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리


"안심하세요. 우리 OATH사의 모든 직원들은 정규 루트를 통해 채용되었고,

아무 비밀도 없으며, 거래처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있습니다."


OATH 프로텍션 서비스의 큰 특징은 바로 고용한 직원들 대부분이 제각각 작은 비밀이 있다는 것이었음.

예를 들어 한때 대국의 왕자였던 용병이나 수수께끼의 조직과 관련된 과학자,

공격적인 인격을 감추고 있는 어떤 의료진 등등.


작은 비밀을 가진 수많은 직원들 중에서도 사장의 개인 비서이며 대리인이기도 한

미도리 여사는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음.


단순히 첫인상으로 말하면, 미도리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대하는 얌전한 성격의 안경 미녀였음.


어떤 경우에라도.

그래, 어떤 경우에라도.


피비린내가 나는 전장이라도,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 사이에 서 있어도,

총부리를 자신에게 겨누는 잔혹한 군벌 앞이더라도,

그녀의 웃음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임.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동자로 마주 응시하고,

상대방이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며,

어떤 재난에 처해도 미소를 유지하는 것이 미도리가 협상 중에 취하는 자세였음.


그녀의 미소에는 마성이 있었고, 그녀의 요청을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음.

……적어도 들어본 적은 없음. 영원히 사라졌을 수도 있음.


"회사에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사람?"


OATH사에 고용된 베카스는 생각에 잠긴 끝에 대답했음.


"모두 다 어느 정도는 비밀이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장을 빼면, 아마도 미도리겠지.

나는 지금까지 그 사람이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한 적이 없었어."


OATH사의 사장은 철두철미한 신비주의자였고,

개인비서인 미도리를 제외하면, 회사의 직급에 상관없이 사장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이 없었음.


평소에 회사의 운영은 미도리가 대리로 관리했고,

사장의 의사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전달자이기도 했음.


사장의 비밀주의를 계승한 미도리는 거의 비밀의 집합체였고,

그녀가 넘겨준 임무가 무슨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절대로 알 수가 없었음.

별 거 아닌 걸로 보이는 사소한 임무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관련될 수도 있었음.


당신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땐,

갑자기 미도리가 당신 근처에 OATH사의 비밀 무기고가 존재한다고 지적하거나,

아니면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대기술 무기가 당신에게 배달될 것임.


미도리 자신도 수수께끼에 쌓여 있었음.

그녀의 공개 이력서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작성되어 있었고,

모든 이력에 조사가 가능한 근거가 있었음.

하지만 내용에 언제나 미묘하게 조화가 되지 않았음.


베카스가 A.C.E 학교에 잠입해서 임무를 수행했을 때,

우연히 미도리가 이 학교에 다녔었다는 것이 생각났음.


변덕으로 학생들에게 탐문을 해보니,

미즈하라 리사의 말로는, 확실히 전에 그런 선배가 있었다고 했음.


하지만 리사의 묘사와 베카스의 기억에는 아무래도 좀 묘한 위화감이 있었음.

베카스는 굳이 깊이 추궁하지 않았음.


"당신들이 여기에 온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운명입니다."


이런 말이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다면 웃어 넘겼겠지만,

미도리가 말을 할 때는 웃을 수가 없었음.

그녀는 회사 모든 구성원의 비밀을 간파하는 것만 같았음.


OATH사는 정말 이상한 회사였음.

업계 표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우와 인재를 갖췄고,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거래처에 충실했음.


마치 모든 직원에 대해 모조리 꿰차고 있는 것처럼,

쓸데없는 지시가 전혀 없었음.


미도리이건 OATH사이건 믿을 수 있는 존재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특별한 과거를 가진 몇몇에게, 이곳은 오히려 그들의 의탁처였음.


미도리는 그들을 새로운 인생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음.



==========



싱글벙글 웃는 인상과는 달리 대사를 살펴보면 아주 살벌한 것을 볼 수 있음

일명, 거래처와 상담할 때, 플라즈마포를 들고 가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