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웰링턴 공작은 그레이트브리튼 제국의 

많은 저명한 귀족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인물이었음.


그의 가문은 고대 황금시대보다도 훨씬 오래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황실 다음 가는 역사를 자랑함.


오랜 역사가 축적한 인맥과 부는 웰링턴 공작을 제국귀족의 정점에 서게 만들었음.

그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세와 광활한 영지, 헤아릴 수 없는 재산과 진귀한 보물들을 가지고 있었음.

그리고 공작의 수많은 재보 중에서 그가 가장 사랑하고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그의 딸,

"황금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이디스였음.


공작의 딸은 꽃다운 나이에 늘씬한 몸매, 아름다운 용모에 황금처럼 눈부신 금발이 호화롭게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본 사람은 경탄하며 잊을 수가 없을 정도의 미인이었음.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국귀족들의 금지옥엽 중에서도

이디스의 황금 같은 미모를 당해낼 이가 없었음.


공작은 딸을 끔찍이 사랑했으므로, 만약 이디스의 남편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부귀영화와 출세가도를 누리게 될지는 쉽게 짐작이 갔음.

미모로든 재산으로든 "황금공주"는 그녀에게 딱 들어맞는 별명이었음.


하지만 다른 귀족의 영애라면 진작에 시집에 갔을 결혼적령기에도,

이디스는 약혼조차 하지 않았음.


공작이 그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을 때, 이디스는 항상 다음과 같이 대답했음.


"아버님, 우리나라와 U.S.F의 전쟁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평화가 오기 전에는 한 사람의 기사로서 브리튼을 위해 충성을 바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정은 미루어두길 바랍니다."


이디스는 어렸을 때부터 무도회, 의상, 애완동물 등 귀족영애들의 취미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남자아이들처럼 총칼과 기사소설을 좋아했음.


이 방면에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그녀는 15살 때 실전이 가능한 수준의 조종술을 익혔고,

성인이 된 후 제국최강으로 유명한 얼어붙은 개울(Cold Stream) 기사단에 입단했음.


이것은 이디스 같은 대귀족의 영애로서는 특례 중의 특례였음.

외동딸을 제외한 귀족의 딸들은 대개 가문의 이익을 위한 혼인의 도구였고,

결혼적령기가 되면 일찌감치 시집을 갔음.


제국에서 제일 가는 귀족의 딸인 이디스는 여왕의 다음 가는 혼인 신청을 받았음.

그녀의 결혼 상대에 따라서, 제국 내의 세력판도가 바뀔 수도 있었음.

아무리 이디스가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혼은 그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

그녀가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공작의 지지에 힘입은 바가 컸음.


강직하고 냉혹하기로 유명한 웰링턴 공작은 자신의 딸에 관한 일이면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쉴 새 없이 딸에 대해서 떠들어 댔고,

이디스의 의향에 맡겨서,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했음.


공작의 정적들은 그의 팔불출 같은 면을 교묘한 위장으로 판단했음.

딸의 결혼을 보류한 것은 이디스의 결혼을 최대한 활용해서 각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 본 것.


하지만 자신의 결혼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데 능한 빅토리아 여왕은 사석에서 입을 열었음.

공작은 단순히 딸이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


온갖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이디스는 귀족 영애에겐 흔한 응석과 가녀림이 없는 반면

기사도를 걷는 노력은 절대다수의 동년배들을 능가했음.


최강의 기사단에 들어간 자격은 오로지 그녀가 실력으로 쟁취한 것이었음.

아버지의 강직함과 성실함을 물려받았고, 가문의 위명을 저버리지 않는 

제국의 기사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었음.

이디스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마치 기사소설의 주인공 같은 이상적인 기사라는 데 동의했음.


이상적인 기사였으므로 두통거리였음.


얼어붙은 개울 기사단의 선배는 사석에서 한숨을 쉬었음.


"그 아가씨는 옛날 이야기나 민요 속의 이상적인 기사지.

하지만 현실은 옛날 이야기도 민요도 아니야.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아."


전장은 가혹한 곳이고, 그곳에서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산산조각 났음.

귀족끼리의 권력투쟁은 전장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추악했음.


전장과 권력투쟁에 동시에 연관된 제국의 기사는

당연히 외부인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음.

하지만 이디스는 이런 어두운 면들과 동떨어져 있었음.


그녀는 공작이 사랑하는 딸이었고, 콜드 스트림 나이츠는 그녀를 위험으로부터 멀리했음.

제국 귀족이 꾸미는 음모는 그녀의 아버지인 위대한 공작이 막아주었음.

이디스는 그녀의 소원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음.


아마도 이렇게 아름다운 날들에도 결국 끝은 올 것임.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았던 이 어둠이 없는 자유로운 시절은

미래에 그녀의 마음을 밝혀주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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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등장하면 왠지 성장담을 찍어줄 것 같은 캐릭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