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브리튼 제국대학 수학과의 학생들은 제국의 기사들이 

다급히 학교에 뛰어드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음.


학생들은 비록 때때로 군인들이 신성한 학술의 장에 출입하는 것에 

불쾌함은 느꼈지만 어느 정도의 자부심도 느꼈음.


여왕 폐하의 자부심 넘치는 기사들조차 거만함을 버리고 직접 방문할 정도로,

그들 수학과의 톱, 수학 대학사(大學士) 에이미 시빌은 여왕 폐하께 신임을 받고 있었음.


세계제일의 강대국으로 꼽히는 그레이트브리튼 제국에는 수많은 인재가 도사리고 있었음.

천재는 인간과는 좀 다르다는 말이 있지만, 천재의 기준으로도 에이미는 상당히 이상했음.


"나는 그녀가 천재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이 너무 단순했었지.

그녀는 비록 이곳에 있었지만, 그 푸른 눈동자가 바라보는 장소를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녀는 그야말로…… 수학 자체가 인간이 된 화신이야."


에이미를 가르쳤던 수학과의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음.

칭찬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많이 섞여 있었음.


많은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에이미는 어린 나이에 이미 유명해졌고,

16살에 제국대학 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왕립과학원에 들어간,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 천재였음.


천재는 희소했지만, 같은 시대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여럿 있었음.

에이미는 의심할 여지없는 천재였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이 의식한 것은 그녀의 특이성 탓이었음.


제2차 신대륙 전쟁 시기, 제국 왕립과학원에 소집된 수학자들은 U.S.F의 통신 암호를 푸는 데 협조했음.

에이미는 당시에는 아직 어렸음에도 우수한 성과를 낸 수학자로서 부름을 받았음.


결국 해독작업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연구시설에 큰 사고가 나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수학자들이 있는 구역에까지 파급되었음.

많은 스태프와 수학자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음.


당시의 목격자는 말했음.


"……모든 것이 불타오르는 것을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었어요.

여기저기가 피와 불로 범벅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울렸지요.

그런 장소에서, 그녀는 여전히 태연하게 작업대에 앉아서 암호를 풀고 있었어요.

머리 위에서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천장이나 발치에서 새빨갛게 물든 동료도 보지 않았어요.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이 피와 불이나 신음은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에이미는 일단 일에 전념하면 몸도 마음도 다른 세상에 들어 간 것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느끼지 못했음.

이것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집중력이었음.


그녀 주변의 사람들은 점차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음.

연구를 하지 않을 때의 에이미는 곧잘 정신을 딴 데 팔았고, 시선은 먼 저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음.


평소의 그녀는 약간 책벌레 같은 인상을 주는 학자였음.

수학 외의 일에는 흥미를 가지는 일이 드물었고, 모든 사람과 사항을 숫자로 분석하는 습관이 있었음.


당분이 든 단것은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므로,

아마도 그녀가 수학이 아니면 가장 흥미를 품은 대상이었을 것임.


사고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에이미는 U.S.F의 고도로 복잡한 통신 암호를 혼자 힘으로 풀어냈음.

그 후, 수학계를 놀라게 한 많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크고 흥미로운 성과는 공개되지 않고, 왕립과학원 가장 깊은 곳에 감춰졌음.


외부인은 에이미가 갑자기 여왕에게 직접 역대 최연소 수학 대학사로 봉해진 것으로

대단한 발명을 했다고 짐작할 수 밖에 없었음.


에이미가 수학 대학사에 봉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대륙의 U.S.F와 싸우는 제국군은 정보력에서 초월적인 진보를 보였고,

U.S.F군의 향방을 미리 판단하고 전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음.

전장에 그치지 않고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국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았음.


바로 그럴 때는 다양한 쟁쟁한 인물들이 에이미가 살고 있는 제국의 왕립수학원에 출몰했음.

기사단장, 대귀족, 심지어 드라이아이스 재상 같은 제국의 실세도 있었음.


비록 에이미가 제국에서 큰 존경을 받고 있었어도,

그녀의 성격은 아주 소극적이어서, 공개 석상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잊혀진 은둔 상태였음.


이런 결과는 에이미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제국 측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기도 했음.


제국에서 진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에이미와 그녀의 발명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서 감춰야 하는 존재였음.

불행하게도 정보의 누출이 일어난다면, 제국의 정보 부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출된 정보를 지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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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지도자, 재상, 최고귀족 등 국력에 영향을 미칠 포지션이 

하나 같이 휘황찬란한 인재치트를 시전 중임. 에이미도 그 치트 중 한 명이고


빅토리아가 좀 더 나라가 멀쩡한 상태로 즉위했다면 정말 괴물국가가 탄생했겠지만,

제대로 부패한 귀족 계층으로 나라가 막장화 상태였던 덕에 밸패가 이루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