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루


텟사의 여동생.

아이루는 어린 나이에 마을의 참사를 목격했지만,

다행이도 천진난만하고 세상을 몰랐던 그녀는 원한에 잠식되지 않았음.


언니의 보살핌 아래, 아이루는 점점 폭발하는 것에 매혹되어 갔음.

폭발에 의해 반사된 청록색의 빛발은, 마치 공중으로 뛰어오른 작은 요정 같았음.


영롱한 소녀의 길고 곱슬거리는 한 쌍의 사랑스러운 말총머리는 자연스럽게 쇄골까지 늘어져 있었고,

반짝반짝 빛나는 살구빛 눈은 흘러가는 구름 속의 밝은 달 같았음.

앵두 같은 입가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띄었고, 가끔 술을 마시면 뺨이 홍당무가 되었음.


때로는 상큼발랄했고 때로는 엉뚱했음.

매일 작은 꼬리처럼 언니 텟사를 따라다녔으며, 폭발사고가 나면 눈을 빛냈음.


아이루는 많은 불행을 경험했음.

어느 해, 길거리에서 살육자들이 신나서 떠들었고, 무력한 마을 사람들은 총구에 차례차례 쓰러졌음.

숲은 더 이상 상쾌한 소리를 내지 않았고, 사신들이 대지를 뒤덮었음.


언니인 텟사는 어린 아이루를 안고 장롱 안에 웅크렸고, 빨간 피와 비린내가 마을 가득히 퍼졌음.

전쟁 시대에 약자에겐 발언권이 없었음.


이 세력다툼은 단 몇 분만에 종결되었고,

살아남은 자매는 타향살이를 하게 되었음.


그 당시, 잔해가 널려있는 광경은 텟사의 영혼에 흔적을 남겼음.

죽어가는 이를 봐도 구하지 않고 난리를 틈타서 도적질을 하던 부랑배들이 황사에 묻혀 있었음.


다행히도 아이루는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았음.

마음의 반은 언니답게 행동하려는 텟사에게, 나머지 반은 폭파"활동"으로 남게 되었음.


길가의 바위, 공장의 에틸렌, 봄을 가득 메운 갯버들은 아이루가 아끼는 장난감이었음.

가끔 사고를 일으키면 흔적을 몰래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게 언니 곁으로 달려가 주위를 맴돌았음.


베카스와 텟사의 전투는 아이루에게

이 낯선 남자에 대한 강렬한 숭배감을 심어주었음.


아름다운 BM과 숙련된 작전, 모든 세세한 점들이

베카스의 범상치 않은 경험을 보여주고 있었음.


그의 태도가 언니를 화나게 했지만,

문을 지나갈 때 보여준 그 멋진 미소는 아주 다정했고,

그렇게 말걸기 주저되는 사람 같지는 않았음.


물론, 아이루는 폭발하는 것 말고도 언니에게 도움이 되었음.

예를 들자면, BM의 수리와 유지보수였음.


한가할 때, 술집으로 달려가서 몰래 마신 와인 한 잔에,

홍당무가 된 뺨은 누가 봐도 사랑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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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 수 있는 건 텟사의 용병 혐오가 사라대학살만이 아니라

그 후로도 전쟁통에 별별 고생을 겪은 결과라는 것

그리고 베카스 이 시키는 역시 언니만이 아니라 동생도 꼬셨다는 거임