 알아본 이익과 사회통념상 원인/결과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위 요건을 충족할 경우 부당이득이 성립하며, 그로 인해 이득을 얻은 자(수익자)는 얻은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 목적물을 반환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 가액을 반환하여야 하며, 이익 자체를 반환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때는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의 목적물을 양수한 악의의 제3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책임이 있다.(747조) 이 반환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수익자가 반환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또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발생하자마자 바로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며 그 기간은 10년이다. 이익은 원물반환이 원칙이나, 그럴 수 없다면 그만큼의 금전으로 반환해야 한다. 그 가치를 산정하는 시기는 원물을 처분했을 경우 처분 당시가 된다.

 만약 수익자가 자신이 얻은 이득이 법률상 원인없는 것임을 몰랐다면(선의라면)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반환책임이 있다.(748조 1항) 현존이라 함은 받은 이득이 남아있음을 의미하며, 이득이 금전일 경우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87다카768) 만약 금전을 생활비로 썼다면 그만큼 예정됐던 지출이 절약된 것이므로 이득은 현존하나, 유흥비로 탕진했다면 현존하지 않는 것이 된다. 현존하는지를 판단하는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로 의견이 갈리는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으로 볼 때 청구를 받은 시점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반대로 수익자가 이미 원인없는 이득임을 알고 있었다면(악의라면), 이득이 남아있는지를 묻지 않고 수익 당시의 전액을 반환하여야 하며,(748조 2항) 그때부터 흐른 시간에 따른 법정이자도 붙여서 반환하여야 한다. 그 밖에 손해가 있다면 배상해야 함은 물론이다. 처음엔 선의였다 하더라도 손실자가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확정적으로 패소한다면 그 수익자는 소가 제기된 때로 소급하여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

 수익자가 선의/악의에 관계없이 그 이득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그 이익을 양수한 악의의 제3자가 손실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책임을 지게 된다.(747조 2항) 이는 일반원칙에 대한 특칙으로,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악의의 제3자에게까지 확대한 규정이다.

 

 결국 부당이득이 성립한다면 그 효과로서 손실자는 잃었다고 생각했던 재산을 상당부분, 잘하면 전부 되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부당이득의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반환청구가 부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특례는 총 다섯가지가 있는데, 비채변제, 기한 전의 변제,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타인채무의 변재, 불법원인급여가 그것들이다.

 

 비채변제는 채무가 없는데도 하는 변제를 말한다. 채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유의사에 기해 비채변제를 했다면 채무자는 부당이득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742조)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이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채무자를 보호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득이한 사유로 어쩔 수 없이 변제한 경우는 비채변제로 보지 않으며, 반환청구권 역시 상실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자신에게 빚이 없음을 알았지만 관련된 다툼이 길어지는 바람에 물건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상대가 원해는대로 없는 빚을 변제하여 경매진행을 막은 경우는 비채변제로 보지 않는다. 애초에 비채변제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므로, 수익자가 비채변제를 이유로 손실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거절하려면 스스로 손실자가 채무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기한 전의 변제는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한 변제를 말한다. 기한 전이라도 채무 자체는 유효하게 존재하므로 목적물을 미리 받았다 해서 그것을 법률상 원인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변제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채무자가 착오로 변제기가 도래한 것으로 알고 변제했다면 채권자가 변제기가 될 때까지 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었을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743조)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 함은 착오로 비채변제를 했는데 그 변제가 사회통념상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였을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채무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744조)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공무원 자신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모른 채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였다면 이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가 되어 이후 피해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2012다54478)


 타인의 채무의 변제는 채무자가 아닌 다른 이가 그 채무를 자신의 채무로 잘못 알고 변제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만일 채권자가 효력있는 변제를 받은 것으로 믿고 증서를 없애거나 담보를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했거나, 이후 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745조 1항) 이는 본의 아니게 채권을 상실하게 된 선의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 경우 변제자는 자신이 해야 할 채무가 소멸하여 이익을 보게 된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여 해당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745조 2항)


