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

적이라도 친구라도, 카즈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지략이 뛰어나단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저돌맹진하는 열혈바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음.

그런데도 카즈는 하필이면 크로탈루스(Crotalus : 방울뱀) 사막도적단의 참모였음.

바바랄 연맹의 광활한 모래바다에는 많은 도적단이 활약하고 있음.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은 그 중 상당히 규모가 큰 도적단이었음.

모래도적으론 보이지 않는 정교한 장비를 갖췄고,

전술적으로는 간단하고 난폭하기만 해서, '그냥 닥돌'과 '깊이 파고드는 닥돌' 뿐이었음.

모래도적단 전체의 스타일이 카즈처럼 직설적이었음.

"전속력으로 진격! 목표에 바짝 붙어라!

아그들아, 연장 챙기고 나를 따라라!"

카즈는 사냥감을 발견한 뒤에 곧장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

스스로 개조한 "갤러헤드"를 몰며,

한 무리의 부하들을 데리고 불같이 달려들었음.

상대가 함정을 준비했을 가능성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음.

이렇게 상남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대개 그들의 숙적인 바바랄 연맹 제2의 가맹국,

파르스 왕국의 해군에게 호된 꼴을 당했음.

카즈 일당은 파르스 왕국 해군과의 충돌에서 승률이 낮았음에도 섬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래바다에서 계속 활약하고 있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음.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음.

첫 번째로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은 자금이 많은 모양이라,

파르스 왕국 해군에게 매번 두들겨 맞은 다음에 신속하게 손실된 장비를 보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씩씩하게 모래바다로 돌아왔음.

파르스 해군은 이렇게 돈이 많은데 왜 모래도적질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질 못했음.

두 번째로는 파르스 왕국 해군이 크로탈루스 모래도적단을 격퇴하기만 원할 뿐,

이 모래도적단의 섬멸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임.

파르스 해군이 마음이 약했거나, 카즈와의 사이에 무슨 음모가 있었던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득실을 따져서 한 선택이었음.

한 때, 파르스 해군 제독 중 한 명이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에,

부하의 만류를 듣지 않고, 여러 척의 사해함(沙海艦)을 모아 만든 함대로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을 일거에 섬멸하려고 했음.

그는 함정을 치고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카즈는 제대로 속아서,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이 파르스 해군 함대에 겹겹이 포위되었음.

곧이어 그 제독은 끔찍한 광경을 보았음.

궁지에 몰린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은 붕괴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카즈의 인솔하에 제독이 있는 기함을 향해 똑바로 돌진했음.

카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장에 메아리쳤고,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 전체가 악마에 씌인 것처럼,

그들에게 아무리 많은 화력을 쏟아부어도, 이들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음.

카즈는 경이로운 기량과 용기로 기체를 몰면서, 창림탄우(槍林彈雨) 속을 제집 돌아다니듯이 설쳤고,

그의 앞을 가로막는 적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폭음을 울리며 땅에 산산조각으로 흩어졌음.

독사는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냈음.

그 후, 그 제독의 기함은 쇠 부스러기가 되었고,

파르스 해군이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에게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만들었음.

그들을 격퇴해도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고,

카즈도 약탈을 할 수 없자 얌전히 물러났음.

카즈에게는 약탈보다 부하의 목숨이 훨씬 중요했음.

카즈의 부하나 도적단의 다른 사람들은 카즈를 바보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그들도 이 멍청이는 절대로 아무도 버리지 않는다고 순순히 인정했음.

식사 하나도 우선 모두에게 나눠주기부터 할 것임.

카즈는 옛날에 의적단의 두목이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확실히 의적의 풍격이 있었음.

약탈 대상은 파르스 왕국의 부유한 귀족 뿐이었고,

빼앗은 재산은 조금도 아낌 없이 가난한 사람과 동료에게 분배되었음.

사막도적단의 동료를 형제로 여겼고, 의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웃음은 모래바다의 사나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뒤따르게 만들었음.

자신감이 넘치고, 강하며, 모략을 못했음.

이런 카즈를 참모의 자리에 배치한 것이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었음.

실제로,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의 단장은 괴짜였음.

행방이 신출귀몰한 이 단장은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과 행동을 함께 할 때가 드물었고,

사막도적단의 활동을 완전히 카즈에게 맡겼음.

그는 약탈한 재물을 분배받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에게 많은 자금을 제공했음.

파르스 왕국과 관계가 험악한 이븐 왕국과 친밀하다는 소리도 있었음.

아무 일도 안 하는 단장과 달리,

카즈는 자신의 연애활동에 골머리를 앓았음.

"저기, 마담.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주점 바빌론에서는 카즈가 바넷사 여사에게 연애상담을 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음.

카즈는 여자애 꼬시는 법을 전혀 몰랐고,

직설적인 성격이라 연애세포가 모자라서, 여자의 환심을 전혀 사질 못했음.

많은 모래바다 남아가 목숨을 걸고 따르게 만든 열혈함은

여자아이를 쫓아다닐 때는 역효과 밖에 안 났음.

또한, 크로탈루스 사막도적단에겐 수수께끼의 자금이 있어도,

카즈 자신은 항상 가난했음.

그가 약탈한 전리품은 모두 가난한 사람과 부하에게 분배되었고,

올곧은 성격 탓에 사막도적단의 자금에 손을 대지도 않았음.

그래서 가난하고 여자의 비위를 못 맞추는 카즈는 연애에서 연전연패했고,

부하들의 통계에 따르면, 차인 횟수가 이미 백 번이나 되었음.

카즈에게 인생이란 미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이었음.

숙적인 파르스 해군이나 사막의 대도적 카타리나와의 전투, 아직도 연전연패하는 연애.

그 전부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며,

크게 웃으며 인생의 굴곡과 마주 보는 것이 바로 이 모래바다 사나이의 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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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만 보면 그냥 바보 조역으로만 보일 캐릭터

알고 보면 바바랄 연맹의 사막도적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네임드임

바보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