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서니


그레이트브리튼 제국의 귀족층에서 베서니는 화제의 인물이었음.


이 제국 속주 총독의 금지옥엽은 또래의 소녀들이 무도회와 연애에 푹 빠졌을 때,

다방면을 뛰어다니며 제국과 U.S.F 사이의 화평을 호소했고,

속주 주민들의 처우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했음.


제국이 U.S.F를 물리치고, 제2차 신대륙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

베서니는 대다수의 귀족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공화파 이상주의자로 여겨졌음.


승리를 거둬서 광대한 토지를 점거한 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잃은 영토의 탈환을 갈망하는 U.S.F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음.


제국 속주 주민의 대우를 개선하는 것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귀족들의 알 바가 아니었으므로 비웃을 가치조차 없었음.


하지만 베서니는 공상가가 아니었음.

그녀는 겉으로는 번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암암리에 숨어 있는 위기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음.


"……신대륙 북방 전체를 가지는 건, 전리품으로는 너무 무겁습니다."


드라이아이스 괴테 재상에게 로비를 벌이던 중, 베서니는 씁쓸하게 말했음.


어릴 때부터 제국 공화파의 평화주의 이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베서니에게는

확실히 이상주의적인 측면이 있었음.

하지만 제국의 현실적인 절박함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욱 강했음.


신대륙의 제국 속주는 실질적으론 제국의 식민지나 다름없었음.

그곳의 주민들은 제국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제국의 2등 시민일 뿐이었고,

생활 수준에는 제국 본토와 아예 세계가 다른 것 같은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음.

귀족과의 비교는 말할 것도 없었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것은 극도로 위험한 상태였음.

제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신대륙 속주의 불만을 압력솥의 뚜껑처럼 견고히 찍어누르고 있었지만,

속주에는 이로 인해 점점 극심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음.


이것은 끊임없이 쌓이고 있는 불만이 실제로 폭발했을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음.


베서니의 아버지는 제국의 귀족들 중 이것을 진정으로 깨달은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음.

그는 속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베서니에게는 이런 성장 환경 속에서, 제국 국민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라고 가르쳤음.


아직 젊었지만, 베서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재녀였고,

16살에 월반해서 제국대학을 졸업했음.


그녀는 신대륙과 제국 본토를 오가며, 자세히 연구하고 고찰한 결과

제국이 끔찍한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U.S.F에 대한 원정으로 인해 제국은 신대륙 속주를 심하게 압박했고,

속주 주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음.


전쟁의 승리로 제국이 빼앗은 영토의 주민들은 여전히 제국을 침략자로 여겼음.

제국의 강력한 무력에 잠시 굴복했지만,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강했음.


그녀는 제국이 마치 언제라도 폭발해버릴 화약통 위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음.


"더 이상은 시간이 없습니다.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즉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그녀는 귀족들의 야유 속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제국과 U.S.F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과

속주 주민들의 생활 개선 방법을 강구해 줄 것을 호소했음.


절대다수의 귀족들은 베서니와 그녀의 주장을 웃음거리로 삼았음.

하지만 제2차 신대륙 전쟁에서 제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드라이아이스 재상은 뜻밖에도 그녀에게 지지를 표했음.

비록, 재상의 동기가 그녀를 돕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도…….

그리고 미미하긴 했지만 베서니에게는 그녀를 지지하는 몇몇 동료들이 있었음.


세계제일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제국은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음.

베서니가 염려하는 것은 이 그림자의 일부분일 뿐, 제국에는 진정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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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인 베서니(Bethany)는 성경에서 예수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장소인 베다니에서 따온 것 같음.


인명으로 쓸 때는 베서니로 자주 읽히는데, 

중섭쪽 표기나 일섭 번역도 베서니이므로 베서니로 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