 불법원인급여는 불법한 원인으로 한 급부를 말한다. 불법한 원인이라 함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의미하며, 본래 이러한 행위는 103조에 의해 무효이므로 그로 인한 이득은 부당이득이 되어 반환해야 함이 원칙이지만, 이러한 반환청구를 용인한다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법적 보호를 베푸는 셈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기에 이러한 특칙을 마련한 것이다. 즉, 불법원인급여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103조의 취지를 실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를 통해 소극적으로 법적 정의를 관철하려는 뜻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다.(93다55234) 이러한 불법원인급여가 있었을 시, 급여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746조) 예를 들어 매춘부에게 화대를 지불하고 매춘을 했을 경우, 성매매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이므로 무효여서 각 당사자는 원상회복을 해야 하지만, 성매매를 위해 지불한 금액, 즉 화대는 746조에 의해 불법원인급여가 되므로 성매수자는 매춘부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746조의 불법과 강행법규위반은 다르다는 점이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행위가 사회질서에도 위반되는 경우라면 이 조항이 적용되지만, 단지 강행법규를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법원인급여라고 볼 수 없다. 이는 강행법규를 통해 막으려 한 것이 불법원인급여를 허용함으로 인해 무력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강행법규의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불법원인급여에서 급여는 급여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사기/강박 등에 의해 급여를 강제당했다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그 이익의 종류는 묻지 않지만 반드시 종국적인, 즉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박자금 차용을 위해 집을 저당잡힌 경우, 이 저당권이 실행되어 수령자가 이득을 얻으려면 경매신청을 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요하므로 이는 종국적인 급부가 아니다. 이러한 급여는 아직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므로 반환청구가 가능하다.(94다54108) 반면 양도담보의 경우는 종국적인 급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89다카5994)

 746조의 목적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적 정의의 소극적 관철이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뿐만 아니라 물권적 청구, 계약해제 등 별도의 원인에 따른 반환청구 등도 결국 불법으로 급여한 것을 돌려받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모두 적용될 수 있다.(79다483) 법망을 우회해서 746조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만,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후 내용이 완전히 다른 별도의 약정으로 목적물을 급부 또는 반환하는 것은 그러한 새 약정 자체가 반사회질서 행위가 아닌 한 유효하다.(2009다12580)

 또한 746조는 단서규정이 있는데,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는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강도의 살해협박에 못이겨 돈을 지불한 경우, 이는 불법행위이지만 그 원인이 강도에게만 있으므로 반환청구가 가능한 것이 그 예이다.


 이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상황이 몇 있다. 만일 비채변제가 이루어졌는데, 그 채무 자체가 반사회질서 행위여서 불법원인급여에도 해당되는 상황인 경우, 비채변제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비채변재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환청구가 불가능하지만 불법원인급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다면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급여자 입장에서는 불법원인급여가 적용되기를 원할 것이다. 통설은 746조를 일종의 일반조항, 즉 일반적으로 적용가능한 중요조문이라 보고 불법원인급여만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다른 상황으로는 집을 B에게 팔려던 A를 C가 이중매매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구매하고 등기를 마친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중매매는 반사회질서행위이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A가 C에게 판 집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A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B가 본래 자신의 권리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여 A대신 C에게 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83다카57) 그런데 앞서 보았다시피 불법원인급여 규정으로 인해 급부의 반환청구가 불가능하므로 A는 C에 대해 집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할 수 없으므로 A는 원래부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권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어떻게 있지도 않은 권리를 B가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일까? 누가 봐도 이 상황은 B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근거가 마땅치 않다. 현재까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제시되었지만, 통설로 정착할 만큼 유력한 설은 아직 없다. 그러한 의견들 중 하나로, 제정 취지상 746조는 불법원인급여를 한 자에게 소유권이 복귀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규정이므로, 결국 소유권이 B에게 귀속되는 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그나마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단서규정과 관련된 논란도 있다. 746조 단서규정은 한쪽에게만 불법원인이 있어야만 적용되는데, 둘 다 불법을 저질렀지만 한쪽의 불법성이 다른 쪽의 불법성에 비해 현저하게 큰 경우까지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 판례는 매춘부가 받은 화대를 보관하였다가 분배약속을 어기고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매춘부의 불법성보다 포주의 불법성이 현저히 커서 매춘부는 포주에게 화대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함으로서 급부자에 비해 수익자의 불법성이 현저히 클 때에는 공평의 원칙상 746조 단서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98도2036)

 

 위와 같은 내용의 부당이득 관련 조항들은 앞서 언급했듯 공평의 원칙을 실현하는 규정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는 일반원칙이므로 범용성이 매우 뛰어나 빼앗긴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휘두를 수 있는 아주 좋은 무기가 된다. 이는 다음에 알아볼 불법행위와 더불어 아주 실용적인 규정이라는 의미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쯤 관련 내용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송금 잘못했을때 이를 되찾을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후 민사소송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적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여러 당사자가 존재할 때 부당이득과 관련된 판례들


 부당이득에 얽힌 당사자가 둘일 경우엔, 누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앞서 본 것처럼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셋 이상이 되면 상황이 복잡해지고 일괄적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대표적인 유형을 몇 개 선정해서 부당이득반환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한번 보도록 하자.


