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저 사람 무서워 보여요…….

앗, 저 분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신 것 같아요.

저기, 신사분, 제가 도와드릴게 있을까요?"


하야는 강자도 유명인도 아닌, 주점 바빌론의 평범한 여급이었음.

여급으로서의 실력으로 말하자면, 하야는 조금 굼떴음.


손이 미끄러져서 그릇을 깨먹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성격도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탔음.

특히, 남성을 상대할 때는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음.


그녀가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남성에게 말도 걸지 못하는

이 성격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음.

이런 점을 볼 때, 그녀가 주점 바빌론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음.


"지중해의 별" 바넷사가 운영하는 주점 바빌론은 용병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했고,

세계 각지의 용병, 정보상인, 현상금 사냥꾼이 모여들었음. 개중에는 악귀처럼 보이는 자들도 있었음.

실제로 하야는 거기서 일한 첫날 밤에 주점을 뛰쳐나갔음.


하지만 그녀는 그만두지 않았음.

그날 당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그녀는

주점 구석에서 양미간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음.


타고난 예민한 직감이, 그녀에게 지금 이 남자가 아주 슬프다고 말해주었음.

다음에 일어난 일은 하야 자신도 믿기 어려웠음.


평소에 남자와 대화만 해도 더듬거리던 그녀가,

얼굴에 흉터가 있는 그 험상굳은 남자에게 자진해서 말을 걸었고,

그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경청했음.


하야는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해서, 흉터남자의 고민을 해결할 능력은 없었음.

그녀는 그저 경청자일 뿐이었음.

하지만 하야와 대화한 뒤에, 흉터남자의 얼굴에서 그늘이 많이 사라졌음.


이것을 시작으로, 하야는 바넷사 여사가 자기 몰래 인도해준,

술집 손님들과 자주 잡담을 했음.


이것이 타고난 소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야의 말은 언제나 손님들의 마음 속 상처를 달래주었음.


"하야는 남성과 대화하는 것을 가장 무서워하지요."


바넷사 여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평가했음.


"누가 봐도 겁에 질려있는데도, 아픔을 느끼는 사람을 내버려 두질 못해요.

후후~, 정말로 귀엽고 착한 아가씨랍니다."


하야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내버려 두질 못했고,

어느새,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직업을 오랫동안 버텨내고 있었음.


주점 바빌론에서 하야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만났음.

안대를 하고 항상 그녀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여성 현상금 사냥꾼,

가슴 속에 뜨거운 정열이 흐르는 붉은 두건의 사막도적,

그리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입에는 나무꼬챙이를 물고 있는 기묘한 용병…….


하야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이 손님들이 어떤 전설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음.

그저 일반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그들의 말을 경청했음.


그녀는 결코 의식하지 못했음.

자신의 평범한 행동이, 시산혈해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몇몇 손님들은 아주 개성적이었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이에요.

예, 여기서 일하게 되어 기뻐요."


여급의 일에 대해 물으면, 하야는 다소 수줍어하면서 대답했음.


언제부터인가 하야는 주점 바빌론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음.

실수로 접시를 깨뜨리고, 허둥지둥 뒷정리를 하는 하야.

사방에서 선의의 농담을 날리는 손님들, 바 뒤에서 웃는 마담…….


전쟁의 불길이 흩날리는 세상이라도,

아직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평온한 항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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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걸 복장은 부끄럼타는 성격을 고칠 수 있다는 

바넷사의 말에 넘어가서 입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