 채무자의 소유가 아닌 물건을 채권자가 경매에 넘긴 경우, 그 물건을 평온/공연하게 선의/무과실로 인도받아 점유한 경락인은 그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249조) 그렇지만 물건이 애초부터 채무자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 매각대금은 채무자의 것이 아니라 물건의 원주인에게 속하고, 따라서 채권자가 이를 배당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타인의 금전을 부당이득한 것일 뿐 채무자의 채무변제가 유효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변제가 유효하지 않으므로 채권자의 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계속 존속하며, 채무자는 여전히 채권자에게 변제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물건의 원래 주인은 채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서 배당받은 금전을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97다32680)


 다른 예를 하나 더 보자. 어떤 건물을 A와 B가 각각 1/2지분으로 함께 공유하고 있는데, A가 B의 동의 없이 C와 도급계약을 하여 건물 화장실의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공사는 끝났지만 A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C에게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래서 C는 B에게 공사로 인해 건물값이 오르는 혜택을 받았으니 증가한 건물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용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했다. C는 B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이 문제는 계약상의 급부로 인해 상대뿐만 아니라 제3자도 이익을 본 경우, 당사자는 제3자에게 부당이득을 했다는 이유로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냐는 문제이다. 이러한 반환청구권을 전용물소권이라 하며, 결국 이 예시는 민법이 전용물소권을 인정하느냐를 확인할 수 있는 예시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례는 전용물소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로, 자신이 체결한 계약의 위험부담을 관계없는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계약은 당사자 사이에서만 상대적 효력이 있다는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며, 둘째로 C와 같은 채권자가 한명이 아닌 경우, 전용물소권을 행사한 C는 그러지 못하는 다른 채권자들보다 채권의 만족을 먼저 얻을 수 있으므로 이는 사실상의 우선변제권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어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며, 셋째로 A와 B가 건물의 리모델링은 A의 비용으로만 하기로 특약을 맺은 경우 B는 공사비 지불의무가 없는데도 전용물소권의 행사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이러한 수익자의 항변권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되어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즉, 전용물소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C는 A에게만 대금을 청구할 수 있고, B를 대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99다66564)


 다음은 삼각관계에서의 부당이득반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예시를 보겠다. A가 B에게 물건을 팔고, B는 C에게 그 물건을 받는대로 팔겠다는 계약을 했다. 어차피 물건은 최종적으로 C가 가질 것이기에 B는 A에게 물건을 C에게 바로 넘겨줄 것을 요청했고, A는 이를 받아들여 물건을 C에게 급부했다. 그런데 B가 A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A는 B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했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 있는 C에게 계약이 해제되어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었으니 C는 물건을 부당이득한 것이므로 반환하라는 청구를 했다. A는 물건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B의 요청에 의해 A가 C에게 바로 급부한 것은 본래 A->B->C 순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급부과정을 단축한 것일 뿐, 기존 계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A가 C에게 급부한 경우 그로서 A는 B에게, B는 C에게 해당 물건을 급부한 것과 동일한 상황이 된다. 이는 서로간의 계약의 내용에 따라 이루어진 급부이므로 C가 급부를 받은 데에는 B와의 매매계약이라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 A와 B의 계약이 무효가 되었다고 하여 B와 C의 계약도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C가 급부를 수령한 것은 법률상 원인이 있으며, 따라서 A는 C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또한 앞서 전용물소권 관련 내용에서 보았듯 당사자간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제3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허용해버리면, 자신이 체결한 계약의 위험부담을 계약과 관계없는 타인에게 떠넘기는 셈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같은 논지로 이러한 반환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2001다46730) 다만, 채권양도의 경우에는 위 법리를 원용하지 않고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함에 유의해야 한다.(2000다22850) B가 C에게 물건을 받을 권리를 양도하고 그에 따라 A가 C에게 물건을 지급했다면 이 채권양도계약은 채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A와 B의 계약이 해제되면 그 효과로 해당 채권은 소멸하고 양수인은 해제의 효과에서 보호되는 제3자가 아니므로 원상회복청구, 즉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횡령한 돈으로 채무를 변제한 경우를 살펴보자. A가 B회사의 자금을 횡령하여 자신이 이전에 금전을 빌렸던 C에게 그 자금으로 변제한 경우, B회사는 C에게 해당 금액을 부당이득반환청구할 수 있을까?

 일단 A와 C사이에 있는 채권/채무관계는 횡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효한 계약관계다. 따라서 C는 A에게 채권의 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고, 따라서 A가 C에게 변제받는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C는 부당이득한 것이 없으며 B는 C에게 반환청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알아본 논리로 봐서는 그렇다. 하지만 판례는 여기에 조건을 붙인다. C가 변제를 수령할 때 그 돈이 횡령한 돈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을 때에는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법률상 원인 있는 변제로 유효하다는 것이다.(2003다8862) 이 판례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대립하는데, 앞서 본 내용과 같은 논지로 B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고, 부당이득 법리의 기초인 공평의 원칙을 고려하고 수령자의 선의와 신뢰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민법규정들(465조, 745조 등)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부당이득청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후 판례들 역시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앞서 본 판례는 결국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근본적 이유인 공평의 원칙을 고려하여 내린 판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